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은 어두운 갱도에서 광석을 캔다. 그중에는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들도 있다. 보석들은 땅속에 묻혀 있을 때는 잡석과 다를 게 없지만, 땅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다른 돌과 구별된다.
누구나 마음속에 생각의 보석을 지니고 있다. 다만 캐내지 않기 때문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을 캐내어 다이아몬드로 바꾸라고 말한다. 왜 생각해야 하는가?
생각을 캐내라
무엇보다 먼저 ‘힘’의 근원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것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군사력과 경제력이었다. 그동안 정보기술(IT)은 부국강병의 수단으로 쓰이는 사례가 많았다. 지식이나 문화를 목적으로 IT가 사용되는 사례는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식은 앨빈 토플러의 지적대로 경제력이나 군사력의 부수적 요소에서 그 자체로서의 본질로 변했으며, 독자적인 지식의 지배라는 새로운 힘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경제계에서도 문화 자원, 문화 자본과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력은 토지, 공장, 설비 같은 하드웨어 자원보다 지적 능력이나 서비스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보다 ‘기계를 어디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에 더 많은 힘이 실려 있다.
더 나아가 조지프 나이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기술인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강조한다. 스마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결합한 힘이다. 바로 생각의 힘이 이 둘을 결합할 수 있다.
생각이 탄생시킨 쥐 3마리
여기 생각의 힘으로 다이아몬드처럼 만들어진 3마리의 쥐가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쥐, 바로 ‘미키마우스’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월트디즈니사의 첫 유성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를 통해 소개된 뒤, 3세대가 지난 오늘날까지 그 생명을 잃지 않고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패션이 바뀌고 가치관이 달라지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꿈을 심어주고 있다.
미키마우스와 같은 캐릭터의 저작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그런데 2003년 미국은 75년의 기업 보유 저작권 시효를 20년 연장하는 특례법을 만들었다. 월트디즈니 미키마우스의 전체 저작권 시효를 95년으로 늘려버린 것이다. 미키마우스는 이렇게 미국의 상징이 됐고, 미국인이 보호하는 국력의 하나로 자라났다. 생각이 만든 쥐가 무려 100여 년 동안 현실 세계의 부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생각이 탄생시킨 두 번째 쥐는 일본에서 나타났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인터넷이 다운되는 현상까지 일으킨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피카추’다. 피카추라는 이름은 원래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피카’는 우리말 ‘번쩍번쩍하다’는 뜻의 의태어다. 거기에 쥐의 울음소리인 ‘쮸-쮸-’(우리말로 하면 ‘찍찍’)라는 의성어를 따 붙인 합성어가 바로 피카추로, 이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말이 됐다.
포켓몬스터는 ‘호주머니 속의 괴물’이라는 뜻으로 이 역시 일본적인 발상에서 나왔다. 괴물이라고 하면 킹콩이나 공룡처럼 몸집이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축소 지향의 일본인>에서 소개했듯이 일본에서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작은 괴물로 축소돼 있다.
이 작은 괴물들이 미키마우스의 패밀리처럼 뭉쳐 온·오프라인 게임을 비롯해 각종 브랜드와 캐릭터, 그리고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에 파급돼 엄청난 지적재산을 만들어냈다. 쉽게 말해 미국의 지적 능력과 상상력이 미키마우스를 낳았다고 한다면, 일본의 축소 지향적 지적 능력과 상상력, 모방력이 새로운 국부(國富) 피카추를 만든 것이다. 쥐 1마리의 놀라운 변신을 통해 일본이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국가로 변신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바로 생각의 힘이다.
다이아몬드가 된 세 번째 쥐는 최근에 특허와 함께 등장했다. 특허와 저작권의 개념을 합쳐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IPR)’이라고 하는데, 물질 특허 위주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생물 특허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특허들은 에디슨의 발명품처럼 모두 기계 기술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등장하면서 유전자와 관련된 동물과 생물의 특허물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게 인류 최초로 생물 특허를 얻은 하버드대의 ‘온코 마우스’다.
‘하버드 마우스’라고도 불리는 이 쥐 역시 미래의 무한한 부(富)를 약속하고 있다. 쉽게 말해 쥐에다 암세포 등 각종 병리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특허품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 마우스가 제약회사나 의학계에서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은, 쥐의 체온이 인체와 똑같고 생체 기관과 면역을 비롯해 각종 약리 실험에서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2, 13세기에 전 유럽 대륙을 페스트로 유린했고, 1816년에는 나폴레옹의 아침식사 빵을 가로챈 무엄하기 그지없는 쥐가 1988년 미국에서는 정반대로 암을 비롯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하버드 마우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1544년 쥐가 미국 대륙에 처음 침입한 지 440년 만에 탄생한 생물 특허 제1호 하버드 마우스야말로 바이오테크놀로지 시대가 열리고 지적재산권의 문이 활짝 열렸음을 상징한다. 특허품이 된 쥐는 1마리당 100달러씩 에 팔린다. 쥐덫을 놓아 잡기도 바쁜 쥐를 지적재산으로 만들어놓으니 1마리에 100달러씩 벌 수 있게 됐다.
미키마우스나 피카추 같은 쥐는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예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 만화 공간, 그리고 사이버 공간이라는 상상계에서 나온 ‘생각’의 산물이다. 현실의 쥐가 상상의 쥐로 옮겨질 때 페스트균이 아니라 감동과 재미와 매력을 생산하는 라이선스와 지적재산권으로 막대한 부를 벌어들일 수 있다.
3마리의 쥐는 한국 국민들이 기피하고 있는 산업 시대의 3D(Difficult, Dirty, Dangerous)가 온 국민이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는 새로운 3D(Digital, DNA, Design)로 바뀔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인터넷 시대를 상징하는 컴퓨터 마우스는 ‘디지털’의 D, 미키마우스와 피카추는 ‘디자인 파워’를 뜻하는 D, 그리고 하버드 마우스는 ‘DNA’의 D를 각각 상징하는 지적재산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3가지 파워의 엔진과 연료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식’이다. 지식을 기르고 지켜주는 게 ‘지적재산권’이라는 새로운 권력이다. 정치권력, 경제권력이 지적재산권의 권력과 손을 잡지 않으면 페스트를 퍼뜨린 십자군의 행진과 다를 게 없다. 지적재산권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자! 이젠 내 안의 깊은 곳에 잠재돼 있는 생각을 끄집어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