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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규칙으로 ‘전략적 병목’을 격파하라

도널드 설(Donald Sull),캐슬린 M. 아이젠하트(Kathleen Eisenhardt)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런던경영대학원 경영실무 교수 도널드 설(Donald Sull)과 스탠퍼드대 교수 캐슬린 M. 아이젠하트(Kathleen M. Eisenhardt)의 글 ‘Simple Rules for a Complex Worl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10년 전, 필자들은 인터넷 붐이 한창일 때 일부 하이테크 기업이 번성한 이유를 연구하던 중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인텔(Intel), 시스코(Cisco) 등과 같은 기업들이 복잡한 틀이 아니라 단순한 경험 법칙을 활용해 높은 차원의 전략을 수립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업계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도전적인데다 변화 속도가 무척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는 일부 기업들은 단순하고 구체적인 규칙을 활용했다. 이런 기업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은 대개 하나의 중요한 프로세스, 즉 성장을 방해하는 하나의 병목 구간(: 기업 인수, 자본 할당)을 찾아낸 다음 해당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마련했다. 이런 접근방법은 기업이 큰 그림을 머릿속에 넣어둔 상태로 전략과 실행 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됐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즉석에서 결정을 내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필자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1 1월 호에 실린단순한 규칙으로서의 전략(Strategy as Simple Rules)’을 통해 필자들이 발견한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필자들은 단순한 규칙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필자들이 직접 진행한 연구와 다른 사람들이 실시한 연구 덕분에 단순한 규칙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와 단순한 규칙을 만드는 방법을 훨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규칙을 실제로 활용 중인 기업

아메리카 라티나 로지스티카(América Latina Logística, 이하 ALL) 사례를 보면 단순한 규칙이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ALL 사례를 통해 단순한 규칙이 기술과 큰 관련이 없는 부문(: 브라질 남부의 망가진 화물 철도)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브라질 정부는 화물 철도를 민영화했다. 당시 브라질의 화물 철도 인프라는 수십 년간 방치돼 온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화물 열차가 지나는 전체 교량 중 보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약 절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것이 20%에 달할 정도였다. 또한 도입된 지 수십 년이나 된 20대의 증기기관차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었다. 브라질 내에서 이뤄지는 장거리 수송 중 철도가 담당하는 부분은 20%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철도가 담당하는 장거리 수송량이 8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ALL 1997년에 브라질 철도관리 당국에서 분리돼 브라질의 8개 화물철도 노선 중 하나를 관리해 온 기업이다. 새로운 경영팀이 조직을 넘겨받았을 당시 ALL은 관료주의적이었으며 필요 이상으로 직원이 많았고 현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운송 서비스 자체가 엉망이었던 탓에 ALL의 화물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작물은 추수철 내내 논밭에 내버려진 채 썩어가기 일쑤였다. 중간급관리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혼란에 빠졌고 기업 전체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이익은 외면한 채 자신이 담당한 지역의 문제만을 앞세우려는 사람이 많았다.

 

ALL 경영팀은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규칙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접근방법이 ALL 경영진이 자사의 목표와 어울리는 활동을 추진하고, 현지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여러 부서의 활동을 조화롭게 조정하고,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살펴보자.

 

기업 목표와 어울리는 활동 장려. ALL 관리자들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 회사 전체에 적용할 4개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비용 절감, 매출 증진을 위한 기존 고객 대상 서비스 확대, 인프라 개선을 위한 선별적 투자, 공격적인 기업 문화 구축 등이었다. 당시 ALL이 지출할 수 있는 자본은 1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관리자들이 요구하는 총 금액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인프라와 열차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ALL 경영팀은자본 예산을 자사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중요한 병목 구간으로 정의했다.

 

그런 다음, ALL CEO는 다양한 기능 부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꾸린 다음 자본 지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적용할 단순한 규칙을 개발했다. ALL이 개발한 단순한 규칙에 의하면 모든 제안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매출 증가를 방해하는 장애물 제거.

선불 지출 최소화.

즉각적인 이익 발생. (장기적인 이익 실현보다 즉각적인 이익 발생 선호.)

기존 자원 재사용.

 

이와 같은 단순한 규칙을 도입하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회사의 목표와 얼마나 잘 맞는지 고려할 수 있었다. 또한 단순한 규칙 덕에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확대’ ‘비용 절감등과 같은 광범위한 우선순위가 관리자와 직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확한 지침으로 거듭났다. 또한 단순한 규칙은 너무 많은 대안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마비 현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연구1] (‘단순한 규칙은 실행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참조.)

 

현지 환경 적응.규칙과 규칙의 기저에 깔린 원리를 이해한 ALL의 직원들은 기준으로 삼아야 할 단순한 규칙을 토대로 혁신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경쟁업체들은 새로운 장비에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ALL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열차에 탑재된 엔진을 뜯어내 수리하고, 아프리카 철도회사들로부터 중고 기관차를 사들였으며, 훼손된 본선 철로를 제거한 후 버려진 열차 차고지에서 뜯어낸 철로를 설치했다. 어느 현장 근무자는 재급유를 하지 않고도 열차가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주행할 수 있도록 커다란 연료 탱크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좀 더 커다란 연료 탱크를 설치해 재급유의 필요성을 없애면 추수가 한창일 때 재급유를 하느라 열차가 정지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처럼 독창적이고 하의상달적(from-the-ground-up approach)인 접근방식은 과거에 ALL에서 주로 관찰됐던 투자 결정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과거 브라질의 철도당국은 매우 세부적인 투자 지침을 내놓았다. 현지 직원들이 창의력이나 판단력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ALL의 새로운 경영팀은 당시 자사에 필요한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적응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효율성과 적응 능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도구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이 알고 싶다면 [연구3] ‘단순한 규칙은 체크리스트와 어떻게 다른가를 참고하기 바란다.)

 

조화 장려.조직 내부에서 적절히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 사업부, 기능 부문, 자회사 등이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으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의 무능력이나 불성실 때문에 전략 실행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가령본사(재무 부서일 수도 있고 마케팅 부서일 수도 있다)에 있는 멍청한 놈들 때문에 모든 걸 망쳤어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ALL도 예외가 아니었다. ALL의 각 기능 부문은 저마다 다른 안건과 제안 평가 기준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 부서들은 오랫동안 다른 부서를 불신해 왔다.

 

단순한 규칙을 만든 ALL의 다기능팀에는 CEO뿐 아니라 각 부서의 책임자도 포함돼 있었다. 그 결과, ALL이 내놓은 단순한 규칙은 회사 전체에서 의사결정을 돕는 일종의 명쾌한 협정 역할을 했다. 마치 하나의 조약과 같았다. 협상을 통해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해서 까다롭게 취사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ALL의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일시적인 해결책보다는 좀 더 우아한 해결방법을 선호했으며 영업팀은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방안을 원했다. 조약과 마찬가지로 ALL의 단순한 규칙은 모두가 동의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평가하기 위한 하나의 큰 틀을 제시했다.

 

단순한 규칙이 도입되자 ALL의 관리자들은 다양한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결정에 합리적으로 접근하게 됐고 그 결과 감정과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줄어들었다. 다기능팀 구성원들은 규칙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부서 내에서 자본 예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결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자신들이 동의한 규칙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투명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모든 결정에 만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투명성이 강화되자 다른 누군가의 무능력이나 정치적인 요소 때문에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좀 더 나은 결정.보통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잡한 의사결정 모형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LL 경영팀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잠재 투자 프로젝트의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한 다음 순현재가치를 바탕으로 제안된 모든 프로젝트의 순위를 매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복잡한 모형이 그렇듯 이런 접근방법은 단순한 규칙에 비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변수를 추가하면 의사결정권자들이 지엽적인 고려사항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또한 블랙박스 모형(black box model, 예측모형)은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신의 경험, 판단, 상식 등과 비교할 수가 없다. 물론 복잡한 모형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연산 오류에 취약하고, 파괴적인 기술과 같이 미리 파악할 수 없는 변수(이런 변수에 대한 예측이 잘못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에 대한 가정을 토대로 한다. (단순한 규칙을 활용하더라도 복잡한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활용하는 경우 못지않게 훌륭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단순한 규칙을 활용한 덕에 복잡한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활용했을 때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관련 내용은 [연구2] ‘복잡한 모형보다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단순한 규칙을 참고하기 바란다.)

 

변화가 시작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ALL의 브라질 철도 사업 매출이 50% 증가했으며 EBITDA(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3배 증가했다. ALL 2004년에 마침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ALL은 남미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독립 물류회사로 발돋움한 상태였다. 또한 ALL은 남미에서 가장 방대한 철도망을 소유했고 성과 중심적인 조직 문화로 잘 알려져 있었으며 브라질 최고의 고용기업 중 하나가 됐다.

 

 

 

 

단순한 규칙을 만들기 위한 규칙

지난 10년 동안 필자들은 전략 수립을 위한 단순한 규칙을 개발하고 실행한 수많은 조직들과 함께 일했다. 최근 도널드 설은 19000명에 달하는 45세 이하의 창업자, CEO, 회장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네트워크 젊은경영진협회(Young Presidents’ Organization) 회원들과 협력해 이들의 직접적인 경험을 몇 개의 지침으로 발전시켰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병목 구간을 찾아내라. 1단계에서는 조직 내에서 기회나 투자가 자원을 초과하는 지점, 다시 말해서 조직이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지점을 찾아낸다. ALL이 찾아낸 병목 구간인 자본예산이 그렇듯 병목 구간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묘사할 수도 있다. 좀 더 포괄적인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하위 단계가 병목 구간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본 연구에 동참한 어느 기업은 먼저 고객 확보에 주력했지만 머지않아 제안 예비 분석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짚고 넘어가자. 병목 구간은 포괄적인 포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한정적이고 명확한 프로세스 혹은 프로세스 단계여야 한다. 품질 개선과 같이 모호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직 곳곳에서 수천 건에 달하는 결정과 활동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활동을 포괄하는 규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명료한 규칙이 아니라 듣기 좋은 수많은 규칙이 생겨나게 된다. 가령,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반드시 기존의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와 같은 규칙이 아니라품질 개선에 도움되는 우수한 관행을 찾아내고 보상을 제공하라와 같은 규칙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조직들은 여러 개의 병목 구간에 직면한다. 여러 기능 부문을 조화롭게 잇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인재와 현금, 경영진의 관심, 역량을 갖춘 기업은 없다. 관리자들이 모든 제약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순한 규칙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관리자들은 단순한 규칙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1∼2개의 중요한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가장 중요한 병목 구간을 찾아내려면 어느 정도 연구가 필요하다.

 

디자인 전문기업 아이데오(IDEO)는 설립 초기에 다수의 고객들이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서둘러 원형 개발에 돌입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차례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데오의 설립자들은 자사에 가장 부족한 자원이 뛰어난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그와 더불어 초반에 브레인스토밍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뛰어난 아이디어를 발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이데오의 설립자들은 브레인스토밍이 전략적 병목 구간이라고 결론 내렸다. 설립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규칙을 만든 다음 아이데오 회의실 벽에 새겨 넣었다. 아이데오 설립자들이 개발한 단순한 규칙으로는판단을 연기하라’ ‘엉뚱한 생각을 장려하라’ ‘양을 추구하라등이 있다.

 

의견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라.필자들은 단순한 규칙을 만들기 전에 관리자들에게 어떤 규칙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적어보라고 한다. 관리자들이 내놓는 답은 거의 항상 옳지 않다. 즉흥적인 규칙은 대개 최근의 경험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하며, 개인적인 편견을 반영하고, 이례적인 데이터를 무시한다. 반면 최고의 규칙은 과거의 경험을 주의 깊게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기업이 분석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전략적 사건(: 인수, 협력 관계, 신제품 출시)을 경험하는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표본의 크기가 작으면 통계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사건을 세심하게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가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소수의 사건을 비교할 때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었으며, 어떤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제철업계의 큰손 락시미 미탈(Lakshmi Mittal)은 초창기에 인도네시아, 트리니다드, 멕시코 등에서 인수를 추진했다. 이 같은 인수 경험은 미탈(Mittal) 경영팀이 향후에 기업을 인수할 때 지침으로 삼을 규칙을 성문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미탈 경영팀은 분석을 통해 최고의 거래가 성사된 곳은 다른 철강업체들이 외면한 신흥시장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미탈 경영팀은 그동안 간과한 인수 후보를 찾아내기 위해 지구 곳곳을 샅샅이 뒤지는 일을 첫 번째 규칙으로 정했다. 또한 미탈은 철 펠렛과 전기로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활용하면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발견은 철 펠렛을 사용하는 소규모 제철소를 선택해야 한다는 또 다른 규칙으로 이어졌다.

 

직접적인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어느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irm)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초기 단계 독립 발전소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했다. 사실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아프리카에서 제한적인 경험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사모투자전문회사 경영팀은 기회 선별을 위한 규칙을 정하기 위해 자사가 목표하는 거래와 유사한 9개의 거래를 선택했다. 9건의 거래 중 3건은 성공적인 거래, 3건은 평균 수준의 거래, 나머지 3건은 성공적이지 않은 거래였다. 경영팀은 어떤 요인이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공개 데이터를 수집하고 100회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사모투자전문회사 경영팀은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협력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분석을 진행한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규모가 큰 에너지 기업들이 자사와 다른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런 기업들은 기술적인 영향력이나 재정적인 영향력을 활용해 프로젝트의 안건을 장악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경영팀은 이 같은 통찰력을 성문화해 규칙을 만든 다음 규칙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이전에 진행했던 또 다른 몇몇 에너지 프로젝트에 규칙을 대입했다.

 

사용자가 직접 규칙을 만들어라.관리자는 본능적으로 규칙의 초안을 작성한 다음 명령 체계에 따라 조직 하부로 내려 보낸다. 하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CEO가 규칙의 내용을 정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서 있으며 규칙을 활용해 상의하달 방식으로 조직을 통제해야 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잘못된 가정이다. 규칙을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은 실시간으로 규칙을 시험하고 규칙이 너무 모호하거나, 한정적이거나, 복잡하지 않은지 평가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규칙을 개발하도록 정해 두면 다기능팀이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스크릴(Skrill)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스크릴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주 고객인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을 공략하는 차원을 넘어서 스카이프(Skype), 페이스북(Facebook) 등 디지털 서비스 공급업체들과 거래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 스크릴이 개발할 수 있는 지불 방법은 무려 수백 개에 달했다. 어떤 기회를 추구할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취사선택이 필요했다. (가령, 특정 방안이 신규 고객에게 미칠 영향과 기존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비교하고 사용의 편의성과 잠재 시장의 규모를 비교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도입할 지불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병목 구간이 됐다.

 

CEO COO는 운영, 법률, 마케팅 부서의 대표자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다기능팀을 꾸렸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팀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기능 부문이 여러 대안을 평가할 때 어떤 규칙을 사용할 계획인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 팀은 두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모든 아이디어를 놓고 협상을 하며 몇 개의 규칙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을 통해고객이 5단계 이내로 지불을 끝낼 수 있어야 한다’ ‘1명 이상의 고객이 해당 지불 방식을 요청한 적이 있어야 한다와 같은 몇 가지 규칙이 탄생했다. 협상은 치열했다. 하지만 그동안 어떤 가정이 여러 기능 부문의 조화로운 협동을 방해해 왔는지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

 

고위급 경영자들이 직접 규칙을 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규칙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크릴의 CEO COO는 신중하게 팀을 꾸려 스크릴에 단순한 규칙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각 구성원에게 설명했다. 사실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것은 곧 단순한 규칙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다. 고위급 경영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단순한 규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 먼저 담당팀이 제대로 규칙을 개발하거나 활용할 것이라고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재량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고, 결정의 기준이 모호한 채로 남아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지지를 보내야 할 관리자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노골적인 적대감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단순한 규칙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규칙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규칙을 만들기 위해 정교한 통계 모형이나 철저한 분석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거나 까다로워서는 안 된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어떤 야구선수를 뽑아야 할지 탁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회귀분석을 활용했다. 통계기법 자체는 매우 복잡한 것이었지만 빈은 오랫동안 인재 발굴을 담당해 온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용어로 선수 영입을 위한 자신의 규칙을 표현했다. 가령, 빈은고등학교 선수는 안 된다라거나알코올 중독과 같이 구단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있는 선수는 안 된다라는 식의 규칙을 적용했다.

 

구체적인 규칙이 아주 단순한/아니오의 형태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독일 제조업체 바이마 마시네바우(Weima Maschinenbau)는 어떤 제품 문의에 응답할지 결정을 내릴 때 이 같은 방법을 활용했다. 예컨대, 가격이 4만 유로 이하인 표준 제품에 대한 요구가 있을 시에는 즉시 승인을 했으며 제품 운송 전에 고객이 가격의 70% 이상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에는 거래를 고려하지 않았다. 규칙이 어떤 질문에 대해 논의해야 할지 알려주는 지침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마 마시네바우가 자사로 들어오는 잠재 주문을 선별하기 위해 활용한 또 다른 규칙은 기계 설치 및 서비스와 관련된 간접 비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규칙 덕에 중개인들과 영업사원들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설치 과정에 대한 지식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모호한 언어(‘혁신적인’ ‘전략적인’)나 경영 부문의 유행어(‘시너지’ ‘컨버전스’)를 사용하는 규칙은 경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분석을 요구하는 규칙(: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가 0보다 커야 한다는 주장)도 피해야 한다.

 

 

 

 

규칙은 발전해야 한다.시간이 흐르면 기업과 시장이 변하게 마련이며 관리자들 역시 자사의 전략이 실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단순한 규칙 역시 이런 변화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를 장려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제대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독일의 강철 대들보 제조업체 필리그란(Filigran)의 최고경영팀 구성원들은 매달 자리를 마련해 가정과 선택, 결과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단순한 규칙을 개선할 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논의한다.

 

규칙의 수를 제한하는 방법 또한 지속적인 논의를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규칙을 실행하다 보면 새롭게 습득한 지식을 규칙에 반영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서 규칙의 숫자 자체를 제한하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규칙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현실 속에서 규칙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지침에서 좀 더 미묘한 규칙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처음에는 기회를 정의하고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규칙을 활용했으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 위해 규칙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제로 규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깨닫고 기존의 규칙을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폴란드의 유명한 온라인 채용업체 프라쿠즈(Pracuj)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프라쿠즈는 제한적인 엔지니어링 자원 때문에 시장 기회를 붙들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했다. 프라쿠즈의 다기능팀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단순한 규칙을 개발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모든 신제품은 기업의 우선순위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2개 이상의 부서가 프로젝트를 지원해야 한다등이 있다. 몇 달 동안 실제로 규칙을 적용해 본 프라쿠즈의 관리자는 규칙이 지나치게 미세한 필터의 역할을 하며 혁신적인 계획을 걸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느꼈다. 결국, 프라쿠즈의 다기능팀은 또 하나의 규칙을 추가했다. 그 규칙은 바로프로젝트가 프라쿠즈의 비전을 지지하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시장에서 실효성이 입증됐으며, 제한적인 규모로 시험 가능하다면 해당 프로젝트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어떤 규칙도 영원하지 않다. 제아무리 뛰어난 규칙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ALL은 몇 년에 걸친 자본 할당 노력 끝에 자사의 역량을 제한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들을 해결하고 위성 추적, 내장 컴퓨터, 전기 탈선 추적 장치 등 좀 더 수준 높은 기술에 투자할 수 있었다.

 

당신의 회사에서 전략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선반 위라고 답한다면 문제가 있다. 두꺼운 바인더 내에서는 전략이 살아남을 수 없다. 바인더 속에 갇혀 있는 전략은 이내 죽고 만다. 반면, 단순한 규칙은 고동치는 전략의 심장을 나타낸다. 중요한 병목 구간에 적용하고, 세심하게 다듬고, 유의해서 활용한다면, 단순한 규칙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요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세상에서 단순한 규칙을 활용하면 관리자가 실제 활동과 좀 더 잘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 적응력을 강화하고, 조화를 장려할 수 있다.

 

 

도널드 설·캐슬린 M. 아이젠하트

도널드 설(Donald Sull)은 런던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 경영실무 교수이며 격변하는 시장 내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다. 캐슬린 M. 아이젠하트(Kathleen M. Eisenhardt)는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스탠퍼드 W. 아셔먼 M.D. 교수(Stanford W. Ascherman M.D. Professor)이며 스탠퍼드 기술 벤처 프로그램(Stanford Technology Ventures Program) 공동 책임자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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