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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맥시멈 열망 수준: 21C 리더의 필수 요건

신동엽 | 81호 (2011년 5월 Issue 2)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항상 바보스러워야 한다! 항상 배고파야 한다!(Stay Foolish! Stay Hungry!)’라는 대목이 나온다. ‘바보스러워야 한다는 부분은 21세기 초경쟁 환경의 규칙인 창조적 혁신경쟁에서 상상력과 꿈, 직관, 통찰력 등 전통적 관점에서 언뜻 바보스러워 보이는 행동이 치밀한 계산이나 계획 이상으로 중요한 이유를 분석한바보스러움의 기술(technology of foolishness)’에 관한 DBR 기고문에서 이미 설명했다(DBR 29호 참조). 그런데배고파야 한다는 무슨 의미일까? 잡스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도 8강에 진출한 직후나는 여전히 배고프다(I’m still hungry)’라고 말했다.
 

배고프다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1950∼60년대 제임스 마치(J. G. March) 교수가 사이먼(H. Simon) 교수 등과 함께 주도한 거시 조직이론 분야의 카네기학파(Carnegie School) 핵심 개념인열망수준(aspiration level)’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최신 조류인행동주의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비롯해 비경제학자 중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과 카네먼(D. Kahneman), 윌리엄슨(O. E. Williasmon)은 모두 카네기학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네기학파 류의 조직이론인행동주의 기업이론(Behavioral Theory of the Firm)’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바로배고프다는 표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열망수준이다.


 

열망수준: 만족과 불만족의 경계

마치 교수와 카네기학파 동료들에 따르면 열망수준은 만족과 불만족을 구분하는 주관적인 심리적 경계다. 전통적인 경영학이나 경제학 이론들은 대부분 성과를 평가할 때 연속선상에서 사고한다. 물론 객관적 성과를 계량화하면 연속선상에 배열할 수 있다. 100점 만점인 시험의 예를 든다면, 0점에서 100점까지의 연속선상 어디엔가 모든 사람들의 점수가 위치할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경제학적 의사결정 이론인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이론 등 대부분의 기존 논의들에서는 객관적 점수가 높을수록 만족도도 비례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만족도를 극대화(maximizing)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치 교수의몇 점을 받으면 시험을 잘 쳤다고 만족할까라는 질문으로 논의의 초점을 바꾸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실제로 중요한 것이 각자가 그 점수에 만족하느냐 혹은 불만족하느냐의 여부다. 객관적 점수는 0점에서 100점까지의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 점수에 대한만족불만족여부는 어떤 기준점을 경계로 불연속적으로 나눠진다. 만족불만족은 연속선상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상태다. 예를 들면 100점 만점의 시험에서 89점과 90점은 실제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점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89점을 받으면 시험을 못 쳤다고 느끼고 90점을 받으면 잘 쳤다고 여긴다. 바로 이 90점이 시험 성적에 대한 이 사람의 열망 수준이다.

만족과 불만족 사이의 구분선인 열망 수준이 왜 중요할까? 만족-불만족 판단이 행동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마치 교수는 객관적 성과는 0점에서 100점과 같이 연속선상에 분포한다. 하지만 이후에 새로운 행동을한다혹은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서로 불연속적이며 질적으로 다른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혁신처럼 어떤 행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며,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 행동을 하지 않는 상태의 연속선상에 존재하지 않고, 전혀 다른 상태로의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속선상에 분포하는 시험의 성과가 성적을 올리기 위한 특단의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질적으로 다른 불연속적인 방향 중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한다. 여기서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경계선이 바로 그 결과에 대한 만족-불만족의 구분 기준인 열망수준이다. 즉 열망수준이 90점인 사람은 90점을 받으면 그때까지 해오던 방식을 유지하지만, 89점을 받으면 전혀 다른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마치 교수와 카네기학파의 동료들이 1950년대에 제시한 열망수준이론은 그 후 기업 등 수많은 조직에 관한 연구들에 적용돼 성과에 따라 혁신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의 여부를 예측하는 데 활용됐다. 그런데 열망수준이 혁신 행동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마치 교수와 카네기학파 동료들의 또 다른 이론인문제해결형 탐색(problemistic search)’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이는 성과가 열망수준보다 낮을 때 불만족을 느끼게 되고, 열망수준 대비 낮은 성과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하지 않던 혁신과 같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는 뜻이다. 즉 불만족이 혁신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객관적 성과 자체는높다-낮다’ ‘만족한다-불만족한다등과 같은 평가를 내포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는 이것을 인식하는 주체인 행위자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 평가되느냐는 바로 그 사람의 열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열망수준이 높은 사람은 웬만한 성과는 그 열망수준보다 낮기 때문에 불만족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게 된다는 게 바로 마치 교수의 논리다. 열망수준이론은 1950년대 이후 경영학 거시 조직이론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인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론의 핵심 변수가 됐다.


 

어느 정도의 열망수준이 바람직할까

기업경영 실무나 컨설팅, 언론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들 중 열망수준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아마스탠더드혹은눈높이일 것이다. 눈높이가 높다 혹은 낮다는 표현은 어떤 대상에 대한 열망수준과 관련이 있다. 눈높이가 높은 사람은 웬만한 결과에는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찾아 끝없이 도전한다. 이는 바로 열망수준에 따른 문제해결형 탐색행동이다. 기업경영과 관련해 외환위기 이래 한국에서 자주 회자된 글로벌 스탠더드의 정확한 의미도 바로 열망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개념이 왜곡돼 흔히 연봉제나 팀제, 고용유연성 등과 같이 소위 신자유주의적 경영기법으로 오해돼 왔다. 이는 완전히 틀린 이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정확한 뜻은 모든 측면에서 선진 국가나 조직들에 뒤지지 않는 글로벌 최고의 열망수준을 갖자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열망수준이 국내지향적이었을 때는 웬만한 성과에 만족했기 때문에 하던 대로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따라서 혁신과 같은 급진적 시도는 드물었다. 그러나 열망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높여 세계 최고 국가나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실제 우리 성과가 턱없이 낮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바로글로벌 스탠더드란 화두의 정확한 의미다.

열망수준의 옵션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자기 내부 기준이 열망수준인 기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가 나오면 만족한다. 또 경쟁자와 비교하는 열망수준을 가진 기업은 자기 성과가 예년보다 높더라도 경쟁자보다 낮으면 불만족을 느낀다. 자기보다 훨씬 우월한 초우량 기업과 비교하는 열망수준을 갖춘 기업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바로 이런 열망수준을 말한다. 이 경우 국내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더라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중반 굴지의 국내 1위 그룹이던 삼성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와 근본 변신을 강조한 것은 바로 열망수준을 국내 최고에서 글로벌로 전환한 결과다. 최근 애플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1위지만 끊임없이 상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열망수준은맥시멈 가능성과의 비교다. 즉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경쟁자가 없는 굴지의 글로벌 1위지만, 여전히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직 멀었다는 태도가 끊임없이 혁신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는 위대한 창조적 기업들의 열망수준이다. 스티브 잡스의항상 배고파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각 조직의 열망수준은 어떻게 결정될까? 마치 교수와 그 동료들에 따르면 조직의 열망수준은 자신의 역사적 성과 경험, 그리고 주변 조직들의 성과 등 두 가지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고 한다. 역사적 열망수준(historical aspiration)은 자신의 과거 성과 수준이 축적돼 형성된다. 예를 들면, 과거 10년간 꾸준히 국내 5위 정도의 성과를 창출한 기업은 그 정도를 유지하는 데 만족한다. 따라서 현 체제의 개선에 주력하며 근본적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 반면 국내 9∼10위 정도로 갑자기 추락하면 국내 5위라는 자신의 열망수준 대비 심각한 불만족과 위기의식을 느끼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또 다른 열망수준의 원천인 사회적 열망수준(social aspiration)은 경쟁자처럼 자신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다른 조직들의 성과수준이다. 아무리 자신의 과거 수준과 유사한 성과를 창출했더라도 대다수 경쟁자들의 성과가 예년 대비 월등하게 향상됐다면 불만족과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각 조직의 열망수준은 이 두 가지 열망수준에서 더 나아가 리더십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즉 역사적 열망수준과 사회적 열망수준이 동일한 조직이라도 그 조직의 리더가 현재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높은 성과에 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조직의 열망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 결과 조직에서 혁신 행동의 치열함도 달라진다.
 

21세기는 글로벌 최고의 맥시멈 열망수준이 필수적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열망수준이 바람직할까? 물론 열망수준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제 역량이나 위치에 비해 열망수준이 과도하게 높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만성적 좌절감에서 오는 냉소주의(cynicism), 또 무엇보다 위험을 수반하는 과욕(managerial hubris)에 기반한 무리수인 오버슈팅(overshooting)을 저지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나 컨설팅업계는 적정 눈높이의 열망수준을 추천하고 있다. 예를 들면, MBO에서 목표 설정의 원칙으로어렵고 도전적이지만 달성가능한(difficult, challenging, but attainable)’ 목표를 강조한다. 작은 성공(small victories)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승리의 습관(winning habit)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같은 관점이다.

그런데 경쟁이 열망수준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무경계 경쟁상황과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한 상시 창조적 혁신 상황에서 적정 열망수준은 치명적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국내 눈높이의 열망수준을 가진 로컬 기업들과 국제적 눈높이의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분리돼 경쟁을 펼칠 때, 국내 시장에 적합한 역량과 시스템의 기업들은 국내 최고의 열망수준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외 간 경계가 파괴되고 로컬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뒤섞여 싸우는 무경계 경쟁이 벌어진다면 글로벌 최고의 맥시멈 열망수준을 가진 기업들 이외에는 모두 상시 생존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기존 강점이나 경쟁우위를 방어하고 유지하는 20세기형 경쟁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와 강점, 경쟁우위를 끊임없이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야 하는 상시 창조적 혁신 경쟁이 벌어질 때는 적정 눈높이에 만족하는 열망수준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은 현재의 역량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조직, 모든 개인이 무조건 글로벌 최고 눈높이의 맥시멈 열망수준을 가지지 않으면 생존도 보장하기 어려운 살벌하고 치열한 시대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래, 기업과 비영리공공조직을 막론하고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직 리더들이 이런 맥시멈 열망수준을 조직구성원들에게 심어주기보다 주어진 영역에서 실패없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단기 성과주의에 몰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매년 실제로 창출한 단기 성과와 보상·처벌을 직접 연동시키는 한국형 연봉제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초단기 성과주의다. 이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최고, 최초에 도전하는 과감한 창조적 혁신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주어진 과업을 실패없이 수행하기에만 급급한 실패 회피형 인간형을 양산한다. 기업들도 당장 올해만 있고 미래는 없는 것처럼 현재 시장에만 올인하는 근시안적 경영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점과 스펙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심지어 교수들도 승진 점수 채우기에 혈안이 돼 누구도 읽지 않는 논문들을 양산하며 연구실 모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재들에게 학점 한 점만 낮아도징벌적 등록금이라는 통제기구로 실패자로 낙인 찍어버린 카이스트의 제도도 이런 왜곡된 초단기 성과주의의 예다.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찌질이같은 직원, 학자, 학생들에게서 글로벌 최고 눈높이의 맥시멈 열망수준은 기대할 수 없다. 20세기형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 리더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을 옥죄고 쥐어짜면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CEO의 열망수준은 그 조직 전체의 열망수준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그 조직의스탠더드 세팅(standard setting)’ 즉 열망수준 결정을 꼽는다. 20세기 산업사회와 달리 무경계 경쟁이 벌어지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극도로 불확실한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기업 CEO를 비롯한 정부공공조직, 대학 등 모든 조직 리더들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소명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글로벌 최고 눈높이의 맥시멈 열망수준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겁내지 않고 세계로 나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21세기형 글래디에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교에서 학부생들에게너희들의 경쟁자, 즉 비교대상 열망수준은 스티브 잡스다. 한판 붙었다 깨져도 좋으니 잡스를 꺾을 방안을 생각해오라고 요구한다. 지금은 맥시멈 열망수준을 가진 용감한 자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21세기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 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등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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