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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And Science Of Finding The Right CEO

P&G의 경험에서 배우는 CEO 승계관리의 지혜

노엘 M 티치(Noel M. Tichy),A G 래플리(A.G. Lafley) | 104호 (2012년 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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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0월 호에 실린 P&G의 전 회장 겸 CEO A.G 래플리(A.G. Lafley),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 노엘 M 티치(Noel M. Tichy)의 글 ‘The Art And Science Of Finding The Right CEO’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서문
 
2010년 9월30일에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HP)는 과거 SAP의 CEO였던 레오 아포테커(Leo Apotheker)를 신임 CEO 자리에 앉힌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대표적인 기술 회사인 HP의 이사회는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세 번째로 사내 후보를 제치고 외부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아포테커가 HP의 신임 CEO가 되기 두 달 전 HP의 CEO였던 마크 허드(Mark Hurd)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고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다수 언론들은 허드의 행동에 초점을 맞췄고 일부는 HP 이사회의 결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학계, 언론, 투자그룹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 놀랍게도 허드의 퇴임으로 등장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HP가 제대로 된 CEO 승계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허드는 한 개인으로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허드와 HP 이사회는 허드가 HP를 떠날 경우를 대비해 (계획했든지, 아니든지 간에) CEO의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는 최소의 사내 후보를 양성하기 위한 절차를 미리 마련해두지 못했다는 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허드의 전임자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도 허드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공식적인 승계 절차를 마련해두지 못했다.)
 
사실 요즘에는 CEO가 떠난 후에 불확실성과 혼란이 생기는 사례가 그렇지 않은 사례보다 훨씬 많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겪는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와 잡지
<코퍼레이트 보드 멤버(Corporate Board Member)>가 1000명 이상의 이사(이사회에 참석하는 멤버)들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약 절반이 자사의 승계계획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미비한 승계계획은 CEO들의 재임 기간이 과거만큼 길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지난 10년 동안 <포춘(Fortune)>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CEO 재임 기간의 중간 값이 9.5년에서 3.5년으로 줄어들었다. CEO의 재임 기간이 짧아지면 그 다음에 CEO의 자리에 앉을 사람을 충분히 심사하거나 준비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이사회가 현직 CEO의 임기 마지막 해나 그 전 해가 되기 전까지 승계계획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 무렵이 되면 이사회는 사실상 승계과정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사회에게 단 1명의 가능성 있는 후보(현직 CEO가 임명한 후계자)의 이름이 주어질 뿐 실질적인 선택권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래플리가 CEO를 맡고 있을 당시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 Gamble·P&G)에 도입된 승계 절차 및 래플리와 내가 다른 업계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승계계획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다른 업계에서 겪은 경험은 래플리가 GE를 비롯한 다른 회사 이사회의 이사 및 사모투자 회사 클레이튼, 더빌리어 앤 라이스(Clayton, Dubilier & Rice)의 특별 파트너로 재직하면서 겪은 일, 내가 여러 글로벌 기업의 CEO들에게 승계와 경영진 양성에 관한 조언을 제공한 경험 등을 포함한다.)
 
본 논문에서는 P&G가 사내 경영진 리더십 파이프라인(강력한 CEO 후보를 여러 명 탄생시킨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한 시도 중 일부를 살펴볼 것이다. 래플리에게는 미래에 P&G를 이끌어나갈 경영팀을 양성하기 위한 9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CEO들이 좀처럼 누리지 못하는 호사였다. 하지만 래플리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얼마든지 일반화할 수 있다. 재임 기간이 짧다 하더라도 P&G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 못지 않게 효과적인 승계과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비상장 기업, 비영리 조직 등에서도 이런 시도가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 노엘 M 티치
 
CEO와 마찬가지로 이사회는 할 일이 산더미다. 승계와 같이 먼 미래에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일, 그리고 매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일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사치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CEO들은 떠나야 할 때가 임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사회에 자신이 떠나고 난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가 회사를 떠나야 할 무렵에는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나갈 만한 자격이 있는 후보를 양성하기에는 너무 늦다.
 
하지만 이사회가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결정이 차기 CEO를 선택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CEO 선택은 회사의 전략과 전략 실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회사의 비즈니스와 재무 성과를 결정짓는다. 모든 기업은 건강 문제, 때 이른 죽음, 온갖 예기치 못한 사건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계획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권한 이양 과정을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갑작스레 P&G의 CEO 자리에 앉게 된 2000년 6월에는 P&G에 승계 계획이 없었다. 내가 CEO로 취임하기 전 P&G는 표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격한 규율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탁월한 방식으로 전략을 실행해 P&G를 다시금 전략 궤도 위에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P&G의 주재 이사 놈 어거스틴(Norm Augustine), P&G의 회장이자 나의 멘토인 존 페퍼(John Pepper) 등과 힘을 모아 P&G 이사회와 경영팀이 다시금 긴밀히 협력하도록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P&G의 CEO로 취임한 후 첫 100일 동안 나와 P&G 경영팀은 주요 고객 및 공급업체와 관련된 업무 수행 능력을 개선하고 몇 개의 간단한 전략적 선택(차후에 회사의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을 하는 데 전념했다. 우리는 핵심 비즈니스와 핵심 강점에 재투자하고 개도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인수와 유기적인 방식을 통해 미용, 건강, 개인생활용품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우리는 P&G의 리더십과 상의하달의 경영관리 방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진을 양성하고 훈련시키는 일은 비즈니스의 장·단기적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P&G가 핵심 비즈니스에서 선두 위치를 회복하고, 새로운 범주 및 시장으로 진출하고, 많은 이윤이 수반되는 성장을 해나가기에 유리한 위치에서 진정으로 세계화된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영진을 양성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사회가 가지는 4개의 핵심적인 책임을 정의하기 위해 마주 앉은 자리에서 놈과 나는 가장 중요한 책임 목록이 CEO 승계(그리고 경영진 리더십 개발)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CEO 승계 문제 외에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중요한 목록으로 꼽은 세 가지는 기업 차원에서의 전략적 감독, 전반적인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위험도 관리였다. 그런 다음, 우리는 사외 이사들이 승계 절차에 좀 더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상 위원회(Comp Committee)’라는 이름을 ‘경영진 양성 및 보상 위원회(Leadership Development and Compensation Committee)’로 변경했다.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사내에서 막강한 CEO 후보를 찾아 꾸준히 새로운 후보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이 방법이 원활한 승계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믿었다. 우선 사내 후보는 업계에 대한 지식 및 경험과 더불어 검증된 성과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CEO로서의 자질(리더십, 판단력, 성격)을 확인하기 위한 과제를 완수한 사람들일 터였다. 우리는 이들이 과거에 이뤄낸 성과가 미래의 잠재력을 판단하기 위한 최고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이 같은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사내 후보들과 우리 회사 이사회 멤버들이 알고 있는 외부의 뛰어난 CEO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외부에서 CEO를 영입할 필요가 없으며 외부에서 영입한 CEO는 P&G에 적합한 인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CEO 선택을 위한 4가지 리더십 판단 프레임워크
 
사실 CEO를 선택하는 것은 모든 조직이 직면하는 적임자 선정, 조직이 나아갈 방향 결정, 불가피한 위기 대처에 대해 리더가 얼마나 훌륭한 판단을 내릴지 꼼꼼하게 계산된 내기나 마찬가지다.
나는 워런 베니스(Warren Bennis)와 협력해 리더가 과거에 내린 판단을 검토하고 미래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측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그 프레임워크는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자신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팀에 대한 판단, 조직에 대한 판단, 이해관계자들과 관련된 판단(이사회, 공급업체, 고객, 지역사회 등의 결정) 등 4개 영역의 리더십 지능이 포함돼 있다. 좋은 리더는 모든 영역에 관한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래에 있는 도표는 리더들이 반드시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문제(사람, 전략, 위기 관련 문제)를 보여준다.
훌륭한 리더는 그들이 내리는 판단의 상당수가 옳은 것이 많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정의된다.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실만을’ 분석하는 능력의 수준을 뛰어넘는 지식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4개 영역에 대해 심층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노엘 M 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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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놈과 나는 P&G 이사회를 P&G의 다음 CEO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후의 시점에 밀어 넣기를 원치 않았다. (나는 내가 전임자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서둘러 선임된 P&G 최초의 ‘우발적인 CEO(accidental CEO)’라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놈은 이사들이 신임 CEO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최후의 순간까지 미루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사들이 사실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좀 더 나쁜 상황(현직 CEO가 추천하는 단 1명의 CEO 후보만 있는 상황)이 펼쳐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놈과 나는 P&G 이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직접 개입하기를 원했다.
 
이사들이 놈과 내가 제시한 4개의 이사회의 핵심적인 역할과 책임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후 우리는 이사회가 일을 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우리는 연간 여섯 차례의 회의를 했다. 연례 주주회의가 그중 하나를 차지했으며 P&G 사업장 중 한 곳을 방문하는 연례 행사도 하나를 차지했다. 하지만 나머지 4건의 회의를 진행할 때는 각 회의에서 앞서 언급한 이사회가 가진 4개의 주요 책임 중 하나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리고 매년 가장 먼저 열리는 회의에서는 CEO 승계 및 경영진 리더십 개발에 관한 이야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처음에는 리더십과 승계에 4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제안이 열렬한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갓 CEO가 된 때였던 만큼 내게는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았으며 P&G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P&G 이사들은 자신들에게는(그리고 내게는) 처리해야 할 좀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회의는 생산 적으로 마무리됐다. 확대 회의(사외이사이자 글로벌 인사 책임자인 딕 앙투안(Dick Antoine)과 내가 참석한 회의)에서 우리는 긴급 상황이 발생할 시에 나의 뒤를 이어 CEO가 될 후보자에 대해서 활발히 토론을 했다. 그 토론은 중·장기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CEO 후보에 관한 수많은 토론 중 첫 번째가 됐다.
 
우리는 이사들이 각 CEO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이사들과 P&G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리더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정기적으로 주선했다. 우리는 모든 이사들이 각 비즈니스나 기능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들과 연간 2회 이상 본사 관리자의 개입 없이 만남을 갖도록 장려했다. 또한 이사회가 열리기 이전과 이후에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이사들이 사실상 자신들이 선택한 모든 주제에 관해 P&G의 고위급 관리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P&G의 이사들과 경영팀은 1년에 한 번씩 해외영업장을 방문해 지역 총괄 책임자 및 현지 책임자들과의 만남을 가진다. (물론 현지 영업장의 소비자,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기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도 만남을 갖는다.) 2명의 이사로 구성된 여러 팀들은 현지 책임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대화를 통해 얻은 교훈, 결론, 필요한 행동 방안 등을 모든 이사들에게 전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완전히 개방적인 태도(open kimono)를 취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제약도 없으며 완전히 투명한 CEO 후보 평가 과정을 구축하고 운영했다. 최고의 이사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 각지의 모든 사업부에서 일하는 P&G의 리더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는 P&G 이사들에게 강제로 이런 기회를 줬고 가장 적극성이 떨어지는 이사들조차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활동하는 이사들보다 회사 내의 리더들과 훨씬 많은 접촉을 하고 이들에 대해 훨씬 더 뛰어난 통찰력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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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역할 재고
 
CEO 승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사외 이사의 손에 달려 있었지만 CEO로서 자신이 맡아야 할 새롭고 차별화된 역할은 스스로 만들어내야 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나의 입장에서 조금은 애매모호하고 불편한 일이 생겼다.) 이사회에서 나는 CEO 승계계획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나는 놈과 함께 CEO 후보 조사 과정을 진행하며 많은 대화와 토론을 하고 사내 후보자 목록을 작성하고 평가하는 데 주력했다.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단 1명의 뛰어난 후보만을 부르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가능한 많은 CEO 후보(세계 경제, 소비재 산업, 우리 회사에서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지건 P&G를 이끌어나갈 준비가 돼 있고 그럴 능력이 있는 리더)를 양성해야 했다. 나의 목표는 경주에 대비해 좀 더 많은 말을 대비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건, 어떤 트랙 위에서건 질주할 수 있는 말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그 경주가 장기간 이어지기를 바랐다. 또한 나는 내가 고삐를 넘겨줘야 할 때가 찾아오면 이사회가 P&G의 기준을 가장 잘 만족시키고, 이후 10년 동안 P&G가 마주하게 될 구체적인 요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이 과정의 일환으로 CEO의 업무 기준, P&G와 관련 업계가 미래에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시나리오, 누군가를 CEO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경험의 목록을 개발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사들과 나는 이런 모든 일들을 빈번하게 이사회 회의를 하면서 협력적으로 수행했다. 또한 이사회의 뛰어난 판단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관련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켰다.이사들은 종종 내게 CEO의 업무 기준 및 다양한 시나리오와 비교해 후보들이 어떤지 평가해줄 것을 부탁했고 내가 솔직하게 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는 CEO 후보들을 가능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내 의견은 이사회의 집단적인 판단과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회사 내에서 500명에 달하는 P&G의 최고위급 임원들을 위한 경영진 코치(leadership coach)의 역할을 맡게 됐다.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500명의 최고위급 임원들은 P&G의 직원들이었고 각종 사업부와 기능 부문을 책임지고 있었다. 나와 P&G 경영팀의 역할은 모든 리더들이 최대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리더십 개발을 비즈니스 전략만큼 중요시했다. 우리는 성과 평가, 과제 기획, 공식적인 리더십 훈련 등 인재 관리를 위한 역량 및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즈니스 검토를 실시할 때 조직의 강점을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사업부 및 기능 부문에서 주요 임원들을 위한 구체적인 개발 및 육성 계획을 마련토록 했다. 비즈니스 및 재무와 관련된 실제 성과, 전략, 운영 계획을 검토하기 전에는 항상 철저하게 인재 평가를 실시했다.
 
우리는 연례 비즈니스 운영 일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모든 검토 과정(전략 검토, 운영 계획 및 예산 검토, 혁신 전략 및 계획 검토)을 또 다른 기회로 여겨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P&G에서 양성하는 리더를 지도하고 가르치게 했다. 우리는 좀 더 솔직하고 직접적인 의사 소통을 가능케 하고 학습의 순간을 포착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검토하던 방식에서 나와 비즈니스 리더가 직접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는 매월 P&G의 모든 사장과 총괄 관리자로부터 보고서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진행 중인 비즈니스와 관련된 최신 정보(비즈니스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성과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알려줬다. 이들이 보내온 보고서는 나와 비즈니스 리더 간의 일대일 대화를 한층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매달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15∼20명의 리더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 그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비즈니스 및 조직과 관련된 가장 큰 기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보고서는 정해진 형식에 따라 작성됐으며 비즈니스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내용이 집중돼 있었지만 전화와 회의에는 특별한 양식이 없었고 자유롭게 대화가 진행됐다. 대화를 할 때는 내가 아닌 다른 임원들이 주제를 선택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P&G 임원들은 내가 던지는 그 어떤 질문도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결코 그들에 대한 기대치를 조심스레 이야기하거나 피드백을 줄 때 완곡하게 돌려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임원들과의 대화는 나와 상대, 단 둘만이 참여하는 일대일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대일 대화는 P&G의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적인 리더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과 인격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력을 얻는 데 그 어떤 회의나 검토보다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글이건 말이건 위와 같은 모든 상호 작용은 나와 잠재적 후보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맥락과 내용을 바꿔놓았다. 나는 P&G의 CEO 후보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됐다. 또한 자신의 직접적인 지휘권 내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원칙을 바탕으로 일을 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들이 모호성과 변화, 압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시험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이 얼마만큼의 자제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팀 플레이어인가? 문제와 기회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가? 판단을 하고, 결단력 있게 결정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가? 9년에 걸쳐 수백 차례 회의를 하고 말 그대로 수천 번 이야기를 나누고 개개인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눈 덕에 잠재력을 갖고 있는 모든 CEO 후보를 한층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영업장을 방문하고 나면 언제나 P&G의 리더에 대한 나의 의견을 다른 고위급 임원들(최고인사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 부의장)과 공유했으며 물론 이사들과도 생각을 공유했다.
 
P&G의 리더십 개발 과정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서고 조직 내 리더들을 좀 더 잘 파악하게 되면서 후보자 목록도 점차 늘어났다. 5년쯤 지나자 35세에서 55세 사이의 다양한 세대로 이뤄진 후보자 목록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후보자들을 ‘분명한 CEO 후보(obvious CEO candidates·당장 CEO의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는 인물)’ ‘유력한 후보(frontrunners·2-3년 내에 준비가 될 인물)’ ‘떠오르는 경쟁자(rising contenders·언젠가 CEO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지만 지속적인 훈련 및 관찰이 필요한 인물)’ ‘미래의 예상 후보(future prospects·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젊은 리더)’로 분류했다. 우리는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이들의 최근 성과 및 누적 성과를 평가했다. 뛰어난 성과나 뛰어난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그 결과, 후보들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가 제외되기도 하고 후보들의 순위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나의 뒤를 이어 P&G의 CEO가 된 밥 맥도날드(Bob McDonald)는 2001년 CEO 양성 프로그램이 P&G에 도입된 후부터 2009년 CEO로 뽑힐 때까지 매년 목록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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