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100마일의 산책’이다. 생태 탐방로를 소개한 책인가? ‘CEO 아버지와 아들의 경영 여행’이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아하! 아버지와 함께한 100마일의 경영 산책이구나. 100마일은 160km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에 해당하는 거리를 산책하면서 부자간에 나눈 경영 주제들, 특히 리더십에 관한 대화의 기록이다.
저자인 조나던 플롬은 아버지에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기꺼이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100마일의 산책은 시작됐다. 아들이 좋아하는 들길을 따라 50마일을 걸었고, 아버지가 선택한 곳에서 또 50마일을 걸었다. 100마일의 여정 동안 부자는 경영과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느긋한 여행도 즐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음악을 듣자며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맨해튼, 애시빌, 뉴욕 북부, 브리지햄프턴,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노스캐롤라이나 주 블루리지 마운틴. 먼 여정이다.
사람에 집중하라
첫 산책길에서 아버지는 ‘사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비전을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하거나, 반대로 뛰어난 비전의 앞을 가로막는 게 뭐라고 생각하니? 조직이 만들어낸 뛰어난 상품? 천만에. 그건 사람이야. 인재지. 경영자는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사람이야! 경영자는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해. ‘내가 주의를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
때때로 경영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고용해야 해. 그러자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지. 자부심이 없다면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래서야 성공적인 경영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자부심이라… 그렇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은 경영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경영자는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덮어두려 하면 아랫사람들의 눈에 확연히 드러나게 돼 있다. 경영자는 조직의 전면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맨 앞줄은 원래 누구의 눈에나 잘 띄는 법 아닌가.
그런 일련의 일들이 두려워 야심 있고 열정적이며 현명하고 의욕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이기를 꺼린다면 결코 미래 지향적인 경영자가 될 수 없다. 귀를 달콤하게 해주는 ‘예스맨’들로만 주변을 채운다면, 기업에 손해일뿐더러 장기적으로는 결국 경영자 자신의 가치도 떨어지고 만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자신만큼 뛰어나거나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권위가 아닌 아이디어로 직원들을 이끌었고, 노력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줬다. 자신보다 뛰어난 직원을 영입하라.
“진정으로 미래형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네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상상하는 사람들, 너와 전혀 다른 마인드와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반드시 채용해라.”
아버지는 먼저 이렇게 강조했다. 경영자 자신이 무리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대신 경영자는 사람들의 의욕을 가장 잘 북돋는 사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가장 잘 도와주는 사람,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장 잘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영의 첫 단추는 먼저 재능과 기술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을 고용해 그들 모두가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살리면서 하나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데 있다.”
회사의 성공담을 들려줘 열광케 하라
두 번째 산책에서는 ‘회사의 이야기’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영웅담에 열광하는 것은 비단 소년들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영웅’인 기업가들의 성공 사례는 두고두고 읽히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 사례가 우리 회사의 것이라면 더욱 좋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간의 성공 사례담을 직원들에게 자주 들려줘야 해. 직원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뭔가를 깨닫고 새로운 정보도 얻기 때문이지. 또 기업의 풍토까지 전달받을 수 있어. 그 조직이 성과를 승진의 잣대로 삼고 있는지, 아니면 연공서열이나 인맥을 중시하는지는 경영자의 사례담을 들으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지.”
조직에서는 모든 이들이 성공 사례담의 일부가 돼야 한다. 경영자들은 사례담을 들려주되, 다른 이들이 이야기에 자유롭게 끼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결론을 ‘열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