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
오가타 겐스케 지음/ 리더스북/ 1만1800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형 은행에 들어갔다.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수도권 외곽에 있는 어느 지점에 배치됐다. 존경할 만한 상사와 함께 근무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좋은 평가 받으며 성공해야지…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출근을 했다. 동시에 장밋빛 계획이 무참하게 깨지기 시작했다. 지점장, 부지점장, 직속 상사인 과장 모두 막연히 그려왔던 ‘이상적인 상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일,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놓게. 위에 제출해야 하거든.” 직속 상사가 퇴근 무렵 갑자기 지시를 내렸다. ‘내일 아침까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하고 답했다. ‘어렵게 들어왔잖아.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집에 가서 밤새워 일할 각오를 하고 짐을 싸는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던 부지점장이 툭 제안을 던졌다. “오늘 한 잔 할까? 갈 수 있지?” ‘헉! 농담이야, 진담이야? 나를 골탕 먹이고 싶은 건가? 아니면 서류를 내일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술자리에 따라갔다. 상사들이 술 마시며 내뱉는 시답잖은 소리를 들으며 뼛속까지 취했다. 결국 다음날 아침까지 서류를 마무리하지 못해 과장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저자의 경험담이다. 이후에도 이해하기 힘든 날들은 계속됐다.
누구나 ‘좋은 상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란 어떤 사람일까? 조사에 따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상사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켜봐주는 상사 △할 일을 명확히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상사 등이 이상적인 상사로 꼽힌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상사에게 부모의 역할까지 기대하지 마라. 상사는 상사일 뿐 부모도 선생님도 아니다”라고. 그리고 강조한다. “상사에게 기대하지 마라. 그보다는 상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하라.”
누구도 상사를 선택할 수 없다. 아무리 불평하고 괴로워 해봐야 상사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상적인 상사’가 현실에 존재할 리는 더더욱 없다. 부하직원이 상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빠르다. 아무리 능력 없는 상사라도 그 상사를 보필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게다가 아무리 싫어하고 무시하고 험담을 늘어놓더라도 나의 근무를 평가하는 사람은 결국 그다. 적대시하거나 미워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사람은 결국 나라는 의미다. 부하직원은 막연히 상사에게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사에게 지나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사는 나를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해보자. 상사는 상사가 아니라 일을 주고 근무상황을 평가하는 ‘최대 고객’이다. 고객에게 일을 배우려는 영업사원은 없다. 모르는 것은 스스로 찾아가며 배우는 것이다. 고객에게 그러하듯 상사에게도 “알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대답한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선배가 담담하게 풀어놓는 직장 내 생리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상사와의 관계에서의 처신법뿐 아니라 자신만의 강점을 찾는 법, 투잡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회사에서 자아를 찾지 마라 등 험난하게만 느껴지는 직장 생활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된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은 물론 직장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 모든 직장인들이 읽어볼 만하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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