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진정한 전문직이다’

19호 (2008년 10월 Issue 2)

라케시 구라나, 니틴 노리아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계의 신뢰 실추와 자기 검열 붕괴로 경영자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신뢰를 되찾기 위해 경영자들은 이제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단지 주주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 제도를 수호해야 하는 사명까지 그들의 역할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영이 하나의 전문직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진정한 전문직은 행동 규약을 갖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들에게 공식 교육의 일환으로 그 규약의 의미와 결과를 가르친다. 또 구성원 가운데 존경 받는 인사들로 구성된 감독기관이 구성원들의 규약 준수 상황을 감독한다. 이 규약을 통해 전문직 업계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을 맺는다. 즉 자신들의 업종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감독 권한을 관리하고 행사하겠다는 계약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전문직 업계는 그 구성원들이 사회의 신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뿐 아니라 높은 자격 요건과 정직성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는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체계가 있을 경우 전문직 업계가 그릇된 행위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덕적 행위 역시 직업 구성원 대부분이 유지하고자 하는 자아상, 즉 그 직업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영을 전문직으로 인식하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커다란 기대 속에 미국 내 대학 부설 경영대학원이 설립되던 100년 전에 이미 태동한 개념이다. 당시 제도적 기업을 주창한 학자와 경영자들은 대기업 등장을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대기업들이 그들의 주식을 대중에게 판매함으로써 기업 소유권은 분산됐다. 이에 따라 주주, 노동 단체, 정부 관료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모두 새롭게 등장한 강력한 조직, 즉 대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영대학원은 이처럼 소유권이 공개된 기업을 관리할 권리가 경영자들이라는 새로운 집단에 있음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 경영자의 권리를 정당화하는 전략으로 경영대학원을 주창한 경영자들은 진보적인 시대의 3대 주요 기둥으로 꼽히는 제도, 즉 과학과 전문직, 신규 미국 대학들과 동맹을 맺었다.
 
경영대학원 설립 운동을 이끈 경영자들은 정규 교육, 면허, 행위 규범 등을 토대로 경영이라는 업종을 진정한 전문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대기업이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영이 전문직이라는 주장은 의학계나 법조계와 같은 진정한 전문직과 비교해 볼 때 여러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사나 변호사와는 달리 경영자는 자격증은 고사하고 정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그들에게는 보편 타당한 행위 규범도 없다. 각각의 기업이 저마다 자사의 규범과 가치를 정해 놓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직업 가치가 없으며, 그 규범을 어긴 경영자를 견책할 권한을 가진 감독기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경영이 전문직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제도적 체계가 잘 알려져 있어 정착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경영을 전문직화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영 교육을 정규화 하는 것이 경영자 개개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더욱 포괄적으로 말해 일관된 교육을 받은 경영자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기업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실적으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련의 규범을 도출하는 데 집단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우리는 경영과 진정한 전문직 간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경영을 전문화하는 제도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 과연 바람직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경영 교육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TV 드라마, 영화, 소설 덕분에 의사와 변호사들의 교육 과정은 일반인에게 일종의 전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개 진정한 전문직 구성원들은 대학 졸업 후 3,4년 동안 강도 높은 교육 과정을 거친다.
대학원 졸업 때 영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공식 면허를 획득하기 위해 그들은 교육 과정을 통해 습득한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공인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에 통과하면 그들은 다시 일정한 실습을 거쳐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식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일부 분야의 경우 면허를 취득한 전문 직업인은 면허 갱신을 위해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경영자에게는 이런 도전이 찾아오지 않는다. MBA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대학원 학위다. 그러나 MBA는 경영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니다. 경영자들은 MBA 과정이 끝날 때조차 그들의 지식을 증명하는 공인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실제 업무 중에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거래를 승인해야 할 경우가 있음에도 그들은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이나 특수목적회사(SPV)에 대한 투자에 관해 어떤 것도 알아야 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 게다가 경영대학원에 개설된 경영 교육 과정 등록자 자료를 보면 MBA를 이미 취득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속적 교육의 형태로 이뤄지는 평생 학습에 오히려 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의 경영은 진정한 전문직에 필요한 엄중한 지식 및 직능 기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는 이미 경영대학원 인증을 위한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경영대학원 입학심의위원회(GMAC)는 MBA 지원자들의 지적 능력 측정을 위한 GMAT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GMAC는 아울러 대부분의 대학원 MBA 교육 과정을 검증하고 인증을 부여하기도 한다.
 
AACSB 또는 이와 유사한 기관은 모든 MBA 졸업생이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을 제정하고 주관할 수 있을 것이다. MBA에 이런 추가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주어지는 공인전문경영인(CBP)이라는 지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기관은 경영자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CBP를 갱신하기 위해 마쳐야 하는 지속적인 교육 과정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이 방식으로 경영을 전문직화한다면 기업과 그 직원들이 지속적인 교육 및 개발에 좀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혜택을 추가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교육을 제공했음에도 교육을 마친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일부 고용주들에게 더 이상 비용 부담이 집중되지도 않을 것이다.
 
경영을 전문직화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은 바로 정규 교육이 경영 능력 향상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경영학자 및 전문가들이 경영은 과학처럼 하나의 기술이어서 정규 교육보다 경험을 통해 더욱 잘 연마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대인 관계, 의사소통, 리더십 등 경영의 소프트한 측면은 정규 교육을 통해 배우기 어려우며, 정례화된 시험으로 측정하기에는 더더욱 어렵다.
 
때문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경험이 유일한 스승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다시 말해 경영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반드시 높은 능률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는다 해도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스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다.
 
그는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단지 경영을 자신의 진로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다시 말해서 고용주에게 유용한 정보를 피력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실제 많은 MBA 학생도 경영대학원을 단순히 동기생들과의 굳건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경험적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영 관련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믿음에 근거할 뿐 증명이 불가능하다. 당신이 경영 교육의 유일한 가치가 이 분야에 대한 개인의 열정을 피력하거나 인맥을 쌓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경영을 전문직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정당성을 잃는다. 이는 대학에 기반한 모든 현행 경영 교육을 비롯해 경영 학위를 수여하는 모든 학교의 유사 교육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당신이 정규 교육에 따른 경영 지식이 실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면 경영을 진정한 전문직으로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볼 만한 일일 수 있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효율적인 경영자가 되는 등 교육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없는 경험이나 기술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경험과 소프트한 기술은 의학 및 법조계와 같은 전문 직종에서도 크게 중시되고 있다. 경영을 전문직화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현행 경영 교육의 교과 내용과 교수법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건전한 전문직은 언제나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하며, 그것을 바꾸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지식과 교수법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으며, 때때로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경영의 전문직화가 창의성을 해칠 것인가
평균적인 전문 경영자가 비전문 경영자보다 우수하다 해도 자본주의 경제의 진정한 원동력은 능력 배분의 중간이 아니라 꼬리에 달려 있다. 정치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신봉자들이 주장하듯이 자본주의 체제의 진정한 영웅은 관행에 저항하고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이를 개혁하는 ‘불량’ 기업가다.
전문 경영자만이 기업 경영을 맡을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록 정규 경영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대다수 전문 경영자보다 경제 발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빌 게이츠나 샘 월턴과 같은 창조적 천재들을 사장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빌 게이츠나 샘 월턴이 전문 경영 교육을 통해 그들의 기업가적 재능을 보완했다면 그들이 정말 지금보다 못했을까. 의학이 현재처럼 전문화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보다 더 창조적인 진보를 이뤘을까.
 
우리는 의학이 전문직이 된 이후 새로운 발견과 창조적 진보가 급격히 촉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고 해서 새로운 개척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학의 전문화는 제대로 수련 받지 않은 사람들로 인한 폐해를 크게 줄였다. 수련을 거치지 않은 경영자가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폐해는 점점 복잡하고 국제화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경영의 전문화에 비관적인 이들은 여전히 이렇게 주장할지 모른다. 의학의 전문화가 대체 치료법의 발전을 둔화시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경영에서도 차세대 혁명가들이 이와 비슷하게 날개를 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되지는 않겠는가.
 
이에 우리는 대체 의학이 날로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가에게 개방적, 민주적인 사회에서 기존 질서에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증거로 제시하고자 한다. 모든 경영직이 전문화된다 해도 자원을 동원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업가라면 누구든지 창조적 파괴를 시도할 수 있다.
 
경영직에 얼마나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 또한 선택의 문제다. 의학과 법조계는 신규 진입을 매우 까다롭고 폐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학계의 경우 병원들은 면허를 취득한 의사만을 채용하며, 국가 및 보험 회사들은 면허를 취득한 전문 의료인이 제공한 치료에 대해서만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자 선택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폐쇄적인 체계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들이 받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당할 용의가 있다면 면허 취득 여부와 관계없이 어떠한 의료인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알아둘 것은 국가는 그들 스스로 독립적인 선택권을 갖지 못해 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의 치료를 받은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점이다.
 
경영에서도 특정 분야에 대해 폐쇄적 체제를 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는 공공 연금 또는 세금 우대 퇴직 저축 혜택을 ‘전문적으로’ 경영하는 공공 기업으로만 제한할 수 있다. 의학계처럼 폐쇄적인 체제에서도 개인들은 그들의 자금을 어떤 기업에든 투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또한 이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직무에 따라 개개인의 자격 요건을 달리해 교육 및 경력 모두 없는 사람, 경력만 있는 사람, 교육 및 경력 모두 있는 사람, MBA만 취득한 사람, MBA와 CBP 모두 취득한 사람, CBP만 취득한 사람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때 마치 법학 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들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MBA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도 경력이 풍부한 경영자가 시험에 통과하면 CBP를 취득 할 수 있다.
 
이 체제에서 현재 MBA 취득자와 다른 경력자에 대해 그렇듯이 시장은 다른 자격 요건을 지닌 경영자와의 비교를 통해 전문적으로 인증 받은 경영자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 우리는 공인된 경영자들이 그들의 지적 능력에 대한 배가된 자신감(일련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였으며, 업계의 새로운 개념들을 지속적으로 숙지하고 있다는)에 힘입어 다른 사람들을 능가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영에도 규범을 도입할 수 있는가
고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규범들은 대부분 그 직업의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이상과 사회적 목적을 정해 두고 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이 주장한 바와 같이 이러한 규범은 구성원들이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 규범은 자긍심(어떠한 사람이 규범에 제시된 바대로 행동했을 때)과 같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죄책감이나 수치심(어떠한 사람이 규범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을 때)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구성원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데 이러한 감정은 어떠한 전문 직업인의 행위에 대한 사례나 잘 알려진 결과만큼이나 중대한 영향력을 지닌다.
 
규범과 그 규범을 지탱하는 제도는 직업 구성원 사이의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을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직업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규범은 구성원들이 직업에 대해 가지는 상호 의무감과 공동체 의식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유대감은 이 직업의 사회적 자본 및 신뢰를 구축하며, 직업 구성원간이나 직업과 사회 사이에 발생하는 거래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경영에 대한 전문직으로서의 규범을 구축하는 과정은 명료하다. 첫 번째, 다른 많은 전문직이 그렇듯이 규범을 명문화한다. 두 번째,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규범을 습득하게 한다. 세 번째, 그들이 규범을 전문직 면허나 인증 취득을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한다. 네 번째, 규범 준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동료 평가 기구를 마련한다. 다섯 번째, 규범 위배 평가 과정을 위한 규약을 정립한다. 여섯 번째, 필요한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한다.
 
규범 수립의 어려움은 바로 경영의 적절한 목표와 사회적 목적 및 이러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기준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개 학파가 뚜렷하게 양분된 생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학파로, ‘경영의 목적은 널리 통용되는 법과 관습에 근거한 수단을 사용하여 오로지 주주들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학파는 조직이론가 체스터 배너드가 오래 전에 말한 바와 같이 ‘기업은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창출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모인 사회적 조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각에서 볼 때 경영의 목적은 공동의 노력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주주의 정당하고 상충될 가능성이 내재된 요구들을 균형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다.
 
극단적인 접근이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사실은 명백하다. ‘법이 허용하는 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에 지나치게 사로잡힐 경우 그 부작용은 명료하다. 반면에 모든 이해당사자를 고려하는 접근법 또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은 첨예하게 갈라질 수 있으며, 절충의 여지가 없을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자 애쓰는 경영자는 주주들을 우선시하는 경영자보다 더 나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몇몇 일본 회사들이 이와 같은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 준다. 1990년대에 직원 해고 또는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은행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많은 일본 은행은 결코 상환되지 못할 부동산 융자금 대손을 상각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으로 인해 결국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잃었다.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경영 규범은 양 극단의 중도적 입장으로 나아감으로써 주주 우선 개념이 가지는 가치 창출의 원동력과 이해당사자 개념이 가지는 책임감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입장을 취하든 간에 사회의 경제 자원을 보호해야 할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중시하는 규범에 대한 집단적인 소명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경영자들은 아무리 많은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인도적인 바탕을 마련한다 해도 긍정적인 사회 세력으로서의 지위를 요구할 수 없다. 이러한 소명 의식이 없다면 대중은 경영 업무를 교육자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선의의 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규범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가
이 관점에서 우리는 경영이라는 전문직을 감독할 수 있는 규범을 마련했다. 이 규범은 진정한 전문직인 의사와 변호사들이 그들의 목적을 정의하는 방식에 착안하여 탄생된 것이다. 의사들은 그들 환자들의 건강 증진을 추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개인의 생명이 가진 고결함을 존중할 뿐 아니라 시민의 보건이라는 사회적 필요 또한 충족시킨다.
 
병들고 쇠약한 시민들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병약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변호사들은 그들 고객들에 의한 정의 구현을 추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법에 따른 절차에 있어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할 뿐 아니라 불법을 막고자 하는 사회의 필요 또한 충족시킨다.
 
그렇다면 경영자에게 적용될 규범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공공의 신뢰를 받으면서 자원을 동원하여 사용된 자원의 기회비용보다 큰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데 커다란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다. 경영자들은 이에 사회 이익을 수호하는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사회가 기업에 법인의 지위를 부여한 이유는 각각의 시민들이 그렇듯 기업이 그들의 행위에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논리가 주주 우선 개념을 옹호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기업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중요성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파괴하는 기업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에 대한 포괄적인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우리의 규범은 또한 이해당사자 중시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그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들에게 주어진 정당한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정의하는 가치 창출은 자연 환경과 같은 공공 자원을 포함하여 기업이 소비하는 모든 자원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한 개념이다. 경영자를 경제 기업의 번영에 있어 사회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으로 변환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을 좁은 의미에서 하나의 주인(주주)이나 다수 주인(이해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간주하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고객이자 (그들의 연금 투자를 통해) 주주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단순한 극대화 원칙은 쉽게 실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경영자가 기업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조직 규모를 단축할 경우 이는 주주인 동시에 고객이거나 직원인 이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한 단계 높은 시각에서 사회를 그들의 궁극적인 고객으로 보고,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서의 사회 이익을 그들 최상의 목표로 삼을 때 비로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영을 위해 우리가 제안한 규범의 세부 사항들은 기본 규약보다 논란의 여지가 많아서는 안 된다. 경영자들이 그들의 기업을 통제하는 법의 형식보다 정신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워런 버핏은 1980년대 혼란에 빠졌던 투자은행 샐러먼 브러더스를 인수한 후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상기시켰다. “기업에는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해야 할 많은 자금이 있다.”
 
경영자들이 투명성을 지키고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정보를 공개할 것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사실은 엔론과 월드컴의 몰락을 통해 한층 뼈아픈 교훈으로 다가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루이스 브랜다이스 판사가 “햇빛이 최선의 살균제”라고 말했듯이 햇빛의 경제적 가치는 햇빛이 결여된 경제에서의 높은 자본 비용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경영자가 모두에게 편견 없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에 누가 반박할 것인가. 기회의 자유는 정의 사회의 상징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사회의 핵심이다. 경영자는 힘이 없는 사람들의 이익이 보호되고 결정권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겸손과 존경의 자세로 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한 규범은 경영자들이 최대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사회의 기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정보에 근거한 판단은 전문직의 윤리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평생 학습하는 태도와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에 의거할 때만이 가능하다.
 
우리는 경영자들이 앞서 간 경영자들을 통해 배우는 교훈을 존중하기를 촉구하는 한편 슘페터가 역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동력이라고 본 창조적 파괴가 지속될 수 있도록 그들이 혁신적인 경영자가 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규범은 경영자들에게 규범을 발전시키고 집행하겠다는 그들의 사명감과 경영자로서의 그들의 행위를 통해 경영이라는 전문직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그들의 의무를 상기시킨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구성원 집단에 속해 있다. 경영직에 대한 신뢰 회복은 모든 경영자 개개인의 중요한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규범이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우리가 제안한 규범이 경영자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질 만큼 충분한 지지를 얻는다 해도 당신은 이러한 규범이 그저 형식적인 규정일 뿐 도덕적 행위를 규정할 만한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엔론의 사례를 들어 엔론의 윤리 규범은 업계에서 널리 칭송 받았지만 지금은 부정 행위의 상징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응집된 사회집단인 기업이 그러한 규범을 시행할 수 없다면 하나의 전문 직종이라는 더욱 큰 집단이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대답은 정치과학자 로버트 액셀로드의 저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직업 차원에서 공유된 윤리적 성향과 일련의 공동 이상이 각 회사 차원에서 개개인의 행위를 규정짓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액셀로드가 ‘규범의 규범’이라고 일컫기도 한 이상은 부분적으로 내면의 직업관, 즉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료를 제재하고 검열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도 깔려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거짓말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훔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는 동시에 ‘거짓말하거나 속이거나 훔치는 이들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액셀로드에 따르면 규범의 규범은 직업 구성원들의 자기통제 능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규범을 위반할 경우 동료들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공동의 직업 규범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경영자들은 각각의 회사 규범을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잘 준수할 것이다.
 
규범을 제정하는 것이 경영 전반의 불법 행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부자 고발 또는 동료의 부정행위 적발은 비전문직 환경에서보다 진정한 전문직 환경에서 더욱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 등의 일부 직업에서는 동료를 고발하는 것이 거의 금기시되고 있다.
 
이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자기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자기 검열이 느슨해졌을 경우 그 직업과 직업 구성원 개개인이 그들의 사회적 계약을 다시금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회계 업계에서 경험한 바 있고 금융 서비스 업계가 현재 경험하고 있듯이 사회의 신뢰를 잃을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영을 전문직화하는 것이 부정행위를 크게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도덕적 행위는 그 직업의 정체성, 즉 구성원 대부분이 지키기를 열망하는 자아상의 핵심적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의사나 변호사들이 부정행위를 하거나 자신들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줄 때 우리는 충격을 받곤 한다. 적어도 우리는 충격을 받고, 그들이 좀 더 나은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산업계에서 이와 유사한 부정행위가 발각됐을 때 우리는 이러한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이러한 행위가 이전보다 덜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충격도 받지 않는다. 사회가 진정한 전문직과 맺은 암묵적인 계약, 즉 그들을 신뢰하여 스스로 검열할 특권을 부여한다는 계약이 항상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이 계약은 비전문직 환경에 비해 자기 검열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여 준다. 이에 따라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경우 더욱 높은 수준의 비난을 불러온다.
 
사회과학을 통해 우리는 인간 행위가 그들에게 부여된 기대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영이 진정한 전문직으로 인식된다면 경영자들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 글이나 우리의 규범을 이 주제에 대한 결론이라고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경영 교육과 비즈니스 규정에 대한 논쟁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미국 헌법은 현존하는 가장 자세하고 영속성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헌법의 승인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철학을 가진 2개 행정부의 수많은 언쟁과 협의의 결과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미국 헌법은 또한 수많은 노고를 거친 개정안과 법원 해석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전문직으로서의 경영 규범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도입하는 과정이 그만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국제화된 세계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라케시 쿠라나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다. 저서로는 <더 높은 목표에서 고용된 손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영대학원의 사회적 변모와 경영의 전문화라는 지켜지지 못한 약속>(프린스턴대 출판부, 2007)이 있다.니틴 노리아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이자 상임 부학장이며 교수진 개발 책임자다. HBR에 많은 글을 기고했다. 최근에는 보리스 그로이스베르그와 린다 일링 리와 함께 집필한 ‘직원 동기부여 : 강력한 신규 모델’이라는 글을 2008년 7∼8월 합본호에 실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