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발경영
이장우 지음/ 21세기 북스/ 1만6000원
매우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실패한 원인과 이후 전개된 정보화 시대에 기업들이 성공한 원인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오너 경영, 가업 승계, 다각화가 대표적이다.
총수의 독단에 의존하는 오너 경영, 무리한 자금 투자를 전제로 하는 다각화, 위험을 분산하지 않고 자기 책임 아래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수직 계열화 등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 대기업들의 집단 도산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0여 년간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도 오너 경영과 가족주의, 수직적 계열화, 다각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오너 경영, 다각화, 수직 계열화, 가업 승계 등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성공과 실패 모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았다. 흔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전근대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로 앞에서 지적한 요인들이 꼽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전근대성은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결함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뿌리를 내린 존재 양식이자 한국식 기업 경영의 본질적 요소로 봐야 할 것이다. 비록 서구적 관점이나 이론의 틀에서 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될 수 있으나 이것을 포기하면 경쟁력의 기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가진 역사와 본질, 정체성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특히 본질을 강화할수록 구조적 결함이 동시에 커지면서 21세기 경영환경의 위기와 기회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저자는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돌파하고 기회를 획득하는 데 지금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그것의 실체를 ‘창발경영’으로 진단한다. 이는 지금까지 주력해 온 속도경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개개의 기업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 전체가 적극 나서야 할 대대적인 혁신의 본체다.
창발경영이란 뜻과 비전을 세워 이를 실천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반복적 활동으로 때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스스로 존재 이유와 뜻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세상의 변화에 일방적으로 따라가거나 휩쓸리지 않고 정체성을 굳게 유지해야 한다. 기회를 기다리며 과업을 반복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최대한 주위 변화의 방향을 주시하면서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잡아 새로운 것을 창조적으로 제안한다.
네이버에서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창업 때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에 대한 열정과 비전에 기반을 뒀다. 2006년 첫눈이라는 회사를 인수하고 이 팀을 중심으로 2007년 일본에 도전했다. 일본 검색 시장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며 시장 참여자로 뛰어들었지만 4년이 지나도록 성과는 전무에 가까웠다. 시간이 가면서 모두 지쳐갔고 위기의식이 확산됐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고, 이때 네이버는 전화보다 스마트폰 메신저가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신속하게 포착했다. 개발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라인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용과 피처폰용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3개 버전을 동시에 출시했다. 이해진 의장은 “가족을 귀국시킨 직원들과 두려움 속에서 밤을 새우며 만든 것이 라인이다. 라인 사업으로부터 직원들의 마지막 절박감, 혼이 담긴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이번에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나도 잘렸을지 모른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여러 우발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야말로 창발경영”이라며 ‘하면 된다’와 ‘빨리빨리’에 이어 한국의 새로운 성공 DNA로 장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마스터풀 코칭
로버트 하그로브 지음
쌤앤파커스
1만9000원
코치가 주목받는 시대다. 주말마다 펼쳐지는 TV 오디션에서 우리는 후보자의 코치가 누군지에 관심을 갖는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타이거 우즈뿐 아니라 그의 코치의 동정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마스터풀 코칭’이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세계 1000대 기업 CEO 및 최고경영진과 함께 일하고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과 하버드 리더십 리서치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쌓은 코칭 노하우를 집약해 만들어낸 방법이다. 코치들은 물론 코칭을 필요로 하는 리더들이 관심 가질 만하다.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혼란을 기회로 바꿀까
오리 브래프먼·주다 폴락 지음
부키
1만3800원
불확실성, 경쟁, 혼란. 피하고 싶지만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필요악이다. 저자들은 특히 혼란에 초점을 맞췄다. 1348년 흑사병이 돌면서 혼란에 빠졌던 유럽은 이후 르네상스 시대로 도약했고, 2차 대전 이후 혼란에 빠진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하며 학교에 연구소를 만든 스탠퍼드대 학장 프레더릭 터먼 덕분에 혁신의 온상 실리콘밸리가 태동했다. 저자는 체계화와 최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혁신성과 창조성이 사라진다며 이른바 ‘혼란의 3대 요소’인 ‘여백’ ‘이단아’ ‘우연’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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