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 신화? 흥분하지 말라, 곳곳에 함정이다

89호 (2011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와튼스쿨 조지 S. 데이 마케팅 교수와 동 대학원 폴 J.H. 슈메이커 비상근 마케팅 교수의 글 ‘Innovating In Uncertain Markets: 10 Lessons for Green Technolog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녹색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혁신하고 지구 환경 악화를 저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자원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황홀하다. 녹색 기술은 단순한 화젯거리 이상이다. 투자자들은 실제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한 가지 근거로 2018년이 되면 세계 대체 에너지원(예: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연료) 시장의 규모가 31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대한 투자’의 횟수도 30% 이상 증가했다.1
하지만 관련 활동이 증가하면서 녹색 기술에 관한 논의로 인해 수많은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를 스마트 전기 그리드(smart electric grid)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누가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배터리를 만들게 될까?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될까?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류(algae)에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해야 할까? 조류가 옥수수나 사탕수수보다 좀 더 유망한 원료가 될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적은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을까? 혹은 시멘트를 대신할 대체 재료를 개발해야 할까?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로 인해 각 가정에서 직접 과도한 전력 사용을 조절하게 될까? 혹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가 어려울까?
녹색 기술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한층 힘들다. 녹색 기술 시장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 기업가나 투자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세력이다.  정부는 응집력 있고 오랜 기간 사용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유가 변동성, 지정학적 충돌, 경제 성장률, 세계적인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한 대중의 태도 등 또 다른 와일드 카드도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녹색 기술 영역에서 신생 벤처기업, 대기업, 정부 기관, 비정부 기구를 위한 최고의 접근방법은 무엇일까? 과장된 선전에 넘어가지 않고 새로운 녹색 기술이 내놓는 약속을 추구하려면 조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연구 내용 본 논문은 필자들이 집필한 저서 <와튼의 신흥 기술 관리(Wharton on Managing Emerging Technologies)>와 와튼스쿨의 맥 기술 혁신 센터(Mack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에서 기업들이 신흥 기술을 오해하는 경우가 잦은 이유에 대해 필자들이 진행 중인 연구 등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필자들은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콘퍼런스, 워크숍, 기술 혁신이 안겨주는 과제와 기회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심층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왔다. 필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준 협력 기업으로는 P&G, IBM, 머크(Merck), 에어 리퀴드(Air Liquide), GE, 메드트로닉(Medtronic), 듀폰(DuPont), 인포시스(Infosys) 등이 있다. 필자들은 교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기술 혁신 영역에서 찾아낸 광범위한 내용을 복잡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녹색 기술 영역의 상황에 맞춰 개념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물, 재활용, 소재, 에너지 저장, 전력 생산, 인프라, 운송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영역 내에서 개인적, 주거적, 상업적, 산업적, 정부적 차원에서 활용된 사례를 포함한다. 필자들은 이처럼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괄적인 교훈을 찾아냈다. 요점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응용 사례를 제시하긴 하지만 특정한 산업 부문이나 기술 플랫폼을 심층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이 제안하는 교훈은 최우수 산업 관행, 학문 연구, 불확실성과 주변 관점, 시장 중심적인 전략 등에 대한 필자들의 논문을 모두 더한 것이다.

과거에서 배운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의 길이 길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기술 혁신을 향한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에 수백 개의 녹색 기술 벤처기업이 생겨났지만 불황 기간에 그중 상당수가 어려움에 처했다.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기술 발전이 정체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녹색 기술 기업들이 지구력을 키워야 한다. 기회를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간 후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필자들은 생명 과학, 나노 제조, 신소재, 우주 과학, 각종 정보기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흥 기술 부문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분석해 녹색 기술 기업에 도움이 되는 10개의 포괄적인 교훈을 찾아냈다.2 물론 필자들이 찾아낸 교훈을 결코 수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이 제안하는 교훈은 다양한 업계가 실제 경험한 사례를 통해 도출된 것인 만큼 관리자들은 본 논문에 등장하는 10개의 교훈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설명할 10개의 교훈은 시장 기회의 본질과 역학 관계에 대한 이해, 시장 선도를 위한 전략 수립,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구력’을 갖고 있으며 적응력이 뛰어난 조직 구축 등 3개의 중요한 부문에 관한 것이다.
 
교훈 1: 타이밍이 전부다
녹색 기술 시장의 매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어디에서 최고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1990년대 말에는 기술 투자와 시가총액이 엄청난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 부문의 거품이 터진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는 녹색 기술에 대한 열정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당시에는 이런 현상이 특이하게 느껴졌지만 사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는 일은 흔하다. 사실 시장이 중력의 법칙에 저항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판매 둔화, 기술 단절, 가격 인하 등과 같이 변화를 촉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쟁기업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사라지고 시장 통합이 발생한다. 그 결과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 무려 80%가 사라지는 개편 기간이 나타난다.
거품과 시장 개편은 자유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 도태 과정의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거품 형성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는 잠재적인 시장 규모와 성장에 대한 뚜렷한 열정, 수많은 신규 진입업체(신생업체 중에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언론과 투자 은행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느끼는 극도의 희열 등이 있다. 유망한 기업이 성공 혹은 실패를 하는 것은 결국 시장 수명 주기의 타이밍 문제다. 너무 일찍 시장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최고의 호황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른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지만 진실은 훨씬 복잡하다. 기존 상품을 모방하고 개선하는 경쟁업체를 막기 위한 역량에 투자를 하지 않은 탓에 실패를 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3  1990년대 말에는 생명 공학 기업의 숫자가 2000개가 넘었다. 반면 지금은 암젠(Amgen) 등 몇 안 되는 독립 생명 공학 기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초기에 시장에 진입했던 기업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혹은 제약업체들이 수많은 신생 생명 공학 벤처기업들을 집어삼키는 동안 흡수된 기업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산업은 개편이나 극적인 합병을 경험한 후에도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한다. 시장 활동이 과도할 정도로 활발하면 개별 기업의 변동성과 실패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산업 전체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철도에 대한 열망이 영국 전역을 휩쓸었던 1830년 무렵 수많은 지주들이 철도 회사에 통행권을 팔아 철도업계에 거품이 형성됐지만 그 거품은 곧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이 형성되기 이전의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이후 10년 동안 더 많은 철도가 건설됐다. 거품이 터지면 이후의 성장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기도 한다. 최근의 사례로는 광섬유 케이블 산업을 들 수 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통신업체들은 인터넷 사용 증가율에 대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엄청난 양의 광섬유 케이블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량이 최고치에 다다랐을 때 전체 광섬유 케이블 중 불과 5%만이 사용됐을 뿐이다. 광섬유 케이블 투자 열풍에 동참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망하거나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광섬유 케이블로 인한 엄청난 네트워크 용량 덕에 저렴한 국제 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졌으며 저렴한 국제 통신 서비스는 세상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일조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냈다.
 
교훈 2: 변화는 더디게 진행된다
시장 기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열정적인 초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거품에 희열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 세상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는 힘들다.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채택을 방해하는 3개의 중요한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뛰어난 하드웨어 기기를 새로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별다른 쓸모가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거라는 확신 없이는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다. 비슷한 문제가 인터넷 거품이 한창이던 시절 등장한 수많은 B2B 시장 교환에 영향을 미쳤다. 즉 판매자는 구매자의 수가 임계질량에 도달하면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했고 구매자는 판매자의 수가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비용 혹은 성과 장벽. 소형 형광등 전구는 백열등 전구에 비해 5~6배 오래 가지만 전기 사용량은 75% 이상 적다.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1개의 일반 전구를 없애고 대신 소형 형광등 전구를 사용하면 도로에서 130만 대의 자동차가 사라졌을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연간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 형광등이 미국의 주거용 조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처음 시장에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이래 불과 11% 정도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소형 형광등의 가격이 일반 전구 가격보다 평균 3배가량 비싸고 불빛이 너무 밝았기 때문이다.
연비가 우수한 청정 자동차도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서 형광등과 유사한 지연 현상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소유주의 재구매 주기나 상업적 재구매 주기를 고려하면 전국의 자동차와 트럭을 모두 교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유가, 보조금, 기타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자동차 대체 기간이 좀 더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을 바꾸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확산 모델(diffusion models)을 사용하면 전염 및 티핑 포인트 역학(contagion and tipping point dynamics)을 통해 ‘녹색’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 평가할 수 있다.5 하지만 잠금 효과(lock-in effects), 관성(inertia), 시장 불확실성(market uncertainty)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가 많다.6 자동차 충전소처럼 최소효율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대규모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할 때, 혹은 표준 전구에서 소형 형광등으로 전환할 때처럼 소비자가 높은 전환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에는 신속한 확산을 방해하는 추가적인 요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수많은 시장 부문이 표준이 되기 위해 여러 녹색 기술과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된다. 이런 요인들이 변화를 막는 장애물이 돼 시장이 발전하는 속도가 기대하거나 희망하는 수준보다 느려질 수도 있다.7
 
공동 발전 vs 완전한 대체. 기술 대체가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도체가 등장한 지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공관을 위한 수익성 있는 틈새 시장이 존재한다. 온라인 소매업은 오프라인상의 기업을 대체하지 못했다. 대신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오프라인 소매와 온라인 소매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녹색 기술 부문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대체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가 한동안 공존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 기술이 당면한 문제를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공존과 공동 발전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 기술의 정의  필자들은 폐기물과 독성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오염물질 및 탄소 배출을 줄여 자연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과학을 기초로 하는 활용 방안이 녹색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녹색 기술의 목표는 경제, 에너지, 기후 안전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대체 에너지원(예: 태양열 발전 시설, 풍력 발전기, 조수를 이용한 발전 시설, 지열, 파력), 전력원이 무엇이든 자연 환경 보호를 돕는 기술(예: 녹색 건축물, ‘청정 석탄’ 기술, 탄소 격리),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거나 폐기물 처리의 필요성을 없애주는 청정 화학물질이나 기타 상품, 개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품(예: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 자동차, 재사용 원료로 만든 제품, 발광 다이오드, 백열등 전구를 대체하는 소형 형광등 기술)이 모두 녹색 기술에 포함된다. 녹색 기술은 물 처리, 물 정화, 재활용, 소재, 에너지 저장, 전력 생산, 인프라, 운송, 각종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을 총망라한다.

교훈 3: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녹색 기술 시장의 규모, 범위,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시장 기회를 확보하려면 경험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통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업계 협회와 전략적 동맹을 구축하고 공공/민간 협력 관계 및 합작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규 진입 업체는 정책 결정권자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국가와 문화는 기후 변화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며 저탄소 경제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변화시키는 흐름에 저항하는 국가와 문화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녹색 기술이 발전하는 방식에 대한 발언권을 원할 것이다. 비정부 기구와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역할은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보완하는 것이다.
2009년 12월에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는 전 세계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상호 이해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고도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8 코펜하겐 회의가 열리기 이전에는 회의가 끝나고 나면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특히 청정 탄소 감축 목표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화씨 3.6도)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다는 선언문에 동의했을 뿐이다. 결국 최종 합의문은 별다른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정반대되는 사례로는 오존 파괴 물질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1989년에 도입된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를 들 수 있다. 국제 과학계는 명확한 위험(오존 구멍)의 존재와 주요 원인(프레온 가스의 산업적 사용)을 찾아낸 다음 문제 완화를 위해 제품과 공정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답을 찾아냈다.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외교 노력과 시장의 힘 덕에 오존 구멍은 더 이상 빠른 속도로 커지지 않게 됐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공인된 국제적 위협과 난공불락의 과학이 갖고 있는 힘에 초점을 맞춘 덕에 프레온 가스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놀라운 성공 사례로는 미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1992년에 선보인 에너지 보존 프로그램 에너지 스타(Energy Star)를 들 수 있다. 이후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대만, 유럽 연합 등도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에너지 스타는 조명, 컴퓨터, 가정용 기기, 건축물 등 다양한 부문에서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에너지 스타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에너지 보존 부문의 혁신이 기관과 개인 모두를 위한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환경보호청의 추정에 의하면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을 통한 누적 비용 절감 규모가 2006년 한 해 동안 무려 140억 달러에 달했다.
 
교훈 4: 혁신의 형태는 다양하다
기회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인은 ‘혁신’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모든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사람들이 신제품이나 새로운 시장의 측면에서 혁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혁신이라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 조직 설계, 재무 구조, 생산·공급 사슬 등의 변화를 비롯해 좀 더 포괄적인 경우가 많다.9 기술 부문에서는 현재 영화 서비스를 두고 구글(Google)과 넷플릭스(Netflix)가 벌이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쟁이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녹색 기술은 가치 사슬 전반에서 혁신을 위한 잠재력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수즈론에너지(Suzlon Energy)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해결방안을 제시해 소비자 문제를 해결한 덕에 세계 3위의 풍력 발전기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수즈론에너지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바람 지도 및 토지 공급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즈론에너지는 풍력 발전에서부터 그리드 연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풍력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따라서 초기에는 다양한 부품을 직접 조립해야 했던 고객들이 수즈론에너지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게 됐다.
녹색 기술이 기대한 성과를 내기를 희망한다면 새로운 혁신 모델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심도 깊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관리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없다. 1960년대에 제록스(Xerox)의 새로운 복사 기술을 인수할 기회를 포기했던 IBM의 결정이 강력한 사례다.10   IBM은 훌륭한 평가를 받는 컨설팅 업체 아서 D. 리틀(Arthur D. Little)에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하며 좀 더 빠른 복사 기술이 있다면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문서를 얼마나 더 복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줄 것을 의뢰했다. 당시의 문서 복사라는 것은 원본 복사만을 의미했다. 따라서 IBM과 아더 D. 리틀은 훨씬 규모가 큰 시장(복사본을 복사한 것을 또 다시 복사하는 시장)은 간과한 채 편협하게 ‘원본 복사’만을 고려했다. 결국 시간이 흐른 후 좀 더 포괄적인 신규 복사 시장의 규모가 몇 배나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IBM이 원래의 질문을 수정해 ‘제록스의 신기술이 사람들이 복사를 하는 시기와 방법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을까? 그리고 그런 변화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복사 시장이 마주할 엄청난 변화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훈 5: 선택권을 유지해 불확실성을 포용하라
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지속 가능한 시장 선두의 위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기가 쉽다. 복잡한 타이밍 문제와 테일 이벤트(tail events), 블랙 스완(black swan), 특이점(singularities) 등의 다른 요인들로 인해 가장 철저한 비즈니스 계획이 망가질 수도 있다.11 전통적인 관리 도구는 관리자가 확률 분포를 계산하고 최적의 결정 방향을 추구함으로써 혼란을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 익숙한 영역에서라면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지의 영역을 탐험할 때는 그렇지 않다. 녹색 기술 영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지도자들이 직면한 과제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불확실성을 활용해 이익을 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12
 
큐셀(Q-Cells)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큐셀은 결정질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무에 주력하는 독일 기업이다. 1999년에 설립된 큐셀은 세계 최대의 태양 전지 생산업체로 성장해 2008년에는 세계 태양 전지 시장에서 8%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i  큐셀은 태양 전지 생산 비즈니스(비즈니스의 대부분을 차지),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비즈니스, 기타 신기술 투자 비즈니스 등 3개의 비즈니스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큐셀은 기술 불확실성뿐 아니라 태양열 기술 개발을 위한 보조금, 새로운 규제, 경쟁적인 시장 환경, 경제 성장, 소비자의 선호도 등 여러 가지 미지의 변수에 직면했다. 2명의 와튼MBA 스쿨 재학생 마이클 드레이먼(Michael Dreimann)과 라파엘 스펙(Raphael Speck)은 큐셀을 위해 2020년까지의 전망을 담은 서로 다른 4개의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드레이먼과 스펙은 (1)새로운 태양광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정도 (2)결정질 실리콘 기술의 상대적인 기술 발전과 대체 방안인 태양광 기술의 상대적인 기술 발전 수준 등 2개의 주요 불확실성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드레이먼과 스펙은 2개의 불확실성을 두 분류로 나누고 서로 교차시킨 후 앞서 언급한 또 다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ii  
큐셀의 전략 선택 방안과 각기 다른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비교한 결과 몇 가지 선택 방안이 나머지보다 좀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투자 방안은 큐셀이 전 세계에서 카드뮴 텔루르를 바탕으로 하는 박막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는 칼릭소(Calyxo)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큐셀은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과 유럽에서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을 고려 중이었다. 큐셀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개발해 완공한 후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위해 합작 투자도 고려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선택 방안에는 말레이시아에서 결정질 실리콘 전지를 제조하는 방안 등 개도국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전지를 생산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었다. (큐셀은 마지막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 방안이 만들어지면 각기 다른 시나리오하에서 매력도를 점수로 매길 수 있다. 분석 결과 큐셀은 세 번째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기에 적합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나머지 3개의 시나리오는 큐셀이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큐셀은 4개의 시나리오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선택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안해내는 방법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조금은 덜 강력해 보이는 선택 방안에 접근하되 단계별로 투자하고 명확한 퇴출 기준을 미리 정립해두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조직과 개인이 정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가 존재한다. 정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버리고 마치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 선장이 항해를 하듯 불확실성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기법을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사고는 관리자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한 다음 중간 과정에서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나리오 사고를 하면 관리자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직면했을 때도 얼마든지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관찰 역량을 개선시키면 기업이 너무 늦기 전에 예상치 못한 문제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홉 번째 교훈에서 다시 이 내용을 살펴보자.)
시나리오 계획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것이 바로 ‘리얼 옵션 사고’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한 곳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 여러 가지 일에 조금씩 투자를 하는 방법이 현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곳에 많은 투자를 했을 때 실패하면 위험이 크다. 모토로라(Motorola)는 세계 시장에서 휴대용 위성 전화기와 위성 기기를 이용한 음성 및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서비스 이리듐(Iridum LLC)을 통해 이와 같은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이리듐은 1998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리듐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지 겨우 9개월이 지난 후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말았다. 다단계 투자 방식이 더욱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다단계 투자 방식을 활용하면 주식 한 종목에 모든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여러 종목의 콜옵션을 매수하듯이 관리자들이 다양한 선택 방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돈을 분산시켜 여러 군데 적은 금액을 투자하면 신진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사들이게 되는 만큼 관리자들이 각기 다른 다양한 시점에 좀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지, 투자를 철회할 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13  (‘큐셀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참조.) 이와 같은 리얼 옵션은 기업이 초기 단계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하거나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다양한 형태의 라이선싱 및 기타 참여 권한을 습득하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14   새로운 기술이 좀 더 발전해 그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어떤 시장 기회가 나타날지 한층 명확해지면 순현재가치와 같은 전통적인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교훈 6: 어떤 곳에 돈이 있을지 예상하라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아이스하키에서 성공하고자 할 때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즉 비단 시장 상황뿐 아니라 경쟁자의 움직임과 산업 전반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반대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예측에 의존해야 한다. “퍽(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고무 원반-역주)이 다가올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는 위대한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의 말처럼 전략을 수립하려면 리더가 미래를 그려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장은 선형적이지 않고 매우 역동적이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생각해보자. 최근 몇 년 동안 태양열 에너지, 풍력, 지열 에너지 등이 놀라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이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용량이 20기가와트에서 145기가와트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풍력이 전체 전력 생산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서로 대립되는 여러 기술 플랫폼 중 어떤 것이 앞으로 승리하게 될지, 혹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게 될지 그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다.
태양열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수수께끼가 특히 눈에 띈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비해 태양광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그리드 가격(grid-price)이 높기 때문에15  많은 국가들이 태양광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투자 인센티브(세금 우대 조치나 저리 대출),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의 재판매 가격 보장(발전차액 지원제도를 통해서), 전반적인 에너지 공급 계획에 태양열을 포함시키라는 명령 등의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1994년 이후 정부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태양광 시장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 독일 정부는 2000년부터 태양열 에너지 프로젝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센티브 덕에 태양광 시장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게 됐다.
이와 같은 활동을 근거로 볼 때 태양열 시장은 투자의 기회가 무르익은 영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기술 플랫폼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클까? 지금 현재로서는 결정질 실리콘 전지가 태양 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집광형 태양열, 나노 입자 잉크를 사용한 박막 설계, 결정질 실리콘 전지 기술을 넘어설 수 있는 ‘솔라 트로프(solar trough)’ 설계 등 서로 대립하는 여러 기술이 존재한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업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자사의 입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리얼 옵션을 매수할 것이다.
 
교훈 7: 업계의 경계를 넘어 생각하라
다른 기술 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술 혁신이 산업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명 과학은 국가 안보, 기후 변화, 녹색 기술 등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16 원격 의료, 건강 정보학, 조직 공학 등에서도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다른 혁신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대체 에너지는 교차 수정에도 많은 기회를 제시한다. 휘발유 부족 사태가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 위협을 가했던 1970년대에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에너지 안보의 밑바탕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 에탄올이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휘발유라는 자원이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옥수수가 아니라 사탕수수, 사탕무, 스위치 그래스와 같은 비식량성 셀룰로오스 식물 등에서 추출한 ‘녹색’ 바이오 연료는 현재 상업적인 활용을 위한 다양한 단계에 놓여 있다.
노보자임(Novozymes), 대니스코(Danisco)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새로운 효소 개발(특히 에탄올을 발효시키는 유기체) 또한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효소가 개발되면 운송 에너지 시장을 변화시키고 가격이 적당하며 미국 내에서 개발된 에너지원을 활용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특히 미래가 유망한 것은 유전공학적으로 탄생한 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하는 교차 기술(재조합된 DNA를 활용하여 각기 다른 에너지원의 DNA를 융해시키는 것)이다. 발효는 보리를 알코올로 변화시키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사용돼온 방법이다. 최근에는 스위치 그래스를 발효시켜 제트 연료유를 만들기 위해 박테리아가 사용되고 있다.17   녹색 기술의 다양성과 혁신 잠재력을 보면 앞으로도 녹색 기술 부문에서 시장 경계가 사라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인접한 기술 영역을 미리 계획해두면 관리자들이 어떤 곳에서 경계 연결 현상이 발생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녹색 기술과 같은 역동적인 영역이 고정된 시장 내에서만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산업 지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왜,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고민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훈 8: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유하라
하나의 기업 내에서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0년 동안 적응력이 우수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지식 중개업자, 공급업체, 전문 계약자, 설계 회사 등 다양한 주체의 협업이 점차 중요해졌다. 많은 참가자들로 이뤄진 다양성이 높은 구조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관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반면 투자의 위험과 보상을 좀 더 광범위하게 분산시킨다.
녹색 기술 영역의 자본 투자는 불확실성이 높고 대부분의 벤처 투자자가 홀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 투자 규모가 크고 자금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위험 분산이 특히 매력적이다. 뛰어난 기술, 경험,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모두 녹아 든 네트워크는 위험 중 일부를 흡수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가 개별 참가자보다 똑똑한 경우가 종종 있다. 네트워크가 알고 있는 것뿐 아니라 네트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인맥도 모두 지혜에 포함된다. 확장 네트워크는 선구적인 사상가,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 전문가 등 외부 세계와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수의 접점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는 관련자들이 시장 주변을 주시하며 경쟁업체보다 앞서 잠재적인 문제나 기회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18
복잡한 네트워크 통합 역량을 익힌 기업들은 네트워크 시너지가 주는 이점을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된다.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기업이 자사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고 자사의 녹색 전략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에는 성공 경험이 있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육성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산성비를 저지하기 위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성공적으로 협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 환경보호청은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황이 산성비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산화황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이산화황 농도를 대폭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시장 혁신 방안 및 공장 혁신 방안이 등장했다. 산성비 프로그램(Acid Rain Program)의 일환으로 배출권 거래 제도가 도입된 1990년 이후 발전소의 이산화황 배출량이 1,000만 톤(60%가 넘는 수치)이나 감소했다. 산성비 프로그램은 현재 전면 시행 중이며 이산화황 배출 허용량을 1980년의 절반 수준으로 영구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 사례는 건전한 공공 정책을 제시하는 책임감 있는 정부부처가 기술 혁신의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교훈 9: 주변을 돌아보라
신흥 기술 세상에서는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조직의 경계 태세, 변화에 적응하는 고위경영진의 능력 등 2개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기 전에는 비즈니스나 시장의 주변부에서 혁신이 나타나곤 한다. 기업이 위협과 기회가 보내오는 약한 신호를 포착 및 해석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역량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LED 기술의 역사는 많은 교훈을 준다. 몇 년의 연구를 통해 LED가 탄생했지만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비상구 표시, 휴대전화 화면 등을 통해 LED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LED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 LED는 신호등, 자동차 브레이크등, 방향 지시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LED는 아직 가정과 사무실 등 부드러운 조명을 사용하는 핵심 시장을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녹색 기술 부문에서 일어나는 미래 혁신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주변부에서 혁신이 시작된 다음 중앙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경쟁업체보다 앞서 가능성을 발견하면 미래에 대한 좀 더 강력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사건 자체를 자사에 유리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주변 관찰(peripheral vision)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찾아낸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관리자가 신흥 기술이 또 다른 주변 기술에 의해 추월당하는 현상을 너무 늦게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19   태양광 시장에서 벌어진 실리콘밸리와 중국 간의 경쟁을 생각해보자. 당시 실리콘밸리가 싼값에 실리콘 위에 필요한 소재를 얇게 올려둘 수 있는 고도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중국이 단시간 내에 태양광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엄청난 규모와 거액의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학습 곡선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높여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신호가 약하면 해석이 힘들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약한 신호가 위험하다.
 
교훈 10: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녹색 기술 기업의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조직 차원에서 항상 경계 태세를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지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경영진이 문제나 기회에 관한 초기 경고 신호를 포착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해주기를 바란다.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경계심 강한 리더는 실행 능력 및 단기 효율성 달성 능력이 우수하지만 혼돈이 찾아왔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운영 중심 관리자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다.20   경계심이 강한 리더들은 서로 다른 2개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 경향이 있다. 학습과 성과 중심의 문화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면서도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상황의 필요에 따라 사람과 업무를 동시에 신경 쓰기도 한다.
서로 다른 2개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리더 개인의 능력인 동시에 조직의 능력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혁신 능력을 상당히 개선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21   리더는 독립 부서가 합의된 전략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서 부서에서 결정한 과정과 구조, 문화를 유지하도록 허락하는 방법을 통해 이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신생업체와 실험적인 벤처기업을 지지하며 이따금씩 특별한 자원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인 조직은 한 가지 방식만으로 운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조직의 운영 관리자들은 위험해 보이거나 기존의 성과 지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에 자원과 인력을 할당하는 방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
녹색 기술의 기저에 깔려 있는 다양한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면 성공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리더십은 투자자와 능력 있는 인재 유치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단순히 전략과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녹색 기술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역량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고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는 당면한 요구에 직면하면 경영진이 큰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들의 목적은 경영진이 다른 새로운 기술 부문에서 승자와 패자가 경험한 것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좀 더 많은 전략을 고려하고 조직의 지구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필자들의 방대한 연구로 인해 필자들은 녹색 기술 영역에 대한 몇몇 예상을 발전시키게 됐다. 필자들은 오래된 ‘갈색’ 기술에서 녹색 기술로 변화해가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갈 수십 년의 시간을 그려본다. 지금 현재, 녹색 기술은 다양한 산업과 응용 프로그램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좀 더 많은 유망한 부문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녹색 기술 영역 내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기업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겨냥한 전략을 만들어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높은 수준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를 키우고 육성할 것이다. 관리자들이 초기 단계의 녹색 기술을 발전시켜 안정적이고 번창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어마어마한 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만큼 필자들은 관리자들이 본 논문에서 언급한 몇몇 통찰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조지 S. 데이 , 폴 J.H. 슈메이커
 
조지 S. 데이(George S. Day)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프리 T. 보이시(Geoffrey T. Boisi) 교수 겸 마케팅 교수이며 와튼 MBA스쿨 산하 맥 기술 혁신 센터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폴 J.H. 슈메이커(Paul J.H. Schoemaker)는 맥 기술 혁신 센터의 연구 책임자이자 와튼스쿨의 비상근 마케팅 교수이며 펜실베이니아 콘쇼호켄 서부에 위치한 결정 전략 컨설팅(Decision Strategies International Inc.)의 설립자 겸 회장이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411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감사의 말씀
이 논문의 저자들은 편집을 위해 귀중한 도움을 주신 그레첸 앤더슨(Gretchen Anderson)과 귀중한 피드백을 주신 폴 클라인도퍼(Paul Kleindorfer), 론 라살비아(Ron LaSalvia), 파티아 맥그래스(Patia McGrath), 킴벌리 슈메이커(Kimberly Schoemaker), 스콧 스나이더(Scott Snyer), 아르젠 밴 덴 베르그(Arjen van den Berg)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