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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감정이다 外

최한나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2010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롯데자이언츠와 이대호 선수 사이에 연봉 협상이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이대호 선수는 전년 연봉인 39000만 원에서 80% 오른 7억 원을 요구했다. 2010년 이 선수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시즌 MVP도 거머쥐었다. 그가 제시한 7억 원은 현역 선수가 받는 최고의 금액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는자존심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고민하던 구단은 ‘NO’로 답했다. 이대호 선수의 성적이 우수하기는 했지만 그해 롯데는 우승팀이 아니었다. 이 선수의 실책이 많아서 고과 등급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한참 대립하던 양측은 결국 KBO 연봉조정위원회에 판단을 맡겼다. KBO는 구단의 손을 들었다. 결국 이듬해 이 선수의 연봉은 63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2011년 시즌 후 이대호 선수는 FA 자격을 얻었다. 자유의 몸이 된 이 선수는 일본 오릭스로 이적을 결정한다. 만약 롯데가 조금 다른 협상법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롯데를 떠나서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것은 야구하면서 생각 안 해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말하던 이 선수를 롯데에서 좀 더 뛰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1930년 프린스턴대의 플렉스너 원장이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영입하려고 시도할 때의 일이다. 플렉스너 원장은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세계 곳곳의 유명 학자 섭외에 나섰다. 아인슈타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원장이 편지를 보냈다. “연봉을 얼마나 드리면 저희 학교로 오시겠습니까?” 당시 독일에 머무르던 아인슈타인은 3000달러를 내걸었다. 답장을 받고 잠시 고민하던 플렉스너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1만 달러 드리겠습니다.” 협상은 당연히 타결됐고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대에 부임했다.

 

플렉스너 원장이 제안한 연봉은 아인슈타인이 원한 것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시 미국 교수들의 평균 연봉인 7000달러보다도 훨씬 많았다. 말도 안 되는 협상인가? 아니다. 오히려 진짜 성공한 협상이다. 플렉스너 원장은 1만 달러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사버렸다.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에서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자 하버드, 예일 등 미국 유수의 명문 대학들이 앞 다퉈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프린스턴을 떠나지 않았다.

 

7000만 원을 아낀 롯데는 바로 다음 해 이대호 선수를 일본에 내줘야 했지만 7000달러를 더 쓴 프린스턴대는 아인슈타인을 평생 머물게 할 수 있었다. 7000만 원을 아낀 협상과 7000달러를 낭비한 협상, 과연 어느 쪽이 성공한 협상인가?

 

우리는 많은 순간 협상을 한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필연적으로 협상이 벌어진다. 협상은 누구와 하는가? 사람과 한다. 비즈니스 협상이든, 외교 협상이든, 인질 협상이든 대답은 동일하다. 협상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사람이 아닌 조건과 협상한다고 착각하곤 한다. 협상의 본질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궁극적인 목적을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가치 창출에 둘 수 있다. 이제까지의 협상이 일정한 파이 안에서 내 것을 최대한 많이 챙기기 위한 것(분배적 협상)이나 경제적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한 것(통합적 협상)이었다면 지금은 상대의 감정과 인식을 건드려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가치 중심의 협상)이 돼야 한다.

 

오늘날 협상은 더 이상 테크닉이 아니다. 서로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알고 그 접점을 찾아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협상의 진정한 목적이자 전략이다. 저자들은 제로섬 게임과 단순한 윈윈에서 벗어나 한층 차원 높은 협상을 구사하라고 조언한다. 원하는 것을 무작정 많이 얻기보다는 현명하게 얻어야 만족도를 더 크게 키워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일터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고백한다. 맨손으로 교세라를 창업했고 손대는 기업마다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며 평생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는 그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사라져버리고 싶던 순간이, 낯선 시도를 앞에 두고 두려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 그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을까.

  

겸손은 상식이다. 우리 중 누구도 모든 면에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겸손은 필수다. 문제는 나이를 먹고 상석으로 올라갈수록 이 점을 까먹기 쉽다는 점이다. 저자는 겸손이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겸손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리더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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