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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신수정 | 50호 (2010년 2월 Issue 1)

우아함(elegance)이란 무엇일까? 웹스터 뉴월드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대단히 간결하고 날카로우며 창조적인 것. 문제를 해결하는 고상한 해결책으로서, 현명하면서도 단순한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도널드 쿠누스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는 우아함을 이렇게 정의했다. “대칭적이면서, 인상적이고, 여백을 지닌, 즉 E=mc²처럼 간결하면서도 불멸의 고리를 간직한 존재.”
저자는 우아한 아이디어란 차별화된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아한 아이디어는 날카롭고 끈질기게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면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사안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단순하다고 해서 모두 우아한 것은 아니지만 우아한 것은 모두 단순하다.

 

저자는 우아한 아이디어가 되려면 △대칭 △유혹 △생략 △지속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원래 대칭을 추구하는 존재로 대칭을 통해 구조, 질서, 미학에 관한 문제를 풀 수 있다. 유혹은 창조성과 관련되어 있다. 유혹적인 문제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생략이라는 요소는 여백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우아함에 도달하게 한다. 보통 제품, 실적, 시장, 조직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중복, 과부하에 관련된 것이 많다. 지속성이란 반복적이며 지속적인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우아한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사례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영국 보험 회사의 광고,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햄버거 가게의 메뉴판까지 다양하고 기발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비디오 체인 기업인 ‘스타 비디오’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당시 비디오 기계에는 자동 되감기 기능이 없어서 고객들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기 전에 되감아달라고 부탁했다. 감아오는 고객에게는 보너스를, 감아오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는 등의 방법을 써봤지만 항상 3분의 1 정도는 되감겨 있지 않았다. 스타 비디오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단, △되감기는 100% 고객들이 한다 △매장 직원이 되감기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추가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테이프를 모두 되감아오는 고객에게는 무료 대여권을 준다’ ‘되감기를 잘하는 우수 고객의 목록을 작성해 혜택을 제공한다’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중 스타 비디오가 채택한 우아한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고객들에게 테이프를 되감지 말고 그냥 반납하도록 하는 대신 ‘영화를 보기 전에 테이프를 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적힌 조그마한 스티커를 비디오 케이스에 부착한 것. 원래 목표도 고객이 한 차례 직접 테이프를 되감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고객들의 부담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고객 또한 새로운 정책을 환영했다. 테이프를 빌려와 곧바로 되감기 버튼을 누른 뒤 팝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음료수를 준비해 자리로 돌아와 영화를 즐기는 기술을 터득했다.

 

스타 비디오의 우아한 아이디어는 ‘그만두기’ 접근 방식에서 나올 수 있었다. 대개는 주어진 과제에 또다시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함정에 빠져서 먼저 실행하려고 한다. ‘그만두기’ 접근 방식 관점에서 기존 방법이 왜 쓸모가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면 우아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독창적이고 우아한 해결책을 담은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저자는 주인공들이 번뜩이는 통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의 통찰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에서 나왔다. 문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고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우아한 아이디어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세계적 헤드헌팅 회사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저자는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을 비롯해 12명의 각국 CEO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CEO가 되기까지의 경험과 경력, 취임 직후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법, 그들이 회사를 어떻게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를 자세히 파고들어가며 질문했다.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것과 자신이 CEO가 된 뒤 경험한 일화, 그리고 틈틈이 메모해두었던 내용들을 덧붙였다. ‘올바른 CEO의 길에 관한 노트’가 실제 인터뷰와 맞물려 흥미롭게 전개된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즐겨 입는 속옷, 청바지, 샌들, 티셔츠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발견하고, 직접 그것이 생산되는 나라와 공장에 가서 근로자들과 만나기로 결심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 온두라스 등의 공장을 직접 방문해 근로자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세계화의 그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엄격한 설교자이기보다는 세계화의 현장을 안내하는 명쾌한 여행 가이드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만든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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