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쾌거,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지혜

52호 (2010년 3월 Issue 1)

‘후생가외(後生可畏)라! 뒤에 태어난 후배들이 가히 두려울 만하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다음 세대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대한의 젊은이들은 정말 두렵고도 강한 세대임에 분명하다. 기성 세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근성과 끈기가 부족하다고 늘 생각했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그들의 열정과 끈기는 어느 세대 못지않게 강하고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특히 서양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보여준 놀라운 성과는 서양인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신감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이끄는 ‘오리엔탈 파워’의 급부상을 실감케 했다.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번 쾌거를 전략과 기술의 승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힘이 센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힘이었다. 하지만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진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는 예전처럼 단순히 힘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준비를 거친 잘 짜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힘이 아닌 기술과 전략으로 철저히 대비하고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후문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략이야말로 양적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싸우기 전에 승패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통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이른바 승산(勝算)에 대한 분석이다. 감정이나 오기, 신념이나 감만 갖고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전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승산이 있을 때 나아가 싸우고, 승산이 없으면 승산을 만들어놓고 싸우라는 뜻이다. ‘전쟁은 싸워서 이기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승리를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이른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화두다. 먼저 승리를 만들어놓고 그다음 싸우라는 것이다.
 
이번 한국 대표팀은 승산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한다. 빙질과 실내 온도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분석했고, 코너링에 중점을 두어 쇼트트랙 코스에서 균형과 스피드를 유지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현지에서 세 번에 걸친 전지훈련과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익힌 것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먼저 승리를 확보하고 싸운다는 ‘선승구전’의 병법 원리를 충실히 실천했다.
 
<손자병법>에는 시간, 공간, 속도를 전략의 3요소로 꼽고 있다. 첫째, 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출격하라(出其不意)!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 이상화 선수는 스타트는 늦었지만 후반 적절한 시간에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 역시 타이밍이 관건이다.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치고 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 둘째, 상대방이 전혀 준비되지 못한 곳을 공격하라(攻其無備)!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은 한국 선수가 치고 들어올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공간을 파고들었다. 쇼트트랙과 피겨에 눌려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확보해낸 것이다. 셋째,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빠른 스피드로 싸워라(兵者貴速)! 주로 코너링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스피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쇼트트랙과 연계한 연환계(連環計)의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의 강점을 통합하는 ‘통섭형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감과 실력으로 무장하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더 탄성을 자아내는 일은 그 승리의 현장에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근거로 한 정확한 전략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신념이나 오기가 아닌 과감한 투자, 세밀한 전략과 기술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했다.
 
장기적인 전략이 없이 전투로만 승부하는 사람들은 하수(下手)다. 전략적 사고와 세심한 준비로 큰 판을 짜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高手)다. 후생가외라! 대한의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을 정말 두려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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