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2월 호에 실린 폴 눈스와 팀 브린의 글 ‘Reinvent Your Business Before It’s Too Lat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조만간 많은 기업이 성장 정체에 직면할 것이다.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불편한 현실 속에서 기업은 정기적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특정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성장 단계에 있는 다른 사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최고 기업은 이런 과정에 능숙하다. 이는 최고가 되자마자 미끄러져 내려오는 기업과의 차이점이다.
적절한 시기에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심각하다. 매튜 S. 올슨(Matthew S. Olson)과 데릭 반 베버(Derek van Bever)의 공동 저서 <스톨 포인트(Stall Points)>에서 설명하듯 성장 정체를 겪은 기업이 이전 성장세를 회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매우 낮은 확률이다. 책은 성장 정체를 경험한 기업 3개 중 2개가 인수되거나 상장 폐지, 혹은 파산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성장 정체의 원인은 수없이 많다. 핵심 사업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서(혹은 너무 오래 집착해서)일 수도 있다. 실행에 실패하거나 소비자 취향 분석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규모 확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원인이 된다. 다양한 원인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확실히 문제가 보이는데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할 때 성장이 정체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경기 호황기에 기업의 높은 재무적 성과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 성장 정체에 관한 이론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점을 파악했다. 기업이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문제를 고치는 데 서툴러서만은 아니다. 하향세에 접어든 사업을 손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다. 성공적인 신제품이 나오면 매출이 완만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후 감소하며 쇠퇴기를 맞는다. 이른바 재무적 S곡선이다. 기업들은 이를 관리하는 데 몰두하지만 성공적인 신사업의 기초를 닦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핵심 사업의 정체가 시작된 뒤에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비상이 걸린다.
연구 결과,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재무 성장을 보여주는 S곡선에 얽매이지 않고 이보다 주기가 훨씬 짧지만 아주 중요한 3개의 S곡선을 관리했다. 이는 산업 내의 경쟁 기반 추적(tracking the basis of competition in their industry), 기업 역량 갱신(renewing their capabilities), 인재 공급기반 구축(nurturing a ready supply of talent)과 관련된 S곡선이다. 고성과 기업은 기존 관념을 뒤집고 당장은 큰 탈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앞서서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법을 알고 있다.
성공을 위한 S곡선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혁신을 추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사업 전망은 정체가 시작되기 직전에 가장 장밋빛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의 매출은 급증하고 수익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주식은 엄청난 프리미엄에 거래된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경영진이 행동을 취해야 할 시기다. 새로운 S곡선에 합류하기 위해서 기업은 다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잠재 경쟁 곡선 경쟁 구도는 매출이 정점을 찍기 훨씬 이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일례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제조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 사이의 경쟁 기준은 가격에서 네트워크 범위, 서비스 가치에서 디자인, 브랜드, 어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해왔다. 첫 번째 S곡선인 잠재 경쟁 곡선은 산업 내 경쟁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 고성과 기업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기존 사업의 매출을 최대한 확장하는 동시에 수요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 구조를 구축한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는 우편 배달 방식을 도입하면서 DVD 대여 산업의 경쟁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와 함께 관련 기술 응용을 통해 영화 필름의 물리적 형태를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발전시키면서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DVD 대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비디오 대여점을 모델로 한때 업계 선두를 달리던 블록버스터는 사업 모델에 조금씩 변화만 주고(연체료 폐지 등) 경쟁 구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넷플릭스에 시장 점유율을 넘겨줬다.
잠재 역량 곡선 고성과 기업은 차별화된 역량을 개발하고 재무 성장 곡선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델(Dell)의 PC 직접 판매, 월마트(Wal-Mart)의 차별화된 공급 체인, 고급 차량 렉서스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까지 다양한 차량을 생산한 도요타(Toyota)의 생산 방법 및 엔지니어링 역량이 좋은 예다. 그러나 차별화된 역량 또한 경쟁 구조와 마찬가지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다음 역량 곡선으로 뛰어들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 역량곡선을 개발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이전 역량 곡선이 끝나는 시점을 명확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주요 음반업체가 기존 사업방식을 다듬고 개조하는 데만 정신을 쏟는 동안 PC 제조업체가 홀연히 나타나 합리적 가격의 디지털 음원을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고성과 기업은 끊임없이 조직과 시장을 혁신할 방법을 찾는다. 프록터&갬블(P&G)은 일회용 기저귀에 대한 잠재 수요를 오래 전에 파악하고 무려 5년간이나 역량 구축에 집중했다. 천 기저귀 세탁을 맡기고 배달을 받는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과 비슷한 가격에 일회용 기저귀를 공급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닷컴 CEO는 미디어 상품을 넘어선 사업 확장,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 세계화 등에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보이고 수익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때까지 5∼7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노력, 연구개발(R&D)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잠재 인재 곡선 ‘진정한 인재(serious talent)’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기업이 많다. ‘진정한 인재’란 신규 사업의 성장을 이끌 역량과 의지를 모두 소유한 사람을 말한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큰 성공을 앞두고 있을 때 인재 관리는 뒷전으로 물러나기 쉽다. 이 시기에는 투입 자원을 줄여도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학습 곡선 후반기에 진입해 있으므로) 수익 마진을 늘려야 하는 기업은 직원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 이는 사업 혁신을 견인할 인재를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