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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직원’ 탓하는 당신, 혹시 ‘문제 리더’?

261호 (2018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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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게 있다면 그 손때 묻은 게임기일 겁니다. 도망치고 싶은 결혼생활에서 유일한 안식처였어요. 그런데 그걸 욕조에 담가 버린 거라고요. 아내가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의 히스테리가 요즘은 더 심해졌어요. 생활비와 대출이자,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때문에 힘들다는 건 압니다. 그렇다고 내 월급이 적다 그러면 안 되지요. 명색이 은행원입니다. 물론 돈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모든 게 다 힘들겠지요.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 살, 한 살, 아이 둘을 키우는 게 어디 쉽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이젠 아내를 마주 대하기도 무섭습니다. 분노조절장애가 따로 없어요. 이 결혼, 무르고 싶어요.”

얼마 전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이야기입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현실은 행복하지 않을까, 아니, 왜 이렇게 불행할까?’ 고민하던 주인공 주혁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서 예전의 선택을 바꿉니다. 지금의 아내 우진이 아니라 자기를 좋아하던 부잣집 딸 혜원과 결혼합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근사한 집에서 첼로 강사로 활동하는 아름다운 아내와의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이 시작된 겁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본사에 근무하던 전생(?)의 아내 우진이 주혁이 일하는 은행 지점으로 인사 발령이 납니다. 그렇게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게 된 그녀. 그런데 그녀는 주혁이 알고 있던 그 표독스러운 여자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매력적인 커리어우먼입니다. 그제서야 주혁은 알게 됩니다. 내 아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는 걸 말입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악처로 만든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로맨틱 판타지’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리더십’ 이슈가 겹쳐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팀에도, 우리 본부에도 정말 미치도록 보기 싫은 직원이 하나 있을 겁니다. 일도 잘 못하고, 말도 잘 안 듣는, 도대체 저런 친구가 어떻게, 왜, 나와 일하게 됐을까, 골치가 지끈지끈 아픈 친구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일입니다. 무한 매력의 사랑스러운 여자 우진을 표독스러운 악녀로 바꿔버린 장본인이 남편 주혁이었던 것처럼 능력 있고 훌륭한 직원을 이렇게 만든 사람 역시 상사인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필패 신드롬(set-up-to-fail syndrome)’이란 게 있습니다. 상사에게 한번 찍히면 끝내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점차 무능한 직원으로 변해간다는 악명 높은 신드롬입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장 프랑수아 만조니 교수는 자기 주관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리더의 확증 편향이 ‘베스트 직원’을 ‘문제 직원’으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억울해도 할 수 없습니다. 찍히는 순간, 그걸로 끝입니다. 리더의 부정적 시각이 직원의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그를 무능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므로 저것이 생겨나며,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인과 연의 원리입니다. ‘인(因)’이라는 직접적 원인과 ‘연(緣)’이라는 간접적 원인에 의해 세상은 존재하고 작동합니다. 명장 밑에 약졸 없듯 ‘문제 직원’ 뒤에는 ‘문제 리더’가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유 없는 결과 없고, 까닭 없는 상황 없는 법입니다. 관계는 상대적입니다.

직원에게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야기한 직간접적인 원인이 있을 겁니다. 훌륭한 리더는 그걸 찾아 해결해줍니다. 그게 공감이고, 그게 소통이고, 그게 진짜 리더십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직원의 무능을 해고로 해결합니다. 고장 난 부품을 버리고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듯 직원을 도구로 보는 관점입니다. 그런 ‘도구적 인간관’을 가진 리더 밑에 헌신하고 몰입하는 직원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난 네가 변하는 게 너무 무서웠다. 평생 그런 널 감당해야 하는 것도, 그게 내 탓인지도 모르고. 조금만 더 널 배려했더라면, 조금만 더 네 말에 귀 기울였더라면 지금의 너처럼 건강하게 잘 버티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과거를 바꾼 자신의 새로운 선택이 너무나도 어리석었음을 깨달은 주혁이 오열하며 뱉어내는 참회의 언어는 이 땅의 모든 리더가 새겨들어야 할 성찰의 언어입니다.

답을 정해두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상대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그 비판적 시선을 나에게로 돌려야 합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그래서 냉정한 자기 인식입니다. “Why should anyone be led by me?” 내가 왜 누군가를 리드해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나의 리드를 따라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Know thyself.”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리더십 관점에서도 유용한 ‘셀프 모니터링’의 금언입니다. 

필자소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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