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Great Ideas In Emerging Markets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9월 호에 실린 네이선 T. 워시번과 B. 톰 헌세이커의 글 ‘Finding Great Ideas In Emerging Market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활동하다가 신흥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그저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신흥 시장을 선택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많은 혁신이 도사리고 있는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나 비전을 가진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를 신흥 시장에서 얻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와 인텔의 초저가 컴퓨터 클래스메이트(Classmate) PC가 그 좋은 예다.
기회를 보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글로벌 사업으로 진행시키거나 실질적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최고위급 경영자들은 와해성(disruptive) 아이디어에 저항하거나 해외 사업부 관리자들이 부하 직원에게서 배우기보다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다수 기업들은 외부 혁신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연구 결과,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적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서 관건은 새로운 유형의 관리자, 서로 다른 시장과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글로벌 브리저(global bridger)’를 배치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AT&T나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 엑손모빌(Exxon Mobil), 월마트(Walmart)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중동, 러시아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52명의 관리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고 글로벌 브리저들이 신흥 시장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이를 본국으로 수출해 전 세계 시장에 어떻게 적용시키는지 연구했다.
다국적 기업의 성패는 브리저에게 달렸다. 타타(Tata)가 인도에서 출시한 2500달러짜리 초저가 승용차 나노(Nano)와 중국 BYD의 배터리 기술, 브라질의 엠브라에르(Embraer)가 이뤄낸 제트기 설계 혁신 등 신흥 시장에서는 아찔할 정도로 신선하고 파괴적인 혁신이 줄을 잇는다. 앞으로는 이런 혁신적 아이디어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신흥 시장의 혁신 잠재력을 무시하는 다국적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글로벌 브리저를 파악하고 개발하는 법, 그리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업무 절차에 반영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직 구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브리저’는 어떤 사람인가?
52세의 애브너 포르틸로(Abner Portillo)는 코노코필립스의 멕시코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 본부장이자 거대 에너 지 기업 코노코필립스에서의 근무 경력만 20년이 넘는 업계 베테랑이다. 2009년 포르틸로는 제품 용기 부문에서 중요한 혁신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실험한 뒤 본국에 해당 아이디어를 적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가 새로운 상품 라인을 출시하도록 했다.
포르틸로는 트럭 및 중장비 윤활유 시장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경쟁업체들이 코노코필립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코노코필립스보다 훨씬 품질이 떨어지는 윤활유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포르틸로는 평소 신뢰하던 동료를 채용해 현지 유통업자였던 그와 함께 조사에 나섰다. 고객 행동을 관찰하고 의견을 들어본 결과, 고객들이 55갤런 드럼으로 윤활유를 사는 대신 5갤런 용기에 든 윤활유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는 윤활유가 주로 중장비 점검 시설이나 수리점에 대량으로 신용 판매된다. 그러나 중남미에서는 주로 현금으로 결제할 뿐 아니라 구매 후 도로에서 쉽게 사용하기 위해 휴대 용기에 윤활유를 넣고 다닌다. 포르틸로는 새로 발견한 사실을 다른 고객 그룹에 시험해 본 후 윤활유 한 종류를 5갤런 용기에 넣어 시험 판매했다. 그러자 작은 용기에 판매하는 윤활유가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확신을 얻은 포르틸로는 미국 휴스턴 본사에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국제 윤활유 사업부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해 코노코필립스가 컨테이너 크기를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작은 용기에 담은 윤활유는 멕시코 및 중미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경험은 코노코필립스가 신흥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제 해외 시장을 관리하는 책임자들은 신흥 시장에서 혁신적 기회를 찾고 공식 채널을 통해 본사에 전달해야 한다.
포르틸로처럼 성공한 브리저는 흔하지 않다. 인터뷰에 응한 52명의 기업 사업부 책임자 중 28명만이 신흥 시장을 관리하는 동안 회사의 경영 판도를 바꿀 만한 혁신 기회를 파악하고 추진했다고 답했다. (Tip ‘브리저를 찾아서’ 참조.) 이들 중에서도 효과적 브리저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14명뿐이었다. 효과적 브리저들은 모두 고위경영자였다. 일부는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했고 영업이나 제조 부문을 최종 관리한 경영자도 있었다. 이들은 직책상 완수해야 하는 책임에 서로 다른 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까지 해냈다. 상당수는 자율적 노력을 통해 브리저로 성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지원해주기보다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제품 및 서비스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가설을 시험하며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은 일주일 중 반나절의 시간만 투자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브리저 업무는 해외 시장에서의 거의 모든 업무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고객이나 협력업체, 혹은 직원과 협업하는 중에 혁신의 기회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으며 브리저는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영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리저’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교육 수준이나 경험,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능하다. 신흥 시장에 대한 이해력도 높고, 근무 기간도 길다. 또한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내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능숙하다.
신뢰 관계 유지. 브리저는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본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줄 고위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 다국적 유통업체의 관리자는 본사가 내세우는 캠페인 중 무엇이 성공하거나 실패할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일선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유통 매장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고 회식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이 관리자는 본사에서 매장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관리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 성과를 냈다. 그녀가 이끌었던 혁신 중 일부는 본사의 지지를 받아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시장에도 도입됐다.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이 본국으로 전파된 것은 “궁극적인 성공”이나 다름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유능하며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때 신뢰 관계가 구축된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다시 말해 타인과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모두가 합의한 원칙을 성실히 지켜내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타적이고 유능하며 양심적인 관리자라면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로 허덕일 때 회사의 고용 및 해고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도 인력 배정 조정 등을 통해 직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성실함과 관대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설명한 유통업체 관리자는 신뢰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낮은 직급의 부하 직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속 운전기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등의 작은 실수도 이미지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뜨릴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신흥 시장 이해. 훌륭한 브리저가 되는 사람들은 다수의 해외 지역에서 근무했거나 글로벌 경영 및 신흥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받은 경우가 많다. 브리저가 신흥 시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2010년까지 인텔(Intel) 신흥 시장 플랫폼 그룹을 총괄했던 릴라 이브라힘(Lila Ibrahim)은 “신흥 시장이 가진 혁신 잠재력을 알아챈 관리자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후자에 속한 이들은 당연히 시장을 전복할 혁신을 찾아보지 않는다.
이브라힘은 경영직에 오르기 오래 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관통하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했고 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양한 지역 및 상품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 사업부를 총괄한 2007년에는 인텔의 교육 자선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에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때 이브라힘은 저가 노트북이 신흥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브라힘은 문화인류학자를 포함해 다양한 브리저로 이뤄진 팀과 함께 일했다. 이들은 브라질과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의 신흥 시장에서 근무하며 현지 시장의 수요와 선호 사항을 분석했다. 브라질로 파견된 팀원들은 그곳의 학생들로부터 PC에 카메라 기능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브라힘은 처음에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브라질을 직접 방문한 후 컴퓨터에 있는 카메라 기능이 학생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사회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브라힘은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까지 받아들였고 스크린 크기와 내구성, 충전 및 무선 기능 등의 요소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용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클래스메이트 PC는 인텔 넷북 프로젝트의 선두주자가 됐다. 넷북은 ‘내구성이 높고, 휴대 가능하며, 저렴하고, 사회적 기능이 강화된 PC’라는 새로운 시장을 인텔에 열어줬다. (인텔은 컴퓨터 자체를 생산하지 않고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든다. 인텔 칩이 들어가는 컴퓨터 본체는 다른 제조업체가 생산한다.) 인텔은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8500만 개의 넷북 칩을 아수스(ASUS)를 비롯한 컴퓨터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오랜 근무 기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이행하는 일은 자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브리저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경쟁 우위와 역사, 사업 모델 등에 관한 심층적 지식을 활용한다. 이런 지식들은 이들이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사 결과,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브리저들은 평균 12년의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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