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Why CRM Fails ? and How to Fix It

CRM ‘기술’ 위에 ‘역량’이 더해져야 성공한다

스탄 매클런(Stan Maklan) ,사이먼 녹스(Simon Knox),조페퍼드 | 87호 (2011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크랜필드 경영대학원 스탄 매클런 부교수, 동 대학원 사이먼 녹스 교수, 조 페퍼드 교수의 글 ‘Why CRM Fails - and How to Fix It’을 번역한 것입니다.
 
  연구 내용
저자들은 8년에 걸쳐 CRM 투자와 마케팅 역량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CRM 역량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한 저자들은 까다로운 CRM 결정에 직면한 관리자들의 도움을 받아 협동 연구 방법(행동 연구·Action Research-집단역학 이론을 응용해 사회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관계 개선을 촉진시키기 위한 실천 활동 및 그 효과의 객관적 분석을 주목적으로 하는 연구조사 방법-역자 주)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협동 연구 방법을 택한 덕에 관리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CRM 역량에 대한 암묵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됐다.
 
명료한 행동 연구 과정이 정해진 후 저자들과 관리자들은 공동 연구가 겸 공동 피실험자가 돼 연구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고 행동과 심사숙고라는 추가적인 순환주기를 통해 한층 더 심오한 통찰력을 키워나갔다. 워크숍과 회의가 끝날 때마다 저자들은 내용을 기록하고 검토했다. 이때 저자들은 미리 정해놓은 검토 방법을 따랐다. 저자들과 관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한 내용은 추후에 진행되는 워크숍 및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됐다. 연구 과정의 일환으로 개발된 도구를 사용해 결론을 도출했다.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저자들은 팀원 개개인과 대화를 나눴다. 저자들은 반(半)구조화(semi-structured) 인터뷰 방식을 활용해 과정이 민주적이었는지, 팀의 결과가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는지, 합의된 결과 및 행동 방안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조사했다. 이 내용들은 모두 행동 연구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주요 기준이다.
 
저자들이 연구를 진행할 때 본 논문에서 살펴볼 2개의 기업 BMW(영국)와 플러터를 선택한 것은 CRM의 양극단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BMW는 강력한 제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탄탄한 자동차 제조업체다. 직접 고객과 대면하는 일이 없으며 중개업자들이 모든 거래를 중재한다. 반면 플러터는 순수히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신생 인터넷 기업이다. 플러터는 직접적인 고객 관계를 갖고 있으며 고객 관리를 부문별, 혹은 개인별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의도적인’ 표본 추출 기법은 이론을 수립하고자 할 때 흔히 사용된다. 1)
 
저자들은 BMW와 플러터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 속하는 여러 조직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관련 경험 및 사례를 요약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S. 녹스(S. Knox), S. 매클런(S. Maklan), A. 페인(A. Payne), J. 페퍼드(J. Peppard), L. 리얼스(L. Ryals)가 집필한 <고객 관계 관리: 시장의 관점(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Perspectives from the Marketplace, 옥스포드: 버터워스 하이네만, 2003년)>을 참고하기 바란다.
 
21세기 들어 마케팅 전문가들이 고객 관계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동안 고객 관계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마케팅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이 책임감이 없으며 금전적인 측면에서 간단한 셈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거나 1) CRM 기술이 아직 완성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으며 소비자들이 CRM이라는 신기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단순한 접근 방법이다.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이다. 대부분의 고위 경영팀은 마케팅 투자를 관리할 때 불안정한 접근방법을 취한다. CRM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위 경영팀은 기술, 입지, 광고 등 돈이 들어가는 핵심자원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한다. 이런 투자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역량 계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역량 계발을 위한 시간과 인재,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마케팅 투자 접근방법은 위험하다. 조직이 마케팅 투자를 통해 이윤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전에 과도한 투자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이 모든 것은 CRM의 당초 약속과 거리가 멀다. 새로운 형태의 고객 관계가 어떻게 마케팅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기억나는가. 또 새로운 고객관계가 어떻게 수십 년간의 학계와 업계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써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는지 기억하는가. 2)소비자들이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을 이용해 좀 더 유리한 거래 조건을 확보하고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즐기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공급업체와 공동으로 해결방안을 찾으면서 구매 행동이 변할 것으로 기대됐다. 3)따라서 소비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들은 마케팅 비용을 마지막 한 푼까지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마케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1)마케팅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어렵다. 마케팅은 기업 내 그 어떤 기능에 비해서도 더욱 까다로우며 마케팅 효과에 대한 책임(marketing accountability)문제는 특히 어렵다. 관련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M. McDonald, “Marketing: Priority Case for a Reality Check,” Marketing Review 3, no. 3 (2003): 253-271. 이처럼 혹독한 자기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활동을 비즈니스 성과, 시가 총액 증가 등과 연결짓는 양질의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대표적인 관련 연구 자료는 다음과 같다. S. Srinivasan, K. Pauwels, J. Silva-Risso and D. Hanssens, “New Products, Sales Promotions, and Firm Value: The Case of the Automotive Industry,” Journal of Marketing 68 (Oct. 2004): 142-156.
 
2) J.N. Sheth and R.S. Sisodia, “Revisiting Maeketing’s Lawlike Generalizations,” Journal of the Academy of Marketing Science 27, no. 1 (winter 1999): 71-87.
 
3) J. Hagel and M. Singer, “Net Worth: Shaping Markets When Customers Make the Rules” (Boston: Harvard Business Press, 1999).
 
 
 
기업들은 위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기업들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CRM 솔루션 실행을 위해 2200억 달러를 지출했다. 4)이로써 연간 경제 규모가 약 500억 달러에 이르며 신용 경색이 발생하기 전 16%가 넘는 성장률을 자랑했던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55∼75%의 기업이 CRM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5)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CRM에 낭비된 금액이 총 1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말인가?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문제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콜센터,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웹사이트 등 복잡하고 새로운 관계 관리 자산(relationship management resources)을 사들인 후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고객이 투자의 결과를 높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연구 내용’ 참조) 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은 CRM 자원에 투자를 하기만 하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고객과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한 마케팅 역량이 확보돼 좀 더 영속적이고 충성스러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CRM 투자는 고객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한 다음 역량 개발이 지속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할 때마다 자본을 투자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자들은 CRM 신규 투자를 고려하는 2개 업체, BMW(영국)와 플러터(Flutter·최근 온라인 베팅시장 선두업체 벳페어그룹〔Betfair Group〕에 편입)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플러터는 자사의 진정한 마케팅 역량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CRM의 여러 측면 중 초기 계획과는 다르지만 저렴한 측면에 투자를 하게 됐다. 반면 BMW(영국)는 투자를 연기해 관계 관리 부문의 역량 개발을 좀 더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플러터와 BMW(영국)는 투자 전략을 마케팅 역량 개발과 일치시켰고 그 결과 자본 지출이 줄어들고 성과가 개선됐다.
 
그렇다면 기업의 자원과 역량 간에는 어떤 상호 관계가 있을까?
 
정의하기 어려운 고객 관계 개발 역량
고객충성도는 단순히 구매업체, 우편 수취자 명단, CRM 기술 등을 통해서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CRM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에서는 고객과 기업 양측의 가치를 쇄신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관계 자체를 지속 가능한 우위 및 이윤의 원천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수준에 다다른다. CRM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해결방안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예: 브랜드, 유통 네트워크, 공급망, 노하우)을 투자하고 개발하기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6)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원을 갱신하고 재배열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독특한 제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CRM 기술과 CRM 역량이 더해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자원과 역량 양쪽 모두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체론적인 관점을 갖지 못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자원을 취득하는 부류(resource-pickers)와 자원을 구축하는 부류(resource-builders)로 나뉘어진다. 7)자원을 취득하는 부류의 관리자들은 특정한 자원이 기업에 제공하는 가치보다 적은 가격을 주고 사들일 수 있는 자원을 찾아낸다. 반면 자원을 구축하는 부류의 관리자들은 사내에서 영속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통망, 고객 관계, 브랜드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위와 같은 두 부류로 관리자를 나누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충성심이 강하고 헌신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런 충성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역량이 부족한 기업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필자들은 기업들이 CRM에 엄청난 투자를 했던 최근 몇 년 동안 관리자들이 마케팅 역량을 평가하고 개발하기 위한 적절한 틀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자원 취득에 치중하는 접근방법을 택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관리자들은 이런 역량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즉 ‘이런 역량을 개발하고 CRM 기술과 결합시켜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역량은 관리자와 직원들이 갖고 있는 암묵지(문자로 명시돼 있지 않은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8) 으로 사내 직원들에게 제2의 천성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와 관리는커녕 관찰조차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과 암묵적인 지식은 사내에서조차 문서화하거나 전승하기가 쉽지 않다. 9)
 
새로운 관계 마케팅 역량을 개발할 책임을 맡을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대개 IT 부서에서 과정 중심의 변화 프로그램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0) 일반적으로 마케팅 부서와 판매 부서는 새로운 CRM 기술 투자를 지원하며 비즈니스 논리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기술 주도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한 과정 재설계 기술 및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마케팅 부서와 판매 부서는 실행을 위해 IT 부서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결국 CRM 계획은 기술 프로젝트로 변질돼 신기술 선별 및 배치에 초점이 맞춰진다. 게다가 관계 마케팅 역량 개발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고객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고객의 태도 및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롭고 서로 다른 활동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마케팅 담당자들을 상대로 신기술 및 비즈니스 과정 사용 방법을 훈련시키는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인사 부서는 조직의 새로운 마케팅 역량 개발 방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마케팅 담당자의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시스템 사용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련 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는 않는다. 마케팅 역량은 협력을 통해서 조직 내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개개인의 지식을 단순히 더해놓은 것이 아니다. 11)
 
4)참고 자료. A. Payne and P. Frow, “A Strategic Framework for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Journal of Marketing 69 (2005): 167-176. CRM 해결방안 시장의 추산 규모는 다음 자료에서 인용했다. A. Payne, “Handbook of CRM: Achieving Excellence Through Customer Management” (Oxford: Butterworth-Heinemann, 2006). 페인과 프로는 CRM을 연속체의 관점에서 정의한다. CRM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정의는 ‘주주 가치 창출을 위해 고객 관계 관리에 전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반면 CRM에 대한 협의의 정의는 ‘특정한 기술 해결방안을 실행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양극단의 중간쯤에 위치한 CRM에 대한 주류 정의는 ‘통합적인 고객 중심 기술 해결방안을 실행하는 것’이다. 
 
5)참고 자료. A.R. Zablah, D.N. Bellenger and W.J. Johnston,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Implementation Gaps,” Journal of Personal Selling & Sales Management 24, no. 4 (fall 2004): 279-295. 자블라와 공저자들은 CRM의 매우 복합적인 결과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가트너그룹(Gartner Group)의 연구를 언급한다. 가트너그룹 연구는 필자들이 실패율을 인용한 연구이기도 하다. 이들의 연구는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정보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지적한다. 누구든지 돈만 내면 기술을 사들일 수 있지만 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참고 자료. A. Hughes and M.S.S. Morton, “The Transforming Power of Complementary Asset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7, no.4 (summer 2006): 50-58; J. Peppard, J. Ward and E.M. Daniel, “Managing the Realization of Business Benefits from IT Investments,” MIS Quarterly Executive 6, no. 1 (2007): 1-11. 전략 전문 학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참고 자료. M. Zollo and S.G. Winter, “Deliberate Learning and the Evolution of Dynamic Capabilities,” Organization Science 13, no. 3 (June 2002): 339-351; R. Sanchez and A. Heene, “Reinventing Strategic Management: New Theory and Practice for Competence-Based Competition,” European Management Journal 15, no. 3 (June 1997): 303-317.
 
7)R. Makadok, “Toward a Synthesis of the Resource-Based and Dynamic-Capability Views of Rent Crea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2, no. 5 (2001): 387-402.
 
8)Zollo and Winter, “Deliberate Learning.”
 
9)암묵지는 자원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개념이다. 경쟁 우위는 모방 불가능한 자원을 창출하기 위한 역동적인 역량과 더불어 개발된 기업 특유의 자산(예: 브랜드, 유통망)을 모두 더한 데서 비롯된다. 역동적인 역량은 기업을 경쟁업체와 구별해주며 직원들이 갖고 있는 무언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적 업무 진행 방식에서 기인한다. 이런 지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경쟁업체가 모방할 수 없다. 만일 경쟁업체가 똑같은 지식을 얻게 된다면 그 자원은 더 이상 모방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런 특성은 경영진에게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를 안겨준다. 즉 ‘경쟁 우위를 키워 나가기 위해 암묵지를 관리하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런 노력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언급되고 있다.) 참고 자료. A.W. King, S.W. Fowler and C.P. Zeithaml, “Managing Organizational Competencies for Competitive Advantage: The Middle-Management Advantage,”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15, no. 2 (May 2001): 95-106; D.J. Teece, G. Pisano and A. Shuen,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 no. 7 (August 1997): 509-533; N.K. Kakabadse, A. Kouzmin and A. Kakabadse, “From Tacit Knowledge to Knowledge Management: Leveraging Invisible Assets,” Knowledge and Process Management 8, no. 3 (July-September 2001): 137-154.
 
10)리엔지니어링 부문의 선두업체 CSC는 압도적으로 IT가 중심이 되는 리엔지니어링은 IT 부서에서 주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CSC가 조사를 실시한 기업 중 마케팅 부서가 리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주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참고 자료. CSC Index, “State of Reengineering Report” (Cambridge, Massachusetts: 1994). IT 부서가 대규모 변화 프로젝트를 홀로 주도해서는 안 된다. 참고 자료. M. Sumner, “Risk Factors in Enterprise-Wide/ERP Projects,” Journal of Information Technology 15, no. 4 (December 2000): 317-327; T.H. Davenport, “Mission Critical: Realizing the Promise of Enterprise Systems” (Boston: Harvard Business Press, 2000).
 
11) 전략 연구는 개개인의 기술 및 능력과 조직의 역량에 대한 개념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참고 자료. Teece et al., “Dynamic Capabilities”; Zollo and Winter, “Deliberate Learning.” 이 문제에 관한 지식 기반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R.M. Grant, “Toward a Knowledge-Based Theory of the Firm,”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7, Special Issue (winter 1996): 109-122.
 
CRM 자원을 획득하는 일은 대개 고위 경영자의 몫이다. 고위 경영자들은 소프트웨어, 인재, 시스템 통합 사업자 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할 재원을 마련하는 일을 담당한다. 자원 취득은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 어느 선두 소프트웨어 업체는 ‘90일 내에 글로벌 CRM이 가능하다’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요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사실상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즉각 CRM을 제공한다. 효과적인 고객 관리를 위한 역량 구축은 한층 더 어렵다. 기간이 분명치 않으며 조직적인 학습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고객의 욕구를 이해한 후 변화를 도모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 충성심 강화를 위해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는 등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수년이 흐른 후에야 개선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자원을 획득하고 획득한 자원을 활용해 적절한 수익을 얻기 위한 관리 역량을 개발하려면 관리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CRM 역량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방법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경영자들이 CRM 자원과 역량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케팅 역량을 찾아내고 관리하기 위한 틀과 과정을 구축했다. 이 틀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주요한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한다.
 
수요 관리:재화 및 서비스와 관련된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
 
마케팅 지식 창출:소비자, 시장, 경쟁업체, 동맹 파트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관한 통찰력을 쌓은 다음 사내에서 분산시키는 것.
 
브랜드 구축:제품, 서비스, 조직을 위해 브랜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
 
CRM: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개발하는 것.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4개 역량 중 각각의 역량을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4개 역량이 점차 발전하며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3개의 마케팅 관계 유형(거래, 1대1 관계, 네트워크)을 중심으로 이 역량들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70년대에는 마케팅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거래(상업적 교환)라고 여겨졌다. 12)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장기적인 관계(1대113), 혹은 관계 마케팅 패러다임)라는 마케팅의 새로운 정의가 등장했다. 학자들은 최근 새로운 네트워크 마케팅 패러다임14)을 찾아냈다. 학자들은 이 패러다임이 기업의 온라인 네트워크, 공급망 15), 소비자 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4개의 역량을 한 축으로 하고 3개 유형의 마케팅 관계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도표 형태로 마케팅 역량 틀을 만들어냈다. 16) (‘마케팅 역량 틀’ 참조)
 
마케팅 역량 틀
마케팅 역량 틀이 의미하는 바는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추구하는 기업이 반드시 1대1 고객 관계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판매량이나 판매액을 기준으로 자사의 제품 브랜드(브랜드 구축)가 1위의 시장 점유율(수요 관리)을 확보할 수 있는 독특한 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시장 지식 창출)는 것이다. 이 명제는 오랜 기간 동안 마케팅의 핵심으로 여겨져왔으며 이 명제를 구현한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소니(Sony), 나이키(Nike) 등이 있다.
 
1대1 관계 마케팅은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브랜드 구축)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내(CRM) 관계의 평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수요 관리) 기존의 고가치 소비자와 잠재 소비자를 찾아내는 것(마케팅 지식 창출)이다.ii 수많은 은행, 항공사, 소매업체, 통신업체가 채택하는 충성심 전략은 이와 같은 관계 마케팅 전략이 실제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 부서는 소비자 사이의 네트워크 관계를 구축할 때 커뮤니티의 핵심 인사를 파악한 후(마케팅 지식 구축) 이들과 협력해(CRM) 커뮤니티의 욕구를 충족(수요 관리)시킨다. 참가자들은 네트워크의 전체 역량을 활용해(브랜드 구축) 자신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해결 방안을 만들어낸다(수요 관리). 다시 말해 기업은 네트워크 참가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돼 소비자들과 함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나간다.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상품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위키피디아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이베이(eBay)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네트워크 관계가 상업적으로 발현된 사례다.
 
관리자들은 이 틀을 활용해 조직이 갖고 있는 4개의 역량 중 각각의 역량을 마케팅 관계 연속체(거래 관계에서부터 네트워크 관계까지)에 배치한 다음 원하는 방식으로 CRM 전략을 실행하려면 이런 역량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그 방법을 찾아낸다.
 

 

플러터 플러터는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형태의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다른 소비자들과 직접 내기 돈을 협상(배당률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러터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해 소비자들이 ‘떠나가지 못하도록 막는(locking-in)’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광고와 홍보를 적절히 조합한 전통적인 대중 마케팅을 앞세워 등장한 플러터는 도박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의 내기꾼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또 다른 도박업체 벳페어도 인터넷 도박 시장에 진입했다. 벳페어는 내기꾼이 11 내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익명으로 내기를 하는 거래소를 만들었다. 벳페어의 익명 거래소는 개개인이 걸어 놓은 내기 돈(백 방식 혹은 레이 방식

17))을 모두 모은 후 내기에서 이긴 사람에게 돈을 나누어준다. 따라서 내기를 하는 개개인이 돈을 딴 사람에게 직접 내기 돈을 나누어줄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돈을 따 간 상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플러터의 1대1 베팅 방식보다 벳페어의 교환소 베팅 방식을 선호했다. 이용자의 수를 따져보면 플러터가 벳페어를 앞질렀다. 하지만 플러터가 인터넷 도박 시장에 진입한 해가 끝나갈 무렵 플러터의 온라인 베팅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했다. 18)반면 같은 기간 벳페어의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인터넷 도박 시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시장 점유율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낮은 시장 점유율은 플러터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베팅 사이트는 신속하게 내기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야 한다.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규모가 작은 사이트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시 가장 규모가 크거나 가장 유동성이 뛰어난 사이트를 찾아간다. 플러터는 신속하게 유동성을 키워야 했다. 플러터는 기존의 소셜 네트워킹 전략을 버리고 벳페어와 동일한 베팅 교환소 시스템을 채택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런 사실을 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전통적인 대중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다.
 
12) P. Kotler,“A Generic Concept of Marketing,” Journal of Marketing 36, no. 2 (April 1972): 46-54.
13)
D. Peppers and M. Rogers, “The One to One Future” (London: Piatkus, 1994).
 
14)C. Shapiro and H.R. Varian, “Information Rules: A Strategic Guide to the Network Economy” (Boston: Harvard Business Press, 1999).
 
15)R.S. Achrol and P. Kotler, “Marketing in the Network Economy,” Journal of Marketing, 63(Special Issue 1999): 146-163.
 
16)이 분석과 관련된 연구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S. Maklan and S. Knox, “Dynamic Capabilities: The Missing Link in CRM Investments,” European Journal of Marketing 43, no. 11/12 (2009): 1392-1410.
 
17)예를 들어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의 월드 시리즈(World Series) 우승 가능성을 두고 ‘백’ 방식의 내기를 하면 뉴욕 양키스가 이기는 데 돈을 걸게 된다. ‘레이’ 방식으로 내기를 하면 뉴욕 양키스가 이기지 못한다는 데 돈을 걸게 된다. 전통적인 내기업체들은 레이 방식을 택하고 일반적인 내기꾼들은 백 방식을 택한다. 온라인 내기 교환업체들은 개인 내기꾼들의 레이 방식 베팅을 최초로 허용했다.
 
18)G. Wood, “Flutter’s Departure Leaves Bitter Taste,” Guardian, Jan. 16, 2002.
 
 
플러터의 관리자들은 자사의 마케팅 역량에 대해 처음으로 심사숙고하면서 자사의 마케팅 역량에는 거래 마케팅 역량과 1대1 마케팅 역량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출범 당시 플러터가 택한 수요 관리 전략은 대중 광고 및 홍보 방식을 활용해 최대의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플러터는 경주마, 그레이하운드, 축구 등 개별 상품을 홍보하는 데 마케팅 활동을 집중했다. 개별 소비자층을 늘리기 위한 정규 프로그램은 없었다. 플러터는 최근에서야 가장 많은 돈을 베팅하는 자사 고객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플러터는 주가 하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거래 마케팅에 추가적으로 많은 돈을 투자하는 방안을 고심했다.
 
하지만 동일한 관리자들이 마케팅 역량의 세부 사항을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매우 다른 상황이 드러났다. 플러터는 초창기부터 웹사이트에서 백 방식의 내기를 하는 사람과 레이 방식의 내기를 하는 사람, 돈을 따는 사람과 돈을 잃는 사람 간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내기꾼 커뮤니티 전반을 관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플러터 관리자들은 이와 같은 관리 방식이 온라인 도박 시장의 선두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플러터의 유동성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러터의 관리자들은 자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수많은 전문 내기꾼들이 사이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그 여파가 초래하는 유동성 문제에 대처하는 독특한 능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플러터 관리자들은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내기꾼들의 추종을 받는 권위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저명한 인사들의 활동 증가는 추종자들의 활동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결국 플러터의 관리자들은 베팅 시장이 거래량의 점진적인 증가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 큰손의 활동으로 인한 커다란 변화에 따라 성장한다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플러터의 광고 이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상품에 20명의 주요 고객을 유인하면 유동성이 높아지며 유동성 증대는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아낸 다음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온라인 내기 산업의 주주나 다름없다. 우리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주요 고객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러터는 소비자의 행동,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객과 관련된 유동성 관리 문제에 대해 경쟁업체들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길러왔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이런 사실이 검증됐다. 플러터의 CRM 전략은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다.
 
플러터의 관리자들은 전략 실행을 위해 필요한 기존의 마케팅 자원 및 미래 마케팅 자원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마케팅 역량이 필요할지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플러터 관리자들은 이 과정에서 제한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4개의 역량(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과의 협력 계획, 새로운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 고객 대상 인터넷 게시판 복원, 제품 개발 부문과의 새로운 업무 관계) 각각에 대한 틀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찾아냈다. 플러터는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CRM 역량을 파악한 덕에 대중 마케팅 활동 및 전통적인 1대1 CRM 프로그램 중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요인들을 피할 수 있었다. 대신 플러터는 신기술에 제한적인 투자를 해 비즈니스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상품 변화와 더불어 관리자의 노력이 더해지자 플러터의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으며 시장 점유율이 7배 이상 증가해 30%에 이르렀다. 당시 벳페어와 플러터는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베팅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로에 서있었다.
 
BMW(영국)미니(Mini)를 비롯한 BMW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영국으로 독점 수입·유통하는 BMW(영국)는 뮌헨에 위치한 BMW AG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다. 과거에는 유럽연합 법률(유럽연합의 독점 판매망 인정〔European Block Exemption〕 조항)에 따라 BMW(영국)를 제외한 그 어떤 기업도 영국으로 BMW를 수입해올 수 없었다. 또한 BMW(영국)는 소비자에게 직접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었고 모든 자동차는 중개업자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은 독점 판매망 인정 조항을 검토하고 있었고 BMW(영국) 관리자들은 자동차 유통이 자유화돼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얼마만큼 자유화해야 하고 유통 자유화로 인한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확신하지 못했다. 유통 자유화가 이뤄지면 자동차 판매 대리점이 증가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유통 형태가 등장해 BMW(영국)의 이윤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BMW(영국)의 관리자들은 유통 부문에서 나타날 변화와 더불어 인터넷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 소비자 구매 행동의 변화로 BMW(영국)의 대리점 네트워크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될까?
 
BMW AG는 대규모 글로벌 CRM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BMW(영국)는 이미 3년째 자체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었다. 다만 시행 중이던 프로그램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으며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적극 활용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영국 관리자들은 추가적인 투자를 경계했다. 하지만 BMW(영국)는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직면했다. ‘BMW(영국)가 새롭고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기존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혹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버리고 새로운 글로벌 계획에 적극 참여해야 할까?’
 
이와 같은 우려를 하던 중 BMW(영국) 경영진은 원본 판매 계약서와 품질 보증 정보에 관한 데이터를 제외하곤 영국 소비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상 모든 소비자와의 접촉은 중개업체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중개업자들이 갖고 있는 소비자 정보는 체계적으로 공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앙에서 활용할 수도 없었다. 영국의 마케팅 부서는 만족도, 브랜드 이미지, 서비스 경험 등에 대해 주기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설문조사는 전반적인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역할을 했을 뿐 개별 소비자의 동기 및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유통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BMW(영국) 관리자들은 시장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관계 마케팅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을 우려했다. CRM은 이런 위험을 완화시키고 소비자 충성도를 강화하며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BMW 관리자들은 마케팅 역량 탐구를 통해 2개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각각의 시나리오는 CRM 역량과 CRM 투자에 서로 판이하게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택하면 대리점 네트워크가 시장으로 연결되는 지배적인 경로로 남게 될 터였다. 따라서 BMW(영국)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BMW에 직접 접촉하기를 희망하는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온라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대1 역량을 구성하는 일부 요소를 개발하는 것뿐이었다.
 
관리자들이 제안한 급진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온라인 관계가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고 유럽연합 법률이 자동차 유통에서 상당한 자유를 허용해 유통 부문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충분한 마진이 생겨날 터였다. 투입되는 비용이 적고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게 될 새로운 유통 경로가 도입되면 4개 역량 모두에서 거래적 마케팅과 상당히 거리가 먼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별 소비자에 관한 마케팅 지식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마케팅 역량으로 여겨졌다.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 지식이 갖춰져야 나머지 역량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운전자의 동기, 구매 행동, 구매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었던 탓에 관리자들은 BMW(영국)의 수요 관리, 브랜드 관리, 고객 관리 역량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BMW(영국)의 관리자들은 회사 측에 높은 가치를 기여하는 소비자를 찾아내 이들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때조차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해 그런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효과적인 방법을 쉽게 생각해내지 못했다.
 
BMW(영국)의 관리자들은 논의 끝에 중대한 국면에 도달했다. 차후 1대1 네트워크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얻게 될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두고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의견은 CRM의 일반적인 약속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BMW(영국)나 BMW 운전자에게 어떤 가치를 추가적으로 안겨줄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다. 좀 더 높은 차원의 1대1 마케팅 역량이나 네트워크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판단할 수 없다면 BMW(영국)는 실행은 고사하고 도움이 될 만한 CRM 투자 프로그램을 생각해낼 수조차 없을 게 분명했다.
 
BMW(영국) 관리자들이 신규 마케팅 역량 및 자원에 대한 투자 방안을 논의하던 중 직면한 난국은 BMW(영국)의 CRM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관리자들은 신기술에 즉각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방안을 택하지 않고 적은 금액을 여러 차례 투자해 BMW(영국)의 기존 CRM 자원 및 역량을 추가 투자의 장점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CRM 투자와 마케팅 역량에 대한 시사점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기업의 CRM 투자 결정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세 개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역량이 CRM 투자보다 선행돼야지 그 반대가 아니다.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적절한 마케팅 역량을 개발하지 못하면 CRM에 투자하더라도 거의, 혹은 전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명확한 사실을 발견했다. 플러터와 BMW의 사례 연구를 통해서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CRM 투자를 원한다면 자원(특히 CRM 기술)에 상당한 자본을 투입하기에 앞서 마케팅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플러터는 CRM 시스템에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하기에 앞서 신속하게 거래 관계에서 1대1 관계로, 또 다시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이동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플러터는 자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에 새로운 경영 관점을 접목했다. 플러터는 현금이라는 소중한 자원 중 더 많은 부분을 CRM 솔루션에 할당하기를 원치 않는 신생 인터넷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플러터에 도움이 됐다.
 
BMW AG는 플러터와 정반대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BMW AG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과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들에 CRM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BMW(영국)는 CRM 투자 대비 충분한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없었고 CRM 시스템이라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요인을 통해 대답을 찾으려 들지도 않았다. 어떤 경우든 비즈니스 논리는 자의적이고 이론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BMW(영국)는 새로운 직접 관계 구축 방침에 대한 고객의 대응 방식을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진화론적 관점을 CRM 투자 논리로 삼았다.
 
시장에서 쌓은 실전 경험을 통해 관리자의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CRM 역량이 발전하자 비즈니스 논리와 CRM 자원의 정확한 사양이 한층 명확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런 역량을 뒷받침하는 학습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중요한 CRM 자원을 습득한 후에는 새로운 자원을 가장 잘 활용할 능력이 있는 숙련되고 박식한 직원들로 팀을 꾸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들은 기업들이 새로운 CRM 전략에 충분한 투자를 해 다음 투자 결정(새롭고 중요한 CRM 기술에 투자해야 할까, 기존의 과정 및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까?)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충분한 학습, 개발, 실험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비즈니스 논리가 명확하게 증명되고(혹은 증명되지 않고) CRM팀의 마케팅 역량이 명확해질 때까지 대규모 CRM 해결방안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연기하면 금융 위험 및 비즈니스 위험이 줄어들고 검증된 아이디어와 팀에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할 수 있다.
 
역량이 발달하는 속도는 조직마다 다르다.기업이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 방식을 변화시키는 속도(소비자의 구매 주기와 관련이 있는 요인)를 결정짓는 것은 기업의 CRM 예산 규모가 아니라 조직의 학습 속도다. 플러터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역량 연속체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옮겨갔다. 반면 BMW(영국)는 3년 앞서 최초의 공식적인 CRM 투자를 내린 후 더딘 속도로 변화를 경험했다. 플러터가 목표로 삼는 중독된 내기꾼들은 매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이트를 방문했다. 플러터 관리자들은 고객 서비스 계획, 협력 웹사이트에서 제안하는 거래 등을 실험하고 이런 요인들이 플러터 사이트의 유동성 및 총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플러터에서는 소규모 팀이 빠르게 움직이는 학습·실행 주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반면 BMW에서는 마케팅 역량 변화가 더딘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재구매 주기가 3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 활동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관리자들은 수익률과 새로운 역량 개발에 걸리는 기간에 대해 현실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필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비즈니스 논리의 단기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CRM 프로그램을 설계해 CRM 실행 책임자들에게 학습 및 사고 주기(cycles of learning and reflection)에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미래 현금흐름을 개발하는 경향도 드러났다. 19)이런 상황하에서는 CRM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판매 촉진 활동과 다를 바가 없다.
 
19)S. Maklan, S. Knox and L. Ryals, “Using Real Option to Help Build the Business Case for CRM Investment,” Long Range Planning 38, no. 4 (August 2005): 393-410.
 
항상 상의하달 방식으로 CRM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경영진은 CRM 투자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서로 다른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고객 부문을 관리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CRM 역량과 CRM 역량을 개발하는 능력에 대한 이해는 당장 분명하게 드러나기보다는 서서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분석-전략 수립-투자 논리와 신규 자원 확보-실행-평가로 이어지는 전통적이고 선형적인 전략 절차를 따라 움직이는 게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
 
플러터는 관리자의 학습, 실행 및 분석 주기의 결과로 CRM 역량을 얻었다. 맨 처음에는 관리자들이 이런 주기가 어디로 이어질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지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플러터의 관리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빠른 속도로 소비자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갔으며 마케팅 관계 연속체를 따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BMW(영국)는 학습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 있는 CRM 투자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최고경영진은 CRM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재원과 소프트웨어, 권한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학습 주기를 통해 제공돼야 한다.
 
CRM 투자 전략이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소비자 통찰력 및 소비자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관리자가 CRM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한 추가적인 사양 및 학습을 결정짓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최고경영진은 고객 관계 관리자들로 구성된 여러 팀이 실험을 추구하도록 장려하고 각 팀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는지 관찰해야 한다. 고객 관계 관리팀은 추가적인 학습 및 CRM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투자나 조직 변화가 필요할 경우 최고경영진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기업은 위험이 감소할 때에만 CRM에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조직 전체가 CRM 투자 결정에 대한 진화적 접근방법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조가 탄탄하며 명령 관리 체계가 확실한 기업은 CRM 개발 과정 중 지나치게 이른 단계에 전면적이면서 근거가 확실한 비즈니스 논리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들은 이런 기업에서는 운영 담당 관리자들이 실험과 평가를 통해 현명하게 CRM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습·실행 주기가 억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들은 CRM을 장려하는 특별한 조직 구조를 찾아 나서기보다 실험을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지닌 기업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CRM 역량을 구축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케팅 역량 개발을 위해서는 근면과 헌신이 필요하다.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찾아낸 사실 중 가장 고무적인 것은 CRM과 관련이 있는 마케팅 역량은 결코 미지의 영역이 아니며 CRM 담당자의 의식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러터의 마케팅 부문 경영진은 개별 내기꾼의 행동을 이해하고 주요 인사 및 이들의 추종자를 파악하는 등 세부적인 CRM 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플러터의 마케팅 관리자들은 백 방식 내기와 레이 방식 내기, 돈을 따는 경우와 잃는 경우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방문객 유입을 적극 조정하는 등 항상 사이트 유동성을 주시했고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다양한 베팅 상품을 활용했다. 플러터의 마케팅 관리자들이 비단 소비자 행동만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플러터를 찾는 소비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BMW(영국)는 소비자를 이해하기보다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BMW(영국)는 1대1 마케팅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비자 관계 및 소비자와의 상호 작용 관리를 사내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야만 소비자 개개인과 ‘대화’를 시작하고 그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갖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규모가 크고,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으며, 자원이 풍부한 수많은 기업들이 CRM 투자를 통해 적절한 수익을 얻는 데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들은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는 선두기업들이 ‘최고의 관행’ ‘경영 부문의 트렌드’라는 말에 넘어가 단기간 내에 IT를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CRM 투자를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원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쉽게 잊혀진다. 최고경영진은 ‘깔끔한’ 글로벌 솔루션,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최고의 실행 모델, 즉각적인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 굴복하지 말고 인내와 용기를 갖고 마케팅 역량을 개발해 CRM 투자를 주도하게 해야 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스탄 매클런·사이먼 녹스·조 페퍼드
 
스탄 매클런(Stan Maklan)은 크랜필드대(Cranfield University) 크랜필드 경영대학원(Cranfield School of Management)에서 전략적 마케팅을 가르치는 부교수이며 사이먼 녹스(Simon Knox)는 브랜드 경영 교수, 조 페퍼드(Joe Peppard)는 정보 시스템 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414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