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周)나라 무왕은 강태공이라는 인재가 있었기에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한(漢)고조 유방은 작전 부문에 장량(張良), 군수에 소하(簫荷), 전쟁에 한신(韓信)이라는 인재를 두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위수(渭水)에서 빈 낚싯대를 기울이며 세월을 기다렸던 강태공. 그가 지었다는 육도(六韜)라는 병법서에는 ‘장군을 고르는 법 8가지 원칙’(八徵之法·팔징지법)이 나온다. 요즘으로 말하면 훌륭한 인재를 고르는 방법이다.
탁월한 전문(詳) 능력이다. ‘어떤 분야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상세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하라(問之以言以觀其詳·문지이언이관기상).’ 우선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벌이나 연줄이 아닌 실력이 가장 중요한 인재 조건이다.
위기관리(變) 능력이다. ‘위기상황을 설정해 그 사람의 대처능력을 살펴보라(窮之以辭觀其變·궁지이사관기변).’ 똑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가 얼마나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재는 위기에 강하다. 모두가 도망치고 주저앉을 때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부딪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성실함(誠)이다. ‘사람을 보내 그 사람의 성실함을 관찰하라(與之間諜以觀其誠·여지간첩이관기성).’ 능력 있는 사람이 결정적일 때 조직을 배반하기도 한다. 앞에서만 잘하고 뒤돌아서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은 인재가 아니다. 평소 성실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도덕성(德)이다.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관찰하라(明白顯問以觀其德·명백현문이관기덕).’ 윤리와 도덕은 그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도덕성이 떨어지면 조직을 망치게 한다.
청렴함(廉)이다. ‘재무관리를 맡겨보아 그 사람의 청렴함을 관찰하라(使之以財以觀其廉·사지이재이관기렴).’ 돈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돈 앞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다(財上分明 大丈夫)’라는 속담이 있다. 재물 앞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야 조직을 이끌 자격이 있다.
정조(貞)다. ‘여색으로 시험해서 그 사람의 정조를 관찰하라(試之以色以觀其貞·시지이색이관기정).’ 여색은 예나 지금이나 인재의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여색에 빠져 직분을 망각하고 결국 조직을 무너뜨린 예는 무수히 많다. 남자도 정조관념이 있어야 인재가 될 수 있다.
용기(勇)다. ‘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고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하라(告之以難以觀其勇·고지이난이관기용).’ 어려운 상황에 누구보다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재다. 조직의 위기에 자신은 뒤로 물러서면서 부하들만 앞장서라고 재촉하는 사람은 결코 인재가 될 수 없다.
술 취한 뒤의 태도(態)다. ‘술로 취하게 하여 그 사람의 자세를 살펴라(醉之以酒以觀其態·취지이주이관기태).’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리게 한다. 술에 미혹되면 판단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인재로서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이다.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며 어떤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느냐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인재를 고를 때 개인의 능력을 하루아침에 관찰하고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인재는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먼 길을 가봐야 천리마인지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봐야 인재를 알 수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반드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묵혀야 함에 틀림없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