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시너걸 “경영자는 다음 분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잘 관리해야 한다”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창업자 제임스 시너걸은 여러 차례 최고의 CEO, 미국을 빛낸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경영자다. 그는 어린 시절 하역 노동자로 일하는 등의 힘든 생활을 겪어서 사원 복지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자신은 철저히 근검 절약하면서도 직원들에겐 동종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해 고객 만족을 추구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그였지만 주주들과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에게는 다소 냉정하게 대처했다. 배당에 관심이 많은 주주들이 단기적인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영을 주문할 때 그는 짐짓 못 들은 척 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 나갔다. 그는 모름지기 최고경영자라면 다음 분기에 일어날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사가 나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책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제품 가격을 인상해 이익을 남기고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도 자제해야 했다.
대개 경영자들은 오너나 주주의 기대를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치 경영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시너걸의 고집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재임기간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큼 놀라운 성과를 내다가 막상 그 경영자가 조직을 떠난 후에 성과가 급격히 추락하는 숱한 사례를 보면서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리더가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코스트코는 단기 성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가격 억제 정책을 고수한 덕분에 오히려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고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경영자가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보호하는 방법은 주요 이해 당사자의 기대와 욕구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자에겐 일시적인 압박을 견뎌내는 자기 확신감과 더불어 주주들이 가치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재무적 의사결정력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고집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도덕성을 유지하면서 경영 성과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가치 경영 전략은 보호받을 수 있다.
데이비드 페리 “우리는 결정한 뒤에 평가를 한다”
“결정한 뒤에 평가한다”는 말은 치밀함이 부족하고 위험한 접근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정보 가속화 시대엔 적합한 관점이 아닐까 한다. 이 말은 컴텍스의 경영자 데이비드 페리가 비즈니스 성공의 비결을 설명하면서 표현한 것이다.
태초부터 2000년 동안 축적한 정보의 양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정보가 수십 배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정보를 파악한 후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일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새롭게 배우려는 태도는 기본이다. 그러나 수년간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3∼4년 뒤에 등장할 지식의 5%도 흡수하지 못한다면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 있다. 어제까지 기준이었던 기술과 정보가 오늘은 폐기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는 정확한 분석에 기반한 결정보다는 결정 이후에 보완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올바른 전략일지 모르겠다.
어차피 제한된 정보 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면 결정한 뒤에 평가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면 거기서 배울 것을 찾고 다음 결정에 반영하는 지식 경영이 필요하다. 훌륭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는 무결점의 결정력 차이가 아니라 학습에 대해 열린 태도의 문제다. 실수를 용인하는 데서 그친다면 도덕적 해이가 염려될 수 있다. 실수에서 학습을 끌어내지 못하면 실패가 되기 때문에 학습 거리를 찾을 수 있는 안목과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리더의 코칭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자와 리더에겐 완벽한 결정이 지향점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의 적절한 결정력이 더 중요하다. 지연된 완벽한 결정보다는 오늘 내려야 할 결정을 미루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학습할 기회를 허용할 자신감이 있는 리더라면 완벽함과 타이밍 사이의 조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sunkcho@deloitte.com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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