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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권한부여 지수 24점 ‘낙제’
직원 헌신 끌어내려면 믿고 맡겨야

김기찬,정리=최호진 | 452호 (2026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43개 경제권 가운데 2위(80점)지만 인간 번영은 26위(44점)에 그친다. 세계중소기업학회(ICSB)가 2026년 발표한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지수(HCE Index)가 보여주는 ‘한국의 역설’이다. 격차가 생기는 지점은 권한 부여에 있다. 한국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일할 조건을 갖춰주는 역량 활성화는 64.1점으로 평균을 웃돈다. 반면 직원을 믿고 판단과 선택의 권한을 넘기는 권한 부여는 24.1점으로 평균과의 격차가 가장 크다. 직원을 관리해야 할 비용으로, 사람을 보상과 처벌에만 반응하는 존재로 보며 통제 중심의 경영이 굳어진 탓이다. 해법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경영자의 행동에 있다. 한국의 경영자는 사람을 이해하고(Understanding), 사람에게 투자하고(Investing), 사람을 신뢰하고 권한을 넘기는(Trusting) ‘UIT’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기업가정신 2위, 인간 번영 26위

숫자 두 개로 시작해보자. 80 vs. 44. 세계중소기업학회(ICSB)가 2026년 발표한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지수(HCE Index)에서 한국이 받은 점수다. 이 지수는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의 기업가정신 자료와 갤럽 월드 폴의 인간 번영(Human Flourishing)1 자료를 하나의 틀로 연결해 43개 경제권을 비교한 후 산출된다.

한국의 기업가정신 점수는 80점으로 43개 경제권 중 2위다. 1위 미국(80.7점)과 1점 미만의 근소한 차이다. 위험 감수는 100점으로 표본 최곳값이고 혁신은 87.6점으로 3위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생계형 창업 비중도 27%로 스웨덴 다음으로 낮다. 한국의 창업은 이처럼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강하다.

그러나 인간 번영 점수는 44점이다. 표본 평균 49.3점에도 못 미치는 26위다. 기업가정신 지수가 70점을 넘는 4개국 가운데 인간 번영이 평균 아래인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은 두 점수가 거의 같은 수준이고 칠레와 우루과이의 격차도 한국의 절반 정도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한국의 문제는 기업가정신의 수준이 아니라 그 역동성이 인간의 번영으로 넘어가는 전환 경로에 있다. 다른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순위는 2024년 52위에서 2026년 67위로 3년 연속 떨어졌다. 측정 방법은 다르지만 두 지표가 던지는 질문은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적 역동성이 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번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필자는 이를 ‘한국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기업 안에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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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찬

    김기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 국제총장·세계중소기업학회(ICSB) 의장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 국제총장(International Chancellor),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의장,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 회장이다. Journal of Small Business Management(JSBM)의 Asso-ciate Editor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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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최호진 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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