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고객·인재 사로잡아라

31호 (2009년 4월 Issue 2)

세계적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e스트래트 챌린지’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화장품 회사가 왜 온라인 게임을 출시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비즈니스의 미래를 읽는 열쇠다.
 
이 게임에는 프리마라는 가상 화장품 회사가 등장하는데, 이 회사를 경영하려면 3명이 팀을 이뤄야 한다. 두 달이 넘는 과정 동안, 팀은 가상 세계 속에서 3년 동안 프리마를 경영하게 된다. 준결승전에 300개 팀이 선정됐고, 16개 팀이 결승에 올랐다. 이들 16개 팀은 로레알 임원들을 대상으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기 위해 회사가 모든 경비를 지원하는 파리 여행에 초대받았다. 우승팀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여행할 수 있는 자유 여행권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로레알은 큰 이득을 봤다. 전 세계 일류 경영대에 재학 중인 최고 인재들에게 자사의 이름을 알렸고, 무려 17만7000명이 넘는 경영학과 학생들과 구직자들이 각자의 자질을 보여주기 위해 경쟁했으며, 이 과정에서 200명 이상의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게임 산업이 미래 비즈니스를 바꾸고 있다. 게임 산업은 이미 거대한 비즈니스가 됐다. 비디오 게임 산업의 수익은 이미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수익을 훌쩍 뛰어넘었고, 조만간 음반 산업 수익도 넘어설 태세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고객과 교류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산업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로레알이 온라인 게임을 활용해 회사를 홍보하고 인재를 채용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제 현명한 글로벌 기업들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3가지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객과 교류하는 방법의 혁신
놀이일 뿐이던 게임은 이제 기업이 흥미롭고 창의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가 됐다. 게임 중간이나 전후에 광고를 넣거나, 브랜드 홍보를 위해 특별 광고 게임(advergame)을 내놓거나, 가상 세계가 가진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결합하면 소비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공상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식시키기 위해 이러한 모호한 영역, 즉 게임을 활용하는 데 매우 능수능란해지고 있다.
 
게임 ‘하보 호텔’을 보자. 하보 호텔은 수백만 개의 객실이 있는 거대 가상 호텔인데, 각 객실에서 저마다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이나 이벤트 참여 기회 등을 제공하는 광고주들이 객실을 소유해 광고주의 웹사이트로 안내하는 가상 광고 게시판을 설치한다. 하보 호텔 가입자는 9700만 명이 넘으며, 매달 순 방문자만 9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버거킹은 2006년 말 매장에서 △멀티 플레이어 경주 게임 ‘포켓바이크 레이서’ △범퍼카 게임 ‘빅 범핑’ △게이머들이 배고픈 낯선 이들에게 몰래 다가가 햄버거를 주는 ‘스니크 킹’ 등 3가지 게임을 팔기 시작했다. 이들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와 ‘엑스박스 360’에서 할 수 있었고, 각 게임은 3.99달러에 판매됐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버거킹은 게임 320만 장을 팔았다. 2006 12 31 버거킹의 4분기 수익이 40% 증가했다는 발표로 추측하건대, 소비자들이 게임을 사려고 버거킹으로 몰려들면서 다른 제품들도 구매했을 것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1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지프 비디오 게임(Jeep 4×4: Trail of Life)을 개발했다. 2001년 랭글러 루비콘을 홍보하기 위해 게임이 출시됐고, 게이머들은 이국적인 마야 정글에서 루비콘을 시승했다. 38만 명 이상이 게임을 다운로드 했고, 첫해 루비콘은 2만5000대 팔렸다. 이는 크라이슬러의 예상보다 300% 정도 많은 판매량이었다. 처음 루비콘을 주문한 사람들 중 약 14%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회원 가입을 했던 이들이었다.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인식 향상
오늘날 게임은 단지 교육용으로만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입사원 채용, 직원 교육, 업무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 더 생산적인 직원 양성 등에 활용될 수 있다. 게임은 이 모든 일들을 가능케 하며, 사람들은 자신이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어떤 조직에서든 완벽한 윈윈 상황을 만든다. 직원들은 놀이를 좋아하고, 조직은 이러한 게임 놀이를 통해 유용한 업무를 가르친다. 물론 직원들은 뭔가를 배우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다.
 
게임을 통해 팀 트레이닝이라는 도전 과제를 멋지게 해결한 사례를 보자.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은 ‘에베레스트’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경영학 석사 과정(MBA) 학생들을 5명씩 팀으로 나눈 다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는 과제를 줬다. 등반 과정에서 팀은 산소 부족, 변덕스럽게 바뀌는 지독한 날씨, 갑작스러운 질병과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성공적으로 정상에 오르는 유일한 방법은 팀이 협동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재빨리 적응하는 길뿐이다.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법도 게임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심시티’를 보자. 이 게임에서 게이머들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 서비스, 예산, 법규를 적절히 다뤄야 한다. 행동의 결과는 전반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 반영된다. 게이머들은 서로 상반되는 수많은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경험을 하고, 그 결과 실제 수익을 내는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복잡한 비즈니스 체계가 어떻게 상호 협력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게임은 채용에도 매우 유용한 장점을 지녔다. 미군은 이러한 사실을 빨리 깨달았고, 바로 이 분야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매년 신규 인력 채용에 40억 달러 이상을 쓰는 미군은 채용 업무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아미’라는 채용 게임을 개발했다. 미군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이 게임은 사람들이 병영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게이머들은 병사와 같은 자격을 갖게 되며, 가상 전투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기본 트레이닝 분야에서 기술과 역량을 익히게 된다. 고급 훈련 과정은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제공된다.
 
게임으로 기업 업무 기능 향상
게임은 사람들이 참여해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대다수 게이머들이 자신의 실제 업무보다 게임을 더 열심히 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기업은 이를 염두에 두고 게임에서 끌어낸 더 많은 아이디어를 기업 운용 방식에 적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시도해야 한다. 게임 커뮤니티의 성공을 통해 확실한 교훈을 배우고, 혁신가와 사상가들이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게임 활용법을 찾는 기업에는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
 
MS가 운영 시스템 소프트웨어 ‘윈도 비스타’ 출시를 눈앞에 두고 디버그 업무를 진행할 때, 경영진은 가능한 많은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이를 위해 회사는 게임을 만들어 전 직원이 각자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 초기 베타 버전을 설치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문제를 발견하고 개발 부서가 이를 수정하면 점수를 따게 했다. 매주 최고 득점자가 상품을 받았고, 참가자 모두에게는 제비뽑기 상을 받을 자격이 주어졌다. 이 방법을 활용해 MS는 총 4회에 걸친 비스타 프로그램 디버깅 작업에 직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제품 출시 시기가 실질적으로 앞당겨졌음을 깨달았다.
 
구글도 게임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컴퓨터는 사진과 그림을 분류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미지에 나타난 하늘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컴퓨터로서는 매우 복잡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은 이런 일을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구글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익명의 두 게이머 중 이미지를 설명하는 단어를 빨리 떠올리는 사람이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긴 사람은 다음 게임으로 올라가게 되고 결국 멋진 상을 받는다. 이 게임을 활용해 구글은 2000만 장이 넘는 이미지를 분류할 수 있었다. 같은 업무를 컴퓨터가 처리하려면 수백만 달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3가지 목표를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게임의 응용이 상당히 활용돼왔다. 앞으로 등장하는 차세대 게임들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조직 전체의 집단 지성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쓰일 것이다. 물론 기업의 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는 일은 아직 미개척 자원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게임이 이룩한 성과를 이해하고 이러한 트렌드에 편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제품 및 서비스의 판매 방식’에서 ‘직업 및 직종 선택’ ‘적합한 기업에 취업’ ‘일상적 업무 수행 방식’ 등 게임이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칠 미래를 상상하기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저자 데이비드 에더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월드와이드 게임 포트폴리오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 저자 에단 몰릭은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MIT와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미군의 공식 훈련용 게임 ‘다워스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