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유독 실패가 두렵다. 왜 그럴까? 완벽주의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실패에 대한 비용이 큰 사회에서 성장한 리더는 대개 실패의 경험이 없고 그로 인해 실패를 더욱 두려워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조직이 구성원의 실패를 포용하는 ‘안전 기지’로 거듭나려면 리더부터 스스로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을 존재 자체로 신뢰하고 비록 그들이 실패하더라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해줄 수 있다. 그런 리더에게 구성원도 실패와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말이다. 이 문장을 글자 그대로 읽으면 굳이 그 어머니를 삶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게 우리 모두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들이든 딸이든 ‘성공’이라는 자식이다. 개인과 조직에서 대부분의 경우 실패는 환영받지 못한다. 물론 어떤 개인, 조직도 실패 없이 성공을 추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이 실패를 과거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실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란 여전히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실패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하면 실패를 위의 격언처럼 성공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잘 포용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정신분석적으로, 그리고 한국의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실패가 고통스러운 이유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실패는 유기불안(fear of abandonment)과 수치심(shame)을 자극한다. 우리는 사회적 뇌를 가지고 태어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고 받아들여지는가에 민감하다. 인간의 초기 역사에서부터 지금까지 무리에 속하는 것이(신체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무리에게서 호위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부모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공부를 잘해야, 말을 잘 들어야, 부모가 원하는 아이가 돼야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는 소망으로 마음에 자리하게 된다. 성인이 돼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추구하고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게 된다.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는 살아남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열심히 살며, 더 철저하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게 만든다.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실패란 그동안 노력하며 숨겨왔던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극심한 수치심을 동반한다.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던 초라한 자신이 사람들에게 발가벗겨져 폭로가 될 것이라는 수치심은 실패를 겉으로 이야기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경민kmlee@mindroute.co.kr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