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업무 성과의 함수는?

62호 (2010년 8월 Issue 1)

스포츠 애호가들은 학창 시절의 스포츠 활동이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이들은 다양한 증거를 내세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상당수가 학생 때 스포츠 팀에서 활약했고, 고용주들은 채용 시 지원자의 스포츠 경험을 살펴본다는 것. 또 고등학교 때 스포츠 팀에서 활약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소득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포츠와 직업적 성공의 상관관계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스포츠 활동이 성공에 도움이 되는 걸까, 성공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걸까?
 
이는 결코 시시한 질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하는 700만여 명의 고등학생이 교내 스포츠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스포츠 팀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면 어떤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베시 스티븐슨 와튼 경영대학원 경영 및 공공정책학 교수는 ‘교실을 넘어서: 고등교육법 수정안으로 바뀐 고등학교 체육 교육의 효과 측정’이라는 논문을 통해 학창시절의 스포츠 경험이 고등 교육 확대와 더 나은 고용 기회로 이어짐을 입증하는 경험적 증거를 제공했다.
 
고등학교 스포츠 팀에서의 활동이 학구열, 학업 성취도, 사회 진출 후 연봉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가 많다”고 스티븐슨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이들 논문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스포츠 참여로 얻게 된 순수한 처치효과(treatment effect)인지, 애초에 스포츠를 좋아해서 팀에 참여한 학생의 성격과 관련된 선택효과(selection effect)인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보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성취 지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운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필요한 능력을 배우는 걸까, 아니면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스포츠 팀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걸까?
 
스티븐슨의 논문은 1964년 제정된 민권법에 대한 1972년 고등교육법 수정안 제9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9장은 여학생에게도 고등학교 체육 교육의 기회를 동등하게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스티븐슨은 고등교육법 수정안 도입 전과 후에 학교를 다녔던 전국 여학생들의 졸업 후 삶을 비교 분석한 결과, 스포츠 경험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 전체에서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10%포인트 증가했을 경우,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1%포인트, 구직률은 12%포인트 상승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 참여 기회가 많아지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직업, 특히 숙련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에서 여성의 참여율이 높아졌다.”

스포츠 규칙과 팀워크
스티븐슨은 스포츠나 사회 생활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경쟁력,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능력과 자기관리 능력’이 공통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포츠 경험은 여학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사회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규칙을 통해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사회적 갈등이 긍정적으로 표출되도록 만들어 준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정해진 규정과 법칙 속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실력을 펼치는 법을 배운다. 또 한 팀이 되어 협력하는 법도 배운다. 이러한 기술은 이후 남성들이 독식한 업무 영역에서 활동하려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스티븐슨은 연구 결과 고등학교 때 운동팀에서 활약한 학생들은 이후 소득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때 운동 선수였던 여성과 남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각각 14%, 19% 높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가정 환경이나 학교 특성이라는 변수를 감안했을 때 이 수치는 하락했다. 가정 환경이 좋은 아이일수록 운동을 배울 가능성이 높고, 더 좋은 교육이나 고용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변수의 영향을 감안해도 스포츠와 성공 사이에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스포츠가 연봉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상관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스포츠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능력이 더 뛰어난 이유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 때문이라는 반론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스티븐슨은 지적했다. “다시 말해, 원래 자율적이고 진취적인 학생들이 스포츠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고등교육법 수정안 도입으로 스티븐슨은 수정안 도입 전 스포츠 참여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던 여학생들과 도입 후 기회를 갖게 된 여학생들을 비교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얻게 됐다. 표본은 전국에 걸쳐 있었고, 주마다 스포츠 참여 증가율이 달랐기 때문에 각 주를 비교하기도 쉬웠다. 스티븐슨은 이를 통해 고교 시절 운동 경험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표본 별로 분리해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무작위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스티븐슨은 설명했다. “고등교육 수정법안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줬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승인한 수정 법안 9장은 “미국의 어떤 국민도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받거나,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참여를 거부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법안이 법으로 채택됐을 때는 대부분의 학교가 차별적 교육 정책을 철폐한 후였지만, 유독 스포츠에서만큼은 성차별적 관행이 남아 있었다. “수정 법안 9장이 도입되기 전, 미국 여학생들은 사실상 체육 활동에서 배제돼 있었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수정 법안 9장을 준수하기 위해서 각 학교는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을 남학생의 참여율과 동등하게 맞춰야 했다. 그 결과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은 1972년 27명 중 1명에서 1978년 4명 중 1명으로 증가했다.”
 
고등교육법 수정안 도입이 좋은 연구 자료가 되는 까닭은 그로 인해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수정안 내용을 준수하기 위해서 주마다 증가율이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수정안은 여학생의 참여율을 남학생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남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이 10%인 주는 여학생의 참여율도 10%까지만 올리면 됐다. 기후나 학교 규모, 그 밖에 다른 요인들 때문에 남학생의 체육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주에서는 자연히 여학생에게 주어지는 스포츠 활동 기회 또한 줄어들었다. 반대로 남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이 활발한 주에서는 수정 법안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여학생들을 운동 팀으로 영입해야 했다.
 
스티븐슨은 수정 법안 도입 전 남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을 주 별로 측정하고 이에 필요한 여학생 참여율을 계산한 후, 각 수치들을 인구통계청 자료와 비교하며 고등학교에서의 스포츠 활동이 여성의 학업 성취도와 고용 지위, 직업 유형 및 소득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주 별로 수치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50개의 실제 사례가 마련됐다. 실제 사례가 많아진 덕분에 스티븐슨은 진보적 편견, 태도의 변화, 기타 다른 평등 프로그램의 영향과 같은 변수들을 제외시킬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한 변화의 영향을 제거해야 했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하면서 발생한 변수를 없앴고, 수정 법안 도입 전 남학생들의 스포츠 참여율과 연관된 변화를 찾았다. 주마다 사고방식의 변화 정도가 달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스포츠 참여율 증가와 상응한 수준으로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분석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남성적’ 직업군에 부는 여풍
다양한 변수를 제거한 후 스티븐슨은 고등학교 시절 스포츠 팀에서의 활약이 학업적 성취와 졸업 후 사회 활동에 인과적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정 법안 도입으로 스포츠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학업 성취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은 밝혔다.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을 대폭 늘려야 했던 주에서는 여성의 학업 성취도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스포츠 경험은 졸업 후 취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티븐슨은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율이 10%포인트 증가했을 경우 고용 가능성은 1.9%포인트 상승한 사실을 발견했다. “1980년 2534세 여성의 고용률은 62%였고 정규직 고용률은 47%였다. 이 수치는 이후 20년간 10%포인트 상승해 2000년 각각 72%와 57%로 늘었다. 수정 법안 9장으로 인한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3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스포츠 활동 증가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4% 상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2534세 여성 취업 증가율의 약 40%가 수정 법안 도입 덕분이라는 뜻”이라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스포츠 참여는 향후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스티븐슨은 덧붙였다. 인구통계청의 직업군 자료를 통해 여성들이 선택한 직업 유형의 변화를 분석해 스포츠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조사한 결과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스포츠 관련 직업군에서 여성의 비중이 증가한 이유는 전부 수정 법안의 영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등학생 시절 야구나 농구 등의 스포츠 팀에서 활약한 경험은 이후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남성적’ 직업으로 간주되는 직업군에 더 많이 진출하도록 도왔다. 스티븐슨은 1970년 당시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50세 미만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남성인 직업을 ‘남성적’ 직업군으로 정의했다. 회계사, 수의사, 변호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서관 사서나 간호사, 장부 서기 등 반대의 경우(종사자의 3분의 2 이상이 여성)는 ‘여성적’ 직업으로, 미용사나 부동산 중개인과 같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직업은 ‘중성적’ 직업으로 분류됐다. “이들 직업군은 성비율과 함께 평균 소득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적’ 직업의 경우 연봉 수준이 ‘여성적’ 직업보다 2배 높았으며 시간당 임금은 약 60% 높았다”고 스티븐슨은 설명했다.
 
조사 결과,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 기회가 더 많았던 주에서는 이후 ‘남성적’ 직업이나 ‘중성적’ 직업으로 진출한 여성의 수가 더 많았다. “스포츠 참여 기회가 10%포인트 증가할 때 여성이 ‘중성적’ 직업에 고용될 가능성은 1.1% 증가했으며 ‘남성적’ 직업의 경우는 0.45%포인트, ‘여성적’ 직업의 경우 0.36%포인트 증가했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지역적 변화나 경제 상황 등의 변수를 제거했을 때 ‘남성적’ 직업군에서 여성 고용률 증가의 15%, ‘중성적’ 직업에서 여성 고용 증가의 10%가 수정 법안 도입과 관련돼 있었다고 스티븐슨은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논문은 수정 법안 도입으로 인한 스포츠 참여 증가가 여성 소득 수준에 미친 영향을 검증했다. 스포츠 활동 기회를 얻었던 여성의 소득 수준이 더 높은 듯 보였지만, 사실 소득에 미친 영향과 전반적 고용에 미친 영향을 구분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여성의 시간당 임금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 참여율과 임금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변동이 심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서 스포츠 참여율과 임금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수정 법안 9장이 여성 임금에 미친 영향은 확신하기 어렵지만, 자료가 전해주는 전체적 메시지는 확실하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스포츠 참여 경험은 아동에게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미국 노동력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고용주들은 오래 전부터 스포츠 활동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호해왔다. 이는 올바른 판단 기준이었음이 밝혀졌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준들이 왜 사용되는지 분명히 아는 것은 유용하다. 이번 논문이 현재의 고용 관행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경우 그 결과가 좋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논문은 스포츠 참여 경험을 고용 기준에 포함시키는 고용주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After the Buzzer: How Time on the Field Helps Women in the Workfor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