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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vent Your Business Before It’s Too Late

잘나갈 때 스스로 허물벗어야

폴 눈스 | 87호 (2011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2월 호에 실린 폴 눈스와 팀 브린의 글 ‘Reinvent Your Business Before It’s Too Lat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조만간 많은 기업이 성장 정체에 직면할 것이다.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불편한 현실 속에서 기업은 정기적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특정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성장 단계에 있는 다른 사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최고 기업은 이런 과정에 능숙하다. 이는 최고가 되자마자 미끄러져 내려오는 기업과의 차이점이다.
 
적절한 시기에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심각하다. 매튜 S. 올슨(Matthew S. Olson)과 데릭 반 베버(Derek van Bever)의 공동 저서 <스톨 포인트(Stall Points)>에서 설명하듯 성장 정체를 겪은 기업이 이전 성장세를 회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매우 낮은 확률이다. 책은 성장 정체를 경험한 기업 3개 중 2개가 인수되거나 상장 폐지, 혹은 파산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성장 정체의 원인은 수없이 많다. 핵심 사업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서(혹은 너무 오래 집착해서)일 수도 있다. 실행에 실패하거나 소비자 취향 분석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규모 확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원인이 된다. 다양한 원인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확실히 문제가 보이는데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할 때 성장이 정체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경기 호황기에 기업의 높은 재무적 성과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 성장 정체에 관한 이론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점을 파악했다. 기업이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문제를 고치는 데 서툴러서만은 아니다. 하향세에 접어든 사업을 손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다. 성공적인 신제품이 나오면 매출이 완만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후 감소하며 쇠퇴기를 맞는다. 이른바 재무적 S곡선이다. 기업들은 이를 관리하는 데 몰두하지만 성공적인 신사업의 기초를 닦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핵심 사업의 정체가 시작된 뒤에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비상이 걸린다.
 
연구 결과,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재무 성장을 보여주는 S곡선에 얽매이지 않고 이보다 주기가 훨씬 짧지만 아주 중요한 3개의 S곡선을 관리했다. 이는 산업 내의 경쟁 기반 추적(tracking the basis of competition in their industry), 기업 역량 갱신(renewing their capabilities), 인재 공급기반 구축(nurturing a ready supply of talent)과 관련된 S곡선이다. 고성과 기업은 기존 관념을 뒤집고 당장은 큰 탈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앞서서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법을 알고 있다.
 
성공을 위한 S곡선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혁신을 추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사업 전망은 정체가 시작되기 직전에 가장 장밋빛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의 매출은 급증하고 수익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주식은 엄청난 프리미엄에 거래된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경영진이 행동을 취해야 할 시기다. 새로운 S곡선에 합류하기 위해서 기업은 다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잠재 경쟁 곡선 경쟁 구도는 매출이 정점을 찍기 훨씬 이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일례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제조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 사이의 경쟁 기준은 가격에서 네트워크 범위, 서비스 가치에서 디자인, 브랜드, 어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해왔다. 첫 번째 S곡선인 잠재 경쟁 곡선은 산업 내 경쟁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 고성과 기업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기존 사업의 매출을 최대한 확장하는 동시에 수요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 구조를 구축한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는 우편 배달 방식을 도입하면서 DVD 대여 산업의 경쟁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와 함께 관련 기술 응용을 통해 영화 필름의 물리적 형태를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발전시키면서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DVD 대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비디오 대여점을 모델로 한때 업계 선두를 달리던 블록버스터는 사업 모델에 조금씩 변화만 주고(연체료 폐지 등) 경쟁 구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넷플릭스에 시장 점유율을 넘겨줬다.
 
잠재 역량 곡선 고성과 기업은 차별화된 역량을 개발하고 재무 성장 곡선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델(Dell)의 PC 직접 판매, 월마트(Wal-Mart)의 차별화된 공급 체인, 고급 차량 렉서스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까지 다양한 차량을 생산한 도요타(Toyota)의 생산 방법 및 엔지니어링 역량이 좋은 예다. 그러나 차별화된 역량 또한 경쟁 구조와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다음 역량 곡선으로 뛰어들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 역량곡선을 개발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이전 역량 곡선이 끝나는 시점을 명확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주요 음반업체가 기존 사업방식을 다듬고 개조하는 데만 정신을 쏟는 동안 PC 제조업체가 홀연히 나타나 합리적 가격의 디지털 음원을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고성과 기업은 끊임없이 조직과 시장을 혁신할 방법을 찾는다. 프록터&갬블(P&G)은 일회용 기저귀에 대한 잠재 수요를 오래 전에 파악하고 무려 5년간이나 역량 구축에 집중했다. 천 기저귀 세탁을 맡기고 배달을 받는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과 비슷한 가격에 일회용 기저귀를 공급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닷컴 CEO는 미디어 상품을 넘어선 사업 확장,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 세계화 등에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보이고 수익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때까지 5∼7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노력, 연구개발(R&D)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잠재 인재 곡선
진정한 인재(serious talent)’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기업이 많다. ‘진정한 인재’란 신규 사업의 성장을 이끌 역량과 의지를 모두 소유한 사람을 말한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큰 성공을 앞두고 있을 때 인재 관리는 뒷전으로 물러나기 쉽다. 이 시기에는 투입 자원을 줄여도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학습 곡선 후반기에 진입해 있으므로) 수익 마진을 늘려야 하는 기업은 직원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 이는 사업 혁신을 견인할 인재를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연구의 대상에 포함된 고성과 기업은 모두 꾸준한 인재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유전 개발 서비스 업체 슐럼버거(Schlumberger)는 진정한 인재를 찾고 개발하는 일을 상시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슐럼버거는 예산 결정권을 가진 고위 중역을 전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을 담당하는 ‘대사(ambassador)’로 임명한다. 예산 권한을 가진 이들은 담당 대학원에 연구 자금이나 장비를 지원한다. 십여 곳의 유수 대학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슐럼버거는 이들 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이 꼽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다. 슐럼버거는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는 일은 물론 직원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슐럼버거 직원은 업계 최고의 인재 대우를 받는다. 슐럼버거는 석유 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업계 표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매출 성장 곡선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3대 잠재 곡선을 꾸준히 관리한 고성과 기업들은 기존 사업 엔진의 힘이 떨어지기 전에 혁신을 시작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성과 기업이 혁신을 준비하는 과정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경쟁 곡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연구내용
액센츄어는 2003년부터 고성과 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모든 성과는 상대적이라는 전제하에 연구팀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그룹을 한 조로 만들어 이들을 분석했다. 기업 성과에 관한 이전의 연구는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을 직접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평균 수익성과 성숙도, 산업별 위험을 감안하지 않아 각 기업을 비교하기보다 산업별 성과를 비교하는 결과를 낳았다.
 
액센츄어는 초기 연구에서 31개의 비교 집단을 만들었다. 비교 집단에는 800여 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의 기업 가치를 합산하면 당시 러셀(Russell) 3000 지수 시가총액의 80%가 넘었다.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장수 가능성, 향후 시장 입지 등을 평가하는 13개 재무 기준에 입각해 성과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경우 지난 10년간의 재무 성과가 평가 기준이 됐다.
 
장기 성과가 평균보다 훨씬 높은 기업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옮겨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높은 성과를 유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수년간 특별 조사가 시행됐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와 관련 사업부에서 전문가가 차출돼 특별 조사팀이 구성됐다. 필요시에는 외부 연구자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전문성과 경험을 보완했다.
 
지금은 신흥 시장 기업의 폭발적 성공을 연구하기 위해 지역별 연구와 글로벌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모서리-중심 전략
과거에는 기존 사업의 매출 곡선을 길게 연장하는 전략이 유용했지만 이런 전략은 시장의 경쟁 구조가 바뀌는 시점을 파악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혁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기존 전략과 함께 시장과 조직의 주변부를 중심으로 끌어오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이 ‘모서리-중심 전략(edge-centric strategy)’에서 전략 수립은 고정된 구조나 절차 없이 진행되는 상시 활동이 된다.
 
시장의 모서리를 중심부로 모서리-중심 전략을 사용한 기업은 시장 주변부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아직 포착되지 않은 고객 수요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시장의 가장자리 조사를 통해 경쟁 구조의 변화를 신속히 파악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사례를 살펴보자.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환자의 태도와 소망, 수요를 살피는 ‘DAWN(Diabetes Attitudes, Wishes, and Needs) 캠페인’을 통해 앞으로는 질병 치료 이상의 수요를 해결해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DAWN 캠페인은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중심에 두고 당뇨병을 치료하자는 운동이다. 이 캠페인에는 수천 명의 1차 진료의, 간호사, 의료 전문가, 환자,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주요 보건협회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DAWN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사를 실시하면서 당뇨병 환자의 심리·사회적 필요를 인지하게 됐다. 일례로 당뇨병 환자의 40% 이상은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15%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새로운 수요를 알게 됐다. 그리고 조기에 혁신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약물 개발과 제조보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질병뿐 아니라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미래를 개척한 것이다.
 
조직의 모서리를 중심부로 현장 직원과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진 연구팀, 제품군 매니저들은 시장의 주요한 변화를 감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고성과 기업은 이들의 의견을 전략 수립 단계에 반영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 베스트바이(Best Buy)는 본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는 매장 매니저의 의견을 듣는다. 덕분에 뉴욕시 매장 매니저의 의견을 반영해 고객유인 상점(magnet store)을 개장했고 이를 통해 크루즈선에서 내려 근처를 탐방하는 포르투갈 관광객의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는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인 에어윅 프레시매틱(Airwick Freshmatic) 아이디어를 한국 브랜드 매니저로부터 얻었다. 이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기기가 포함된 제품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트 벡트(Bart Becht) CEO는 ‘다수결’보다는 ‘열정’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전략 수립이 본사가 아니라 현지 매장 등의 주변부에서 만들어지면 이를 공식화하기 어렵다. 평균 이하의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은 일정에 따라 정해진 시점에 전략을 수립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고성과 기업은 다양한 방법과 시점을 활용해 전략을 수립한다. 경쟁사가 전략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자사 시스템이 경쟁사의 손쉬운 사냥감이 되지 않도록 한다.
 
경쟁 구조는 빠르게 변한다. 그러나 차별화된 역량은 이보다 빨리 사라진다. 사업이 성공하기 시작한 그 시점에 경쟁자들은 모방 상품을 내놓고 너도나도 같은 시장에 뛰어든다. 경쟁은 심화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S곡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어떻게 개발할까?
 
최고경영진의 변화
사업 운영에 뛰어난 경영진이 있다. 이들은 생산 증대와 신규 시장 진출, 제품 라인 확장 등의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능력을 발휘한다. 반면 사업가 기질이 뛰어난 경영진도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일에 능하다. 둘 중 무엇이 낫다고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최고경영진의 역량이 역량 곡선에 기반한 기업의 조직적 수요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새로운 역량 개발을 추진하지 않고 재무 곡선 관리에 만족하며 제자리에 머물 때 기업의 위기가 시작된다.
 
성장 정체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사업이 잘될 때 떠나려는 경영진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다음 S곡선으로 갈아타려면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를 조기에 투입하고 최고경영진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한다. 놀랍게도 고성과 기업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최고경영진의 조기 쇄신 인텔 최고경영팀의 사례를 살펴보자. 설립 이래 인텔의 CEO 자리는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 고든 무어(Gordon Moore), 앤디 그로브(Andy Grove), 크레이그 배럿(Craig Barrett), 그리고 현재의 CEO인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와 같은 내부 중역으로 채워졌다. 회사는 CEO 후보를 외부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고 승계는 매끄럽게 계획적으로 이뤄졌다. 1989년부터 인텔 이사를 지낸 데이비드 요피(David Yoffie)는 “경영진 승계 문제는 10년 전부터 논의해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최고경영진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매끄러운 연속성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인텔이 늘 염두에 두는 건 바로 사업 발전이다. 일례로 1998년 CEO 자리에서 물러난 그로브는 사임 당시에도 효과적으로 인텔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만약 인텔이 연속성만 중요하게 여겼다면 그로브는 퇴직 연령인 65세가 될 때까지 3년간 더 CEO 자리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바통을 배럿에게 넘겨줬고 배럿은 CEO 자리에 올라 제품 확장을 통해 인텔의 사업을 성장시켰다.
 
인텔 CEO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회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로브는 인텔의 핵심 사업을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옮기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인텔은 글로벌 첨단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텔리니는 CEO로 임명된 2005년부터 원자 모바일 칩(Atom mobile chip)에 집중했다. 원자 칩은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시스템, 심지어는 재봉틀(재봉 패턴 다운로드)까지 인터넷에 연결 가능한 거의 모든 장비에 사용된다.
 
구조화된 승계 계획을 통해 인텔은 연공서열순이 아니라 향후 도전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CEO로 임명한다. 또한 필요 시점보다 빨리 새로운 CEO를 임명한다. 매출 감소와 선택폭이 줄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CEO가 혁신을 추진하도록 돕는 것이다.
 
장·단기 시각의 조화 최고경영진이 현재와 미래 양쪽에 초점을 둔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 일은 새로운 역량 곡선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다. 2005년 어도비(Adobe)가 매크로미디어(Macromedia)를 인수했을 때 CEO였던 브루스 치젠(Bruce Chizen)은 고위 경영진 중 누가 어도비의 연간 매출을 1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들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했다. 대다수는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기술이나 동기가 부족했다.
 
이에 치젠은 어도비보다 매크로미디어 쪽에서 경영진을 데려와 조직의 주요 임무를 맡겼다. 당시 임원들이 잘할 수 있는 일보다는 어도비의 향후 수요에 기반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신이 CEO로서 충분히 강인하지 않다고 생각한 치젠은 상대적으로 젊은 52세의 나이에 자신의 자리를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에게 넘겨줬다. CEO가 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나라옌은 오랜 기간 치젠을 보좌했던 사람이었다. 승계 시기가 언뜻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도비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어도비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대 기업과 정면 대결을 펼치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왜 지금인가?
불경기에는 왜 혁신과 쇄신이 필요한가?
매출 감소와 가격 할인의 증가는 기업의 매출 S곡선에 하향 압박을 가한다. 상황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S곡선이 이전 수준으로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은 다음의 4대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지적 재산권
불경기로 기업 매출이 급감했다고 특허 기간이 연장되는 건 아니다. 개발 신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바로 복제 의약품(generic)의 도전을 받는 제약업체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기술
불경기 기간에는 신기술 도입이 지연되긴 하지만 그 기간이 길지는 않다. PDP TV 제조업체의 운명을 생각해보라. 불경기와 LCD, LED TV의 등장으로 PDP TV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쟁
불경기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쟁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와야만 한다. 우위를 점유한 기업이 경쟁의 강도를 높이면 불경기로 체력이 약해진 기업들은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 대여 시장의 경우 불경기가 오자 온라인 채널을 장악한 업체들이 기존 DVD 대여점을 파산으로 몰아넣었다.
 
소비자 취향
신선함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는 경제 상태와 별다른 관련이 없다. 불경기에 구매력이 아무리 감소해도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를 보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작년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직 내에서 새로운 사람을 영입해 경영진의 경직된 사고에 변화를 주고 시각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1991년 라탄 타타(Ratan Tata)가 인도 타타그룹(Tata Group)의 수장이 됐을 때 타타그룹의 임원들은 수십 년 동안 왕국을 편안하게 다스리며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은퇴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회장이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라탄 타타는 안주하고 있던 임원들을 조금씩 밀어내고(당연히 일부 부서에서는 거센 저항이 있었다) 정년 퇴직 제도를 도입해 경영진이 정체되는 것을 막았다. 경영진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내부 인재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열렸고 타타는 인도 최대의 민간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부하를 피하기 위한 조직화 마지막으로 고성과 기업은 최고경영진의 책임 및 의무를 효과적으로 분리하고 모든 책임 사항을 포괄하도록 조직을 구성한다. 최고경영진의 3대 업무는 바로 정보를 공유하고 중요 결정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해서 중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나의 경영팀에서 이 모든 3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영팀이 비대해지기 쉽다.
 
많은 고성과 기업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영진의 주요 3대 업무를 분리한다. 다시 말해 팀 안에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경영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다. 조직의 제일 꼭대기에는 3∼7명의 1차 결정권자들이 자리한다. 이 그룹은 다른 팀, 수백 명의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린다.
 
충분한 인재 보유
사업 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진뿐 아니라 직원 모두가 새로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고성과 기업의 경우 핵심 사업의 전성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최고경영진을 교체하는 것만큼 어려운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현재의 수요보다 더 많은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다. 단순한 사업 관리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재를 얻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업이 번창하고 있을 때 인재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붓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많은 기업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다.
 
기업이 필요보다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까? 첫째,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고성과 기업 중 다수는 업무 탐색 시간을 근무 일정에 정기적으로 포함시킨다(구글과 3M이 대표적이다). 둘째, 능력 있는 매니저들이 업무 처리에 급급하지 않고 자기계발 과제에 몰입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고성과 기업은 적극적으로 업무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고 향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준다.
 
기업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을 고용 고성과 기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직원을 고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 및 인재 개발 절차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현재 빈자리에 잘 맞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대신 기업 문화와 잘 맞는 사람, 즉 시간이 지나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한다.
 
대표적 기업이 바로 포시즌스호텔(Four Seasons Hotels)이다. 포시즌스호텔은 고객을 왕처럼 대하는 기업 문화(말 그대로 정말 왕도 있다)에서 능력을 발휘할 사람을 찾는다. 이사도어 샤프(Isadore Sharp) 포시즌스호텔 CEO는 저서 <사람을 꿈꾸게 만드는 경영자(Four Seasons: The Story of a Business Philosophy)>에서 “누구나 가르치면 웨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좋은 태도가 습관처럼 자리 잡으면 결코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도어맨이라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할 사람을 찾는다.”
 
레킷 벤키저 또한 채용 과정에서 기업 문화와의 궁합을 1순위로 꼽는다. 지원자들은 채용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레킷 벤키저의 저돌적 기업 문화와 잘 맞는지 알기 위한 온라인 시뮬레이션에 참여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다양한 업무 시나리오가 주어지고 이에 대한 지원자의 대응 방식을 묻는다. 기업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지 점수가 나오면 지원자들은 점수에 따라 구직 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향후 시련에 대한 준비 신입사원이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하려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견뎌야 한다. 실적이 낮은 기업의 직원들은 예상치 못했거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움츠러든다. 그러나 고성과 기업은 직원들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련 속에서 성장한 직원들은 새로운 S곡선으로 갈아타는 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다. 이는 액센츄어 컨설턴트 밥 토마스(Bob Thomas)가 S곡선과 관련된 저서에서 ‘가혹하다(crucible)’라고 표현한 경험과도 비슷하다. ‘가혹한 경험’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직장이나 다른 곳에서의 인생 경험이다. 여기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은 사람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가혹한 경험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럴 필요도 있다. 제프 이멜트(Jeff Immelt)가 제너럴일렉트릭(GE)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 초반의 나이였을 때 그는 당시 CEO였던 잭 웰치(Jack Welch)와 최고인사담당자 빌 코나티(Bill Conaty)로부터 수백만 대의 불량 냉장 압축기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전달받았다. 당시 이멜트는 냉장 압축기나 결함 제품 회수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멜트는 이런 혹독한 과제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CEO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의 성장 기회 창출 기업과 맞는 직원을 선택하고 능력을 시험한 후에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이들이 업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우려면 우선 이들이 매일 처리하는 업무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UPS는 오래 전부터 사업이 성공하려면 유능한 트럭 기사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운전기사는 날씨와 시간, 또는 그 밖의 많은 변수에 따른 최단 경로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트럭으로 옮기는 중노동 때문에 운전 기사의 이직률은 매우 높았다. UPS는 트럭으로 짐을 옮기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제 근무자를 따로 고용했다. 시간제 근무자의 급여는 트럭 운전기사보다 더 낮았다. 인력을 찾기도 쉬웠다. 덕분에 기업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직원인 트럭 운전기사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업무에 집중하고 능률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기업은 조직 구조를 활용해 직원들에게 다양한 성장 기회를 줄 수 있다. 산업 장비 및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 일리노이툴워크(Illinois Tool Works, ITW)는 800개 이상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ITW는 사업부 중 하나가 너무 비대해지면(매출 규모 5000만 달러 이상) 해당 사업부를 나누어 새로운 관리직을 만들고 젊은 인재를 고용한다. 그래서인지 ITW 관리자들은 20대의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고성과 기업의 직원은 유능하기만 하다면 근속년수에 상관 없이 고속 승진을 할 수도 있다. A.G. 래플리(Lafley)는 P&G 회장이자 CEO로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고전을 면치 못하던 북미 아기용품 사업 총괄자를 임명해야만 했다. 래플리는 연공서열로 따져 상위에 있는 78명의 총괄 매니저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대신 조직의 하부로 내려가 데보라 헨레타(Deborah Henretta)를 총괄 매니저를 발탁했다. 래플리의 결정은 옳았다. 헨레타는 아기용품사업부의 20년 손실을 모두 만회했고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아시아 총괄 사장으로 임명돼 4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감독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풍부한 인재풀을 구축하려면 UPS나 IPW, P&G처럼 기존 틀을 깨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원(UPS의 경우 필요한 집단)을 잡아두고 근시안적 비용 절감을 위해 인재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할 수 있다.
 
최고 기업이라고 성장 정체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사실 불경기는 S곡선의 끝에 다다른 기업에 더 심각한 피해를 안긴다. (‘왜 지금인가?’ 참조) 경기가 호황을 이룰 때에도 사업 위기는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원인은 다양하다. 굶주린 신생업체가 소모적 경쟁을 시작할 수도 있고 혁신 기술이 개발되거나 해당 산업, 혹은 기업이 노화돼 그럴 수도 있다. 다른 산업은 모두 호황기를 맞이하는 데 특정 사업, 혹은 산업만 심각한 불황을 겪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업은 경쟁 구조, 역량 차별화, 풍부한 인재풀 등의 잠재 S곡선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기업 혁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뿐 아니라 보다 손쉽게 다음 S곡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획기적인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신속히 성장 정체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폴 눈스·팀 브린
 
폴 눈스는 액센츄어 성과연구소(Accenture Institute for High Performance)의 상임 연구 이사다. 팀 브린은 액센츄어의 디지털 마케팅사업인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의 최고경영자(CEO)다. 이 글은 이들의 공동저서 <진행 곡선 뛰어넘기: 성장 주기를 극복하고 시장 1위를 유지하는 법(Jumping the S-Curve: How to Beat the Growth Cycle, Get on Top, and Stay There)>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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