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억만장자(재산 1조 원 이상) 보유 국가 톱10’에 아시아 국가가 무려 4개나 포함됐다. 인도·중국·홍콩·일본이 바로 그들이다. 또 전 세계 억만장자 숫자는 지난해 대비 226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 이상이 아시아에서 탄생했다. 이는 아시아 경제의 약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통계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보험 회사와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회사는 물론 아시아 시장의 획기적인 성장 기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아시아 전략을 짠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같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도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의 차이가 너무 커 국가별로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시장 규모는 중국의 6배에 이르지만, 일본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아 더 이상 성장의 기회가 크지 않아 보인다. 말레이시아도 현재 시장 규모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비슷하지만 소득 대비 보험 가입률은 두 배 이상 높은 상태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아시아의 국가별 매출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2006년까지 13년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을 지낸 빌 에모트는 자신의 저서 ‘Rivals: How the power struggle between China, India, and Japan will shape our next decade’를 통해 이처럼 아시아에서 국가별 성장 패턴과 특성이 현저히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책의 제목 ‘라이벌’이 암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아시아의 발전 양상은 중국·인도·일본 등 주요 강국 간의 협조 체제보다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주요 강국, 협조보다 경쟁
에모트는 그 이유로 우선 아시아란 지역 자체가 미주(美洲)나 유럽과 같이 지리적·역사적 동질성을 띠지않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태생적으로 공통점이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호주·한국·인도를 비교하면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으로 ‘날아가는 기러기(flying geese·雁行)’ 이론의 실효성이 상실됐다는 데 있다. 1960년대 일본에서 주창한 이 이론은 ‘일본은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의 선두이며, 다른 국가들은 일본의 발전 패턴을 답습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장난감 제조업이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온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의 발전 패턴은 과거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이제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유사한 발전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은 오늘날의 글로벌화한 경제 체제와 해외 진출(자원 및 시장 확보를 위한)의 불가피성을 고려할 때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인도·일본의 이해관계는 필연적으로 어디에선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일본 인도 - 3국의 강약점
그렇다면 누가 이런 경쟁 구도의 승자가 될 것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여기서 어느 한 나라의 압승을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각 국의 강약점에 대한 분석은 아시아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시사점을 보여 준다.
1. 중국
중국의 성장 동력은 GDP 대비 40%에 이르는 엄청난 투자와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국내 시장 규모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최근 중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의 엄청난 손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산 가격의 인플레 현상이 첫 번째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수출 확대를 위한 인위적 환율 정책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정책을 꼽았다. 이처럼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관치 금융이 동원되고, 원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경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서만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며, 그 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