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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중산층, 무턱대고 덤비는 게 능사 아니다

데이비드 코트(David Court),락스만 나라시만(Laxman Narasimhan) | 63호 (2010년 8월 Issue 2)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국의 중산층 소비자 공략을 위해 다국적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규모와 속도’다.
 
신흥국의 중산층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를 포함한 약 10여 개국 내 20억 중산층의 연 지출 규모는 총 6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또 향후 10년 내에 이들의 지출 규모는 현재 미국의 두 배에 해당하는 20조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산층 소비자들을 신속하고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기업들은 과거 유럽 및 미국시장의 비슷한 발전 단계에서 선점 업체들이 누렸던 것과 같은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25년 미국시장의 17개 제품 카테고리 선두 업체들은 그 후 한 세기 동안 1위 혹은 2위의 입지를 유지해왔다. 비스킷 산업의 1인자인 크래프트 푸즈(Kraft Foods), 캔음료 회사인 델 몬트 푸즈(Del Monte Foods) 및 추잉검 회사인 리글리(Wrigley)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막강한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시장에서 매우 힘겨운 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신흥시장 현지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음료회사인 황저우 와하하(Hangzhou Wahaha)는 코카콜라나 펩시콜라의 진입에도 아랑곳 없이 농촌 지역을 집중 공략해 현지 수요와 기호에 맞는 저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애국심에 호소함으로써 52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소는 바로 다국적 기업이 선진국 시장의 관행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원가절감 및 제품 개선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함으로써 오랜 기간에 걸쳐 1%씩 시장점유율을 확장하는 것이다. 신흥시장 중 이런 전략이 효과적일 정도의 단기적인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대다수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현격하게 다른 접근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들은 때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작)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 고쳐야 한단 말인가?’라며 한숨을 짓기도 한다. 노력에 비해 그 대가가 너무 적을 수 있다는 우려와 신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상황 및 막강한 로컬 경쟁업체들에 대한 경계가 섞여 있는 이들의 탄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데에는 다양한 접근법이 있으나, 그 핵심은 바로 ‘속도와 규모’로 요약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규모를 신속히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바로 다수의 시장 간 유사한 소비자들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매출과 수익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성장에 필요한 대규모의 지속적 자본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다. 또 다른 접근법은 현지 시장 레벨의 공략을 통해 특정 지역 및 카테고리에서 규모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지 시장에 대해 심도 있는 지식을 확보한 파트너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 시장 공략의 마지막 단계인 유통 및 마켓 포지셔닝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사항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는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선진국의 소비자들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브랜드에 대한 인지 및 선호 성향, 현재 구매력은 없으나 구매를 희망하는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가격대의 다채로운 상품을 접하기 원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의 취향은 지역색을 띤다. 또 해당 지역에서는 중산층1)에 속하지만, 제품을 정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을 만큼 소득 수준이 높지 않다. 이들의 지출가능소득(가처분소득에서 생활비를 뺀 금액)이 아직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및 인도의 경우 평균 가계 소득의 약 40%를 식품 및 교통비에 지출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 25%에 불과하다.
 
이런 현황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미시적 수준에서 조명해 보는 것이다. 첫 단계는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요구가 근본적으로 글로벌한지 혹은 로컬한지 여부를 카테고리별로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래 도표의 X축에서처럼 신흥 시장과 글로벌 시장 간에 제품이 유사한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을 평가한다. 이는 핵심 개도국 시장에서의 카테고리 침투율, 제품의 가용도 및 해당 제품/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과소비’ 의사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해당 시장의 소비자 취향이 글로벌/로컬한지와 그 정도, 그리고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여력 및 접근성을 모두 종합해 필요한 규모를 신속히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할 수 있다.
 
1)신흥시장의 중산층은 연 소득 13,500∼113,000달러인 사람을 일컬음.
 
카테고리 1선진/신흥 시장 간 유사한 니즈를 지닌 소비자를 파악하라
도표의 우측 상단에 표시된 첫 번째 카테고리는 소비자의 욕구가 신흥 시장과 선진국 시장 간 매우 비슷하고, 구매 여력이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들이다. 즉, 국가별로 제품 출시를 위해 서로 다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거의 없는 품목들이다. 이 카테고리와 관련한 효율적인 방법은 국가 간 유사한 소비자군을 파악해 각 클러스터별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개인 금융,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소비자 가전 및 의약품 등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지역 간 유사한 산업 구조, 소비자 보급률 및 사회종교적 요인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 다국적 소매은행의 마케팅팀은 수직적인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수의 아시아 국가 간 소비자층을 구분했다. 이후 현지 은행에 매우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보수적인 소비자(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및 대만)와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은 원격 채널 사용자(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을 포함한 5개 클러스터를 도출했다. 그 결과, 해당 5개 세그먼트를 겨냥한 상품 및 채널 전략을 전면 설계·이행해 큰 성공을 거뒀다.
 
카테고리 2니치 상품 시장의 프리미엄 소비자를 공략하라
도표 우측 하단의 카테고리는 광범위하게 보급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수단을 보유한 신흥시장 소비자층이나 선진국 시장의 매스 소비자층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해당 제품 및 서비스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산층 중 절대 다수가 구매하거나 접근하기는 어려운 프리미엄 품목이다.) 2025년께 신흥시장에서 이 소비층에 속하게 될 가계의 비율은 3%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들의 소득 수준 및 소비 성향은 선진국 소비자들과 매우 유사해 다국적 기업들은 이 소비자층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층의 경우, 로열티를 확보하고 새로운 욕구에 맞춘 업그레이드가 그 핵심이다. 또 신흥시장 소비자의 특성상 가치소비를 중시하기 때문에 ‘매스 프리미엄’ 가격대에 맞춰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LG전자는 많은 개도국의 소비자들이 선진국 소비자들 대비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 소비자들이 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풀 타임 담당자를 지정해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유지보수 서비스 신청 후 6시간 내 방문을 보장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통상 24시간 내 방문이 원칙임).
 
 
카테고리 3현지화를 통해 시장을 창출하라
좌측 상단에 위치한 세 번째 카테고리는 값싼 스낵이나 유아 위생상품 등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으면서 접근성이 높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소비자의 욕구가 매우 현지화됐더라도 시장 간 확장 가능 방법을 평가해봐야 한다. 제품 개선을 최소한으로 하고 더욱 구체적으로 포지셔닝해 시장을 형성하면서 소비자들이 점차 더욱 글로벌한 성격의 제품 및 서비스를 선호할 수 있게 서서히 유도하는 것이다. 이로써,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펩시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 커쿠어(Kurkure)라는 신규 플랫폼을 구축해 스낵시장을 성공적으로 형성했다. 이 제품은 프리토레이(Frito-Lay)가 패키징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현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개발됐다.
 
저가 선호, 높은 접근성, 현지화가 특성인 이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유명 인사를 통해 홍보하거나, 현지시장에 대한 지식을 유통 등의 부문에 선택적으로 적용해 더욱 광범위한 제휴를 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통신사인 텔레노르(Telenor)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텔레콤(Grameen Telecom) 간의 제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두 회사의 파트너십으로 1997년 탄생한 그라민폰(Grameen Phone)은 현재 방글라데시의 최대 모바일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카테고리 4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라
마지막으로 좌측 하단에 위치한 마지막 카테고리는 소비자의 욕구 자체가 매우 현지화된 특성을 지니고(향후에도 이러 특성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음) 저가 공략이 쉽지 않은 품목에 해당한다. 이 세그먼트의 경우 시장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잠재적인 시장점유율은 매우 높다. 더 높은 가격의 글로벌 제품보다는 유사한 기능을 지닌 저가의 인근 카테고리 제품으로 대체하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들이 취해야 할 첫 단계는 현재의 총 소비 수준을 측정해본 뒤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기능이 유사한 제품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고, 신흥시장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부문이 어디인지 파악해보는 것이다. 이후 자본지출부터 제품의 기능 및 유통까지 모든 부문을 주의 깊게 살펴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소비자의 접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공략의 결정적 ‘최후의 단계’인 제품, 유통 및 영업에서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지 업체와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맥주업체인 SAB밀러(SABMiller)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아프리카에서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가격대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현지에서 공급 가능한 저가 재료(보리 및 옥수수 대신 카사바 녹말 및 설탕 등을 활용)를 사용해 제조공정을 혁신했다. 또 현지 유통업체를 활용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잘 팔리게 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국가 여러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해 수요 증가와 시장점유율 증가 등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 기업이 신흥시장을 국가별로 개별 진출해 소수의 브랜드에 주력하는 전통적인 접근법으로는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시장의 대규모 중산층 소비자들을 제대로 공략하기 어렵다. 시장 간 고객 정보를 더욱 능숙하게 구축 · 공유하면서 다른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신속하게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아프리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 수요 확대의 발판이 되는 소득 신장을 위해 심지어 공공 및 사회 부문과도 공조를 추진할 수 있다.
 
때로는 구조적 개혁이 요구된다. 시장, 카테고리 및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유연성과 대응력이 뛰어난 조직 구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시스코(Cisco)는 제2의 본사를 인도에 설립해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 역시 현지에 배치 가능한 직원 발굴, 채용 및 개발을 위해 CoE(Centers of Excellence)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현지의 판매회사를 활용하는 것도 운영 효율화에 핵심적인 요소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에 따르면 신흥 시장 공장이나 프로세스 엔지니어링에 현지 자원을 활용할 때의 자본지출 규모는 서유럽 공장의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중산층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재 확보 문제다.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면 시장 간 조직의 적절한 확장 가능성이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또 광범위한 시장들을 모두 커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인재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내부에 인재 아카데미를 구축해 리더십 육성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많은 신흥시장의 고속 성장 추세로 인해, 전통적인 ‘자체 육성’ 혹은 ‘내부 기용’ 접근법은 인재 수요 충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조직구조 및 운영 차원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선결과제들을 해결하고, 중산층 공략에 필수적인 규모를 신속히 구축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확보하면 글로벌 성장이라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의 작성에 도움을 준 Georges Desvaux, Vinay Dixit, Martin Etting, John Forsyth, Prashant Gandhi, Trond Riiber Knudsen, Vikram Vaidyanathan 및 Ireena Vittal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7월호에 실린 ‘Capturing the world’s emerging middle clas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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