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세계를 삼킨 바이러스는 기업의 모습과 운영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기업 교육 영역은 팬데믹 이후 메가톤급의 변혁을 맞은 대표적 분야로 꼽힙니다. 직무 교육을 총괄하는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담당자라면 특히 최근 한 해 동안 그 변화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을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병 초기, 한두 달 정도만 참으면 ‘백 투 노멀’이 될 줄 알았던 기대는 위기가 해를 넘길 정도로 길어지며 기업 교육의 ‘뉴노멀’을 도래하게 했습니다.
셧다운의 공포 속에서 교육 제공자와 수요자는 낯선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를 만났고 집합 교육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연수원의 인원 축소 및 전용 등으로 집합 교육의 하드웨어는 이미 상당 부분 변모했습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교육의 주체가 교수자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지각변동이 감지됐습니다. 예컨대, 학습자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선호됐던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s)는 개방성이 좋은 소셜미디어형 플랫폼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콘텐츠에 있어서도 ‘팀장을 위한 원격 회의 진행 방법’, ‘재택근무 환경에서의 성과 관리 방법’ 등 팬데믹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영역들이 핫한 교육 주제로 부상했습니다.
온라인 교육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리더들은 이제 “직원들이 꼭 함께 모여 교육을 받아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것입니다. 적어도 몇 년간은 감염병 확산에 대한 리스크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고,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인 집합 교육을 이어가야 할 것인지 자문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은 ‘조직 내 교육팀은 과연 계속 필요한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 교육의 ‘생태계 파괴’ 시대, HRD는 진정 존재의 의미를 위협받게 될까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 전문가들은 HRD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고민해 설계한 뒤 특정 교육 대상자에게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교육 담당자들이 추구해야 하는 ‘학습 목표’ 자체는 달라지지 않기에 이 목표를 얼마나 달라진 도구와 역할로 수행하게 될 것인지에 HRD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툴을 활용한 이러닝(e-learning)에서 솔루션을 모색해보는 아티클에서 ‘뼈 때리는’ 교훈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교육팀은 대개 조직 내에서 석박사 비율이 가장 높다.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보니 콘텐츠를 과도하게 잘 만들려고 한다. 혁신의 시대에는 애자일하게, 빨리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다. 부담을 내려놓고 ‘웰 메이드’가 아닌 ‘퀵 메이드’에 주력하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면 안 된다. 좋은 콘텐츠를 안내하고 가치를 알려주는 ‘지식 큐레이터’가 돼라.”
특히 이러닝은 과거처럼 오프라인 교육의 대체재로 쓰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 창출 측면에서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될 것입니다. 예컨대, 오프라인 강연 Q&A 세션 때의 ‘본캐’는 과묵했던 학습자들이 유튜브로 진행되는 온라인 교육의 채팅 창에서는 돌연 발랄한 ‘부캐’를 탑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사내 집합 교육에선 수동적으로 교육에 참가하던 직원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교육 커뮤니티 활동에선 적극적인 모습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와 사회 트렌드를 슬기롭게 활용하면 온라인 기업 교육을 통해 오프라인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해 코세라, 유데미 등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등 새로운 플랫폼 및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이러닝의 성과를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HRD의 역할을 ‘지식 큐레이터’로 규정하면 특히 이러닝 현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일찍이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고 말했죠. 무언가를 배우려는 인간의 본능과 더 나은 조직을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는 한, 뉴노멀 시대에 적응한 HRD는 앞으로도 인간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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