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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더이상 돈주머니 아니다 CSV 가격 책정으로 마음을 얻어라

마르코 버티니,존 거빌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6월 호에 실린 마르코 버티니와 존 거빌의 글 ‘Pricing to create shared valu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대부분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다. 보험사, 금융회사부터 통신사,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기업은 모든 거래에서 뜯어낼 수 있는 건 다 뜯어내기 위해 가격정책을 이용한다. 항공사가 어떻게 가격을 뽑아내는지 예를 들어보자. 고객이 항공권을 사는 순간부터 서서히 쥐어짜기가 시작된다.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좌석을 원합니까? 돈을 내세요. 가방을 부치고 싶나요? 돈을 내세요. 베개나 먹을 것을 원하세요? 돈을 내세요. 이런 식의 적대적인 방법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가격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격 정보를 파헤치고 퍼뜨리며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정책이 있으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널리 알린다. 기업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버리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 다음 기업의 사례를 생각해보라:

 

2011 9월 직불카드에 매월 5달러씩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그 계획을 곧 철회했다. 하지만 은행은 이미 악영향을 받았다. 2011년 말 수개월간 계좌 해지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2011 7월 넷플릭스가 DVD 대여와 비디오 스트림을 동시에 한 고객들에게 60% 가격 인상을 실행하자 80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을 취소했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70% 이상 감소했다.

 

2008년 막스앤스펜서는 빅사이즈 브래지어에 2파운드씩 추가 비용을 받기로 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 영국 기업은 처음에는 높은 원가를 이유로 결정을 고집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난이 확산되자 고개를 숙이고사이즈에 상관없이 동일 가격정책을 실행하고 모든 브래지어에 한 달간 25% 할인행사를 했다.

 

이런 일은 기업에 엄청난 과제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미심쩍은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거부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시장에서의 가치를 크기가 정해진 파이로 간주해왔으며 고객이 내줄 의도가 있는 것을 가능한 많이 가져오기 위해 고객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뜯어내는 가치는 고객이 놓치는 가치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그들이 가치의 정당한 소유자이며 시장이 받아들인다면 얼마든지 가격을 매길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가격책정을 최적화의 문제로 다뤄왔고 이익을 추구하고 기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정보나 이해의 부족, 제한된 관심, 선택권의 제한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가치란 기업에서만 나오거나 기업에 속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고객이 없다면 가치도 없다. 그러므로 기업은 고객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게다가 가치는 대개의 기업들이 생각하는 대로 크기가 정해진 파이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할인행사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게 만들 뿐 아니라 브랜드를 홍보하고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듯이 고객과의 협동을 통해 크기를 키울 수 있다. 2011 1-2월 호에 실린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에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지적했듯공유가치는 기업들이 이미 창출한 가치를공유하는 재분배적인 접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가치란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전체 크기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그들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언어, 즉 가격책정을 완벽히 해가며 공유가치 창출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기업과 고객에게 있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소비자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가격보다 더 강한 신호는 없다. 브랜드 캠페인이 종종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영리한 시도로 치부되는 반면 가격은 고객을 조종할 수 있는, 행동의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기업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메시지들은 가치를 파괴하며 고객을 몰아낼 수도 있고 우리가 앞으로 보여주겠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이렇게 확대된 가치 풀(pool)은 기업들에 새로운 수익, 고객만족과 충성도 증대, 긍정적인 입소문, 비용 절감 및 다른 여러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공격적인 가격책정이 단기적인 면에서 가져오는 효과는 잘 입증돼 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막스앤스펜서, 넷플릭스 및 수많은 다른 기업들이 교훈을 얻었듯 이것은 지속가능하며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 가치를 공유하는 가격정책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필수요건이다.

 

가격정책의 실제

전통적인 가격정책은 태생적으로 적대적이지만 사회적인 면을 인식하는 협동 작업이 돼야 한다. 기업은 여전히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완전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는 건조한숫자놀음을 넘어 수익창출방식을 인간적으로 만들어서 추가적인 가치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고객을 가치창출의 파트너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늘리고 그들이 찾는 가치, 그리고 기업이 어떻게 그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지에 통찰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전체 파이는 커지고 기업과 고객이 모두 이익을 얻는다.

 

가격을 책정할 때 공유가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어떤 것인가? 12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16일 동안 2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 2012년 런던올림픽을 살펴보자.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파운드에서 2012파운드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800만 장의 입장권을 팔았다. 조직위원회의 공식 목표는 수익을 넘어 2012년 올림픽을모두의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명백한 사회적 미션을 위해서는 창조적이면서도 공유가치를 위한 접근법을 통해 복잡한 가격책정이라는 과제를 다뤄야 한다.

 

이런 과제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면하는 일이다. 다만 (올림픽위원회의 가격 책정은) 대중의 엄격한 감시하에 촉박한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처럼 공유가치를 목표로 천명한 회사는 거의 없지만 이들이 수년에 걸쳐 진행한 가격책정에서 배울 점이 있다. (‘런던올림픽 가격책정의 교훈참조.) HBS 강의 케이스에서 2012년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심층 연구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모든 기업이 유용하게 도입할 수 있는 가격책정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거래가 아니라 관계에 집중하라.

소비자들은 종종 그들이 구매하는 브랜드에 몰입한다. 기업들도 단순히 거래적인 관계만 맺는 고객보다 단골 고객을 선호하며 이를 장려한다. 하지만 가격책정은 종종 브랜드와 추종자 사이의 관계를 약하게 만든다. 기업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는당신을 인간적으로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는 반면 가격정책에 있어서는당신을 돈주머니로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객들은 이런 불일치를 즉시 알아차리고 이에 걸맞게 반응한다.

 

1990년 미국에 설립된 영리기업 월드 트라이애슬론 코퍼레이션(World Triathlon Corporation·WTC)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아이언맨(Ironman)이라는 브랜드로 철인 3종 경기를 조직하고 홍보하며 라이선스 사업을 한다. 철인 3종 경기와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아이언맨은 극한의 육체적 도전과 극기훈련을 통한 동지애를 의미했다. 하지만 2008년 사모펀드가 WTC를 인수한 후부터 충성스런 추종자들은 이러한 핵심 가치에서 상업화로의 이동을 감지했다. 우선 WTC는 아이언맨 경기의 하프코스만 완주한 사람들도아이언맨으로 불리도록 했다. 둘째, 라이선스 계약을 크게 늘려 매트, 향수, 조깅용 유모차 등 의아한 제품에도 아이언맨 브랜드를 붙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2010 10, 참가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아이언맨 경기에 연회비 1000달러를 내면 특별히 참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언맨 액세스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이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열혈 철인 3종 애호가들은 이런 시도를 브랜드의 진실한 성격과 맞지 않는 돈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합리화하려는 WTC의 모든 시도를 거부하고 온라인 시위를 통해 WTC가 도입 다음날 바로 프로그램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상업화 시도를 본 철인 3종 애호가들은 WTC가 아이언맨 브랜드를 지속하게 한 고객과의 관계보다는 브랜드로 돈을 버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WTC의 행보를 유럽의 고급 전동 공구 업체인 힐티사와 비교해보자. 건설회사에 공구를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던 업계에서 힐티는 서비스를 팔기로 했다. 힐티의 플릿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고객은 각 사업모델에 맞는 월 회비를 내고 공구를 사용하고 관련 서비스 및 수리를 받을 수 있다. 플릿 매니지먼트의 출시 배경에는 건설회사들이 공구의 소유보다는 공구 사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산성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힐티의 접근법은여러분의 공구는 우리가 관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사업에 매진하십시오라는 슬로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공구를 직접 소유하는 일의 성가심을 없애는 대신 힐티는 고객의 금융계획을 단순화하고 행정에 소요되는 업무와 시간공백을 줄여줬다. 고객들은 힐티와의 관계에서 고품질 공구 사용을 통한 전문성 함양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무형의 가치를 얻었다고 말한다.

 

힐티의 프로그램은 공유가치적 접근법의 교과서와 같은 사례다. 이 회사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줘서, 즉 거래보다는 관계에 집중해서 고객에게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해주고 시장점유율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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