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Design A Winning Business Model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2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부교수 라몬 카사데수스-마사넬과 IESE 경영대학원 전략경영·경제학 교수 호안 E. 리카트의 글 ‘How To Design A Winning Business Mode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전략(strategy)’은 경쟁력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우위를 얻기 위한 노력은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1990년대에는 IT와 통신 기술이 통합되면서 기업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비즈니스 모델에 강력한 매력을 느꼈다. 요즘은 규제 완화, 기술 발전, 세계화, 지속 가능성 등 여러 변화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IBM 비즈니스 가치 연구소(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가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글로벌 CEO 연구(Global CEO Study)>에는 2006년부터 여러 업계의 고위경영자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내용이 실렸다. 2009년에 실시된 연구에서는 10개 중 7개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 활동을 추진 중이며 98%의 기업이 어느 정도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 개도국, 특히 경제 수준이 중하위권에 불과한 국가의 시장을 열어젖히려는 압력이 점차 증대되면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의 여러 선진국에서는 경기후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신기술과 저비용으로 무장한 경쟁업체의 등장은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산업의 형세를 바꾸어놓고 있으며 이윤을 재분배하고 있다. 사실 세계 곳곳에서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획득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쟁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들은 지난 7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들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새로운 모델의 효용을 독자적으로 평가하는 데(엔지니어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을 테스트하듯이)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업이 채택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대개 같은 업계 내 다른 기업들이 채택한 비즈니스 모델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결정된다(시장에서 홀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다면 거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 경쟁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개별적으로 분석을 했을 때 비즈니스 모델 A가 다른 비즈니스 모델에 비해 우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A의 가치 창출 효과가 다른 비즈니스 모델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다. 혹은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기업들이 가치 창출 과정에서 파트너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개별 비즈니스 모델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강점 및 약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역동적인 요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에 내포돼 있는 역동적인 요인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베이(eBay), 페이스북(Facebook) 등 하이테크 기업들처럼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과 유사한 승자독식 효과를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경영자는 극소수다. 네트워크 효과는 기술이 갖고 있는 외생적인 특징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얼마든지 승자독식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오랜 기간에 걸쳐 경쟁 우위를 안겨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현명한 기업은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선순환을 강화하고 경쟁업체 비즈니스 모델의 선순환을 약화시키며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선순환을 활용해 경쟁업체의 강점을 약점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필자들은 종종 “그게 전략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략이 아니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전술의 고유한 영역을 분명히 이해하고 이들 간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경쟁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효과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기준을 충족시킨다.
기업 목표와 일치하는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을 통해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제록스가 1970년대에 설립한 제록스 파크(Xerox Parc)에서는 레이저 인쇄, 이더넷(Ethernet),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초대형 반도체 통합 등 수많은 기술 혁신이 탄생했다. 하지만 제록스 파크는 혁신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거나 모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제록스 파크의 혁신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제록스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강화가 이뤄지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경영자가 하는 선택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적인 일관성(internal consistency)이 있어야 한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저가 항공사가 영국항공(British Airways)과 같은 일반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맞먹는 수준의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비행기 1대당 좌석 수를 줄이고 식사와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면 저가 항공사의 저비용 구조가 훼손되고 이윤이 줄어들게 된다. 강화 효과가 부족할 때는 일부 선택을 포기하고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할 수 있다.
탄탄한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판카즈 게마와트(Pankaj Ghemawat)가 찾아낸 4개의 위협을 막아내 오랜 시간 동안 비즈니스 모델의 효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게마와트가 찾아낸 4개의 위협은 △모방(imitation: 경쟁업체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할 수 있는가) △강탈(holdup: 고객, 공급업체, 기타 관련자가 협상력을 활용해 우리 회사가 창출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가) △태만(organizational complacency: 현재에 안주하려는 조직 내부의 분위기) △대체(신제품으로 인해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감소할 수 있는가)가 있다.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의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강인성은 여전히 중요한 매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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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인가?
경영자가 조직의 번영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영상의 정의는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영 전문 저술가인 조안 마그레타(Joan Magretta)는 비즈니스 모델이 ‘고객이 누구인가, 고객은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 적절한 가격에 가치를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를 인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해주는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을 명시하는 방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는 전문가도 있다. 가령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 크리스텐슨(Clay Christensen)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이 고객 가치 제안, 이윤 공식, 핵심 자원, 핵심 프로세스의 4개의 요소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설명은 경영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키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발달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조직 운영 방식에 관한 경영자의 선택(보상 정책, 조달 계약, 시설 위치, 수직 통합 수준, 판매 및 마케팅 계획 등에 관한 선택)이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 중 일부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경영자가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른 결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가격 결정(선택)은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판매량은 규모의 경제 및 협상력(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 결과는 가치 창출 및 획득에 관한 기업의 논리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택으로 인한 결과 또한 정의에 포함돼야 한다.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개념을 정리해보면 비즈니스 모델은 일련의 경영상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 기업은 3개의 선택을 하게 된다. 정책 선택(policy choice)은 조직이 취하는 운영상 행동(예: 비노조 직원 활용, 농촌 지역 공장 설립, 직원들이 출장 시 항공기 일반석을 타도록 장려)을 결정짓는다. 자산 선택(asset choice)은 기업이 활용하는 유형 자산에 관한 것(예: 제조 시설, 위성 통신 시스템)이다. 관리구조 선택(governance choice)은 기업이 두 가지 다른 사항(예: 기계를 구입해야 할까, 임대해야 할까)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정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얼핏 보기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정책 및 자산 관리 방식의 차이가 비즈니스 모델의 효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탄력적일 수도 있고 비탄력적일 수도 있다. 탄력적인 결과는 경영상 선택의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가격 인상을 선택하면 판매량이 즉시 줄어든다. 반면 기업의 검소한 문화(출장 시 일반석을 타고, 호텔방을 다른 직원과 공유하고, 검소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규정하는 정책을 통해 오랜 기간 형성돼온 것)는 비탄력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다른 조직 문화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검소한 문화는 단기간 내에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차이점은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고려 요소다. 탄력적인 결과와 달리 비탄력적인 결과는 형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방이 힘들다.
1990년대 초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저가 항공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라이언에어(Ryanair)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모든 부가 서비스를 없애고 비용을 절감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당시 라이언에어는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판매하고, 보조 공항만을 이용하고, 승객을 여러 등급으로 분류하지 않고, 모든 부가 서비스에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단거리 항공편만을 운행하고, 표준화된 보잉 737 항공기를 활용하는 등의 선택을 했다. 뿐만 아니라 라이언에어는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 직원을 활용하고,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본사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도 기울였다. 이런 선택의 결과 라이언에어는 판매량을 늘리고, 변동비와 고정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한다는 명성을 얻고, 공격적인 경영팀을 구축할 수 있었다.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모델, 과거와 현재’ 참조.) 그 결과 고객의 항공료 지불 욕구를 과도하게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식으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가
물론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기대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기업의 목표와 일치한다. 둘째, 자기 강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셋째, 탄탄하다(‘좋은 비즈니스 모델의 3가지 특징’ 참조).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자기 강화적인 선순환의 고리, 혹은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측면인 동시에 가장 도외시되는 측면이기도 하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과 같은 하이테크 기업이 갖고 있는 경쟁 우위는 대개 누적된 자산(예: 아이팟, X박스, 개인용 컴퓨터 등의 사용자 기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이테크 분야의 선두기업들은 단순 인수 방식이 아니라 가격 결정, 저작권 사용료, 제품 범위 등에 관해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이런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한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자사가 속한 부문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자산이나 자원(예: 프로젝트 관리 기술, 생산 경험, 명성, 자산 활용도, 신뢰, 협상력 등)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한편 선택을 통해 얻게 된 결과는 추가적인 선택을 가능케 한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선순환의 고리, 즉 네트워크 효과와 유사한 동력이 생겨난다. 선순환의 고리가 돌아가면 기업의 주요 자산(혹은 자원)이 증가해 경쟁 우위가 강화된다. 현명한 기업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가치 창출 및 획득을 가능케 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줄어드는 비용과 가격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여러 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타난 핵심적인 선순환 고리’ 참조.) 이러한 선순환 고리로 인해 비용이 줄어들고 가격이 더욱 내려가 판매가 늘어나게 돼 결국 이윤이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비즈니스 모델로 인한 선순환 고리가 돌아가는 한 라이언에어의 경쟁 우위는 계속해서 확대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몸을 갑자기 멈추기란 쉽지 않다. 운동에너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정지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선순환의 고리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선순환 고리는 한계에 도달하며 기존의 선순환 고리를 상쇄시키는 또 다른 고리가 생겨나거나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선순환 고리의 진행 속도가 더뎌진다. 선순환 고리를 방해하는 요인이 나타나면 시너지 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경쟁 우위가 약화된다. 예를 들어 라이언에어의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 결과 라이언에어가 더 이상 저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면 라이언에어의 선순환 고리가 악순환의 고리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결국 대량 판매의 이점이 사라지고 항공기 활용률이 떨어지게 된다. 라이언에어가 항공기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활용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기 활용률 감소는 수익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저가 항공사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차별화를 추구하는 기업 또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급 버스의 차체를 생산하는 스페인 제조업체로 1980년대에 몇 차례 잘못된 행보를 취한 후 엄청난 손실을 경험했던 이라이자(Irizar)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1990년대 경영진이 두 차례나 교체된 후 직원들의 사기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이라이자의 신임 경영자인 콜도 사라트사가(Koldo Saratxaga)는 몇 가지 중대한 변화를 추진하게 됐다. 사라트사가는 3개의 비탄력적인 결과(직원들의 확고한 주인의식, 성취감, 신뢰)로 이어지는 선택을 함으로써 이라이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켰다. 당시 사라트사가는 조직 내 계층을 파괴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분권화시키고, 업무 수행의 단위인 팀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직원들의 자산 소유를 허용하는 등의 선택을 했다(‘이라이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참조).
협동조합인 이라이자는 바스크(Basque) 지방에서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목표에 기초해 엄청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이라이자의 핵심적인 선순환 고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기반으로 고객을 확보해 높은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혁신과 서비스, 고품질을 가능케 한다. 사실 품질은 이라이자 문화의 초석과도 같다. 이라이자는 고객 충성도 향상과 직원으로의 권한 위임에 집중한 덕에 사라트사가가 CEO로 재직한 14년 동안 무려 23.9%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0년에 4000대의 버스를 생산해 4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이라이자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전혀 다르긴 하지만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비즈니스 모델과의 경쟁
[그림3]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모델, 과거와 현재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모델 (과거)
1980년대에 라이언에어가 채택했던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그림을 보면 당시 라이언에어가 했던 중요한 선택(우수한 서비스 제공 + 표준화된 항공기를 활용한 운영)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라이언에어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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