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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 좋은 상사 되는 법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필자가 알고 있는 모든 상사들은 요즘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직장에도 두려움과 불신이 팽배하다. 몇 주 전, 전문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한 중역이 지친 모습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40%의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털어놓았다. 그는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슬퍼하는 그를 달래주기 위해 우리 둘 다 친분이 있는 제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도움을 청했다. CEO는 내 전화를 받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도 나름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얼마 전에 직원 20%를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두 친구가 이토록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조직에서도 상사들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잘라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올해 포천에서 발표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오른 넷앱은 그 순위가 발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직원 6%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1위로 뽑혔던 ‘꿈의 직장’ 구글도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 상사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몹시 괴롭다고 말하는 것은 비단 해고 때문만은 아니다. 해고를 하지 않은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조만간 해고가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진다. 그리고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필자가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했던 기술업체 CEO는 해고 계획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다음 해에는 신입사원도 채용할 계획임을 서면으로 직접 작성해 직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직원들은 계속 언제 해고를 단행할지 물어왔다고 한다. 해고가 진행되는 곳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일자리를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실망감이 나타난다. 급여가 줄고, 예산이 삭감되고, 각종 프로젝트가 연기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상사들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맞닥뜨린다. 여러 해 동안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능력과 접근 방법을 익혀왔지만, 이제 전혀 예상치 못한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두려움이 팽배하고, 자신감은 점점 줄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사실 대부분의 중역들과 관리자들은 이런 일을 맡으려고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기꺼이 이런 일을 해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 우선 ‘좋은 상사 되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밝힌 다음, 어려운 때에 최고의 상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겠다.

 

 

독이 되는 관계
경제 상황이 좋을 때라 하더라도 훌륭한 상사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등하지 않은 권력관계에서 자연히 나타나는 유감스러운 ‘역학관계’도 훌륭한 상사가 되기를 어렵게 만든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의 요구나 행동, 언어 등에 신경을 덜 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다. 최근 연구 결과도 이런 생각이 옳음을 입증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상사들의 성향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부하 직원들이 상사의 자기중심적인 말과 행동을 극도로 자세히 관찰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2가지 문제가 중첩되면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역학관계의 전반부, 즉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부터 살펴보자. 심리학자 대셰 켈트너, 데보라 그루엔펠드, 카메론 앤더슨 등이 2003년 발표한 ‘과자 실험’을 살펴보면, 상사의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실험에서 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여러 팀들은 각각 간단한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각 팀의 구성원 중 무작위로 선정한 2명의 학생에게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나머지 한 학생은 그 보고서를 평가한 후, 두 학생이 그 대가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사실상 두 학생의 상사 역할을 맡은 셈이다. 회의가 시작된 지 30분이 흐른 후, 실험자는 5개의 과자가 담겨 있는 접시를 회의장에 가져다줬다. 학생들은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며 반가워했겠지만, 휴식 시간 동안 피험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게 이 실험의 핵심이었다. 실험자들은 접시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조각의 과자를 집을 사람은 없으리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 때문에 마지막 과자를 집고 싶은 유혹을 견디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과자는 어땠을까? 사실 네 번째 과자는 어색한 순간을 견디지 않고도 얼마든지 손을 뻗어 집을 수 있는 여분의 과자라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권력의 맛을 살짝 느껴본 것이 상당한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었다. 상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네 번째 과자를 집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또 거리낌 없이 과자를 먹고, 입을 벌린 채로 과자를 씹고,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떨어뜨렸다.
 
어쩌면 별 의미 없는, 그저 재미있는 실험쯤으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이 실험 결과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원래 어떤 성격이건 권력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3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더욱 집중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욕구와 필요, 행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며 다른 사람들이 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공식·비공식적 규칙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권력 중독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사들이 많다. 즉 권력을 쥐고 있는 상사들은 조직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중요한 사실들에 대해 전혀 모를 때조차 마찬가지다). 흔히 ‘중심성의 오류’라고 하는 이 문제는, 어떤 사람이 중심의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역학관계의 후반부를 보자. 부하 직원들은 상사의 사소한 행동이나 아무런 의도 없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해석하고, 걱정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개코원숭이 무리에 관한 연구를 보면, 무리에 속한 구성원들은 2030초마다 한 번씩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을 관찰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주시한다. 물론 사람들은 1분에 두세 번씩 상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피지는 않지만, 역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심리학자 수잔 피스케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주시하는 방향은 위계질서의 위쪽을 향한다. 다시 말해, 상사가 비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비서가 상사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이 훨씬 많다. 마찬가지로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대학생원생이 지도교수에 대해 훨씬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피스케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자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상사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켈트너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권한을 가진 결정권자가 모호한 행보(추종자들의 입장에서는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행보)를 취하면 추종자들은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징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연구 내용을 보면, 서열 아래에 놓인 사람들이 상사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일에 집중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일에 집중하는 대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다. 혹은 조언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 헤매거나, 동료들과 어울려 험담하고, 불평을 토로하고, 서로 감정을 교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도 있다. 결국 성과는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 상황이 매우 좋을 때에도 상사는 이 같은 독이 되는 관계에 희생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이 역학관계를 구성하는 두 부분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좋은 상사 되기가 한결 어렵다고 느끼는 게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적으로 스스로를 차단하게 되고, 상사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싸우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위협이 고조되면 부하 직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단서를 찾기 위해 상사의 행동을 더욱 주시한다.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나타나는 위협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우가 많으며, 경기가 좋을 때보다 위협이 발생하는 빈도가 더욱 많다.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나 약점과 이상한 버릇, 맹점을 갖고 있는 인간일 뿐이다. 평소와 똑같은 장비를 쥐어주고서 유달리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는 셈이다.
 
좋은 의도를 가진 상사들이 이 같은 독이 되는 관계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에 대해 관심을 쏟기보다 의식적으로 부하 직원들이 직면한 문제와 걱정거리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관심을 쏟는 상사라면, 어려움이 많은 시기에 사람들은 4가지 치료법, 즉 예측 가능성, 이해, 통제, 연민의 정을 필요로 하지만 이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는 사례가 많음을 쉽게 깨달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 중서부에 심각한 불황이 왔을 때, 훌륭한 상사와 형편없는 상사를 관찰하고서 스승인 로버트 칸과 함께 1987년 논문을 썼다. 그 논문에서 필자는 예측 가능성, 이해, 통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몇 년 뒤, 동료 제프리 페퍼의 도움을 받아 연민의 정은 조직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네 번째 요소이자 나머지 3가지만큼 중요한 해결책임을 깨달았다.
 
[HBR TIP] P&G 사례
 
몇 해 전, 로버트 서튼은 P&G의 중역들을 상대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직원들이 상황을 이해, 예측,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민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서튼이 주장한 내용은 P&G 중역들이 공장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이미 경험한 내용들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P&G 회장이었던 존 페퍼 주니어는 경영진의 행동이 생산성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직원들의 잔류 비율 공장을 폐쇄한 지역의 매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공장 폐쇄로 인한 손실이 훨씬 적은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리더가 사전에 공장을 폐쇄하는 날짜와 중요한 사건에 대해 알려주고, 직원들과 공장 폐쇄의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상황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충분히 설명할 때
리더가 직원들 및 지역 사회에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자세히 설명할 때
리더가 공장 폐쇄의 영향을 받는 직원들에게 사내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도움을 주거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할 때
공장 폐쇄의 영향을 받는 직원 및 지역 사회 관료들에게 공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차원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현할 때
 
다시 말해 P&G의 중역들은 고통스러운 조직 변화가 진행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예측 가능성, 이해, 통제, 연민의 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예측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라
우리 인생에서 예측 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연구에서도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신호와 안전에 관한 가설을 바탕으로 한 마틴 셀리그먼의 연구다. 그는 스트레스를 일어나게 하는 사건을 예측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 사건 역시 예측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따라서 사람이 더 이상 경계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다. 셀리그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에 폭격이 가해지던 상황에서 공습을 알렸던 사이렌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사이렌이 무척 믿을 만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이렌이 울리지 않을 때에는 아무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했다. 몇 차례의 실험 결과는 이 가설을 더욱 강화한다. 몇몇 동물들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경고하고, 나머지 동물들에게는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후자의 동물들은 항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살았다.
 
해고와 같이 조직 생활에서 나타나는 충격적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직원 개개인, 근로자들이 속해 있는 업무 단위, 그리고 조직 전체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한다면, 경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대비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통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생길 일에 관해 사전 경고를 하면, 경고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는 한 CEO도 바로 이런 이유로 직원들에게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해 사전 경고했다. 그는 한동안 주식시장과 기부 금액이 회복되지 않을 때 생길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세히 열거했다. 또한 직원들이 인원 감축 등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비하도록 미리 경고하면서, 최소한 3개월 동안에는 그 누구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은 관리자들이 당장 필요한 만큼보다 더 많은 인원을 감축했다. 단시간 내에 또다시 해고를 단행해 인원 감축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인원 감축을 끝낸 후에는 앞으로 최소한 6개월 동안에는 인원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곧 무작위로 발생하는 일의 빈도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일이나 새로운 일을 추구할 수도 있다. 코넌 도일의 소설을 읽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살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혐오스러워지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는 예측 가능성은 그런 종류를 뜻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놀라운지 혹은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불과한지, 그리고 공평한지 혹은 불공평한지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안타깝게도 과거에 직원들을 더 잘 대해줬던 조직일수록 해고나 임금 삭감 등 각종 부정적인 변화로 직원들이 받는 상처는 더 커진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즈(AMD)는 한때 자사의 무해고 정책을 자랑스럽게 떠벌렸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 “반인륜적이며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1986년 이 회사는 직원을 줄이게 됐다. 회사의 결정에 직원들이 느낀 분노와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리바이스, HP 등 인도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다른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했을 때에도 반응은 비슷했다. 한편 직원들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대하고, 불황이 시작되면 가차 없이 해고를 단행했던 기업들은 주저하는 법이 없다. 어차피 직원들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크리스토퍼 잿직과 로데릭 아이버슨이 캐나다에 있는 3080개의 회사를 살펴본 결과, 해고가 생산성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조직은 바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곳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곳이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전통적인 기업보다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강조하는 조직을 뜻한다. 잿직과 아이버슨은 한때 선망받는 직장이었으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 문화를 없애버린 곳에서 생산성이 가장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객관적으로 어떤 운명에 처했는지가 직원들의 노력 정도와 분노 및 불안감의 수준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주어지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질 뿐이다.
 
이해도를 높여라
예측 가능성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것이라면, ‘이해(understanding)’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와 방식에 관한 것이다.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그런 변화가 필요한 까닭과 그 변화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이 같은 충고도 심리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효과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상대가 듣기 싫어하더라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설명을 해주는 쪽이 좋다. 물론 그 설명은 믿을 만해야 한다.
 
훌륭한 상사는 규모가 큰 그룹 전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번 이상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술업체의 직원들은 회사가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지속적으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업체의 CEO는 당분간 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내용을 직원들이 확실하게 믿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속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고,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의 자산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도록 모든 직원들에게 은행 계좌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운영 상태가 좋지 않고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을 때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뿌리내리게 하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복잡한 행동을 가르치기가 특히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집중력이 떨어져 있고, 화가 나 있으며, 상사의 모호한 발언이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과 대화하고자 할 때에는 ‘간결하고, 명료하며, 반복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흔히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던 US 에어웨이즈 1549편의 승무원들을 떠올려보자. 비행기가 상공에서 강으로 내려가는 동안 승무원들은 다 함께 “안전벨트를 매고, 머리를 숙이고, 몸을 낮추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을 인솔하는 상사도 이들처럼 명료하고 단호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칩 히스와 댄 히스가 공저 <스틱!(Made to Stick)>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에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최고의 상사들은 대개 경험을 바탕으로 똑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효율적이고 인간적이며 똑똑한 앨런 래플리 P&G CEO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가 가장 즐겨 하는 조언이 바로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 ‘새서미 스트리트’처럼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1시간 동안 정성 들여 e메일을 작성하고, 또다시 여러 시간 공을 들여 직속 부하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얘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 직원 중 누군가가 e메일을 대충 훑어보고는 상사의 입에서 메시지가 바로 와 닿지 않는 말이 흘러나오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래플리는 자신의 주장처럼 ‘새서미 스트리트’만큼이나 간단한 메시지 몇 개를 멍청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끊임없이 반복한 것 같다. 하지만 그는 회의실 안에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똑같은 말을 열 번째 듣고 나서야 참뜻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음을 깨달을 만큼 똑똑한 인물이었다. 상사가 스스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메시지를 충분히 반복해 전달하지 못하고 있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HBR TIP] 방음막을 경계하라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직원들이 날카로워지는 순간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상사들끼리 모여 비공개 회의를 하고, 비밀리에 결정을 내리고, 되도록 적은 정보만을 알려줄 때 직원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비공개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예측 불가능, 이해 부족, 통제 부족, 경영진의 무관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해 결국 모든 사람이 힘들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숨지 말 것 지금껏 필자가 살펴본 최악의 사례는 상사들이 직원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는 일이다. 조만간 비용 절감 결정이 내려질 것을 알고 있는 터라, 부하 직원들의 눈을 똑바로 보기가 힘들어 숨어버리는 상사들이 많다. 몇 년 전, 동료들과 함께 ‘아타리’라는 비디오 게임업체의 몰락을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부하 직원들과 마주치기를 꺼렸던 최고 경영진들은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출퇴근했다. 최근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고위 중역 한 사람이 해고 발표를 한 이후 몇 주 동안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자, 몇 년 전의 연구가 다시금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든 직원들은 상사가 숨는 것을 무언가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날 징후로 해석한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주어진 업무는 방치된다.
 
분별 있게 행동할 것 분별 있게 행동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불황이 닥치면 의사결정과 관련한 압박감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므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상황, 시나리오, 선택 사항, 제약 등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처럼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거나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즉 기밀 유지를 위한 법률적·윤리적 요구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더 나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있다(심리학자 필립 테트락의 연구에서 보듯, 지나친 감시를 받는 의사결정권자는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결정이 아니라, 가장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정보가 유출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그저 난처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09년 2월,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전화로 민감한 얘기를 나눴다. 그 일로 이 로펌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그 로펌이 3월에 대량 해고를 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엿듣게 됐다. 그리고 그 변호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해고 명단에 오른 20여 명 후보들의 이름을 듣고서 그 로펌이 어디인지 추측해냈다. 승객 중 한 명이 그 일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고, 소문은 급속히 퍼져 나갔다(그 로펌은 경솔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동료들에게 의지할 것 비공식적인 일 처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또한 아무리 강한 상사라 해도 혼란에서 한발 물러서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지면 곤란하다. 직원들은 상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상사가 이따금씩 휴식을 취한다고 시기하지는 않는다. 물론 부하 직원들이 이미 나름대로의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까지 떠넘기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역들과 경영진은 서로 도움이 될 수 있고, 자신이 맡고 있는 팀 구성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비밀리에 회의를 진행했다면 더 오래 부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서면으로든, 직접 대면으로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남김없이 해야 한다. 직원들로부터 숨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다. 따뜻한 마음과 직원들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되,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하 직원들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줘라
그 어떤 사람도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이란 바로 결과를 얻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을 때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상사의 입장에 있다 보면 부하 직원들에게 통제의 권한을 넘겨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그 일을 진행하는 시기와 관련해 충분한 발언권을 줄 필요가 있다.
 
눈앞에 닥친 상황이 저항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보일 때, 훌륭한 상사는 사소한 일이라도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를 칭찬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조직 이론가 칼 와익은 대표적인 논문 ‘작은 성취(Small Wins)’에서 장애물이 너무 크고 복잡하며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면,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끼고 그대로 얼어붙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똑같은 문제를 덜 위압적인 작은 부분으로 나눠 보여주면,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고 문제를 극복해 나간다. 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그는 최상의 경우 직원들의 연봉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대량 해고를 가져올 수도 있고, 심지어 회사가 몰락할 수도 있는 중요한 세일즈 캠페인을 선보였다. 그 캠페인은 이미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직원들을 완전히 얼어붙게 할 만큼 엄청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이 캠페인의 규모 때문에 초조함을 느끼지 않도록 팀원들을 불러 모은 다음, 그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적어보라고 요구했다. 각 업무가 얼마나 어려울지 팀원들의 의견을 구한 다음, 그 의견에 따라 쉽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과 어렵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따로 모아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분류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니, 팀원들이 며칠 내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그런 다음 그는 쉽다고 생각되는 각 임무에 대한 책임을 맡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은 후, 임무를 완수하면 그룹 전체에 e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한 주 동안 엄청난 진전이 있었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e메일이 쇄도했다. 직원들이 느끼는 집단적인 불안감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직원들 모두의 사기는 진작됐고, 어려운 일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연민의 정을 표현하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경영학 교수 제럴드 그린버그는 경제 상황이 나쁠 때 연민의 정을 표현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거의 비슷한 환경인 미국 중서부의 제조공장 세 곳을 살펴봤다. 세 공장은 모두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 회사에서 중요한 계약을 놓친 후, 경영진이 임의로 선택한 두 공장에서 10주 동안 임금을 15% 깎았다. 두 공장 중 한 곳의 중역은 무뚝뚝한 말투로 임금 삭감 소식을 전하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한두 가지 질문에만 답해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공장에서 그 소식을 전한 중역은 사과의 말과 함께 계속 자책의 감정을 토로하며 연민이 섞인 목소리로 자세히 소식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왜 비용 절감을 해야만 하는지, 누가 영향을 받을지, 직원들이 자신과 공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게 도움이 될지 1시간 동안 모든 질문에 자세히 답했다. 연구 결과, 그린버그는 중역의 태도가 ‘직원들의 절도(employee theft)’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역이 무뚝뚝하게 설명한 공장에서는 절도율이 9%를 넘어섰다. 하지만 경영진이 연민의 마음을 표현하며 자세히 설명한 곳에서는 절도율이 6% 수준에 머물렀다(임금 삭감이 없었던 나머지 한 공장에서는 두 공장에서 임금이 깎인 10주 동안 절도율이 4% 수준에 머물렀다).
 
임금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자, 두 공장 모두 절도율이 애초의 4%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린버그는 임금 삭감이 진행된 두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경영진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더 많이 절도를 하며, 경영진이 연민의 정조차 표현하지 않은 곳에서는 더 큰 보복을 위해 가장 절도가 심해짐을 알아냈다. 이는 곧 경제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상사가 보여주는 연민의 감정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됨을 뜻한다. 게다가 이것은 돈이 들지도 않는다.
 
연민의 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핵심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상대가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하며, 그 불안감을 낮춰주기 위해 참된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얼마 전 두 번째 해고를 감행한 관리자는 공감에 대해 자신이 얻은 중요한 교훈을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그 교훈은 부하 직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상사는 이미 그 소식과 관련한 감정 주기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점이다. 즉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때는 상사가 이미 충격과 분노, 당황스러움의 감정을 모두 경험한 뒤다. 그는 또 머릿속으로 모든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결정을 내리고, 나름대로 타협을 끝낸 상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은 그 소식을 처음으로 듣는다. 즉 상사가 이미 겪은 과정을 이제야 겪기 시작한다. 나쁜 소식을 전해 듣는 부하 직원은 상사가 말하는 내용들을 단박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상사의 냉정한 말투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 부하 직원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이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 관리자는 나쁜 소식을 전했을 때 자신을 안아주고 고마움을 표현했던 사람이 며칠 후에 다시 사무실을 찾아와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처음에 이야기를 들을 당시 분노했던 직원들이 며칠 후에 되돌아와 사과의 뜻을 전하며 포옹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연민의 정은 사람들이 품위를 잃지 않게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고나 공장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떠나는 사람을 위해서도, 남은 사람을 위해서도 떠나는 사람의 감정적 욕구를 잘 다스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해고 후 상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이미 떠난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깎아내리는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을 잘라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면 남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가장 훌륭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아타리는 1980년대에 대량 해고를 감행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아타리의 CEO였던 레이 카사르는 해고를 피해 살아남은 직원들에게 “약한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강한 사람들만이 남아 있다”고 말해 분노를 샀다. 당시 인터뷰를 해보니 해고를 피해 살아남은 많은 직원들은 해고가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이었으며, 몇몇 훌륭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믿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모든 중역들이 카사르의 엄청난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대당 가격이 10만 달러에 이르는 전기 스포츠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테슬라 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2008년 말 전체 직원의 10%를 감축했다. 카사르처럼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머스크도 가장 약한 직원들을 잘라냈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해 10월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앞으로 테슬라의 성과 기준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그 결과 조만간 약간의 인력 감축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물론 테슬라를 떠나는 직원들이 다른 대다수 기업에서 훌륭한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할 만한 사람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21세기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쯤 최우수 인력만을 유지하겠다는 철학을 더욱 굳건히 지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머스크의 글은 사내에서나 사외에서 모두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파괴적으로 해석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일화는 ‘공식적인 발표문을 작성하기 전에 잠깐 멈춰 서서, 화나 있고 과민해 있는 사람들에게 그 발표문이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훌륭한 상사의 조건
부하 직원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통제의 권한을 주고, 연민의 정을 표현하는 상사는 불안감으로 가득한 시기에 직원들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상사들은 직원들의 진심 어린 충성도 얻을 수 있다. 이 4가지를 모두 제공하는 관리자는 ‘부하 직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부하 직원들이 불안해할 때 이 말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행동이든, 사소한 행동이든 모든 행동 방안을 결정할 때 유용할 것이다. 몇 년 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필자는 HP 안에서 ‘전략 계획 모형(Strategic Planning and Modelling·SPaM)’이라는 공급망 그룹을 위해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HP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오랫동안 공짜로 제공해왔던 도넛을 더 이상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SPaM 직원들은 오랫동안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회사에 제법 많은 돈을 안겨줬다. 도넛이 사라진 날 직원들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상사인 코리 빌링톤이 다시 도넛을 제공할 수 있을 만한 내부 자금을 찾아내자, 직원들은 놀라울 만큼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가 하면 근로 의욕도 높아졌다. 도넛을 다시 주기 시작한 직후 어느 날 아침, 휴게실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휴게실을 찾은 직원 중 한 명이 내가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도넛을 보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상사가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근사해?”
 
이렇게 행동하는 상사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1990년대 초 펜(pen) 기반의 컴퓨터 환경을 개발하는 업체 고(Go)의 경영진을 이끌었던 빌 캠벨에 관한 일화들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가 1970년대에 미국 컬럼비아대 풋볼팀의 감독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를 부를 때 애정을 담아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캠벨은 지금껏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며, 스티브 잡스가 가장 신뢰하는 고문이기도 하다. 캠벨은 많은 기업들을 키워냈으며, 구글의 중역에서부터 넷스케이프의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센, 기업가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랜디 코미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사들을 위해 멘토 역할을 해왔다. 어려운 시기에 캠벨이 고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했으며,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왜 고의 중역들은 단 한 명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는지 코미사와 얘기해봤다. 그가 어떻게 사람들이 그토록 대단한 충성심을 보이도록 만들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자, 코미사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다.
 
- 직원들과 마주치면 따뜻하게 안아줬다.
- 누구라도 쉽게 끼어들어 동참할 수 있는 진부한 농담을 하면서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을 내비쳤다.
- 항상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직원 중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대화를 했으며, 다른 관리자들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에서 충성심을 가진 사람들을 따로 불러내고, 진정한 애사심을 가진 사람들을 칭찬함으로써 충성심에 대해 명확히 보상했다.
- 회사에 충성하지 않거나 헌신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이나 따뜻한 마음을 거둬들였다. 즉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 만큼 냉랭하게 굴었다.
- 우수한 성과를 요구하면서 직원들에게 권한을 줬다.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기보다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승진시켜주는 동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언제나 직원들의 눈에 쉽게 띄는 자리에 있었다.
- 투자자, 파트너, 경쟁 업체 등을 상대할 때 항상 부하 직원들과 조직 전체를 대변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캠벨에 관한 일화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 일화들이 전설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해 얘기했다.
 
[HBR TIP] 나쁜 상황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
 
직속 부하 직원이 많지 않건, 큰 회사의 CEO로 일하고 있건,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는 상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다음 4가지 영역에 모자람이 없도록 신경 써라.
 
예측 가능성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람들에게 가능한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충분히 경고하면 직원들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편히 가질 수도 있다.
 
이해 왜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되, 딱 한 번이면 더 이상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
 
통제 어마어마해 보이는 도전 대상을 ‘작은 성공’의 기회로 쪼개보는 게 좋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전혀 권한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발언권은 줘야 한다.
 
연민의 정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공감을 표현하고, 필요하면 앞으로 진행될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 슬픔을 나타내야 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빌 캠벨은 아주 훌륭하게 행동했다. 그가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우리가 고의 직원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과 직원들이 위엄을 잃지 않고 회사를 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당시 고의 경영진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베리사인, 넷스케이프, 루카스아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캠벨이 고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 부하 직원들은 그에게 충성을 다했다. 게다가 코미사 등 당시 고에 몸담고 있던 대부분 중역들도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라고 회고한다.
 
빌 캠벨의 일화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좁아진 시야와 절망감 때문에 상사들이 종종 잊어버리는 교훈을 담고 있다. 부하 직원들에게 상사가 자신의 편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 결과가 좋건 나쁘건 직원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상사가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믿게 되면, 결국 몰락하고 만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로버트 서튼(robert.sutton@stanford.edu)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과학 및 엔지니어링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스탠퍼드대의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와 스탠퍼드 기술 벤처 프로그램을 공동 설립했다. 2007년 비즈니스 플러스에서 출판한 책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의 저자이며, 현재 훌륭한 상사에 관한 새로운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HBR) 6월 호에 실린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의 글 ‘How to Be a GOOD BOSS in a Bad Econom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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