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조직문화를 파괴하는 나르시시스트 CEO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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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When ‘me’ trumps ‘we’: Narcissistic leaders and the cultures they create” (2020) by Charles A. O’Reilly III, Jennifer A. Chatman, and Bernadette Doerr in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7(3): pp. 419-45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문화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는 리더이다. 조직문화 연구의 선구자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은 “리더가 해야 하는 정말 중요하고 유일한 업무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CEO를 비롯한 리더들은 어떤 사람을 뽑고 승진시키는지, 직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하는지와 같은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회사의 조직문화와 규범을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인 MBTI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리더십 분야에서도 CEO의 성격과 그 영향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예를 들어 외향적이고 친화력이 높은 CEO들은 가족 같은 협력적인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고, 개방적인 CEO들은 혁신적이면서도 유연한 조직문화를 잘 이끌어 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CEO의 나쁜 성격이 기업 성과와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발표됐다. 대표적인 것이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CEO들이 분식회계 등 부정에 연루되거나 불법 행위를 묵인하기 쉽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 CEO들은 기업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문화와 사내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 혁신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중 한 명인 찰스 오라일리(Charles A. O’Reilly III)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 CEO와 리더들이 어떻게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바람직한 조직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인 ‘협력적인 문화’와 ‘윤리적인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또한 리더의 나르시시즘이 직원 개개인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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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총 다섯 개의 연구 시리즈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협력(Collaboration)과 윤리성(Integrity)을 중요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덜 협력적이고 덜 윤리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고, 또 그런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르시시스트 CEO와 리더들은 그런 부정적인 조직문화와 연관된 회사 정책과 업무 절차들을 만들거나 지지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런 정책과 절차들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나르시시스트 리더 자신의 비협력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조직 전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팀워크보다는 개인의 성과를 더 강조하고, 윤리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조직 내 안전장치를 간과하거나 무시한다. 이들은 심지어 전문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부하 직원들을 승진시키는 등 회사 정책들을 덜 협력적이고 덜 윤리적이게 유도한다. 결국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개인 직원들까지도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동참시키고 또 그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조직은 개인이 혼자서는 모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한다. 즉, 협력은 기업이 존재하는 기본 가정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윤리성은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정직성과 진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따라서 협력적이고 윤리적인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과와 영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CEO의 나르시시즘이 조직 전체, 즉 조직문화와 직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절대 간과돼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 결과는 리더의 성격이 조직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리더의 나쁜 성격은 조직문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리더의 좋은 성격은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CEO의 높은 윤리성은 마치 리더의 나르시시즘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파돼 조직 전체를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리더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큰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나르시시스트 CEO의 결단력과 대담함이 빛을 발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타 기업을 인수할 때 더 공격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속 연구들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많은 문제점에 노출됐으며 결과적으로 성과가 낮아졌다. 예를 들어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자신의 대담한 성격 때문에 리스크에 덜 민감할 수 있지만 부하 직원들은 실패에 대해 그 리더가 자신을 비난할 것이 무서워서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부하 직원들은 높은 스트레스와 낮은 직무 만족 등으로 인해 근무 태만, 결근, 심지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부정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 역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나르시시스트들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하고 또 리더 직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남들보다 잘났다는 주관적인 판단이 객관적으로 정확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 주변에는 아첨꾼들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르시시스트 CEO들은 역량이 뛰어난 사람보다 자신이 듣기 좋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을 뽑고 또 승진시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이미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문화는 바꾸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 리더가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을 애초에 고용하지 않거나 적어도 리더로 선발하지 않는 것이다. 보다 협력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을 뽑아서 리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당연해 보이는 해결책은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그들이 이미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은 장치들과 조직의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남긴 유산, 즉 나쁜 조직문화는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임기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고통은 온전히 조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알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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