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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 Leadership

리더에게 가장 적합한 ‘중년의 뇌’

정재승 | 86호 (2011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창조•혁신 DNA를 지닌 경영자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21세기 리더에게 요구되는 ‘브레인 리더십’ 함양 방안을 뇌공학 전문가이자 이 시대의 ‘글쟁이’인 정재승 교수가 제시합니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뇌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과학자들이 정의한 ‘인생의 중년’은 45세부터 68세까지다. 평균 수명이 70년을 훌쩍 넘은 이 시대에 ‘리더로서의 삶’은 대부분 중년의 문턱에서 시작한다. 작게는 팀의 리더에서, 크게는 한 기업의 CEO까지 중년의 우리는 리더의 삶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중년이 되면 어느 날 문득 ‘뇌의 노화’를 절감하게 된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반응 속도도 현저히 느려진다. 무엇보다 눈이 침침해지고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생각이 들어 새벽녘에 문득 깨기도 한다. 어떤 리더들은 필자에게 찾아와 “혹시 제가 치매 초기가 아닌지 모르겠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치매가 아니라 그냥 나이가 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년이 되면 가청주파수대는 급격히 낮아져서 평소 즐겨듣던 록앤롤이나 헤비메탈이 시끄럽게 느껴진다. 영화관에 가면 사운드가 거슬려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너무 가까운 것도 너무 먼 것도 잘 안 보여서 다초점 안경이 필요해진다. 아니면 할아버지처럼 안경을 내려쓰며 맨눈으로 휴대전화 문자를 봐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맛을 느끼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젊은 시절 약 3만 종의 맛을 구별하던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채 2만 종의 맛도 섬세하게 구별하기 버거워진다. 가족 모두 어머니의 음식솜씨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 사실을 못 느끼는 건 ‘같이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뿐이다.
 
중년의 기억력 감퇴는 제일 먼저 이름과 얼굴을 잊어버리는 데서 시작한다. 앞뒤 맥락이 없는 정보인 이름과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혀끝에서 이름이 맴도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단기 기억능력도 감퇴해 들을 땐 잘 기억하는가 싶더니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느낀다(다행히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반응속도도 무척 느려진다.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때도 직진신호에 출발이 늦고 자녀와 게임을 해도 반응이 느려 핀잔을 듣기 일쑤다. 누구나 40대가 되면 겪는 일이다.
 
그런데 40대 중반에 회사 내에서 팀의 리더가 되거나 임원이 되면 떠맡아야 할 역할은 더욱 증대된다. 회사 내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중요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을 잘 설득하고 다독이면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의 큰 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제때 파악해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회사 내에서 해야 하는 때가 바로 중년기다.
 
뇌의 기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과연 나는 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리더에게 요구하는 능력을 나는 과연 잘 처리할 수 있을까? 도대체 성공한 리더의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1세기 IT 혁명을 이끈 경영자이자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의 뇌 구조가 불현듯 궁금해진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바로 이런 것이다. 리더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려나가야 한다. 뛰어난 리더들의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유추해보면서 조언을 드리는 것이 바로 이 칼럼을 쓰는 이유다. 이른바 브레인 리더십(Brain Leadership)을 키우는 방법에 관한 칼럼이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의 뇌가 급격한 노화를 겪고 있으며 리더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느낀다면 앞으로는 ‘그럴 필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신의 뇌, 그러니까 중년으로 접어든 당신의 뇌가 지금 가장 ‘절정의 뇌’라는 연구 결과가 요즘 신경과학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애틀 세로연구소는 1956년부터 7년마다 6000명을 대상으로 뇌 인지능력을 검사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뇌의 6가지 능력이다. 얼마나 많은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의 동의어를 얼마나 많이 찾을 수 있는가를 보는 ‘어휘 능력’, 얼마나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는가를 보는 ‘언어 기억능력’, 사칙연산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가를 보는 ‘계산능력’, 사물이 180도 돌아갔을 때 어떻게 보일지 얼마나 잘 식별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공간지각능력(공간정향능력)’, 빨간색 화살표가 계속 나오다가 불규칙적으로 녹색 화살표가 나올 때 얼마나 빨리 단추를 누를 수 있는가를 보는 ‘반응속도’, 끝으로 논리적 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는가를 보는 ‘귀납적 추리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6가지 능력이 가장 초절정의 성과를 내는 나이대가 언제인가를 살펴봤다. 놀랍게도 이 중 4가지 능력이 가장 좋은 시기가 45∼53세 사이의 중년으로 나타났다. 20대 젊은이들은 사칙연산과 반응속도 검사에서만 중년들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을 뿐 다른 부문에선 다 뒤졌다.
 
뉴욕타임스 건강 섹션 편집자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해나무, 2011)>에 따르면 중년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글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며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 또한 우수하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중년의 뇌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실험에서도 젊은 사람보다 중년의 위기관리 능력이 더 나았다. 일리노이대학 신경과학자 아트 크레이머는 40∼69세의 항공교통 관제사와 항공기 조종사 118명을 대상으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나이든 조종사들은 처음에 시뮬레이션 장치를 다루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핵심 조종기술과 문제해결 능력에서는 젊은 조종사들보다 더 뛰어났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통념도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마운트시나이의대 연구팀이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해본 결과 나이가 들수록 단기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는 장기기억 능력이 오히려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롭고 현명해진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것이 경험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중년의 뇌 전반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신이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스스로에게 냉정히 물어보시라. 지금 위치에 언제 오르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신선한 뇌를 가진 25세에? 아니면 35세? 바로 지금이 리더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jsjeong@kaist.ac.kr
 
필자는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컬럼비아대 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창의적인 문제 해결, 뉴로 마케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2009년 다보스 포럼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등이 있다.

 

  • 정재승 정재승 |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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