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보스턴대 조직행동 교수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의 글 ‘How to Change an Organization Without Blowing It Up’을 번역한 것입니다.
조직 변화를 위해 빅뱅 우주론(Big Bang theory)과 유사한 접근방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돌연 엄청난 규모의 변화가 시작되며 갑작스런 변화가 위기 대처 방안으로 선택될 때가 많다. 이런 접근방법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마음을 버리도록 갑작스레 충격을 줘야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모범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위급 경영진이 변화를 촉발시키기 위해 긴박감을 조성하거나 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조직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강렬한 열망을 갖고 있는 신임 CEO가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례가 말해주듯 빅뱅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기껏 변화를 위한 전략을 택했으나 직원들은 오히려 불만을 느끼고 새롭게 탄생한 해결 방안도 별 볼 일 없는데다 영속적인 효과조차 미미할 때가 많다.1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반드시 이런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하기보다 ‘일상적인 단절(everyday disconnect,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기대와 실질적인 업무 처리 방식 간의 차이)’을 총체적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하면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단절은 어떻게 하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처럼 규모가 작은 일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그리고 수많은 변화를 한데 엮어주면) 대대적인 쇄신과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결과가 너무 늦게 나타나고 그나마 별다른 도움조차 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실용적인 절충안을 찾아낼 수 있다.
조직 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중도 방안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의 관리자들이 최근까지 조직 변화를 추진할 때는 아예 전면적인 방안을 택하거나(빅뱅) 그렇지 않으면 규모가 작은 방안(지배적인 조직 문화와 분리된 시범 프로젝트)을 택해야 한다는 가정에 사로잡혀 중도 방안을 시도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 경계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좀 더 어렵고 직원들의 이동성이 떨어졌던 과거에는 이런 가정이 타당했을 수도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과거보다 한층 복잡하며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직 내에서 관리자들이 단계적 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고위급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일상적인 단절을 발견하는 직원들의 집단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조직은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긴 하지만 예산 및 시간이라는 제약 조건 내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변화 시도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이런 단절을 찾아내기 위한 방안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필자는 연구를 통해 업무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단절을 발견하고 조직 하부에서부터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3개의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구 내용’ 참조.) 3개의 접근방법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 활용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3개의 기법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3개의 접근방법은 모두 업무 설계, 모범 관행, 훈련 등과 같이 엄격하고 규범적인 활동을 활용하고, 각 활동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된 가정을 배제하며, 이런 활동을 새롭고 더 나은 업무 완수 방식을 찾아내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변모시킨다.
연구를 통해 찾아낸 3개의 기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업무 발견(work discovery): 업무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관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견하게 마련인 예기치 못한 요소를 자산으로 전환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2. 모범 관행(better practices):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적용했을 때 자사 조직 내에서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유심히 관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활용해 좀 더 뛰어난 자사만의 관행을 만들어내야 한다.
3. 시험 훈련(test training): 훈련 기간 동안에는 표준 운영 절차를 통제하기보다 업무 처리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좀 더 뛰어난 가능성을 고심하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훈련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야 한다.
각 기법을 활용할 때 익숙하지 않은 요소와 익숙한 요소를 서로 짝 지어주면 통념적인 가정을 배제하고 추가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 발견 기법을 활용할 때는 관리자의 집무실이라는 익숙한 영역과 현장에서 진행되는 일선 업무라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을 한 쌍으로 묶은 다음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모범 관행 기법을 활용할 때는 다른 조직의 관행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자사 조직 내부로 들여온 다음 현재 자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익숙한 요소)과 비교할 수 있다. 시험 훈련 기법을 활용할 때는 새로운 표준 운영 절차와 훈련 기간 동안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운영 절차를 짝 지어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익숙한 요소와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한 쌍으로 만들어 서로 비교하면 사람들이 익숙한 기대 너머를 생각하고 실제 업무를 바라볼 때도 이미 정해져 있는 규정이나 가정이 아니라 가능성을 중시하게 된다. 이와 같은 3개의 기법을 활용하면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일상적인 단절을 찾아내고, 매우 익숙한 맥락 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고안해낼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인 개선을 이뤄내고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조직 내에서 계속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뤄낸 다음 각각의 조각을 새롭게 짜 맞출 수 있다.
3개의 발견 기법
조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활용 중인 방식 너머를 바라보는 집단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역량은 그동안 개인 차원에서도, 조직 차원에서도 널리 연마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아붓느라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능성을 간과하곤 한다. 그것이 문제다. 저명한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나는 창 밖을 바라볼 때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는 것을 바라본다”2 는 말로 자신의 통찰력을 설명했다. 드러커의 말처럼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는 지금 현재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는 능력(직장에서는 지금 현재 활용 중인 업무 방식 너머의 것을 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역량을 키우려면 먼저 발견 기법을 실행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업무 발견:실제로 업무가 진행되는 곳에서 직접 검토하라. 일선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관찰하려면 고위급 관리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원들이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한 결과와 기대치를 비교할 수 있으며 비교 과정을 통해 프로세스 내에 어떤 단절이 존재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위스콘신에 위치한 중간 규모의 지역 의료기관 테다케어(Theda Care)의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입원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모형을 개발했는지 살펴보자. 협력 치료 (collaborative care)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테다케어의 치료 모형은 미국 전역에서 환자 및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고 치료의 질 및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테다케어는 환자 중심의 협력 치료 모형을 개발해 필요할 때마다 언제건 병상 옆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의료진이 환자의 회복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테다케어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캐스린 코레이아(Kathryn Correia)는 혁신적인 협력 치료 모형의 기원이 2003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겼던 코레이아는 병원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가령, 코레이아는 ‘어떤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까? 병원이 환자에게 우수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방사선 처치실, 검사실, 외래환자 수술, 호흡기 요법 등 소규모 치료 클러스터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요소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코레이아는 병원 관리자 및 의료진(간호사, 의사, 약사 등)과 함께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들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레이아는 병원의 응급 환자, 입원 환자, 외래 환자에 대한 치료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좀 더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병원 각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의료진 및 관리자를 한데 모았다. 각 의료진은 전체 환자 치료 과정 중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인데다 관리자들은 직접적인 환자 치료 현황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인 테다케어 관리자들과 의료진은 환자의 관점에서 현재 어떤 식으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도표로 표시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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