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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ism for the Long Term

자본주의, 개혁 당하기 전에 개혁하라

도미니크 바턴(Dominic Barton)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3월 호에 실린 도미니크 바턴의 글 ‘Capitalism for the Long Ter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금융위기로 금융산업은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숨돌릴 틈도 없이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닥쳤다. 이는 기업 경영진에게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위기가 한 고비를 넘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의 안락함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의 패권은 서구 선진국에서 아시아 신흥경제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난 3년간 가속화됐다. 많은 국가에서 포퓰리즘 정치가 득세하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늘었다. 글로벌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도 가중됐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지정학적 경쟁과 국제안보 문제가 불거지고 무역과 이민, 자원 경쟁에서 오는 갈등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도 기업 경영인이 겪게 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단순히 경기 대침체 때문에 자본주의가 도전을 받게 된 건 아니다. 기업 신뢰도는 10여 년 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불거진 기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기업과 사회의 갈등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다. 대중은 빈부격차와 같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높은 실업률,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그 밖에 수많은 다른 문제에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또 다른 위기의 발생을 막기 위해 기업 경영을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에 직면했다.
 
이 글에서 정치인들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 했거나 할 일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경영인들에게 할 말이 있다. 금융위기 전후에 있었던 잘못의 상당 부분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과정, 리더십의 붕괴에 기인한다. 이는 경영인 스스로 고쳐야만 하고 고칠 수 있는 오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18개월 전부터 세계의 정·재계 지도자 400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정치와 경제에서 일부 좌절을 겪긴 했지만 자본주의가 인류의 번영에 최선의 방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으로도 자본주의는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의 위상을 지킬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위기로 드러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시스템이 다시 붕괴할 위험에 놓인다면 자본주의 체제와 시민들 간의 사회계약은 완전히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정·재계 지도자와 대화를 하면서 기업이 어떤 개혁을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졌다. 기업은 분기 성과에 집착하는 ‘분기 자본주의(quarterly capitalism)’에서 ‘장기 자본주의(long-term capitalism)’로 이동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장기’로 볼 것인가? 수익성이 높은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기간을 장기의 기준으로 보면 된다. 맥킨지는 5∼7년 이상을 권고한다.) 장기 자본주의는 단순히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둔 사고와 행동 방식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물론 이 또한 필수 요소긴 하다. 하지만 장기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기업을 관리·경영하고 이끄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사회 속에서 기업의 가치와 역할을 규정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기업 및 금융은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동기유발 방식 및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장기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경영진은 직원과 협력업체, 고객, 채권자,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이 기업에 손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셋째, 상장기업은 이사회가 주주를 대신해 주주처럼 경영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주인의식 약화와 실종으로 초래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뿐이다. 경영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자본주의 개혁을 먼저 시작할지, 성난 대중과 정부의 압력에 떠밀려 개혁에 나서야 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희소식이 있다면 개혁은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시스템 자체도 함께 강화시켜준다는 사실이다. 개혁으로 세계의 난제를 해결할 혁신이 시작되면 공동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기업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1. 단기 성과주의의 횡포에 맞서라.
전 세계 기업과 정부, 비영리기관 지도자에게 25년간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회적 가치와 사고방식의 차이를 엿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내 경험상, 서양과 동양의 최대 차이점은 중요 결정을 내릴 때 지도자가 고려하는 기한이었다. 아시아 지도자들은 전략을 세울 때 최소 10년에서 15년의 미래를 염두에 둔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국가 비전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2008년 대선 직후였는데 한국의 60년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비전 2020’ 연구 논문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보다 기한을 짧게 잡는 게 통상적 관례다. 장기적 시각은 많은 아시아 국가와 기업의 궁극적인 경쟁 우위다.
 
근시안적 시각은 모든 분야에서 서구의 제도를 병들게 한다. 기업의 경우, 경영진은 분기별 수익에 대한 집착에 떠밀려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다. 이 결과 1995년 이후 기업의 규모와 복잡성이 증가했는데도 CEO 평균 임기는 10년에서 6년으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정치권에서 민주주의는 선거 때마다 요동친다. 후보들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경쟁력, 의료, 교육 부문 등을 곪게 하는 단기해결책을 만병통치약처럼 남발한다. 자선운동가도 예외가 아니다. 수혜자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자립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로 단기성과에 경도되고 있다.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원칙은 오래 전에 잊혀졌다. 도요타는 세계적 자동차로 도약하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했다. 도요타는 1950, 60년대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버텼다. 심지어 4년간 해외 수출길이 막히는 시련까지 겪었다. 그러나 암흑기간이 끝나자 도요타는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1990년대 말만 해도 품질불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99년 장기가치를 제시한다는 원칙에 따라 무상 보증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며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무모한 시도라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시장에서 현대의 매출은 3년 만에 4배로 급증했다. 덕분에 현대는 고급 차 시장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서구에서도 장기적 비전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긴 하다. 1985년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상한 인텔은 핵심 사업부였던 메모리칩을 매각하고 당시로서는 막 발전 단계에 접어든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로 핵심 사업을 이전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앤디 그로브 당시 인텔 사장은 “뼈를 깎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이 결정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린 인텔은 수년 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산업에서 선도 기업으로 부상했다. 애플 또한 마찬가지다. 2001년 선보인 ‘아이팟’은 첫해 고작 40만 대가 팔렸다. 애플의 주가는 그 사이 25%가량 급락했다. 그러나 애플 이사회는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2009년 말이 되자 아이팟의 판매량은 2억2000만 대로 껑충 뛰었고 애플은 아이팟을 통해 음반산업의 혁명을 시작했다.
 
물론 이런 사례들이 예외에 불과할 수도 있다. 1970년대 미국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7년이었지만 요즘은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공개된 영란은행(Bank of England) 보고서에서 앤드루 홀데인(Andrew Haldane)은 주식의 단기 보유가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가와 기업 실제가치 사이의 격차를 벌려 놓았다고 말했다. 요즘은 몇 초만 주식을 보유하는 ‘초단타(hyperspeed)’ 매매자들이 미국 주식 거래의 70%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 경영자는 초단타 매매자 등 모든 종류의 투자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장기 투자자의 의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 투자자본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고 근시안적 경영을 조장할 것이다. CEO가 분기별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면 주요 투자자들이 즉각 해당 CEO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려는 CEO는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결국에는 기업 가치의 일부분만 관리하는 의도치 않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맥킨지의 재무 전문가들이 기업 주가에 내재된 기대가치를 분석한 결과 기업 가치의 70∼90%는 3년, 혹은 그 후에 창출될 때가 많았다. 기업 가치의 상당 부분이 지금부터 3년 후에나 창출될 가능성이 큰데도 3개월 후의 측정 가능한 결과에 매달리는 식의 자본주의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게임 방식에 저항한 기업도 있긴 하다. 유니레버, 코카콜라, 포드 등은 실적 전망보고서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은 실적 전망을 발표한 적이 아예 없다. IBM은 5년 단위 전략 계획을 발표한다. 투자자들이 분기별 실적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고 장기 수익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 IBM 회장은 최근 “기업관리 비용이나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서 손쉽게 성과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필요한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의 마크 와이즈맨(Mark Wiseman) 부사장은 다음 분기가 아닌 ‘향후 25년’을 내다보는 투자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워런 버핏은 이상적 주식 보유기간을 묻는 질문에 ‘영원히(forever)’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사례들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단기주의(short-termism)의 횡포에서 벗어나려면 자본을 제공하는 쪽부터 달라져야 한다. 연기금과 보험사, 뮤추얼펀드, 국부 펀드의 투자금은 모두 65조 달러, 세계 금융 자산의 약 35%를 차지한다. 이들이 단기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자본주의는 단기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론상으로는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이들 기금의 수혜자는 장기적 가치 창출에 명확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있고 허점이 없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접근방법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여러 표준 절차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절차들이 오히려 근시안적 시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자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곤 하는 펀드 신탁사들은 벤치마크 지수를 기준으로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비교 평가하고 이들과 단기 계약을 체결한다. 펀드매니저의 보상은 자신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와 연계되는데 이 자산 규모는 단기 수익률이 좋을 때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펀드매니저가 당연히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한다. 펀드매니저들의 우선순위가 이들이 투자한 기업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근시안적 투자가 확대된다.
 
기관투자가의 장기 투자 의무를 강조하는 사이먼 왕(Simon Wong)에 따르면 현 시스템 내에서는 자산관리자가 10%의 높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비교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가 12% 상승했다면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자산 관리자의 투자 방식이 마음에만 든다면 10%의 (상당히 괜찮은) 절대적 수익률에 만족하고, 3∼5년마다 성과를 평가하면 안 될까? 벤치마크 지수보다 낮다고 반드시 관리자를 해고해야 할까? 이 대형 펀드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투자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보유 주식과 회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더 적극적으로 점검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과격하게 얘기한다면 이들 기관투자가가 투자 종목을 100개 미만으로 줄여 수천 개의 종목을 보유하는 관행을 없애는 한편 투자한 기업 경영에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해 이들 기업의 장기 성과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들은 장기적 성과 관리를 위해 자체 전문성과 직원 역량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우리가 자본과 자본주의의 이익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길 원한다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2. 이해관계자를 섬기며 주주 가치를 창출한다.
자본주의의 개혁을 위해 두 번째로 필요한 임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도모해야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 가치와 이해관계자 이익은 갈등 관계에 있는 것처럼 인식됐다. 다시 말해 주주가치를 추구하면 이해관계자가 손해를 보고, 이해관계자가 이득을 보면 주주가치는 떨어진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는 1970, 80년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아이디어였다. 이런 발상이 나올 만한 이유가 있었다. 기업의 성과 방향을 제시하고 측정하는 재무성과의 목표치가 없다면 경영진은 기업의 주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구체적인 성과 목표가 없다면 정치적 목적이 경영을 좌우하고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경영의 비효율성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탐욕은 선()이다(Greed is good)’식으로 대중문화의 풍자의 대상이 되거나 주주가치라는 이름으로 시장 파괴적인 일을 저지른 일부 기업에 의해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치창출과 직원, 협력업체, 고객, 채권자, 지역사회, 환경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이익 추구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기업가치 극대화를 지지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은 기업의 ‘장기’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이전부터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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