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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경영시대

최한나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이 늘기는 했다. 각종 고시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대학 진학률은 이미 남성을 넘어섰으며 급기야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정말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된 걸까.

 

사실 학계에는여성 리더십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다. 어떤 리더가 기업 경영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여성이라서 지니는 어떤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저 탁월한 리더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남보다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성이든 여성이든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아야 할 덕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성 리더십을 찾고 싶어 한다. 마치 랜덤 워크(random walk)로 움직이는 주가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려는 열망이 착시(optical illusion)를 부르는 것처럼 성공한 여성 CEO에게는 여성으로서 본질적으로 타고난 어떤 점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여성이 CEO로 발돋움해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여성 리더십이라고 이름 붙여진 어떤 특성보다는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직간접적 장애물이 해소돼야 한다. 출산과 육아, 가사 등 으레 제기되는 문제들 외에도 전통적인 기업 구조나 문화, 지배적인 관념과 뿌리 깊은 남녀 간 사회적 역할 등이 그 대상이다. 다시 말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경쟁하고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 자리까지 목표로 할 수 있으려면 여성 개인의 노력은 물론 기업과 가정, 사회의 패러다임이 다 함께 달라져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의 타깃은 가족기업이다. 은퇴할 때가 된 CEO는 대개 자연스럽게 아들을 후계자로 지목한다. 아들이 사업에 관심이 없거나 딸의 수완이 더 좋을 때도 그렇다. 많은 딸들은 회의적인 눈빛으로 지켜보는 아버지에게 기업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 갈 의사와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직원들과의 관계도 풀어가야 한다. 결혼 이후는 더 고달프다.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엄마의 역할은 아빠보다 더 크게 규정된다. 결국 가족기업에서 후계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오늘날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든 여성 근로자의 상황과 맞물린다. 대학 졸업자 비율로는 남학생과 거의 차이가 없고 학업 성취도는 오히려 훨씬 우수한 데도 취업률이나 경제활동 참가율, 임원 진급률 등에서 여성 비율이 수직 낙하하는 현상과도 이유를 같이한다. 대다수 여성은 여전히 CEO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도 않는다. 입사 성적이 우수했던 여성 직원들은 조율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익힐 기회를 갖지 못하고 관리자로서 입지를 다지기도 전에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

 

무조건 여성을 CEO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여성 인력을 무시해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별 구분 없이 확보 가능한 모든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딸을 배제하고 아들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 흐름에 적합한 인재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각광받는 많은 비즈니스들은 이미여성 리더십으로 이름 붙여 규정되는 여성의 어떤 특성들을 필요로 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방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180도 바꿨다. 한때는 기업의 부정행위가 지극히 예외적인 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기업이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일을 예사로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 저자는 대중이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이유가 기업 내부에 있다고 보고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인문학으로서의 경영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역사적으로 모방은 널리 권장되던 행위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암기와 모사 등 모방하는 훈련이 권장됐고 불가에서는사경(寫經)’이라고 해서 경전을 베끼는 것이 수행의 하나였다. 천재 화가 피카소에게는 동료 화가들이피카소가 자꾸 작품을 베껴가서 미치겠다고 불평할 정도로 타인의 작품을 베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물론 막무가내로 베끼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제대로 베끼려면, 그래서 혁신과 재창조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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