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리더십의 조건

CEO보다 CRO(Chief Revitalizing Officer)가 되라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조직의 지속가능성 담보는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에 기반한다. 생명력 없는 조직은 외부 변화를 주체적으로 내재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활성화’다. 조직활성화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이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이 보이는 핵심적인 특징은 구성원들이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강한 실행력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과 융통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모습은 당연히 조직을 생동감 있게 유지하고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조직활성화는 ‘성과 관리’와 ‘정서 관리’라는 두 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간 우리 기업 조직의 리더들은 규모의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정서 관리보다는 성과 관리에 치우치고 말았다. 하지만 정서 관리는 조직활성화 측면에서 성과 관리보다 우선시돼야 할 영역이다.



최고 조직활성화 책임자

1998년, 마릴린 K. 고윙, 존 D. 크래프트와 제임스 캠벨 퀵은 공저 『The new organizational reality』에서 21세기 준비를 위해 조직에 요구되는 것으로 ‘Revitalization’, 즉 조직활성화를 제시했다. 당시 화두가 되고 있던 경영 혁신 개념 및 도구들(이를테면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나 전시품질경영(TQM))과는 사뭇 결이 다른 것이었다. 조직활성화란 개념이 이때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조직활성화는 1966년 캘리포니아대의 워런 G 베니스 교수가 그의 논문 『Organizational Revitalization』에서 처음 사용했다. 조직활성화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이 보이는 핵심적인 특징은 구성원들이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강한 실행력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과 융통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 혁신의 개념 및 도구들과 이 조직활성화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경영 혁신의 개념과 도구들이 톱니를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조직활성화는 이 톱니에 기름칠을 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겠다. 기름칠 안 된 톱니는 마찰이 커지고 이에 따라 쇼크를 받기 쉬워 결국 오래 가지 못하게 된다. 조직의 지속가능성 담보 역시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에 기반한다. 조직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활성화다. 이러한 이유로 고윙, 크래프트, 퀵은 모두가 ‘톱니 갈기’에 여념이 없던 때 ‘기름칠’을 상기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들의 제안을 기업 조직의 CEO들은 잘 받아들였을까?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 기관 콘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1 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맞이한 첫 10여 년 동안 CEO의 25%, 즉 4명 중 1명이 교체됐다. 재임 기간으로 보면 평균 3.5년 정도였다. 비슷한 기간 국내 상황은 평균 2.6년으로 더 짧았다. 2 CEO 교체야 지난 세기에도 그랬듯 기업 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으나 21세기 들어 확인된 이 숫자들은 대부분 비자발적 해임, 즉 해고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대부분 조직이 21세기 준비를 위해 경영 혁신을 통해 톱니를 날카롭게 갈지 않았던가? 경영 혁신 개념과 도구들을 통해 톱니를 날카롭게 갈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많은 CEO가 기대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기에 강제로 물러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름칠’을 경시한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 자문 기관인 ghSmart의 2017년 연구 3 에 따르면 21세기 CEO들이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장착해야 할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과감한 실행’ ‘주도적 변화 대응’ ‘영향력 있는 관계 맺기’ ‘신뢰 형성’이 꼽혔다. CEO에게 제시된 요건은 곧 성공적인 조직에 필요한 생존 요소다. 즉,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성과를 내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과감한 실행, 주도적 변화 대응, 영향력 있는 관계 맺기, 신뢰 형성이라는 DN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21세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렇게 강조됐던 경영 혁신 개념과 도구 관련 요소들은 거론되지 않았고 오히려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과 가까운 요소들만 제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21세기 조직의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톱니를 날카롭게 하는 일보다 톱니에 기름을 바르는 일, 다시 말해 비즈니스 전략,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보다 조직활성화와 관련된 것이 취약한 상태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CEO를 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 기준이 가시적 결과를 빨리 내는 능력에 집중돼 있어서인지 몰라도 많은 조직의 CEO가 비즈니스 전략,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등 눈에 띄고 생색나는 경영 혁신에만 초점을 둘 뿐 조직활성화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CEO 교체를 통해 조직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하기 이전에 먼저 선임의 기준을 제대로 검토하고 세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기준은 잘못된 CEO 선임이라는 패착을 반복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 활력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무지한 조직과 CEO들은 성적표가 좋을 리 없다. 별 의미 없이 CEO만 자주 교체할 수밖에 없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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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활성화의 실체

그렇다면 이 조직활성화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앞서 살펴봤듯이 조직활성화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가슴 설레는 목적지가 분명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 어디쯤인지를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상호 의미 있는 기여를 주체적이고 건강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조직활성화다. 따라서 조직활성화는 ‘성과 관리’와 ‘정서 관리’라는 두 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성과 관리가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정서 관리는 그 여정에 임하는 모습을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단순한 균형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활성화 자체는 마치 빙산과도 같기 때문이다. 매출이나 수익 등과 같이 수치로 표현되는 성과 관리는 수면 위에 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열정이나 충성심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 관리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물 밖에 보이는 부분이 빙산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경영자라면 조직활성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조직 내 정서를 제대로 관리하고 구성원들의 열정과 사기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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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간 우리 기업 조직들은 규모의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조직활성화의 두 요소 중 정서 관리에는 다소 소홀한 채 주로 성과 관리에 치우쳤던 게 사실이다. 시작 자체가 늦었던 우리 기업 조직들은 단기 성과 향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효율성 제고에 온전히 집중해 왔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고 나름의 결과는 얻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와중에 많은 조직이 이른바 ‘가속 함정(Acceleration Trap)’ 4 에 빠지게 됐다. 가속 함정은 압축 성장 지향으로 과부하가 걸리며 더 중요한 본질을 놓치거나 가벼이 간주해 발생한다. 후발주자로서 이른바 캐치업(Catch up) 전략을 펼쳐왔던 국내 대부분 기업 조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중 조직 내 정서를 관리하는 데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속도전을 치르는 중에 놓치고 간과했던 정서 관리는 필연적으로 구성원 사기 저하의 핵심 원인이 됐다. 문제는 이 구성원의 사기 저하가 조직활성화에 독이 된다는 점이다. 구성원 사기는 구성원 상호 간 인간적 친밀감을 높이고 조직 침묵 현상, 조직 내 왕따, 개인 스트레스, 이로 인한 핵심 인재 유출 등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저감시킴으로써 조직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정서 관리는 조직활성화에 있어서 성과 관리보다 본질적이고 선행적이다. 정서 관리 없는 성과 관리 주도의 조직활성화란 모래 위에 성 쌓기와 같은 것이다.

조직 내 정서, 왜 중요한가

조직활성화에 있어 조직 내 정서가 홀대돼서는 안 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서는 바로 조직 내 관계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만연하길 바라는 최상의 관계 품질은 무엇인가? 바로 ‘신뢰 관계’다. 정서는 바로 이 조직 내 신뢰 풍토 형성에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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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판단에서 기인한다. 이를 ‘인지적 신뢰(Cognition-based trust)’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조직 내에서 신뢰 대상에 대해 직접적인 인격적 관계를 맺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에 의존하는 인지적 신뢰 경향을 띠게 된다. 당연히 합리성에 기반한다. 따라서 인지적 측면에 국한된 신뢰는 대상에 대해 인식하고 있던 기존 정보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날 경우 신뢰 자체가 매우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진정한 신뢰는 인지적 측면만 가지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 측면(Affect-based trust)도 함께 겸비돼야 한다. 정서적 신뢰는 인지적 신뢰와 달리 관련된 객관적 정보뿐 아닌 대상과의 오랜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기에 인지적 신뢰와 달리 설령 신뢰를 거스르는 정보가 확인됐다 하더라도 기존 믿음이 성급하게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경향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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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활성화에 있어 조직 내 정서가 홀대돼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서가 사업가 마인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 조직들은 사람에 대해 기본적으로 호모에코노미쿠스를 가정했다. 경제적 행위의 목적은 다름 아닌 효용 극대화이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은 합리성에 근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나 애착 같은 요소들이 경제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부차적이어서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조직이론의 거장인 스탠퍼드대의 그래노베터 교수는 “인간은 전생애적으로 이성보다 정서를 통한 관계에 보다 깊게 관여하기 때문에 이 정서적 관계의 질에 따라 경제적 행위의 선택지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5 경제적 행위의 선택지를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바로 ‘사업가 마인드’다. 미국 드렉셀대 르보경영대학원의 달리 마 교수는 대기업에서 실직한 직장인들의 창업 활동 실증 분석을 통해 정서와 사업가 마인드의 관계를 시사했다. 6 기존 조직에서 비즈니스 중심의 이성적 관계만을 발전시켰던 조직원들과 정서적 관계도 함께 발전시켰던 조직원들을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성공적으로 창업 활동을 하게 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직장에서 이성적 관계만 발전시켰던 조직원들보다 정서적 관계를 함께 발전시켰던 조직원들이 창업에 성공적임을 확인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인지, 정서에 함께 기반한 질 높은 신뢰 관계와 그로 인한 안전감을 주는 것이 사업가 마인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긍정적 기대와 위험 감수 행동을 강화해줬기 때문이다.

정서 관리의 실제

그렇다면 정서 관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앞서 그라노베터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정서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대상에 대한 긍정적 태도, 열정, 충성심 등을 통해 마치 물적 자본이나 금전적 자본과도 같이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무형의 자본을 말하는데 구성원의 정서는 조직 내에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서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서를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하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정서를 사회적 자본으로 인정한 개념이 바로 정서 자본 7 이다. 정서 자본이란 긍정적 정서를 통해 획득되는 양질의 정보 교환 및 상호 지지와 후원 등을 무형의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서 자본은 ‘진정성’ ‘자부심’ ‘애착’ ‘재미’라는 4가지 영역 모두에서 실질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영역별로 핵심적 관리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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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성 기반 리더십을 구축하라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균형 있게 경영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ESG에 대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대부분 친환경 부문만 부각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상 ESG의 본질은 이 세 영역에 대한 각성을 통해 경영의 ‘진정성’을 회복하자는 데 있다. 이는 최근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 8 에 따르면 ESG 분야 중 가장 미흡한 부분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41.3%가 지배구조 분야를, 35%가 환경 분야를, 23.7%가 사회 분야를 들었다. 지배구조 분야에서 역시 가장 미흡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무려 69%가 경영진 승계와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를 꼽았다. 친환경 경영도 중요하지만 우선 경영진의 진정성 개선이 먼저라는 얘기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 전담 조직을 꾸리고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ESG 경영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드러나는 요식 행위보다는 진정성 기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더 큰 본질임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조직과 리더들의 언행일치가 핵심이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는 보통 사명, 비전, 가치, 전략 방향 등의 표현으로 조직 내외에 선포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목격되는 리더들의 메시지와 의사결정 기준이 이러한 조직 지향점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진정성은 빠른 속도로 손상된다. 그렇기에 정서 관리 4가지 영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과 리더의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 진정성이 높다고 인식되면 정서 관리의 나머지 세 가지 영역은 이 진정성이라는 탄탄한 토대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 리더는 걸어 다니는 경영 철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자부심을 제고하는 평가 철학을 구축하라

자부심은 미래에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금전적 보상과 승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의 인정이 더 강력하고 더 오래 가는 동기를 부여한다. 구성원들은 무엇으로 조직의 인정을 인식하는가? 바로 평가다. 어느 조직이든 평가제도 정비에 정성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 정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평가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이 아웃풋 중심의 평가를 실행하고 있을 것이나 구성원의 자부심을 높이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아웃컴 중심의 평가 철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부심은 성취를 인정받을 때 고양되는데 이 성취는 아웃풋이 아닌 아웃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아웃풋과 아웃컴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하면 아웃풋은 산출물, 아웃컴은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까지 보고서를 완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제출 시점까지 투입할 맨아워는 인풋이고 보고서가 아웃풋이 되는 것이다. 많은 조직이 이 아웃풋에 의거해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웃풋을 성과로 인식하고 이에 의존하는 것은 조직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웃풋 기반 평가는 관리와 통제는 용이할지 모르지만 정작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아웃컴 기반 평가는 산출물 자체보다는 그 산출물을 통해 본래 목적했던 바를 달성했는지를 본다. 따라서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가 어려울 수는 있으나 일을 수행한 주체는 자신이 한 일이 의미 있는 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3. 의미 체계 연결로 구성원과 조직의 애착 관계를 만들라

우리는 공통의 가치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하는 동료, 그 조직에 애착을 느낀다. 공통의 가치와 관심사를 개인 관점에서 말한다면 흥미, 강점, 삶의 지향점 등이, 조직 관점에서 보자면 사명, 비전, 핵심 가치, 사업 전략 등이 될 것이다. 이는 각각 ‘구성원의 의미 체계’ ‘조직의 의미 체계’라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 있게 여기는 것,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그 주체에 의미 있는 대상이 되며 이런 의미 있는 것들이 모이고 일관되게 연결되면 주체가 세상과 상대하면서 기준으로 삼는 일련의 신념 체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구성원 개인의 의미 체계와 조직의 의미 체계가 일치하는 것이겠다. 조직의 관심사가 곧 내 관심사라면 주인의식과 몰입은 자연스레 뒤따른다.

이를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일과 어떻게 생산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구성원의 대부분인 MZ세대가 일의 의미를 직장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함을 고려했을 때 이 두 의미 체계의 공감도와 합치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은 구성원의 애착을 형성시키는 가장 본질적인 해법이다.

4. 질책을 줄여 재미를 극대화하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하지만 일단 재미있고 봐야 한다. 재미가 있을 때 긴장이 이완되고 불안이 내려가며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재미는 자율성, 새로움, 실수나 실패에 대한 안전감을 기반으로 한다. 게임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게임이 제시하는 세계관 안에서 온전한 자율을 누리고 새로운 탐색과 실험을 자유로이 해 볼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든 리셋(reset)할 수 있어 안전감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먼저 시작해야 하는 노력이 바로 질책 풍토 개선이다. ‘직원들이 잘못하면 꾸짖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많다. 잘못했을 때 제대로 꾸짖어줘야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고, 발전의 계기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리더가 질책하면 구성원들은 변명을 하거나 잘못을 다른 이유로 돌리는 회피 반응을 보이게 된다. 또 잘못했다고 빠르게 인정하고 순응해 조직으로부터의 퇴출 위협을 최소화한다. 두 반응 모두 조직의 발전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구성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철학을 바꿔야 한다. 패스트 팔로워 시절을 경험한 경영자와 리더 세대는 대부분 조직 내 관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멤버십(Membership)을 상정한다. 멤버십은 조직 안의 나, 즉 조직 중심의 관계 인식에 기반한다. 조정 경기에서 보이는 구성원 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조타수, 즉 경영자나 리더만 결승점을 바라보고 있고 나머지 구성원은 등을 돌린 채 근력을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열중한다. 방향을 알고 있는 리더 한 사람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MZ세대가 대부분인 구성원은 조직 내 모든 관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파트너십을 상정한다. 파트너십은 조직과 대등한 관계의 나, 즉 조직과 함께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동등한 주체로서의 자기 인식이 부각된다. 이는 래프팅 경기에서 보이는 구성원 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분명 리더는 있지만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결승점을 바라보고 있고 그렇기에 필요한 때 누구든 팀 전체를 위한 의견 제시 및 의사결정을 감행할 수 있다. 조정 경기와 래프팅 경기 중 어느 경기에서 리더의 질책이 더 잦겠는가? 아무래도 파트너십일 때보다는 멤버십으로 인식될 경우가 더 높을 것이다. 따라서 질책 풍토를 바꾸려면 조직 내 관계에 대한 인식을 멤버십에서 파트너십으로 옮기는 것이 먼저다.

조직활성화의 본질은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이해

“사람을 아는 만큼 기업은 더 효과적이 될 수 있다.”
-맥그리거

“인간 욕구를 경영하라.”
- 매슬로

“인간의 행동 변화는 동기와 환경의 함수다.”
- 르윈

이 석학들이 건네주는 말이 가지는 함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일 CEO들이 비즈니스, 기술 혁신이란 톱니 갈기만 알 뿐 사람과 조직에 대해 무지해 어디에, 어떤 기름칠을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지난 2012년 구글은 심리학, 사회학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4년이 넘는 기간을 들여 200명 이상의 구성원을 인터뷰하고 180개 이상의 팀을 분석하는 노력을 투입했다. 목적은 고성과 팀을 만드는 DNA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구글의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전문가들은 모두 인간 심리 및 조직 이슈 전공자였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고성과 팀을 평가한다면 아무래도 기술적 직무 역량에 비중을 둘 듯한데 정작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은 초대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의 관찰을 통해 고성과 팀의 특성이 개개인의 기술적 직무 능력보다는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명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로 불렸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입증한다는 취지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결국 고성과 팀빌딩을 만드는 고품질 상호작용 드라이버 5가지를 찾아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 ‘상호 간 믿음’ ‘명확한 목적 공유와 이에 따른 R&R’ ‘일에 대한 의미 부여’, 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선한 영향력에 대한 확신’이었다.

20세기 경영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표현을 창안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다른 물적 자원 및 자본 자원과 같은 차원으로 간주되면서 소외돼 왔던 기업 속 인간이 제 위치로 격상됐다. 그 덕분에 19세기 기업 속 인간보다는 20세기 기업 속 인간이 더 생기 넘쳤다. 하지만 21세기는 환경의 복잡성이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졌다. 따라서 이런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그만큼 더 큰 생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제 이 HR란 표현도 또다시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HR는 ‘Human Revitalization’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 조직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Gowing, M. K., Kraft, J. D., & Quick, J. C. (1998). A conceptual framework for coping with the new organizational reality. In M. K. Gowing, J. D. Kraft, & J. C. Quick (Eds.), The new organizational reality: Downsizing, restructuring, and revitalization,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pp. 259–268.
2. Bennis WG. (1966). Organizational Revitalization.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9(1):51-60.
3. Elena Lytkina Botelho, Kim Rosenkoetter Powell, Stephen Kincaid, and Dina Wang. What Sets Successful CEOs Apart. HBR. May–June 2017.
4. Christoph-Friedrich von Braun. (1990). The Acceleration Trap. Sloan Management Review; Cambridge Vol. 32(1): 49.
5. Mark Granovetter. (2005). The Impact of Social Structure on Economic Outcome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19(1):33–50.
6. Ma, Dali. (2015). Social Belonging and Economic Action: Affection-based Social Circles in the Creation of Private Entrepreneurship. Social Forces 94: 87-114.
7. Quy Huy and Andrew Shipilov. (2012). The Key to Social Media Success Within Organization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Vol.54(1):72-82.


박정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soulpark77@hyundai.com
필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최근 발표한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 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특허청으로부터 ‘지식근로자 일터학습민첩성 진단 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받았다. 저서로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한국경제,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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