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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 좋은 상사 되는 법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 35호 (2009년 6월 Issue 2)
필자가 알고 있는 모든 상사들은 요즘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직장에도 두려움과 불신이 팽배하다. 몇 주 전, 전문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한 중역이 지친 모습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40%의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털어놓았다. 그는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슬퍼하는 그를 달래주기 위해 우리 둘 다 친분이 있는 제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도움을 청했다. CEO는 내 전화를 받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도 나름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얼마 전에 직원 20%를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두 친구가 이토록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조직에서도 상사들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잘라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올해 포천에서 발표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오른 넷앱은 그 순위가 발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직원 6%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1위로 뽑혔던 ‘꿈의 직장’ 구글도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 상사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몹시 괴롭다고 말하는 것은 비단 해고 때문만은 아니다. 해고를 하지 않은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조만간 해고가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진다. 그리고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필자가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했던 기술업체 CEO는 해고 계획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다음 해에는 신입사원도 채용할 계획임을 서면으로 직접 작성해 직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직원들은 계속 언제 해고를 단행할지 물어왔다고 한다. 해고가 진행되는 곳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일자리를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실망감이 나타난다. 급여가 줄고, 예산이 삭감되고, 각종 프로젝트가 연기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상사들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맞닥뜨린다. 여러 해 동안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능력과 접근 방법을 익혀왔지만, 이제 전혀 예상치 못한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두려움이 팽배하고, 자신감은 점점 줄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사실 대부분의 중역들과 관리자들은 이런 일을 맡으려고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기꺼이 이런 일을 해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 우선 ‘좋은 상사 되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밝힌 다음, 어려운 때에 최고의 상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겠다.

 

 

독이 되는 관계
경제 상황이 좋을 때라 하더라도 훌륭한 상사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등하지 않은 권력관계에서 자연히 나타나는 유감스러운 ‘역학관계’도 훌륭한 상사가 되기를 어렵게 만든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의 요구나 행동, 언어 등에 신경을 덜 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다. 최근 연구 결과도 이런 생각이 옳음을 입증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상사들의 성향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부하 직원들이 상사의 자기중심적인 말과 행동을 극도로 자세히 관찰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2가지 문제가 중첩되면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역학관계의 전반부, 즉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부터 살펴보자. 심리학자 대셰 켈트너, 데보라 그루엔펠드, 카메론 앤더슨 등이 2003년 발표한 ‘과자 실험’을 살펴보면, 상사의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실험에서 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여러 팀들은 각각 간단한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각 팀의 구성원 중 무작위로 선정한 2명의 학생에게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나머지 한 학생은 그 보고서를 평가한 후, 두 학생이 그 대가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사실상 두 학생의 상사 역할을 맡은 셈이다. 회의가 시작된 지 30분이 흐른 후, 실험자는 5개의 과자가 담겨 있는 접시를 회의장에 가져다줬다. 학생들은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며 반가워했겠지만, 휴식 시간 동안 피험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게 이 실험의 핵심이었다. 실험자들은 접시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조각의 과자를 집을 사람은 없으리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 때문에 마지막 과자를 집고 싶은 유혹을 견디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과자는 어땠을까? 사실 네 번째 과자는 어색한 순간을 견디지 않고도 얼마든지 손을 뻗어 집을 수 있는 여분의 과자라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권력의 맛을 살짝 느껴본 것이 상당한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었다. 상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네 번째 과자를 집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또 거리낌 없이 과자를 먹고, 입을 벌린 채로 과자를 씹고,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떨어뜨렸다.
 
어쩌면 별 의미 없는, 그저 재미있는 실험쯤으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이 실험 결과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원래 어떤 성격이건 권력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3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더욱 집중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욕구와 필요, 행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며 다른 사람들이 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공식·비공식적 규칙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권력 중독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사들이 많다. 즉 권력을 쥐고 있는 상사들은 조직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중요한 사실들에 대해 전혀 모를 때조차 마찬가지다). 흔히 ‘중심성의 오류’라고 하는 이 문제는, 어떤 사람이 중심의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역학관계의 후반부를 보자. 부하 직원들은 상사의 사소한 행동이나 아무런 의도 없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해석하고, 걱정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개코원숭이 무리에 관한 연구를 보면, 무리에 속한 구성원들은 2030초마다 한 번씩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을 관찰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주시한다. 물론 사람들은 1분에 두세 번씩 상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피지는 않지만, 역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심리학자 수잔 피스케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주시하는 방향은 위계질서의 위쪽을 향한다. 다시 말해, 상사가 비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비서가 상사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이 훨씬 많다. 마찬가지로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대학생원생이 지도교수에 대해 훨씬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피스케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자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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