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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ng Against FREE

공짜의 습격, 반격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

데이비드 J. 브라이스(David J. Bryce),제프리 H. 다이어(Jeffrey H. Dyer),나일 W. 해치(Nile W. Hatch) | 98호 (2012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6월 호에 실린 데이비드 J. 브라이스, 제프리 H. 다이어, 나일 W. 해치의 글 ‘Competing Against FRE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신생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서 우리 회사와 비슷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회사가 파는 상품이 무료라는 점이다. 고객이 우리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는 무료 상품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무료 상품을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위협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똑같은 무료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많다. 이는 디지털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구글(Google)이나 어도비(Adobe), 모질라(Mozilla) 등이 대중화시킨 ‘무료’ 사업 모델은 제약에서 항공, 자동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분명 경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기성업체들이 경쟁업체의 무료 사업 모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다양한 상품 시장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디지털 영역에서는 경쟁업체의 무료 공습에 맞서 승리를 거둔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진척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에서 기성업체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경우는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성급히 무료 상품을 도입해서 매출과 수익성을 스스로 깎아먹은 기업도 있었다. 그들은 추이를 지켜보거나 신생업체가 자멸하도록 두거나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에서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거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 중에는 신생업체가 정말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기업도 있었고 탄탄한 고객 기반이나 우수한 상품군, 좋은 평판, 풍부한 재정 등 정면 승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기업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마어마한 자원을 활용해 무료 상품으로 치고 들어온 경쟁업체를 물리치지 못한 걸까? 답은 너무 뻔해서 금방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이 꽤 괜찮은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 사업 모델을 포기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이다. 해답이 분명한 데도 경영진은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이유는 모든 기업이 갖고 있는 수익 중심의 경영구조와 마인드에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무료 상품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신생업체의 위협 정도를 판단하고 수익 중심적 구조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위협 여부 판단
신생업체의 무료 상품이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첫째, 신생업체가 얼마나 빨리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가, 둘째, 무료 상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 셋째, 우리 회사의 유료 고객이 얼마나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가.
 
일부 신생업체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 빨리 유료 고객화하는 데 실패하거나 이용자 확보 비용을 지불해 줄 제3의 업체를 찾지 못해서 자멸한다. 따라서 경쟁업체의 무료 상품이 어떤 식으로 매출을 창출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서비스를 유료 전환해서 기존 사용자로부터 실질적인 매출을 거두기까지 1년여 기간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자본이 풍부한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스카이프(Skype)는 컴퓨터에서 유선으로 전화를 거는 유료 서비스 스카이프아웃(Skypeout)을 도입하기까지 1년 동안 무료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기존업체에 오히려 이익이다. 해당 모델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무료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신생업체의 이용자 숫자가 가파르게 늘거나 기존업체의 유료 고객이 무료 상품을 찾아 빠르게 이탈할 경우, 신생업체는 이용자를 유료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일 경우 기존업체에 위협이 될까? 다양한 시장에서 동태적 분석을 한 결과, 무료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숫자가 연간 40% 이상 증가(2년마다 최소한 2배 이상 성장)하거나 기존업체의 고객 이탈률이 연간 5% 이상(5년 내 최소 25% 고객을 잃게 되는 경우)이면 심각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자료 <‘공짜’ 경쟁의 위협도 평가>가 보여주듯 이탈률과 증가율이라는 두 개의 비율(혹은 합리적으로 추정한 수치)을 평가하면 무료 상품의 위협 수준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격 여부 및 시기 결정
 
앞서 말한 두 가지 비율이 높을 경우 신생업체의 무료 상품은 기존 사업모델에 위협이 된다. 이때 대부분 기존업체들은 무료 상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사 모델을 대폭 수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 2∼3년 안에 완료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해야 한다. 무료 광고나 사설 기사를 제공하는 온라인 뉴스와 경쟁해야 하는 많은 신문사들이 대표적이다. 기존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들은 급격한 쇠락을 거듭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위협은 같은 분면이 아닌 나머지 3개의 사분면에 속한다. 반격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신생업체의 이용자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기존업체에서의 고객 이탈이 느리다면 신생업체는 ‘지연된 위협(delayed threat)’이다. 이는 해당 무료 상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기존업체의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거나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유료 상품은 최소 수년간 해당 무료 상품과 공존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유료 상품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Office)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높기 때문에 기업 고객 대부분은 여전히 MS 오피스를 사용한다. 그러나 대학생이나 중소기업, 교육기관 등 이전에 MS 오피스를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들은 역시 무료인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나 오라클(Oracle) 오픈 오피스(Open Office)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자료 ‘MS가 ‘무료’ 상품과의 경쟁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참조)
 
 
  MS가 ‘무료’ 상품과의 경쟁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지난 4년간 MS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구글 문서도구나 오라클 오픈 오피스와 같은 무료 소프트웨어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2010년 오피스의 무료 ‘클라우드’ 버전인 MS 라이브(Live)를 출시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라이브는 무료 상품의 심각한 위협을 저지하지 못했다.
 
MS가 무료 상품 전략을 시행하지 못한 이유는 그리 놀랍지 않다. MS 오피스는 아주 오랜 시간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해 왔다. 대학생이나 공공기관처럼 가격에 민감한 고객만 무료 상품을 이용할 뿐 다른 기업 고객들은 아직 MS 오피스에 충실한 분위기다. 다른 무료 상품은 오피스와 호환이 불가능하고 기능이 부족할 뿐더러 직원들에게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쓰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MS의 핵심 기업 고객들은 충실히 MS 오피스를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나 MS는 가격에 민감한 고객의 이탈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2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무료 소프트웨어만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5년 전 4%에서 상승한 수치다. 경쟁업체에 따르면 구글 앱스를 사용 중인 미국 학생의 수는 지난 2년간 70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중소형과 대형 공공기관 중에는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립, 곤자가(Gonzaga), 미네소타, 버지니아, 반더빌트, 빌라노바, 윌리엄 & 매리대 등을 포함한 총 300곳의 공공기관이 무료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이는 MS에 심각한 문제다. 오픈 오피스나 구글 문서도구는 계속 기능이 개선되면서 연령대가 낮은 새로운 이용자뿐 아니라 가격에 민감하고 오피스가 쓸데없이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공공기관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직까지 MS 라이브는 경쟁업체의 공짜 공습을 막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째, MS는 오픈 오피스와 달리 개인 컴퓨터에서 다운로드해서 운용 가능한 버전을 제공하지 않는다. 둘째, MS는 무료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MS 라이브의 인지도는 구글 문서도구보다 낮다.
 
MS가 지금껏 보여준 성의 없는 태도만 보면 마치 고객이 자사의 무료 상품으로 옮겨가기를 원치 않는 분위기다. 이건 분명 실수다. 가격에 민감하거나 단순한 기능만 필요로 하는 고객을 위해 매출의 일정 부분을 희생하기만 하면 아직까지는 MS에 충실하지만 언제 이탈할지 모르는 기업들, 가격에 신경 쓰지 않는 부유한 개인 이용자 등의 핵심 고객을 무료 상품으로 무장한 경쟁업체에 뺏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연된 위협’에 맞서는 기존 업체들은 기존 상품의 무료 버전이나 새로운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신규 무료 상품을 정확히 언제 제공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존 고객의 전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기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신생업체의 고객이 수백만 명에 이르면 기존업체는 반드시 대응을 해야 한다. 2009년 민트닷컴(Mint.com)이라는 신생업체를 1억7000만 달러에 인수한 인튜이트(Intuit)가 대표적인 예다. 인튜이트는 인수를 통해 개인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퀵큰(Quicken)에 대한 강력한 위협을 제거하는 동시에 무료 온라인 상품을 얻었다. (민트닷컴은 3년 만에 2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유료 고객의 이탈률이 높다면 신생업체의 고객이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사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므로 위협을 즉각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경쟁사 무료 상품의 고객이 그다지 많지 않더라도 기존업체에는 분명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는 기존업체가 고객에게 쓸데없이 많은 기능을 제공하며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때는 무료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여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탈률과 증가율 둘 다 낮다면 위협은 크지 않다. 이런 경우 기존업체는 계속 상황을 주시하는 편이 좋다.
 
 
 
 
더 나은 무료 상품을 제공한다
 
무료 상품이 자사 사업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대응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제는 대응 방법을 찾는 단계다. 대부분 기존업체들은 상품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 고객, 첨단 기술 노하우, 막강한 브랜드 가치, 풍부한 재정, 시장 지식, 주요 유통 및 마케팅 채널에 대한 접근 등 강한 무기들을 활용해 반격을 가할 수 있다. 이들은 이런 자원을 활용해 더 나은 무료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고가 상품 판매나 교차 판매, 고객 접근권 판매, 무료 상품과 유료 상품의 결합 판매 등 검증된 영업 및 가격 전략을 활용해 매출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자료 ‘4대 검증 전략’ 참조.)
 
 
  4대 검증 전략
 
1. 고가 상품 판매
기본 상품을 무료로 제공해서 고객 기반을 확보한 후 프리미엄 버전을 유료로 제공한다.
 
요건
● 광범위한 이용자 기반을 구축해서 무료 이용자 중 일부만 유료로 전환하더라도 상당한 매출을 거둘 수 있도록 할 것, 혹은
● 프리미엄 상품을 유료로 구매하려고 하는 고객 비중이 높을 것
사례
거의 모든 아이폰 앱이 이 전략을 사용한다. 우선 무료 버전을 제공하고 이후 프리미엄 버전을 출시한다. 어도비 리더(Adobe Reader) 소프트웨어도 같은 원리다.
스카이프는 컴퓨터끼리의 전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 서비스를 유료로 지정해 성공을 거뒀다. 무료 서비스로 끌어들인 이용자의 수는 4억 명을 넘었고 이들 중 다수가 유료 고객으로 전환했다. 무료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Flickr)는 이용자 수가 스카이프보다 훨씬 적고 유료 고객 전환율도 낮다. 스카이프는 이베이(eBay)에 26억 달러에 인수됐지만 플리커는 야후에 3000만 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인수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2. 교차 판매
무료 상품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다른 상품을 판매한다.
요건
● 다양한 상품 라인을 갖출 것, 무료 상품을 보완하는 상품이라면 더 좋음, 혹은
● 파트너십을 통해 무료 상품 이용자에게 포괄적 상품 라인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
사례
라이언에어(Ryanair)는 항공기 좌석의 25%가량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지정 좌석 예매나 우선 탑승 등의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교차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창출한다. 일단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음식이나 스크래치 카드 게임, 향수,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의 상품을 구매한다. (기내 광고를 판매해 제3자에게 광고료를 부과하는 제2의 전략도 사용한다.) 특수 제약업체 갈더마는 처방전 여드름 젤 에피듀오를 할인해주면서 다른 피부 관리 제품을 교차 판매한다.
 
3. 제3의 기업에 수수료 부과
이용자에게 무료 상품을 제공하고 제3의 기업에 이용자 접근권을 판매한다.
요건
● 무료 상품으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이용자를 끌어들여 세분화된 여러 고객군을 광고주에게 제공하거나 특정 그룹의 이용자를 집중 공략해서 광고주에게 적합한 고객군을 제공, 그리고
● 제3의 기업은 이들 이용자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대가로 돈을 지불
사례
수백만 명의 검색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권한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핀란드 이동통신사 블릭(Blyk)은 설문조사를 작성하고 광고를 수신하기로 동의한 16∼24세 고객에게 매달 200분의 무료 통화를 제공한다. 그리고 설문지를 작성한 고객에 대한 정보 및 접근권을 다른 업체에 판매한다. 블릭은 최근 프랑스 텔레콤(France Telecom)의 최대 브랜드 오렌지(Orange)에 인수됐다.
무작정 이용자를 늘린다고 성공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엑스마크(Xmarks)는 웹브라우저 추가 기능을 제공하면서 2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집했고 덕분에 풍부한 벤처 투자금도 받았다. 그러나 광고주에게 분명한 특징이 있는 고객 그룹을 제공해주지 못하면서 최근 문을 닫고 말았다.
 
4. 결합 판매
무료 상품 혹은 서비스를 유료 상품과 합쳐서 패키지로 제공한다.
 
요건
● 무료 상품과 결합할 수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갖추고 있을 것, 혹은
● 정기 관리나 보완 상품이 필요한 무료 상품을 구비할 것
사례
여기서 ‘무료’는 다분히 심리적인 효과만 가지고 있다. 고객은 무료 상품 및 서비스를 받기 위해 결합 상품 패키지를 구매해야만 한다. 컴퓨터 1개를 사면 프린터 1개를 준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를 생각해 보라.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는 전기차를 무료로 임대해주는 대신 다른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임대차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전기차는 무료로 빌려주지만 전기 배터리를 교체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은행에서도 결합 상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계좌를 개설하면 증권 매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때 최소한의 잔액을 유지해야 하는 식이다. 결합 서비스가 항상 무료 서비스와 연관될 필요는 없다. 은행에서는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아이팟이나 아이패드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업체는 자주 반격에 실패한다. 수익성 높은 광고 시장을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 빼앗기면서도 무료 사업 모델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 미국의 다수 주류 신문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미국 50위 권 대도시 가운데 크레이그리스트에 광고시장을 빼앗기지 않은 곳은 솔트레이크시티가 유일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데세렛 뉴스(Deseret News)와 KSL TV, KSL 뉴스 라디오를 거느린 데세렛 미디어(Deseret media)가 사업 모델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해 무료 광고 사이트를 만들고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를 꾀한 덕분이다. 광고 사이트 ksl.com은 크레이그리스트보다 설계가 잘돼 있고 정보를 찾기도 편하다. 또 인지도가 높은 KSL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광고를 모집한다.
 
데세렛 미디어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통해 빠르게 수익을 냈다. 판매자가 많다보니 더 많은 구매자가 KSL 사이트를 찾았다. 정기적인 광고를 싣기 원하는 광고회사나 목 좋은 광고를 원하는 판매자를 통해 매출이 창출됐다. 웹 사이트 매출이 워낙 좋아서 신문을 포함한 전통적 사업 부문의 매출을 웃돌고 있다.
 
한편 데세렛 미디어는 신문사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콘텐츠 일부를 크라우드소싱(crowdingsourcing)하는 등 신문사 사업 모델에 변화를 가했다. 덕분에 2010년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구독자가 15% 증가했다. 이는 업계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다. 데세렛 미디어 전체적으로도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보다 나은 무료 상품을 도입해 승리를 거머쥔 또 다른 사례로는 야후(Yahoo)를 들 수 있다. 구글은 2004년 무료 지메일(Gmail)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무료 e메일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야후보다 저장 공간이 10배나 많았다. 야후에 도전장을 내민 구글은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었던 만큼 훨씬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할 여력이 있었다. “훨씬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다. 기존 상품보다 5∼10배는 좋아야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무료 상품을 사용 중인 이용자를 우리 쪽으로 데려오려면 특히 더 그렇다”고 구글의 한 경영진이 말하기도 했다.
 
구글의 도전으로 야후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상향이동판매(up-selling·저장 용량 확장 및 추가 기능을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로 얼마간 매출을 내기는 했지만 사실 대부분 수익은 광고업체(실질적인 고객)에서 나왔다. 구글에 맞서 1만2500만 명에 달하는 e메일 이용자의 저장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서버 웨어하우스(warehouse)를 통째로 구입해야 했다. 이렇게 투자한다고 해서 추가 매출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야후는 구글과 자사 e메일 고객, 광고주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결심했다. 야후는 지메일 저장 용량에 육박하는 1기가바이트(GB) 무료 용량을 제공한다고 즉시 발표했다. 2∼3년 후에는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야후 이용자들은 굳이 구글로 메일 계정을 옮길 필요가 없었다. 비록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면서 야후 수익성을 떨어뜨렸지만 e메일 시장점유율은 구글보다 수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구글이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메일은 이제 구글의 다른 무료 상품,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나 캘린더(Calender)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은 장기적으로 지메일이 더 나은 무료 상품이 되도록 도울 것이다.
 
이런 사례들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이용자 기반이 필수적이라면 신생업체와 겨룰 만하거나 우월한 무료 상품을 발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신생업체의 도전을 물리치거나 최소한 도전이 심각한 위협으로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익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난다
 
기존업체 경영진이 무료 전략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상품이 적절한 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둘째,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강화하는 수익 중심적 구조와 회계 시스템 때문이다.
 
안정적인 경쟁 환경에서는 수익 중심의 구조가 이상적이다. 이는 수익 및 손실 책임을 단위 사업부 또는 단일 상품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수익을 기준으로 사업부를 나누면 각 사업부의 매출과 비용에 대한 책임이 정확히 누구에게 있는지 밝힐 수 있다. 또 더 많은 예산을 갖고 사업부를 감독하는 자리로 가고 싶은 직원들에게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나 수익 중심적 구조에는 단점도 있다. 상품의 매출과 비용을 개별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무료 상품 전략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익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 쪽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경영진 그룹은 전통적인 수익 사업부보다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부문에서 매출과 비용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다. 구글처럼 무료 상품 전략에 우선적으로 의존하는 기업은 전체 전략의 일부로만 취급하는 기업보다 수익에 대한 책임을 상부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
 
무료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경영진이 수익을 직접 감독하게 하는 한편 매출 흐름과 비용 관리를 실무진에게 맡긴다. 이런 회사에서 매출 관리자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상품 가격 조정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창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출은 대개 앞서 설명한 4가지 방법(고급 상품 판매, 교차 판매, 이용자에 대한 접근권 판매, 결합 판매)을 통해 창출된다.
 
상품 개발 관리자는 이들과 별개로 상품 비용을 감독하고 가능한 빨리 고객 기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개발 업무를 담당한다. 구글의 현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구글에서는 수익 및 손실 책임을 CEO와 3∼4명의 선임 부사장만이 부담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분명 이런 구조에서는 매출 부서와 상품 개발 부서 사이에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구글의 상품 개발 그룹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해칠 수 있는 매출 구조를 거부할 수 있다. 두 그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는 수익과 손실을 감독하는 고위 경영진이나 때로는 CEO까지 중재에 나선다.
 
기업의 무료 상품 제공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원가 계산 제도다. 이는 다수 상품의 평균 비용을 계산하고 경비를 배분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판매된 단위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가격을 산출하는 데는 별로 쓸모가 없다. 평균 비용(가변 비용 또는 총 비용이라고도 불리는)과 실제 비용(한계 비용으로 불리는)을 구분하는 일은 중요하다. 대부분 후자가 전자보다 낮고 때로는 그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만석 또는 거의 모든 좌석에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운행할 때 빈 좌석이 하나 더 생겼다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원리는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일단 사업이 운영되기 시작했고 대규모 비용이 발생한 상태라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추가 생산이 전체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경영진은 무료 상품 제공과 같은 대안적 가격 정책을 고려할 때 이 원리를 기억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원가 계산 시스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유연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제약 산업의 예는 수익 중심적 구조와 가치관, 원가 계산 제도를 갖고 있는 기존업체들이 무료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에 대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2008년, 네슬레(Nestlé)와 로레알(L’Oréal)의 합작사 갈더마(Galderma)는 처방전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는 여드름 로션 에피듀오(Epiduo)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갈더마의 다른 여드름 약 벤작(Benzac)의 미국 내 특허 만료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회사는 에피듀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능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에피듀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출시한 여드름 약 듀약(Duac)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 갈더마는 환자의 일시불 부담을 1년간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이 회사에 e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GSK는 할인 쿠폰을 줬다. 그리고 피부 관리 요령이나 여드름 정보, 세안용 비누처럼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상품을 할인 가격에 제공하는 e메일을 보냈다.
 
신약 출시 초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할인 공세를 펴는 것은 제약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략이다. 이렇게 해서 상당한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면 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보험회사들이 약값을 커버해줄 뿐 아니라 특허권이 만료되기 전에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제약사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위험을 부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원가 계산 제도와 수익 및 손실 중심적 구조가 신약 개발 비용을 빨리 충당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GSK와 다른 제약업체들이 갈더마의 에피듀오에 대한 리베이트 프로그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다. 한 GSK 간부는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가 없다. 할인을 제공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점유율을 잃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로션이나 젤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한계 비용(재료 및 인건비)은 얼마 되지 않는다(몇 페니에서 몇 달러 정도).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면 대폭 할인하거나 갈더마와 비슷한 할인 전략을 쓰더라도 손해가 거의 없다. 게다가 갈더마처럼 교차 판매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수익 단위 사업부의 벽을 허물어 매출이 높은 제품의 수익을 단기 손실을 보고 있는 피부과에 지원할 수도 있다. 다른 제약업체들이 그렇게 했다면 갈더마는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해 무료로 제품을 주는 전략을 계속 가져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갈더마의 무료 상품 전략은 고객 확보 및 교차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료 상품 전략은 실험과 같아서 일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적 변화가 요구될 수도 있다.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리고 조직 구조를 개편하고 원가 계산 정보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료 상품이 위협이 될 때는 똑같이 무료 상품을 제공한 것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다른 획기적 전략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기존업체들은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결과를 계속 외면한 셈이다. 위협이 확실해지는 즉시 결정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기존업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뿐 아니라 번성하게 될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데이비드 J. 브라이스 · 제프리 H. 다이어 · 나일 W. 해치
데이비드 J. 브라이스(David J. Bryce)는 브리검영대(Brigham Young University) 경영 대학원 전략 부교수(dbryce@byu.edu)고, 제프리 H. 다이어(Jeffrey H. Dyer)는 급비 전략 교수(jdyer@byu.edu), 나일 W. 해치(Nile W. Hatch)는 기업가정신 부교수다. 다이어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부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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