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IESE 경영대학원 조교수 에브게니 캐거너(Evgeny Kaganer), 코가드 경영대학원 교수 에란 카멜(Erran Carmel), E.J. 아울소 경영대학원 특훈교수 루디 히르셰임(Rudy Hirscheim), W.P. 캐리 경영대학원 정보 시스템 임상 조교수 티머시 올슨(Timothy Olsen)의 글 ‘Managing the Human Cloud’를 번역한 것입니다.
체이스 리프(Chase Rief)는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에서 규모가 작은 미디어 회사를 운영한다. 어쩌면 ‘뉴포트 비치에서’라기보다 ‘뉴포트 비치를 기반으로’라고 표현하는 편이 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리프 미디어(Rief Media)에서 활동하는 14명의 직원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 리프 미디어 직원들은 모두 오데스크(oDesk)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채용된 독립 계약자들이다. 리프 미디어와 반대로 규모가 큰 회사 가운데 같은 방식으로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대형 생명보험 기업 아혼(Aegon)이 있다. 아혼은 300명에 달하는 가상 대리인(virtual agents)들로 구성된 주문 요청 인력(on-demand workforce)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온라인 중개 서비스 업체 라이브옵스(LiveOps)를 통해 이들을 관리한다. 이들은 아혼의 직원이 아니다. 하지만 라이브옵스의 라우팅 소프트웨어를 통해 착발신 전화(inbound and outbound calling)를 처리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IT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이었다. 그 다음에 나타난 게 오프쇼어 아웃소싱이었다. 이제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가 각광을 받고 있다. 리프 미디어에서부터 아혼에 이르는 다양한 기업들이 사용 중인 제3세대 소싱 생태계 휴먼 클라우드의 중심에는 온라인 중개업체가 있다. 휴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중개업체는 수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상 근로자를 확보해 관심 있는 구매자에게 다양한 부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클라우드 근로자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콘텐츠 생성, 판매와 마케팅, 디자인과 최적화 등이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업계 보고서에 의하면 휴먼 클라우드를 통해 최소한 15개의 주요 노동 범주를 처리할 수 있다.1
(그림 1)
휴먼 클라우드는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의 세계 시장 매출은 2010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53%, 2011년에는 74% 증가했다. 플랫폼과 중개 서비스 업체의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협의의 정의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2011년에는 활발하게 운영되던 플랫폼이 40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그 숫자가 100개를 넘어섰다.
일부 분석가들은 휴먼 클라우드가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보다 훨씬 파괴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휴먼 클라우드가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뜯어고치고, 조직 경계를 수정하고, 세계 노동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믿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의 발전 양상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필자들은 이런 부류의 분석가들이 제시하는 흥미진진한 예측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휴먼 클라우드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앞으로 갈 길이 좀 더 험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 내용’ 참조.) 과거에 아웃소싱 바람이 불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휴먼 클라우드가 갖고 있는 위력을 적극 활용하려면 주요 소싱 이해관계자(구매자와 공급자)들이 새로운 부류의 모범 관행과 구조를 발전시키고 받아들여야 한다.
휴먼 클라우드의 기원
휴먼 클라우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휴먼 클라우드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하며 휴먼 클라우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현상이 2개나 등장한 바 있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과 마이크로소싱(microsourcing)이 바로 그것이다.2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면 과거에는 사내에서 처리했던 일을 좀 더 규모가 크고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인력 집단에 넘길 수 있다.3 위키피디아(Wikipedia), 아이스탁포토(iStockphoto) 등 몇 가지 유명한 사례를 통해 크라우드소싱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이 전통적인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컨대,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도 성공적으로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했다. 나사는 클릭워커스(Clickworker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화성 지형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대개 크라우드소싱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금전 보상을 제공받거나 보장받지 않는다.
마이크로소싱은 구매자가 인터넷을 통해 유료 프로젝트나 부분적인 업무를 맡아줄 개인이나 소규모 공급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마이크로소싱이 맨 처음 등장했을 무렵에는 프리랜서를 위한 온라인 시장의 개념으로 여겨졌다. 기본적으로 이베이(eBay)와 유사한 방식이었지만 구매자와 공급자가 물건이 아닌 서비스를 교환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마이크로소싱은 단일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의 일대일 관계를 기반으로 하며 범위와 규모가 제한적인 직무가 마이크로소싱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맨 처음 공급자를 찾을 때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다수의 잠재 근로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싱은 크라우드소싱과 비슷하다.
하지만 가상의 노동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소싱과 마이크로소싱이 처음 등장한 12년여 전부터 지금까지 기업들은 가상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인지된 위험과 제한적인 대규모 프로젝트 처리 역량이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가상 세계를 통해서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공급자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방식을 통해 노동력을 찾는 기업 임원 A가 필자들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을 업무에 참여시키려면 ‘맹목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A는 직접 악수를 나눌 수도 없고 훈련을 시킬 수도 없는 공급자들과 함께 일을 하도록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A는 “크라우드소싱을 제안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발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하게도 예산이 적고 마감이 빠듯하지 않은 프로젝트만 크라우드소싱하는 조직이 많다.
복잡하고 규모가 큰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크라우드소싱과 마이크로소싱의 역량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가령, 마이크로소싱은 단일 구매자, 단일 공급자, 명확하게 정의된 최종 결과물로 구성된 양자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마이크로소싱 플랫폼은 두 당사자를 이어주기 위해 간단하고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하지만 협력과 조정에는 제한적인 도움이 될 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마이크로소싱은 단일 공급자가 완수할 수 있는 제한적인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좀 더 보편적인 형태의 업무, 즉 다양한 기술 간의 조정을 요구하는 여러 건의 상호 연결적인 업무나 지지, 업무 지원, 인프라 유지 등 참여 기반 서비스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먼 클라우드의 진화
주요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들은 좀 더 많은 숫자의 잠재 구매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와 같은 장애물을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을 약속하는 4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표 1)
촉진자 모형: 공급자 투명성.촉진자 모형은 마이크로소싱을 대체하는 모형이다. 촉진자 모형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은 구매자들이 인지하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공급자의 익명성 완화를 위한 특성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렇다고 해도 구매자들이 공급자를 오프라인상에서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공급 후보자에 대한 다량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랜스(Elance), 오데스크 등 촉진자 플랫폼은 공급자들이 업무적/개인적 배경을 공유하고, 포트폴리오와 소득 기록을 과시해, 표준화된 테스트를 통해 기술을 검증해 보일 수 있게 하는 틀을 개발했다. 구매자는 채용을 결정하기 전에 공급자를 인터뷰할 수도 있다.
촉진자 플랫폼 덕에 구매자도 한층 투명하게 업무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이랜스는 구매자가 프로젝트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공급자로부터 현황 보고서를 받아 각 단계를 완수할 때마다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오데스크는 공급자의 온라인 업무 활동을 감시하고 공급자가 각 업무에 할당한 시간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정교한 원격 업무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가상 계기판을 활용하면 구매자가 여러 공급자를 팀으로 묶어 좀 더 복잡한 직무 및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리프미디어 같은 업체들은 이런 특성 덕에 자신감을 갖고 가상 인력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중재자 모형: 공급자 중복성.체계가 없고 평가가 어려우며 디자인이나 R&D와 같이 특수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기업이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프로젝트의 결과가 대개 불확실하다. 또한 프로젝트의 질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다른 대안과 비교해 봐야 한다. 글로벌 인재를 활용해 다양하고 숙련된 공급자를 동일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방안은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휴먼 클라우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기업 외에는 이런 방안을 활용할 수 없었다.
필자들이 중재자 모형이라고 부르는 휴먼 클라우드 모형은 이런 방안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재자 모형은 구매자들에게 필요할 때 경쟁이나 경연대회를 통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숙련된 공급자들로 구성된 전문화된 공급자 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매자는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다양한 데이터나 제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가장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 중심 선택 방안은 구매자의 인지 위험을 대폭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주요 플랫폼 중 한 곳인 크라우드스프링(crowdSPRING)은 창의적인 디자이너들로 이뤄진 글로벌 커뮤니티와 구매자를 이어준다. 로고 디자인에서 출발한 크라우드스프링은 광고 문안 작성, 웹사이트 디자인,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LG전자는 미래형 휴대전화를 디자인할 목적으로 크라우드스프링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글로벌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LG전자는 2010년에 열린 경연대회를 통해 LG 사내 심사단이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디자인을 400개 이상 발굴했다. 중재자 모형을 기반으로 하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는 매사추세츠에 위치해 있으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를 들 수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을 위해 해결되지 않은 R&D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는 과학자와 연구 전문가 등이 이노센티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한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