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칠레 산호세 광산의 갱도가 무너진 지 69일 만인 10월 13일 33명의 광부가 구출됐다. 세계적으로 대단한 이목을 끈 뉴스였다. 암흑 속 지하 갱도에서 광부들은 처음 17일간 48시간마다 비스킷과 두 스푼 분량의 참치로 연명했다. 일부 광부는 자신이 굶어 죽으면 다른 광부들에게 먹힐 것을 두려워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이웃나라 우루과이의 전직 럭비 선수들이 탄 비행기가 1972년 안데스 산맥에 추락했을 때 생존자들이 사망자의 인육을 먹으며 72일간 버틴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부지한 사람답지 않게 구출되어 지상에 나타난 광부들의 모습은 건강하고 활기 있어 보였다. 심지어 광부들은 가족과의 상봉을 앞두고 외모를 단장하고 싶으니, 샴푸와 구두약을 보내달라는 여유까지 보였다.
지하 갱도의 암흑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광부들이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건강하게 귀환한 비결이 궁금해졌다. 미국 ABC 뉴스는 이러한 생존의 기적 뒤에 자연발생적인 그룹 리더십이 있었다고 전했다. 33명의 광부를 구출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3명의 리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위기에 빠진 광부들의 생명과 삶의 의욕을 유지했다.
첫 번째 인물이자 가장 주목받은 작업 반장 루이스 우르수아는 갱도 내 질서를 유지하는 행정 리더였다. 그는 산호세 광산에서 일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33명의 광부들의 신뢰를 얻어 69일 동안 안전하게 이들을 이끌었다. 실제로 갱도가 무너지고 며칠 후, 신경이 날카로워진 광부들 사이에 주먹 다짐이 있었다. 우르수아 반장은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광부들을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해 격리함으로써 싸움을 예방했다. 또 그는 광부들에게 안전과 규율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부여했다. 대피소 벽에 그가 그린 복잡한 조직도에는 ‘간호사’ ‘기록자’ ‘정신적 지주’ ‘오락반장’ 등 다양한 역할로 정의돼 있었다. 냉정할 정도로 침착한 우르수아 반장의 리더십은 광부들이 신속하게 안정을 찾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다른 광부들이 구조된 후 마지막으로 구조됨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의 표본이 됐다.
두 번째 인물 요니 바리오스는 광부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 리더였다. 50세인 바리오스는 15년 전에 받은 6개월짜리 간호교육의 기억을 더듬으며, 광부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광부들의 체온과 체중,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지상 의료팀의 지원을 받아 폐렴과 독감에 대한 예방접종까지 실시했다. 15년 전에 받은 간단한 의료교육만으로도 바리오스는 위기의 상황에서 조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광부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고령자 마리오 고메즈가 있다. 63세인 고메즈는 지하생활 중 주기적으로 기도시간을 이끄는 영적 리더였다. 지하에 갇힌 광부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광부들을 3명씩 11개조로 나누어 상호 지원하는 버디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머와 기도의 힘을 믿었기에, 지하에서도 사람들을 부추겨 재미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각각 행정 리더, 보건 리더, 영적 리더로 구분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3가지 다른 역할을 가진 그룹 리더십이 자연발생적으로 부상한 사실은 이러한 그룹 리더십이 인간의 본연적 필요에 기인한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지식경제 사회에서 커지는 영적 리더십의 필요성
위기에 봉착한 광부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3가지 리더십이 출현했다는 소식은 기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시사점이 크다. 기업 내에도 3가지 다른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발생적 리더십이 행정, 보건, 영성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고대사회에는 신정국가가 일반적 통치형태였을 것이다. 최고 통치자는 임의로 국가를 운영하는 대신 신탁을 받아 의사결정을 했다. 전문 예언자나 주술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왕 자신이 신탁을 받아 자신의 결정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행정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리더들은 직접 또는 CHO 등을 통해 보건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비즈니스 리더들만이 영적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글에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보기 드문, 그러나 확실한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영적 리더십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에서는 기업 경영자나 정치인들이 종교적 취향을 밝히지 않는 것을 상식으로 여긴다. 하지만 리더의 영성은 여전히 구성원의 관심사다. 여기서 영성이란 반드시 종교적 신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 세계의 영성이란, 이윤추구 등 세속적 이슈를 떠나 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최첨단 기술의 시대인 21세기에 리더의 영성이 부각되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지식경제 사회의 단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
기본적인 생존욕구가 대부분 충족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리더의 영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경향이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기성세대가 부정과 부패에 대해 약간의 관용을 가진 반면, 젊은 세대는 리더의 비윤리적 행동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다. 많은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에 목매는 현실이 더욱 심화될수록 인품과 영성을 갖춘 리더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진다.
매슬로 욕구이론에 비춰보면,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욕구, 자기실현 욕구 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업무에서 영적인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리더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차별점은 기업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일본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살아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교토세라믹을 설립한 1959년부터 은퇴한 1997년까지 직원 7만6000명, 매출 58조 원 규모의 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가 경영계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영혼이 담긴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한 ‘세이와주쿠’에서 종종 돈으로 사람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불타오르는 동기를 부여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데,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리더가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종종 경영자가 치열하게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비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여기서 자비심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에 근거한 것으로, 직원, 거래처, 고객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불교적 신념을 가진 그는 실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머리를 깎고 불가에 입문해 탁발수행을 하기도 했다. 자비심을 강조하는 이나모리 회장은 자기애에 빠진 경영자가 기업의 성과를 자신의 몫으로 돌리며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반대하고, 심지어 직원들의 개인별 차등 성과급에도 반대한다. 기업은 주주만의 소유물이 아니며 관련자 모두의 소유물이라는 그의 가르침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양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교세라가 성과관리에 느슨한 기업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교세라는 직원들을 아메바라고 부르는 소단위 그룹으로 묶고 일단위로 성과를 측정해 공개하는 엄격한 성과관리로 유명하다. 훌륭한 직원을 키우려면 엄하게 가르치라는 그의 가르침 또한 교세라가 직원들이 편하게만 일하는 곳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경 받는 것은 자신의 영적 리더십을 통해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참여형 영적 기업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영적 리더십은 나이 많은 선사의 흔들리지 않는 기품을 연상시킨다.
영적 리더십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드는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떠오르는 신흥기업 톰스 슈즈(Toms Shoes)는 박애정신을 가진 젊은 리더가 영리기업을 이끄는 모범을 보여준다. 2006년에 만들어진 미국 신발회사 톰스 슈즈의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는 여느 미국 젊은이와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이 만든 세탁소를 운영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한 그는 2002년 전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리얼리티 TV쇼 ‘Amazing Race’에 참가했다. 이를 계기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국가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던 그는 2006년 아르헨티나에서 자선단체 회원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맞지도 않는 신발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사업을 착안했다. 남미 노동자들이 수백 년간 신어오던 알파가타(Alpargata)를 만드는 신발사업을 시작해,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또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알파가타는 원래 하류층 노동자의 신발이었으나, 마이코스키를 통해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했고, 그는 지금까지 무려 14만 켤레의 신발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했다. 이런 사업방식이 미친 짓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명쾌하게 답한다.
“할인매장에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 더 줍니다. 저는 구매자들에게 신발을 한 켤레 더 주는 대신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발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2008년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는 비난을 받는 금융업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 자선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스탠퍼드대 MBA 졸업생 제시카 재클리(Jessica Jackley)는 몸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돕다가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처럼 자선활동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소액 대출업체인 키바(kiva.org)를 설립했다. 그는 일회성 기부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없고, 기부자도 기부를 이벤트로만 여긴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키바는 인터넷을 통해 희망자의 돈을 모아 제3세계의 창업자들에게 대부해주는 사업을 한다. 주로 가내수공업자들인 제3세계 창업자들은 소액대출에 의존해서 사업을 키운 후 이자를 더해 키바에 대출금을 갚는다. 이 과정을 통해 키바는 일반적인 자선기구가 조달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자금을 조성했다. 현재까지 약 50만 명이 기금 마련에 참여했고, 키바는 약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대부했다. 약 44만 명의 소액대출자의 환급률은 무려 98.95%에 달해 키바는 매우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을 갖춘 리더가 되는 방법
비즈니스 리더가 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특정 종교를 선택하거나, 이를 직원에게 강권할 필요는 없다. 각 회사의 가치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으로도 기업은 영적 존재인 사람들이 몰입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또 이런 환경에 동의하는 직원들은 다른 조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체감을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특정 기업의 가치체계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오히려 적응하기가 더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직원들의 선호가 선명하게 나눠진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가치체계에 동의하는 직원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즉, 가치체계의 수립과 적용과정은 윤리적 조직을 만드는 일이라기보다 더 확실하게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영적 리더십이 발휘되는 조직을 만들려면 다음 몇 가지 아이디어를 실천해볼 수 있다.
1.조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체계를 정립하라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 그것이 정직이건 신실함이건 창의성이건 상관없다. 반드시 윤리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용이라면 무엇이라도 좋다. 정규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자격으로 영업인력을 운영하는 국내 모 자동차 회사는 영업직 지원자에게 처음부터 명확하게 가치를 제시한다. ‘성실히 노력해서 많은 부를 쌓으라’는 것이다. 세속적으로 들려도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가치다.
이런 가치는 일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치체계 수립에 1차적인 책임을 지는 리더는 다음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직원이 어떻게 행동할 때 칭찬하는가?”
“나는 직원이 어떻게 행동할 때 꾸중하는가?”
냉정하고 솔직하게 위 질문에 답하다 보면 비록 세속적으로 보일지라도 가장 진실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멋져 보이지만 누구도 실천하지 않는 가치는 오히려 조직에 해만 끼친다. 다음 네 가지 가치가 어떻게 보이는가? ‘존경(Respect), 신실함(Integr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최고지향(Excellence)’. 분식회계로 적발돼 상장폐지 후 공중 분해된 미국 엔론사의 가치다. 필자가 컨설팅한 많은 한국 기업에서 임직원들은 조직가치 또는 기업이념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설사 이름을 기억하는 임직원들도 그 가치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남 보기에 그럴싸한 가치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되는 가치를 발견하고 정립하는 것이 영적 리더십의 시작이다.
2.결정적 갈등의 순간에 가치를 적용하라
가치가 빛을 발하는 때는 의사결정의 순간이다. 특히 결정적 갈등이 증폭된 시기에 가치를 적용해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의미는 직원의 뇌리에 깊이 박힌다.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사례는 고전에 속한다. 돈을 노리고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협박을 받고서 존슨앤드존슨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협박이 발생한 해당 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 지역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해 폐기처분했다. 사내외에서는 경영진의 무모한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윤리적 결정이라고 축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존슨앤드존슨은 신뢰의 상징으로 부각됐고, 의약품 매출은 상승했다.
또 다른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는 1978년 ‘맥티잔’이란 신약을 개발했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해 희생자의 시력을 잃게 하는 회선사상충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이지만, 돈이 되는 제품이 아니었다. 치열한 토론 끝에 머크는 맥티잔을 대량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임상실험과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는 결정이었다. 10년 뒤인 1987년부터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약을 무상 공급했다. 결정적 갈등의 순간에 직원들은 과연 리더가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결정을 할 것인지 궁금해하며 리더를 쳐다본다. 힘들게 내린 리더의 영적인 결정은 이후 조직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기업이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는 가치라면 분명히 따를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3.가치를 강제하는 제도를 운영하라
리더가 가치에 충실한 힘든 결정을 했다고 해서 직원들도 그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직원들이 가치를 실천해 칭찬받고, 가치를 어겨서 제재를 받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창업 10년 만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기업이 된 중국 알리바바닷컴의 사례를 보자. 알리바바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큰 B2B 전자상거래 업체다. 2009년 매출이 39억 위안, 순이익이 10억 위안이나 된다. 알리바바닷컴이 중시하는 가치는 ‘중소기업이 비즈니스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윈 회장은 수익보다도 고객을 최대한 돕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도 수익에 관심이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사업 초기 시나(Sina)와 소후(Sohu)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들은 돈을 잘 벌고 있었고 알리바바는 수익이 거의 없었다. 몇몇 직원은 돈 되는 포털 사이트로 이직했다. 그러나 마윈 회장은 지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밀고 나갔다. 직원들도 가치체계에 동조하도록 마윈 회장은 평가체계를 개선했다. 직원평가의 50%가 가치관 항목으로 이뤄진다. 말단직원이든 임원이든 예외가 없다. 가치 실천 여부는 구체적인 사례 제시를 통해 이뤄진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했으므로 ‘고객에게 헌신’이란 가치에 부합한다”라는 식으로 평가한다. 업무역량이 떨어지면 재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우지만 가치관이 잘못된 직원은 퇴사시킨다. 실제로 마윈은 회사에서 세일즈 실적이 톱인 2명의 직원을 해고했었다. 고객에게 거짓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가치체계로 무장한 직원들은 알리바바닷컴을 확실하게 차별화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 47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3억3000만 위안이나 됐다. 재무 성과만 좋은 것이 아니다. 평균 이직률이 10%가 넘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이들의 이직률은 꾸준히 3%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영적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 많은 사회가 선진사회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기업 경영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은 편이다. 얼마 전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회사의 자금으로 개인재산을 늘리고 비자금으로 로비를 사주한 기업주가 구속됐다. 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정도로 행정 리더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영적 리더가 되기에는 인품이 많이 모자랐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바른 길과 빠른 길이 있다. 바른 길은 부끄럽지 않은 가치에 충실하게 의사결정을 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길이다. 빠른 길은 돈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매 상황마다 일관성이 결여된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이끄는 길이다.
무너진 갱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리더십 중 영적 리더십이 있었다는 점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행정 리더와 보건 리더를 넘어 지향할 바를 제시한다. 사람은 세속적 이익을 넘어서서 영감을 추구할 수 있는 영적인 존재다. 영적인 리더는 물질을 사용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세속적인 리더는 사람을 사용하고 물질을 사랑한다. 현명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우리가 지식경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부의 창출이 지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지식노동자의 마음을 잃어버리면 사업을 잃어버린다. 가치에 비춰 당당한 리더들이 많은 세상을 기대해본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 yskim@igm.or.kr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미국 상무부, 휴잇어소시엇츠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컨설팅 기법을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변화시켜 기업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관심을 많이 가졌다. 현재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