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6. ‘꼰대 상사’ 어떻게 할 것인가
Article at a Glance
꼰대에는 의외로 긍정적 요소도 있다. 책임감, 성실성, 헌신의 측면에서 배울 점도 있다는 뜻이다. 꼰대 대처법이 어려운 이유는 사실 ‘꼰대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서다. 꼰대는 조직을 우선시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유형, 자기 이익만 챙기면서 잔소리를 하는 유형, 조직을 우선시하기는 하지만 막말과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유형, 자기 이익을 우선으로 막말을 하고 폭력 성향을 보이는 ‘슈퍼 꼰대’ 혹은 ‘썩은 사과’ 유형이 존재한다.
부하직원 혹은 후배 입장에서는 ‘인정’ ‘칭찬’ ‘역코칭’ ‘직면과 대결’ ‘정치 전략’ 등을 적절히 조합해 유형에 맞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후의 카드인 부서 이동이나 이직도 고려해야 한다.
꼰대의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
최근에 ‘꼰대’란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꼰대로 평가받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만큼 이 시대의 어른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서 꼰대로 취급받는 어른들이 많은 한 그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스스로 꼰대라는 자각이 있을 때 세대 간의 화해는 시작될 것이다.
DBR mini box 역코칭 방법론 역코칭이란 조직 내 상사가 행동 변화나 새로운 지식, 기술의 습득을 원할 때, 부하직원이나 동료로부터 조언이나 도움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역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사가 동료나 부하직원으로부터 코칭을 원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상사가 코칭 대화나 면담을 통해 자신의 꼰대 행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개선책을 찾는 것은 효과적인 역코칭이다. 그러나 상사가 역코칭을 원하지 않으면 부하직원은 도울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대방과 사전에 코칭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지만 코칭 대화를 하는 스폿 코칭(Spot Coaching)이 있다. 우리말로는 수시 코칭 혹은 즉석 코칭이다. 스폿 코칭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하는 것이다. 유사한 의미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강조한 ‘너지(nudge)’, 즉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 찌르는 것과 비슷한 언어적 행동이다. 옆구리 찌르기식의 스폿 코칭은 상사에게 제안이나 조언을 하면서 상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대화하는 수시 코칭이다. 상사가 코칭을 원하지 않을 때 너지와 같은 옆구리 찌르기식의 코칭 대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상사가 사업부 회의에서 보고를 했는데 반응이 별로 없거나 잘못됐을 때의 상황이다. “팀장님, 오늘 보고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팀장님은 보고에 몰입했는데 참석자 중 일부는 좀 다른 반응을 보인 점이 좀 아쉬울 뿐입니다.” 이쯤 이야기를 하고 상사의 반응을 확인한다. 상사가 관심을 표명하거나 질문을 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본다. “제가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도 될까요?” 이처럼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할 때는 피드백을 듣고 싶은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발표 내용과 흐름 등이 매우 좋았는데 팀장님 시선이 화면에 주로 가 있어서 사업부장님이나 임원들의 반응 확인이나 눈맞춤이 힘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역코칭을 한 뒤 상사의 표정과 반응을 살핀다. 상사가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앞으로도 피드백을 요청한다면 당신의 역코칭은 성공한 것이다. |
3. 제2 유형: 자기 이익 우선 + 잔소리형
이제 주로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그에 방해되는 경우 심하게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와 오지랖’으로 일관하는 유형에 대해 알아보자. 이 유형은 욕설이나 막말 등을 하지는 않기에 비교적 최근에 ‘꼰대 유형’에 편입된 부류다. 자신의 이익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보니 대체로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성향을 보인다.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정답’인 것처럼 늘 ‘조언의 형식’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부하직원 혹은 직장 후배의 결혼 여부, 애인 유무, 가족사, 집 소유 여부 등 온갖 것에 관심이 많고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 결론은 자기 자랑일 가능성이 크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자기 중심성’을 잘 활용하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부류에게는 일단 적시와 적소에서 구체적으로 행하는 ‘칭찬’이 매우 잘 먹히는 편이다. 회의가 끝난 직후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팀장님, 오늘 보고는 최고였어요. 특히 어려운 통계 수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셨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 오더라고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칭찬을 받는 상사도 자신의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발전 가능성도 생기며, 그 행동은 향후에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런 ‘적확한’ 칭찬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 놓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밀당’을 펼치고 사생활 침해성 조언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암묵적으로 자제를 요청한다면 최소한 그가 나에게만은 ‘꼰대질’을 그만둘 확률이 높아진다.
4. 제3 유형: 조직 우선 + 막말형
세 번째 유형은 가장 전통적이자 전형적인 꼰대 유형이다. 조직을 우선시하기는 하나 조언이 아닌 막말을 쏟아내는 ‘무례한 상사나 선배’에 대해 살펴보자. 이 부류도 첫 번째로 다뤘던 부류만큼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를 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첫 번째 유형, 즉 조직을 우선시하고 조언과 잔소리를 많이 하는 유형과 일할 때처럼 우선적으로 나의 역량과 능력을 개발해 어필하는 게 꼭 필요하다. 조직에 대한 헌신, 성실성 등에서 배울 점도 많다. 첫 번째 유형의 상사/선배에게 했던 다양한 방법, 역코칭 등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부류가 갖고 있는 특징인 ‘막말’과 ‘언어폭력’이다. 무례함과 폭력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조직을 위해 함께 일하고 성과를 내고 싶어도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상위 부서나 인사부서, 상담 조직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우선 떠오르긴 하지만 많은 국내 기업의 여건상 ‘이상적 해결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거의 활용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에는 ‘직면’과 ‘대결’의 방법을 써야 한다. 사전적 의미로 직면(直面)이란 어떠한 일이나 사물을 직접 맞닥뜨리는 행동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무례하게 행동하는 상사나 동료와 대결할 때 먼저 자신에게 3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제언한다. (1) 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가? (2) 그가 고의로 그런 행동을 했는가? (3)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처음인가? 그는 이 3가지 질문에 모두 ‘예스’라는 답이 나왔다면 무례한 상사와 직면할 것을 조언한다. 또 멜 실버만(Mel Silberman)과 프레다 한스버그(Freda Hansburg)는 무례한 행동에 대한 직면의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상사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인사팀에 학대 행위를 보고하는 것인데, 이는 앞서도 밝혔듯 한국 조직의 특성 등 여러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이 외에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상사와 맞닥뜨리는 직면 대화를 하는 방법이다. 상담기법에서 직면이란 상대방의 행동에서 모순이나 불일치를 지적하며 스스로 통찰하고 변하도록 돕는 대화 스킬이다. 실버만 등은 무례한 상사와의 직면 대화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조용히 말씀해 주시면 제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조용히 말하길 제안한다. 또는 'I-Message’를 활용해 무례한 상사의 언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 뒤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꼰대 팀장이 인격모독적인 폭언을 했을 때 “팀장님, 지금 하신 말씀은 저의 인격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언어폭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실제로 필자 중 한 명은 공군 장교로 재직하던 시절, 조직을 우선시하기는 하나 막말을 일삼던 상사와 직면해 ‘눈을 똑바로 보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문제를 개선했던 경험이 있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작했던 ‘직면’이 생각보다 효과가 커서 놀랐다.
물론 이처럼 부하직원이 ‘상사와의 맞닥뜨림’을 시도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또한 인사상 불이익이나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 상사의 인격모독적이며 위법적인 언행이 계속되면 맞닥뜨리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제4 유형: 자기 이익 우선 + 막말형
이제 마지막 유형,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며 막말/언어폭력을 일삼는 ‘썩은 사과’ 혹은 ‘슈퍼 꼰대’ 대응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은 앞서 제시한 세 유형의 나쁜 점만을 모아놓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일단 이 유형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괜히 ‘슈퍼 꼰대’라는 별칭을 붙이는 게 아니다. 이런 유형의 상사를 만났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조직이나 회사를 떠나는 방법을 찾는 게 좋다. 그렇게 노력하는 와중에도 어쨌든 함께 일해야 하고, 매일 얼굴을 마주쳐야 하기에 당장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도 해야 한다.
먼저 앞서 제시한 ‘인정’ ‘칭찬’ ‘역코칭’ ‘스스로의 역량 개발과 어필’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거의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제3 유형에서 시도한 ‘직면’과 ‘대결’은 이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녹취’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그의 악행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는 극단적 방법마저도 때에 따라서는 사용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공포의 균형’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침략의도’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을 든든한 후견인으로 두고 지난 60여 년간 ‘공포의 균형’을 유지한 것처럼 조직 내 인간관계의 정치학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그 상사보다 더 높은 상사나 권력자로부터 최대한 인정받아 그를 후견인으로 두는 방법(필자 중 한 명 역시 군대에서 이 방법을 활용해 성공한 적이 있다.), 그 상사를 제외한 다른 모든 피해자와 ‘동맹’을 맺는 방법 등이 있다. ‘고립’과 ‘압박’을 암암리에 전개함으로써 그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런 극단적인 ‘정치 전략’은 웬만한 사람들은 활용하기 어려운 전략이기도 하고, 여기에 들어갈 노력을 차라리 부서 이동이나 이직에 쓰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썩은 사과’와 당분간 공존해야 한다면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최후의 수단이자 처음부터 고민했던 방법, 부서 이동이나 이직은 그 자체로 ‘슈퍼 꼰대의 위험성’을 조직에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처음부터 이 수단을 고민하더라도 카드로서는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한다. 부하직원의 이동 요청이나 이직은 상사에게 큰 시련과 자극을 준다. 떠나는 사람도 어려움이 있지만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충격을 준다. 기존에 자신의 말이나 제안이 거부당했다면 떠나면서 꼰대 상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다만 조직 전체에는 확실히 메시지가 전달된다.
결론
지금까지 ‘꼰대’가 갖고 있는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를 알아보고, 네 가지 유형화를 통해 대처방법을 제시했다. 부하직원 입장에서 꼰대 상사를 현명한 상사로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어차피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때로는 그 사람 스스로 변화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유형별로 조금씩 다르게 대처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꼰대 상사’가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됨으로써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과정의 열쇠는 결국 부하직원인 혹은 후배인 내가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느냐, 능력을 인정받고 있느냐에 있다. 즉, 상하 간의 톱다운 방식의 지시와 복종의 관계에서 상호 대화 속에서 자율과 위임의 업무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시도가 통용되지 않을 때 결국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떠나는 길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떠날 결심을 했을 때에는 꼰대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했던 자기계발과 역량 강화가 역설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 coach@tongcoaching.com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김성완 대표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에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창조적 문제해결자 가치경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