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7∼8월 호에 실린 글로벌 컨설팅 기업 CEB 상무이사 브렌트 애덤슨(Brent Adamson), 전무이사 매튜 딕슨(Matthew Dixon), 연구이사 니컬러스 토먼(Nicholas Toman)의 글 ‘The End of Solution Sal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요즘 B2B 비즈니스를 힘들게 하는 최대 위협 요인은 고객이 영업사원의 도움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영업사원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고 고객에게 ‘솔루션(대개 제품과 서비스를 복잡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을 판매하는 데 점차 능숙해졌다. 자사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고객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달팀의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구매 컨설턴트들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게 된 탓에 기업들이 자사를 위한 솔루션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코퍼레이트 이그제큐티브 보드(Corporate Executive Board, 이하 CEB)는 최근 1400개의 B2B 고객 기업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B2B 고객 기업이 공급업체와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반적인 구매 결정(연구 솔루션, 순위 선택, 설정 요건, 벤치마킹 가격 책정 등)을 평균 약 60% 정도 마무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세상에서 스타 ‘솔루션 영업사원’은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골칫거리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IT에서부터 보험,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에 이르는 다양한 업계에서 활동하는 고객들이 자사에 ‘도움을 주는’ 영업사원들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업하는 영업사원들은 이런 환경하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일부 영업사원들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번성하고 있다. 우수한 영업사원들은 영업 조직 내에서 익힌 통념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우수한 영업사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 다른 영업사원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기준을 바탕으로 잠재 고객을 평가하며 자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민첩한 조직을 목표로 삼는다.
●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우호적인 정보원보다 회의적인 변화촉진자(change agent)를 선호한다.
● 구매 프로세스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 변화촉진자들에게 구매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런 부류의 영업 전문가들은 단순히 좀 더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영업사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판매한다. 이는 곧 평균적인 영업사원들의 성과를 개선하려면 이들의 판매 방식을 개선하기보다 완전히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은 이를 위해서 영업사원 훈련 및 지원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통찰력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
1980년대부터 만연한 종래의 솔루션 판매 방식하에서 영업사원들은 명확하게 밝혀진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 솔루션이 경쟁자가 제시하는 솔루션보다 좋은 이유를 설명하도록 훈련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매우 실용적인 접근방법이 탄생한다. 먼저 영업사원은 문제(영업사원이 소속된 공급업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고객을 파악한다. 다음에는 당장 행동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 고객에게 우선순위를 둔다. 그런 다음, 자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와 연관 짓는 데 도움이 되는 ‘고리’를 찾아낸다. 이 접근방법에서 고객 조직에서 일하는 내부자 중 고객 조직을 이끌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지지자 혹은 코치)을 찾아내는 영업사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들은 과거의 구매 방식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멀어지고 있으며 영업사원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가격 위주 업무를 떠안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이테크 조직에서 일하는 어느 CSO(Chief Strategy Officer·최고전략책임자)는 필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회사 고객들은 자사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솔루션에 관한 심도 깊은 제안 요청서로 무장해 우리 회사를 찾아온다. 영업과 관련된 대화 중 상당 부분이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대화로 바뀌고 있다.” 영업사원은 고객이 자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훨씬 전부터 고객을 상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여러모로 봤을 때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객의 제안 요청서보다 앞서나가는 전략은 영업 자체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이런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긴 했지만 이 전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EB는 우수한 성과를 내는 영업사원(할당 성취 기준 상위 20%에 속하는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식이 다른 영업사원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기 위해 3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필자들은 첫 번째 연구에서 모든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83개 기업에서 근무하는 6000명 이상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기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해관계자를 목표로 삼고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끌고, 영업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방법을 조사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 필자들은 공식적인 구매팀 및 비공식적인 구매팀의 다양한 구조 및 영향을 파악할 목적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하는 약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복잡한 구매 시나리오를 조사했다. 세 번째 연구에서 필자들은 특정한 유형의 이해관계자가 조직의 구매 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복잡한 B2B 구매 상황과 관련돼 있으며 고객 조직에서 근무하는 700명 이상의 이해관계자를 연구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최우수 영업사원들은 전통적인 영업 전술을 버리고 앞서 언급한 3개의 전략을 토대로 하는 참신하고 급진적인 영업 접근방법을 고안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부터 각각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략 1 ‘기성 수요(established demand)’의 덫을 피하라.
대부분의 조직은 자사 영업사원들에게 고위급 경영진이 다음과 같은 3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고객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라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 기준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기준은 목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 기준은 구매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가 확실하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은 대개 쉽게 구별 가능하며 영업사원 및 영업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보통 이 기준을 활용해 성사 가능성이 있는 거래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과 거래의 진척 상황을 예측한다. 영업사원과 관리자가 시간을 할애하고, 전문가의 지원을 할당하고, 제안을 하고, 예상을 개선하는 방법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득점표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미뤄보면 뛰어난 실적을 내는 스타 영업사원들은 이와 같은 전통적인 예측 변수를 높이 사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2개의 비전통적 기준을 강조한다. 첫째, 이들은 고객의 민첩성을 강조한다. 즉 ‘흥미로운 논거가 있을 때 고객이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 있는가, 혹은 변화를 방해하는 구조 및 관계로 인해 방해를 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둘째, 이런 부류의 영업사원들은 외적인 압력(예: 규제 개혁) 때문이건, 내적인 압력(예: 인수, 경영진 교체, 기존의 업무 방식에 대한 만연한 불만) 때문이건 새로운 요구를 갖고 있거나 끊임없는 조직변화 상태에 놓여 있는 고객을 선호한다. 이런 고객들은 이미 기존의 상황을 재검토 중이기 때문에 통찰력을 갈구하며 당연하게도 스타 영업사원들이 제시하는 파괴적인 아이디어에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한다. (‘고객의 사고 방식을 뒤집는 방법’ 참조.) 다시 말해서, 스타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구매 잠재력보다 변화 잠재력을 더욱 중요시한다. 스타 영업사원들은 조기에 개입해 파괴적인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 이미 안정된 수요가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수요를 가진 고객, 즉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지만 행동 방침을 정하기는커녕 반드시 필요한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한 고객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을 목표로 하는 탓에 스타 영업사원들은 영업 프레젠테이션 요청을 평균적인 영업사원들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평균적인 영업사원들은 프레젠테이션 초청을 전도유망한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는 최고의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스타 영업사원들은 프레젠테이션 초청을 말 그대로 초청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서 마음에 드는 판매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객이 진행하는 입찰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기회를 따낸 스타 영업사원들은 논의 자체를 재구성하며 명확하게 정의된 요건을 가진 고객을 새로운 요구 사항을 가진 고객으로 변모시킨다. 뒤늦게 프레젠테이션 초청을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스타 영업사원은 구매 결정을 훨씬 앞선 단계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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