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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그릇에 따라 일을 맡겨라

문권모 | 35호 (2009년 6월 Issue 2)
Q
이번에 회사를 확장했습니다. 창업 때부터 함께 일해온 직원이 큰 몫을 해줬으면 하는데, 이 친구의 태도와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칩니다. 제가 설득해보려고 몇 마디를 했는데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유감스럽지만 그 직원에게 당신과 똑같이 변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가 당신의 말대로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이 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경영자는 직원 각자의 그릇에 따라 일을 맡겨야 합니다.
 
위의 문답은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이 쓴 책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 중 한 대목을 제가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책은 이나모리 회장이 자신이 세운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盛和塾)에서 만난 차세대 경영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다 ‘각자의 그릇에 따라 일을 맡겨라’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여기에 직장 내 인간관계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능력 이상을 요구하면 탈 생겨
이나모리 회장에게 질문을 한 사람은 부하 직원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은 사장의 조언을 불편해했습니다. 이나모리 회장에 따르면 “그 사람의 그릇이 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만난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 이사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부하 직원이 고칠 생각을 안 한다고 말하는 리더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고쳐야 합니다. 뛰어난 리더는 조직원 각자의 역량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일을 배분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부하 직원에게 능력에 맞지 않는 것을 요구하면 분명히 탈이 생깁니다.”
 
저는 상사와의 관계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상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리더십 교육이 부족하고, 실제 리더들의 행태에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 대해 너무 높은 기대를 갖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왓슨와이어트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리더에게 갖는 기대(5점 만점에 4.01점)는 중국(3.59점)이나 일본(3.51점)보다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상사에게 뛰어난 업무 역량을 바라는 비율도 가장 높았습니다.
 
너무 큰 기대는 실망만 낳아
조직 안의 많은 마찰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의 기준’에 맞춰주기를 바라는 데서 생깁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면 좋겠지만,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형성된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나모리 회장의 말처럼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무조건 전 조직원을 뛰어난 인재로 기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조직이 불협화음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신에 우선 조직원의 ‘그릇 크기’를 파악해 알맞은 일을 맡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먼저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야 인재 육성 등 그 다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하 직원들도 리더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리더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며, 부하 직원들이 리더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아야 그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낳고, 실망은 미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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