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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망론外

최한나 | 97호 (2012년 1월 Issue 2)


2011년 8월 초, 사상 초유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전 세계 패권을 쥐고 자타공인 1등 국 지위를 누리던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미국 신용등급이 낮아진 것은 신용평가사가 세워진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든 사건이었다. 영원히 1등일 것으로 믿고 으스대던 미국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거렸다. 미국이 더 이상 기존의 기득권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론까지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냉혹했다.
 
미국이 망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적어도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는 심심찮게 미국 쇠망론이 흘러나온다. 세계 다른 어느 곳 아닌 미국 내부에서 그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저자는 최근 미국에서 관찰되는 패망의 조짐이 이미 냉전 종식 직후부터 싹트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금융위기는 도화선일 뿐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전 세계가 둘로 나뉘어 대립하던 상황이 끝나고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미국식(American style)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대륙을 개척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꽃피웠던 열정과 도전의식이 휘발돼 버렸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처해 있는 각종 문제들이 신랄하게 파헤쳐진다.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며 제대로 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소득에 비해 과도한 씀씀이,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게으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은 ‘더욱 미국다워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을 대체할 만한 최대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대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중국은 자유의 결핍과 창조성을 억누르는 교육체계, 부패, 공해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값싼 노동력과 낮은 금리를 동원하는 능력, 다른 국가의 혁신을 모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더 높은 수준으로의 발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미국이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은 금융위기나 중국이 아닌 미국 내부에서 찾아야 하며 미국 고유의 기운을 회복하는 것만이 위기에 빠진 현재의 미국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펼쳐진다. 저자는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은 비관적이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크다”며 누구보다 강하게 미국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드러낸다. 그리고 미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세계 일류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열렬히 응원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두부는 대표적인 저가 상품이다. 일본에는 “두부 주제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싸고 흔한 두부에 빗대 대상을 낮춰 부를 때 쓰인다. 그런데 기존 상식을 뒤엎은 고급 두부가 나왔다. 3모에 100엔(약 1500원)일 정도로 박리다매에 초점을 두던 기존 두부와의 차별성을 선포하며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진하고 고소한 두유, 부드러운 식감, 독특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결과는 대성공. ‘오코토마에 두부’는 1모에 300엔이라는 가격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부가 그게 그거지, 뭐 별 거 있나”라며 냉소하던 소비자들이 일부러 매장에 들러 오코토마에 두부를 찾을 정도다. 하루에도 수만 엔씩 하수구에 버리면서 실패의 경험을 쌓아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한 덕이다.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오코토마에 두부의 성공 비결이 공개된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에 일어난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3시. 그때부터 꼬박 6∼7시간 동안 과도 하나를 들고 곳곳을 누비며 온갖 과일을 찔러본다. 마치 제집처럼 아무 도매상에나 성큼 들어가 수박을 반으로 쪼개고 사과 상자를 헤집는다. 몇 십 군데 도매점을 돌아다니며 과일을 가르는 족족 한 조각씩 먹다 보면 어느 새 목구멍까지 신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대충 맛있어서는 안 된다. 확실하게 이 맛이다 싶지 않으면 결코 구매하지 않는다. 깐깐하게 고른 과일들은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담보하는 최고의 무기가 된다. 서울 대치동에서 첫판을 벌인 이후 논현, 도곡, 신사 등 강남 주요 일대를 점령한 ‘총각네 야채가게’ 주인공 이영석의 얘기다. 그가 몸소 깨닫고 실천한 마케팅의 원리들이 생생한 일화들에 실려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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