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개방이라는 파고의 한가운데 있다. 빠른 속도로 경제개방이 진행중이며, 2012년경이면 거의 모든 주요 교역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제 국경은 무의미해지고, 오로지 세계적인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경제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에게는 두 가지 주요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중 한 가지는 ‘통합의 경영(Management of Integ -ration)’이고 다른 한 가지는 ‘다양성의 경영(Ma -nagement of Diversity)’이다. 전자는 글로벌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사업 활동의 집중·통합 수준을 높여 규모나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능력을 말한다. 후자는 국가 간 정치·경제·문화적 차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특성에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과거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Integration’에 중점을 두고 저원가를 실현해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중국 등 신흥 경제의 부상으로 한국 제품들이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각국의 정치·경제·문화 차이를 창조적으로 활용해서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다양성(Diversity)’ 관리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기업이 ‘다양성의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즉 ‘New CEO’상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New CEO’란 기존 관리형 CEO가 아닌 ‘Creativity(창조), Empathy(이해/수용), Orchestration(조율)’ 요소를 두루 갖추고 예술, 감성, 창조 활동을 통해 신사업, 신제품 및 신시장을 개척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중심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버무려진 ‘이야기’가 있으며 이 ‘이야기’를 쥐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눈앞에 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처럼 제품의 혁신적인 기능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창조적 능력은 New CEO가 갖춰야 할 첫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문화적 갈등을 경험한다. 문화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한국 기업들은 한국 방식대로 외국기업들과 협상하거나 현지종업원들을 관리해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는 자국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것이 New CEO가 갖추어야 할 둘째 요소다.
New CEO의 셋째 구성요소인 조화·조율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과 일맥상통한다. 오케스트라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이 넘는 개성 강한 음악가의 모임이다. 지휘자는 음악에 대한 통일된 방향과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는 지휘자같이 이질적인 팀을 성공적으로 조율해 상생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종업원이 아무리 많아도 기업실적은 결국 CEO의 자질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경영환경 변화는 어느 때보다 CEO의 역할이 중요하며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현재 처해 있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보수화된 경영체질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예(藝)·감(感)·창(創)의 마인드를 두루 갖춘 문화 리더로서의 New CEO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