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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현실, 古典의 샘으로 시원하게…창조적 상상력을 얻기 위해서는

서진영 | 13호 (2008년 7월 Issue 2)
인문학자 정진홍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창조적 상상력을 체득하는 세 가지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첫 번째 몰입의 즐거움을 배워야 한다. 두 번째 30대 70의 원칙, 이는 자기 시간의 30%는 실질적인 업무에 쏟되 나머지 70%는 재충전과 여가 또는 남들 눈에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세 번째는 400년 이상 된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최근 나온 책들과 자료를 읽는 경쟁자는 많다. 하지만 400년 이상 된 고전을 읽는 경영자는 여간해서 드물다.
 
이번에 소개할 ‘천년의 경영지혜’(천위펑·쉬진 저, 허유영 역, 휘즈프레스, 2007)는 큰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중국 고전과 현대의 경영을 접목해 지혜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고사에서 얻을 수 있는 마케팅과 인사관리, 기업이미지 분야의 지혜를 이번 서평에서 살펴본다.
 
발상의 전환이 마케팅 성패 좌우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송나라에 세탁업을 하며 살아오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동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매우 좋은 약을 만들어 빨래를 할 때마다 손에 발랐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가 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금 100냥을 줄 테니 그 약방문(藥方文)을 팔라고 했다. 그 사람은 매우 기뻐하며 약방문을 팔았다.
 
그에게서 약방문을 사들인 남자는 이것을 오나라 왕에게 바쳤다. 그 해 겨울 오나라와 월나라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 오나라 왕은 그 남자가 바친 약방문으로 만든 약을 병사들에게 나눠줬고, 그 결과 오나라 군대는 동상에 걸리지 않았지만 월나라 군대는 동상에 걸려 전쟁에 패했다. 오나라 왕은 기뻐하며 그 남자에게 넓은 땅을 하사했다.
 
똑같은 약방문으로 한 사람은 겨우 100냥의 수익을 만들어 냈지만, 또 다른 사람은 왕으로부터 넓은 땅을 받아냈다. 시장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큰 수익을 만든 것이다.
 
스님에게 빗 판매- 블루오션 개척
현대적인 고사 ‘스님에게 빗을 판 이야기’를 보면서 발상의 전환이 마케팅의 성패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살펴보자.
 
한 회사에서 마케팅 이사를 스카우트하기로 했다. 채용 담당자는 유능한 인재를 고르기 위해 지원자들에게 ‘열흘 동안 스님에게 빗을 팔라’는 수행 과제를 제시했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스님에게 어떻게 빗을 팔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팔았을까? 수행 과제를 받은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황당해하며 자리를 떴다. 결국 3명의 지원자가 남았다. 열흘이 지나고, 지원자들이 모이자 채용 담당자가 물었다. “모두 몇 개를 파셨습니까?”
 
첫 번째 지원자가 대답했다.
저는 빗 한 개를 팔았습니다. 절에 가서 스님들께 빗을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빗을 사라고 설득했지만, 욕만 잔뜩 먹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머리가 가려워 긁고 있는 동승을 만나 머리빗을 건네며 긁어보라고 하자, 동승이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빗 하나를 샀습니다.”
 
두 번째 지원자가 대답했다.
저는 열 개를 팔았습니다. 아주 유명한 절에 갔는데 절에 가는 길에 바람이 세게 불어 절을 찾은 신도들의 머리가 바람에 날려 헝클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그 절의 주지스님을 찾아가 헝클어진 머리로 불공을 드리는 것은 부처님에 대한 불경이니, 신도들을 위해 불전마다 머리빗을 비치해 놓고 신도들이 향을 올리기 전에 머리를 단정히 빗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냐고 제안했습니다. 주지스님이 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머리빗을 열 개 샀습니다. 그 절에 불당이 열 채였거든요.”
 
세 번째 지원자가 대답했다.
저는 1000개를 팔았습니다. 유명한 고찰에 가서 주지스님에게 머리빗에 ‘선행 빗’이라고 직접 써서 절을 찾는 신도들에게 기념으로 선물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자, 주지스님이 매우 기뻐하며 빗 1000개를 샀습니다. 그 후 절에서 머리빗을 나누어 준다는 소문에 더 많은 신도들이 그 절을 찾아오자, 스님은 제게 고맙다고 인사도 하더군요.”
 
이렇게 머리 한 올 없는 스님에게도 1000개의 빗을 팔 수 있는 힘은 발상의 전환이다. 마지막 지원자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마케터다. 즉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스님에게 빗을 판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방법을 생각하면 대량 판매도 가능하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진 오늘날 새로 시장을 창조하는 사람,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사람은 ‘장자’의 이야기에서 발상의 전환의 지혜를 배운 사람이다.
   
 
한 고조 유방의 승리 원인- 인재의 적재적소 기용
다음으로 한 고조 유방에게서 인재론을 배워 보자. 한 고조 유방은 경쟁자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보다 출신이 비천하고 문재(文才)와 무략(武略)이 평범했지만 결국 패업을 달성하고 천하를 발아래 호령했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군영의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 전장에서 승리를 얻는 능력에 있어서 나는 장량(張良)에 미치지 못한다.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능력에 있어서 나는 소하(蕭何)에게 미치지 못한다. 백만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여 승리를 거두고, 적의 진영을 공격해 반드시 함락시키는 점에서 나는 한신(韓信)에게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나를 능가하는 천하의 인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 사람을 적절하게 기용할 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은 단 하나의 이유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리더가 되면 모든 것이 변한다. 리더가 되기 전의 성공은 당신 한 사람에 국한된 개념이다. 맡은 영역에서 당신이 보여 주는 실적과 문제 해결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일단 리더가 되면 그 사람의 성공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의 진정한 성공은 그 사람이 어떤 성과를 이뤘느냐가 아니라 그가 이끄는 팀이 어떤 성과를 냈느냐에 달려 있다.”
 
장기는 각각의 장기 알에 정해진 행동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장기 알이 아니라 장기를 두는 사람이다. 기업의 미래는 리더가 어떻게 조직원들을 아우르느냐에 달려 있다. 유방에게서 우리는 인재론의 지혜를 배운다.
 
버드나무 심기와 기업 이미지
마지막으로 ‘한비자’ 설림상 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버드나무는 뿌리가 잘 내리는 나무로 세워서 심든 눕혀서 심든 뿌리가 나고, 가지를 꺾어다가 아무렇게나 땅에 꽂아놓아도 잘 산다. 하지만 열 사람이 버드나무를 심는다 해도 한 사람이 뒤따르며 뽑아내면 한 그루도 살아남지 못한다. 나무를 뽑기는 쉬우나 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자. 기업이 소비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나 제품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 가능한 일이다. 이미지는 한 명의 잘못된 직원에 의해서도 쉽게 추락할 수 있다.
 
나무를 뽑는 것은 쉽지만 나무를 심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든 큰 기업을 경영하든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짧지만 고전에서 배우는 현대 경영지혜를 정리해 봤다. 기업의 경영자라면 우선 시야를 넓히고, 사물을 다각도에서 고려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세상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단편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며,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봐야 하는 것이 고전이다.
 
아무리 급하게 변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선조들의 지혜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도 틀림없이 적용된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제자백가의 지혜를 배우길 원한다면 이 책 ‘천년의 경영지혜’를 꼭 한번 읽어 보길 바란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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