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Making Time Management The Organization’s Prior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최근 어느 다국적 기업에서 중요한 전략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경영진은 해당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책임자로 재능 있고 전도 유망한 임원을 지목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경영진이 지목한 임원은 이미 하루에 18시간씩, 주 5일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경영진이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자 CEO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0시간이 더 남아 있는데다 주말에는 추가로 48시간의 여유가 있다”라고 사무적으로 답했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로 들릴 수도 있다. 사실 이 사례의 기저에 깔려 있는 시간 부족 문제는 오래 전부터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만성적인 문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간 부족 문제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통신기기를 통해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환경, 글로벌 조직1 이라는 특성상 나날이 증대되는 복잡성,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압박이 더해지자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필자들은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진심으로 시간 부족이라는 도전과제를 해결하고픈 의지를 갖고 있는 리더라면 시간관리가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고 조직 차원에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관리는 기업의 통제 범위 밖에 위치한 개인의 생산성 관련 문제가 아니다. 시간관리는 점차 조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간관리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기업 구조 및 기업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는 곧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고위급 경영팀은 ‘시간 예산’을 짜고 공식적인 업무 할당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다. 리더들은 통제 범위, 역할, 의사 결정권 등 조직 설계 문제를 해결할 때 시간 관련 요소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은 리더 개개인에게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위한 도구를 공급하고 리더들이 효과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고픈 욕구를 느끼도록 장려책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동급최강 수준의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등 조직적인 차원에서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최근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몰두하면서 행정 지원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접근방법이 그 자체로서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재 부족 현상에 직면한 임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너무 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중요한 신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여력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접근방법이 특히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조직적인 차원에서 시간관리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최근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등 오늘날 시간관리가 직면한 도전과제의 본질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시간이 ‘무한한’ 자원이라는 착각
필자들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약 1500명의 임원들을2 상대로 업무시간을 어떻게 할애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자신이 업무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다소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고 전체 응답자 중 약 3분의 1이 ‘매우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자신이 업무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2%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절반은 조직의 전략 방향을 이끌어나가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2개의 데이터에는 시간관리 문제가 비단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유한하고 측정 가능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간을 이런 자원으로 대하는 조직이 매우 드문 만큼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과 자본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예컨대, 자본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수의 기회를 확보한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회를 모두 활용하려면 총 20억 달러가 필요하고 모든 기회의 순현재가치는 0보다 크며 어떤 기회를 택하든 단기간 내에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 기업은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가장 중요한 여러 기회를 중요도순으로 정리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것을 연기할지 결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추가로 자본을 조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반면 경영진의 시간은 무한한 자원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경영진에게 새로운 기회를 추진해 나갈 여력이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좋은 기회가 나타나기만 하면 무조건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다. 그러니 업무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끼는 리더가 소수에 불과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설문조사 내용을 분할 분석한 결과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의 존재가 밝혀졌을 뿐 아니라 불만스러워하는 임원이 각기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네 부류로 나눠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들은 ‘온라인 중독자’ ‘수다쟁이’ ‘치어리더’ ‘소방관’으로 나눌 수 있다. 잠시 후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각 부류의 임원들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보면 조직이 어떤 식으로 시간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각 유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시간관리: 좌절의 4대 유형’을 참고하기 바란다.)
과부하 현상
수많은 현대 조직에서 대규모 전략계획(strategic initiative) 및 특별 프로젝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무한한 자원이라는 믿음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깨닫고 있다. 전략계획과 특별 프로젝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자 전략계획 과부하 현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본업’ 외에 프로젝트를 추가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략계획 과부하 현상은 예상치 못한 온갖 결과를 초래한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는가 하면 기회가 사라지기도 하고 리더가 성공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이 변화 피로(change fatigue)에 시달리다 못해 가장 기초적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올 계획을 실행할 에너지조차 부족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불만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임원(특히 소방관과 온라인 중독자)들은 성공적인 계획 진행에 도움이 되는 일대일 대화와 팀 단위의 상호 작용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온라인 중독자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직속 부하와 어울리는 데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 일대일 대화건, 단체 대화건 마찬가지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이 온라인 중독자의 업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온라인 중독자가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경로는 e메일, 다른 형태의 비동기식(asynchronous: 실시간이 아닌) 메시지 전송 방식, 전화다. 모두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직접 대면을 통한 실제 대화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럭저럭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간이 무한한 자원이라는 착각에 빠져 무신경한 태도로 접근한 탓에 맞닥뜨리게 되는 또 다른 예기치 못한 결과가 있다. 조직 차원에서 개별 관리자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돕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직무를 맡은 첫째 날, A가 어떻게 일을 해나갈지 상상해 보자. A는 훈련과 적응프로그램을 거쳐 사무실에 배치를 받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A가 해야 할 업무, A의 업무 스케줄, A와 관련이 있는 결정, A가 가야 할 곳, A가 대화해야 할 대상, A가 검토해야 할 정보(검토 기간), A가 참석해야 할 회의 등은 어떻게 결정될까?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십중팔구는 받은편지함에 들어 있는 e메일과 회의 초청이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가끔 순서가 바뀔 뿐 항목 자체는 대개 그대로다).
업무일정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를 분석하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예: 영업사원, 거래원, 매장 관리자, 지역 담당 부사장) 각자 어떤 식으로 업무 시간을 할애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대조적인 방식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지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다지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매우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 결과에 미뤄보면 불만을 갖고 있는 네 부류의 임원 모두가 자유방임주의적인 방식으로 시간관리에 접근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다쟁이(CEO가 대표적)와 치어리더(한 직급 낮은 최고위급 임원인 경우가 많음)에게서 이런 문제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다쟁이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외부 이해관계자인 경우가 많음)들과 직접 대면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치어리더는 직원들과 상호 작용하고, 직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업무시간 중 20% 이상을 할애한다(불만을 갖고 있는 다른 부류의 임원들보다 높은 편이다).
이번에는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자. 치어리더는 다른 부류의 임원들과 비교했을 때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적은 편이다. 수다쟁이는 상호 작용 시간 중 80% 이상을 직접 대면이나 전화 통화에 할애한다. 수다쟁이들은 다양한 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생각을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전체 업무 시간 중 10% 이하만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데 할애하는 치어리더 또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결론은 그럭저럭 노력을 하고 중요해 보이는 활동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해서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위급 임원이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골치 아픈 결과를 초래하는 잘못된 교환
조직이 시간 및 역할 분배에 명확한 관심을 쏟지 않은 채 무작정 새로운 계획을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져 임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세부적인 관리에 매몰된 사례’ 참조.)
기업이 무작정 ‘관리 직급 간소화(delayering)’ 원칙을 적용해 시간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필자들이 살펴본 조직 C는 조직 내 모든 부문에 ‘7의 원칙(각 관리자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직속 부하의 수가 7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C는 관리 업무의 유형에 따라 사람들을 감독하고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데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리더가 2∼3명 이상의 직속 부하를 거느리기 힘든 경우(예: 재무 조직에서 매우 복잡한 국제 세금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20명 이상의 직속 부하를 관리할 수 있는 경우(예: 매우 단순한 콜센터 업무와 같이 직원들이 잘 훈련돼 있고 대개 자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직속 부하의 수가 7명 정도일 때 업무가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간단 명료한 원칙을 적용하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관리해야 할 직속 부하의 수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세세한 업무까지 관리하려 들거나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해 조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부하직원을 관리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관리자는 예외 관리에 치중하고(어떤 일이 계획에서 상당히 벗어난 경우에만 행동에 돌입하는 방식) 쉴 새 없이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할 수도 있다.
불만을 갖고 있는 네 부류의 임원 중 소방관 유형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빈번하게 관찰됐다. 총괄 관리자가 이 범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사항들을 관리하고 e메일과 전화를 통해 소위 위기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처하며 사무실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관리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수다쟁이의 경우 이런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 시간의 13%인 반면 소방관은 이런 활동에 전체 업무 시간의 약 40%를 할애한다.) 이런 부류의 임원들은 대체로 단기적인 문제와 가까운 미래와 관련된 운영 결정에 집중해야 하며 전략과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별다른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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