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글 ‘Google’s CFO on growth, capital structure, and leadership’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합리적 CFO의 고전적 역할에 대해 구글의 CFO 패트릭 피셰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을 제시한다. 그는 구글의 CFO로 약 36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유보금을 쥐락펴락하고 있지만 출장 시에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며 낡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또 매일 직원들(‘구글러’)의 e메일에 직접 답변을 한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이것이야말로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결정적 방식이며 마땅히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로즈 장학생(Rhodes Scholar)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및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Bell Canada 및 McKinsey에서 경력을 쌓은 피셰트는 기업인수란 성장을 위한 ‘가속페달’이며 사업부 조직은 과도한 ‘주인의식’을 통해 창의적 유연성을 저해할 뿐이라면서 비즈니스에 관한 한 어떤 우회도 없이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연 매출 300억 달러의 현 시점에도 벤처기업과 같은 구글의 문화를 열렬히 옹호하며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럭비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그를 구글의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본사 사옥에서 만났다. 맥킨지의 제임스 마니카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구글의 사업 성장, 전략 및 재무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본다.
맥킨지쿼털리: 성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패트릭 피셰트: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10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게 될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인구가 최소 10억 명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될 수 있겠는가?” 이에 10억 명의 인구가 원하는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냈다면 그는 이번에는 이렇게 이야기 할 것입니다. “10억 명의 사용자를 만들어보게. 어떻게 수익화할지를 보여주지.” 한편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컴퓨터 과학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기억한다면 검색을 포함해 구글이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이니셔티브들, 즉 안드로이드, 크롬, 크롬 OS, 구글 지갑(Google Wallet) 등을 십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관건은 바로 계획 수립입니다. 유망한 부문을 어떻게 육성하고 그렇지 못한 영역은 어떻게 중단시킬 것인지… 이는 결코 정태적이지 않으며 수없이 바뀌게 됩니다.
맥킨지쿼털리: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실행하고 계시는지요?
패트릭 피셰트: 구글은 모든 핵심 제품 및 엔지니어링 영역을 세 가지 지표하에 매 분기 리뷰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지난 90일간의 성과 및 향후 90일에 대한 계획입니다. 180일의 기간 동안 구현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배포해야 할 코드의 양이 될 수도 있고, 달성해야 할 사용자 수일 수도 있으며, 혹은 구전 효과 여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상시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하게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며 제반 현황을 감안할 때 적어도 90일 간격으로는 리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수립한 프로세스입니다.
두 번째는 바로 향후의 추세곡선을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향후 수년에 대한 재무모델 및 운영지표 예측치를 기반으로 모멘텀이 상승할지, 아니면 하락할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지요. 필요 데이터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자본 지출을 필요로 하게 되지는 않을지 등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환상적 수준의 성공 뒤에는 언제나 더 큰 생산능력이 요구되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Google Instant에서는 종종 사용자들이 검색어 입력을 마치기도 전에 답변이 제시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용량의 연산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지표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하에서의 전략적 포지셔닝입니다. 경쟁업체가 타 업체를 인수한다면 그 시사점은 무엇인지, 혹은 우리가 금번 분기 중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사내 다른 부문에 미치게 될 여파는 무엇일지 등을 전략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지표들은 매우 전술적이며 단기적 속성을 지니는 바 해당 재무 및 운영 지표들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변하는 전략적 환경하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실질 성장률이 예상 성장률의 4분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경우 리소스는 재편됩니다. 해당 제품의 출하준비가 완료되리라는 가정하에 당초 200명의 영업사원을 고용하기로 계획했다면 일체의 테스팅을 완료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시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채용시점을 90일가량 연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에서는 이런 류의 대화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매 분기 단위로 전개됩니다. 이 작업에는 1주에서 1주 반 정도가 소요되며 필요 시에는 전격 리소스를 재편하게 되지요.
맥킨지쿼털리: 일반적으로 기업의 리소스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은 쉽사리 번복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처럼 신속하게 재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구글은 이를 실제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요?
패트릭 피셰트: 구글에는 사업부가 없습니다. 회사가 사업부 체계로 조직될 경우 관리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업부의 리소스에 대해 오너십을 주장하게 됩니다. 관리자들이라면 저마다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이만큼은 우리 리소스이니 반드시 사수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지요.
반면 구글은 훨씬 느슨한 형태로 조직돼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구축돼 있습니다. 따라서 리소스 재편에 관한 회의 시에도 모두가 구글이라는 한배를 탄 하나의 팀이 돼 논의를 합니다. “우리 옆 팀은 정말 대박을 터뜨릴 것 같아요. 다음 15명의 엔지니어들은 그 팀에 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대화가 실제로 이뤄집니다.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 자신들의 작업에 성공의 조짐이 보인다면 자신들도 당연히 필요한 모든 자본과 엔지니어들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신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하에서는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맥킨지쿼털리: 성장과 관련해 M&A는 어떠한 기능을 하게 되는지요?
패트릭 피셰트: M&A는 한마디로 가속페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 2010년 2월에 On2를 인수한 이유는 크롬용 HTML5 개발자들의 혁신을 활성화시킬 비디오 코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비디오 코덱은 개발을 위한 또 다른 표준을 제공하기에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코덱이 중요한 이유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제품을 중심으로 에코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사용자 및 개발자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인센티브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개발 어젠다들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세계 전역에서 잠재적 M&A 대상을 물색합니다. 그러다가 향후 8∼12개월 내 계획된 내용과 부합하는 대상이 발견되면 이를 전격 실행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현재는 6명의 팀으로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15명으로 인원확충이 필요한 경우 M&A는 이를 위한 가속페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명확한 계획에 적합한 대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기업인수 중 대다수가 이러한 유형에 해당됩니다. 때로는 완전히 혁신적인 영역에 투자가 추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규모는 대체적으로 매우 작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영역에까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운행이나 자동차 등과 같이 전적으로 실험적인 프로젝트에까지 제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