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싱싱한 어시장의 생존법

50호 (2010년 2월 Issue 1)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 시장은 아마 부산 자갈치 시장일 것이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 시장은? 미국에서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떠올린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Fish)>이라는 책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안의 34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성공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인 존 요코하마를 비롯한 몇몇 생선 장수들이 새 책 <How? 물고기 날다>를 펴냈다. 이 책은 존 요코하마가 죽어가는 일터를 생동감 있는 직장으로 바꾼 방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비전으로 조직을 활성화하라’고 말한다.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일까?
 
생선 가게의 독재자에서 비전가로
존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시애틀로 건너온 이민자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지냈고, 시애틀의 일본인 집단 거주지에서 열등감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스스로를 더럽고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며 겁내곤 했다.
 
이렇게 자란 존 요코하마는 1960년에 시애틀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라는 이름의 생선 가게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25세 때 이전 사장이 사업을 못할 처지가 되자 단순히 자동차 할부금이나 갚을 목적으로 그 가게를 인수했다.
 
그 후 20년 동안 존 요코하마는 독재자처럼 가게를 운영했다. 그가 추구한 유일한 경영 방식은 ‘완벽함’을 가장한 ‘닦달’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또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도매업에 진출했으나 크게 실패해 파산 위기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의 방식에 지친 그에게 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인성 계발 강좌를 등록하고 경영 컨설턴트인 짐을 소개받은 것이다.
 
짐은 생선 가게 사장인 요코하마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컨설팅을 했다. 짐은 이곳에 오자마자 모든 직원들에게 ‘임파워먼트(empowerment)’ 시간을 가지며 원대한 꿈과 비전, 그리고 희망을 품으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 나온 비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선 가게가 되자는 것이었다. 몇 명은 비웃었지만, 진지한 토론 끝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마음을 모았다. 요코하마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직원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회사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니 말이다.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비전 수립은 정말 놀라운 몰입과 실행력을 가져온다.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3가지 방법
‘세계적으로 유명한’이라는 말은 강력한 목적이 되어 직원들을 사로잡았다. 저자는 다음 3가지 비전 실행 방법을 통해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첫째, 헌신적 몰입과 협력하는 팀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존 요코하마는 2주에 한 번씩 직원들과 함께 비전을 논의하고, 동참을 권유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한 헌신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2주마다 모임을 갖기란 쉽지 않지만, ‘비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에도 그들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알린다. 그리고 직원 모임에 참석해서 신입 직원들 스스로 차이를 만드는 능력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길 바랐다. 이러한 공유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몰입과 협력을 만들어갔다.
 
둘째, ‘하기’와 ‘되기’를 구분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사업 철학은 여정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행동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는 이것을 ‘실천하기(doing)’와 ‘되기(be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되기’는 특정 순간에 우리가 지향하는 ‘목적’을 분명히 보여주는 행동이다. ‘되기’가 비전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는 문제라면, ‘하기’는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되는가 하는 문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 즉 ‘되고’ 싶은 ‘존재(being)’의 본질적 모습은 ‘되기’에 나타난다. 그리고 ‘되고’ 싶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는 ‘하기’에 나타난다.
 
우리가 고객의 삶에 헌신하기 위해 일할 때 우리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가정과 다양한 공동체에서도 적용되는 성공의 원칙이다. 자신의 목표, 즉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확실하게 공유하라. 그리고 실행하라. 그럼 조직이 바뀔 것이다.
 
셋째, 경청으로 고객 서비스를 하라.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직원들은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이 차이를 만들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고객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고객을 수단이 아닌 비전과 헌신의 목표로 생각해야 한다. 이때 누군가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가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경청하는 것이며, 그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서비스의 시작이다. 과연 우리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고객을 관찰하고 있는가? 고객을 관찰하면 돈이 보인다!
 
비전 몰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하기보다 되기, 고객 경청, 이 3가지가 세계적인 수산 시장을 만들어낸 비결이다. 하지만 이 3가지만 해서는 따라잡기만 할 뿐 앞설 수는 없다. 이 책의 역자인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성공에 대해 몇 가지 해석을 덧붙인다.
 
첫째, 주인 정신과 긍정적 삶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스스로 긍정하는 ‘자긍심’이 높아야 한다. ‘긍정’하면 ‘걱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서 ‘열정’의 샘물이 솟아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주인만이 세상을 자기 주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둘째, 코칭이다. ‘코칭(coaching)’은 상대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상대방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카운슬링(counseling)’이다. 답은 내가 갖고 있지 않고 상대가 갖고 있다. 현재 구성원이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대안을 찾아보면 쉽게 문제 해결의 단서를 잡을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비전의 힘과 이를 통한 조직 활성화 방법론을 배우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물고기도 날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8호 The Rise of Flexitarians 2022년 0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