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저블 이펙트

145호 (2014년 1월 Issue 2)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유명한 미국 프로그(Frog)의 디자이너인 로버트 패브리컨트는창의는 우리 사이에 있는 것(Creativity is between us)”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창의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not within us) 너와 나 사이에 있다는 의미다.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는 창의가 될 수 없으며 밖으로 끄집어내서 상대와 나누고 교류할 때 비로소 창의가 싹트기 시작한다.

 

단편적인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해 한 단계 점프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치실은 본래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의 찌꺼기를 빼거나 치석을 닦는 데 쓰기 위해 만든 의료용 실이다. 하지만 치실의 발명이 곧장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치실 자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기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끊어 쓰기였다. 칼이 달린 통에 치실을 넣어서 원하는 만큼 쓰게 하자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치실을 발명한 사람이 아닌 치실을 통에 담아 끊어 쓰도록 만든 사람이 사업적 성과를 얻었다.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가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결합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공개와 공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개인이 머리에 담아두고 있는 아이디어를 과감히 공개하고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공유할 때 비로소 혁신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구글이 사무실을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 나오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글의 미국 콜로라도 주 사무실에는 암벽 등반 시설이, 네덜란드 사무실에는 자전거 길이, 스위스 취리히 사무실에는 미끄럼틀이 놓여 있다. 무조건 편하고 놀기 좋은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가진 분명한 원칙은 직원들이 자주 마주치도록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자주 만나면 대화가 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구글은 여성 개발자들의 사소한 수다도 장려한다. 아이디어 개발을 돕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혁신은 그것이 혁신인지 모르면서도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저자는 혁신을 비행기가 나는 과정에 비유한다. 비행기가 상승할 때 소모하는 연료의 양은 지상에서 이동하거나 하강 단계와 비교해 9배나 많다. 공중에서 운항할 때와 비교해도 2.3배에 달한다. 즉 단순히 바닥을 구르면서 상승할 기회를 엿보는 그 시간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가장 많다. 투자 대비 성과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 구간은 에너지만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구간이다. 하지만 이 구간이 없으면 이륙도, 운항도 불가능하다. 이 구간이 바로 혁신이다. 아무 소득이 없어도 에너지를 집중 투입해야 하는 기간, 기체를 띄우기 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구간이다. 2008 2분기 애플이 꼭 이랬다. 아이폰의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지던 때였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그동안의 아이폰에 대한 평가도 그저 그랬다. 이 시점에 애플은 자원을 과감히 투자해 차기작을 선보였고 이는 애플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반열에 들게 했다.

 

혁신, 즉 혼돈에서 질서의 세계로 이동할 때 핵심은 공개와 공유다. 각자 가진 정보와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데 주력하라. 가급적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 생각을 꺼내서 공유하는 순간, 발상의 전환과 획기적인 창의, 괄목할 만한 혁신이 시작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을 보자. 중국 기업은 89, 우리나라는 14개다. 중국은 2009년 대비 2배로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5년째 제자리다. 실상은 이런데 중국 기업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베끼기 급급한 디자인, 조악한 품질, 들어보지도 못한 브랜드아니,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기업은 더 이상 등 뒤에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중국 기업을 제대로 알고 전력을 다해 상대해야 할 때다. 차이나모바일, 시노펙, 바이두, 화웨이, 하이얼 등 중국 각 산업을 대표하는 일등 기업 13개가 뽑혔다. 해당 기업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입체적이면서도 다각적인 분석이 실렸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파느냐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세일즈맨이다. 물건은 넘치고 유행은 변하며 경쟁은 치열하다. 세일즈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정직함을 보여라. 오늘날 진정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매동기를 부여하라. 고객이 이 물건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라. 그 다음이 설득이다. 비로소 물건을 파는 단계다. 정직한 세일즈맨을 만난 고객은 구매동기를 통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으며 즐거이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기억하라, 물건이 아니라 진심이 먼저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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