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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Sports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 선수

“끝없는 변신 덕에 18년 롱런… 내 야구 인생은 이제 2루 도착”

하정민 | 64호 (2010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신영성(고려대 경영학과 4년·25)씨가 참여했습니다.

‘푸른 피의 사나이’ ‘살아있는 기록 제조기’ ‘양신(
梁神)’ 등으로 불렸던 프로야구선수 양준혁(41·삼성라이온즈)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써 온 그는 팬들이 ‘신()’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1993년 데뷔한 그는 첫해부터 타율 3할4푼1리를 기록하며 신인왕과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후 18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그가 왜 ‘양신’으로 불렸는지 잘 보여준다. 출전경기(2131), 타수(7325), 안타(2318), 2루타 (458), 홈런(351), 득점(1299), 타점(1389), 볼넷(1380) 등 거의 전 부문에서 한국 야구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타격왕도 총 네 차례나 차지했다.
  
그는 대학과 군대까지 다녀온 후 만 24세의 나이에 데뷔해 이 성적을 기록했다. 요즘 선수들은 고교 졸업 후 만 18∼19세에 데뷔한다. 하지만 양준혁의 기록을 깰 선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졸 타자가 바로 1군 주전으로 활약하기 어려워진데다, 리그 정상급 타자가 돼도 이승엽이나 김태균처럼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양준혁’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그가 기록한 강렬하고도 꾸준한 기록이 더 빛을 발한다.
 
그가 한국 야구사를 다시 쓴 이유는 끊임없는 변화 노력 때문이다. 그는 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및 노장 선수에 대한 편견과 맞서려면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하며, 극한의 자기관리 또한 필수라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그를 만나 18년 롱런의 비결을 들어봤다.
 
만세타법 등 거듭된 타격 폼 교정으로 유명합니다.
2002년도에 9년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제 나이가 이미 서른 넷이었죠. 당시만 해도 30대 중반에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가 드물 때여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젊었을 때의 기분으로 야구하면 안 된다. 변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제가 과거에 해 왔던 모든 걸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다졌죠. 30대 중반을 지나면 신체 상태가 20대와는 완전히 달라져요. 그런데 스타 선수일수록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몸은 달라졌는데 기분은 옛날 그대로니까요. 나이는 계속 먹는데 운동을 대하는 태도, 기술적인 접근법은 젊을 때와 똑같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잖아요.
 
생각, 훈련 방법, 타격 자세 등 모든 걸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몇 달을 고민하다가 만세 타법을 찾아냈습니다. 루이비통이 전통만으로 명품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매달 신상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명성이 더 빛을 발하는 거죠. 저 역시 신상품을 계속 만들어냈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만세타법에만 의존한 것도 아닙니다. 2002년 이후에도 만세타법을 조금씩 개량하면서 여기까지 왔기에 18년 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30대가 되면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시선이 엄청나게 달라져요. 조금만 못해도 ‘이제 한물 갔다. 배트 스피드가 느려졌다’등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죠. 억울하다고 해 봐야 소용 없습니다. 실력으로 증명해주는 수밖에 없어요. 과감히 자신을 버리고 변신에 매진해야죠.
 
몸에 익은 자세를 바꾸다 원래 폼까지
잃어버릴 수 있기에 위험한 일이었을 텐데
도와주신 분이 있었나요?
저는 항상 스스로 고민하면서 길을 찾았어요. 과거 제 타격 폼을 가지고 ‘저게 무슨 선수냐’ ‘똥폼’이라고 혹평하는 지도자들도 많았습니다. 한국 지도자들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지나치게 정형화된 틀에 선수를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했습니다. 부득이 저 혼자 외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탄탄한 기초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선수도 아니고 이미 프로에 발을 담근 선수들은 그 자세에 몸이 길들여져 있어요. 수많은 아마야구 선수 중 프로에 입단하고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극소수입니다. 이미 그 자세로 성공했기 때문에 프로에 와 있는 겁니다. 그러면 지도자는 그 선수만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줘야죠.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 해도 지도자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없이 지도자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선수는 2할7푼 타자밖에는 안돼요. 그런 타자는 널렸죠. 3할 이상을 치려면 자기 자신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합니다.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임계점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어도 그 이상 넘어가긴 힘들어요.야구에 정답은 없습니다. 본인이 자꾸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이 정답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야 경기력의 기복을 줄이고 슬럼프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요. 창의성과 창조력이 부족한 거죠.
 
선구안이 좋은 선수로 유명합니다.
한국 야구가 볼넷 및 출루율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이 부분에 신경 쓴 이유가 있습니까?
볼넷은 안타나 홈런처럼 화려한 기록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초구에 안타를 친 타자보다 9구, 10구까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다 1루까지 출루한 타자가 훨씬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훌륭한 장수는 총을 쏘지 않고도 적을 제압하는 사람이 아닌가요? 물론 홈런을 많이 치고 타점을 많이 올리면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고과도 높으니 연봉 협상 때 유리하죠. 하지만 선구안에 신경쓰지 않고 안타만 치려고 하면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기 시작합니다. 특히 스타 선수는 투수들의 견제를 많이 받습니다. 좋은 공을 안 준다는 뜻이에요. 투수는 승부를 요리조리 피하려 하는데 안타 욕심에 저 혼자 나쁜 볼을 건드리면 안타를 치기 힘듭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팀에도 해를 끼치죠. 그럴 바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간 후 다음 선수들에게 타점 올릴 기회를 주는 게 저와 팀 모두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축구로 말하면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 역할이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미드필더가 볼 배급을 해주듯 일단 스트라이커에게 골을 넣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제가 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확실한 찬스가 생기면 제가 해결하는 거죠. 해태 시절의 홍현우 선수, LG 이병규 선수, 삼성 이승엽 선수 등 제 앞뒤 타순에 있었던 선수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았어요. 본인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알게 모르게 제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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