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커뮤니케이션

“내 맘은 이게 아닌데” 후회한 적 있다면…

273호 (2019년 5월 Issue 2)

요즘 아이와 함께 노래방에 가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라는 곡이다. 이 곡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이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후회할 때가 많다. 순간의 욱한 감정에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준 뒤 돌아서서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는다.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고.

자기 성찰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왜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라고 자책하며 마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정말 마음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가슴? 가슴에는 혼자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이 있을 뿐이다. 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전까지는 가슴이 뛴다는 이유로 가슴에 마음이 있는 곳으로 착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뇌’에 있다. 1 생각이나 의식, 감정 중 어느 것을 지칭하든 마음은 뇌의 기능이며,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뇌의 문제다. 그렇다면 뇌의 어떤 부위가 여기에 깊이 관여할까? 뇌의 원리를 활용해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려면 그곳을 먼저 이해해야겠다.



마음을 유지하고 실행을 명령하는 뇌의 부위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을 맡고 있는 전전두엽(PFC, Prefrontal cortex) 2 이다. (그림 1) 집행기능은 감정 조절(emotional regulation)과 인지 제어(cognitive control)로 나눠진다. 3 자기 마음과 달리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으로 후회한 적이 있다면 전전두엽의 감정 조절과 인지 제어를 활용한 아래의 커뮤니케이션 팁을 활용해 보자.



Tip 1 자극에 대한 반응 지연시키기

감정 조절에는 충동 조절이 포함되는데 충동 조절에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포함된다. 예컨대 상대방에게서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이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반응을 선택해서 행동한다면 충동 조절, 즉 감정 조절이 잘 이뤄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반응을 선택해서 행동하는 것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에서는 ‘주도적이 되라(Be proactive)’고 말한다. 4 직장이나 개인적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습관이지만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기도 하다. 감정 조절이 된다는 것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반응선택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2) 예를 들어, 대화 중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들었다면 여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잠시 반응을 선택할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진 뒤 행동으로 실행하는 사람이 주도적인 사람이다. 이때 반응적으로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짜증을 내며 절제되지 않는 언어를 내뿜거나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면 자신의 원래 마음과 달리 상대와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충동적 감정을 순간적으로 분출한 대가가 매우 클 수도 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전두엽에서 충동적 감정을 조절해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Tip 2 부정적 감정에 이름 짓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늪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힘을 주면 더 빠지는 것처럼 감정도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우리 뇌의 구조를 봐도 그렇다.



우리 뇌의 안쪽 변연계 5 (그림 3)에는 파페츠 회로(Papez circuit)라는 감정과 기억을 만드는 신경회로가 있다. 감정 중추인 편도체의 영향을 받으며 해마형성체 6 에서 시작해 유두체, 시상전핵, 대상회를 거쳐 다시 해마형성체로 연결돼 경험 기억과 감정을 생성하는 곳이다. 7 (그림 4) 그런데 이 회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출력이 입력으로 다시 들어가는 폐회로(closed loop) 8 다. 이런 폐회로의 특징 때문에 한 번 부정적 감정이 회로에 입력되면 그곳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그 감정을 생각할수록 오히려 편도체를 자극해 파페츠 회로에 부정적 에너지를 다시 제공하게 되고 빠져나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마치 늪처럼 말이다.



감정 조절을 위해서는 결국 이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전전두엽을 통해 편도체를 진정시켜 신경회로가 부정적 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에너지 투입의 소스를 막아 폐회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원리다. 전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부정적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정서 명명(affect labeling)’을 하는 것이다. UCLA의 심리학자 매튜 리버만(Mathew Lieberm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게 한 뒤 그들의 뇌를 촬영해보니 편도체의 반응이 줄어들고 전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9 부정적 감정이 생길 때 “이건 슬픔이야” “이건 불안이야” “이건 분노야” 라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뇌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Tip 3 포지션을 바꿔 생각해보기!

커뮤니케이션을 원래 마음, 즉 의도에 맞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화 중 상대방의 자극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인지 제어(cognitive control)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지 제어 10 도 전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다.

그렇다면 무엇을 인지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자신이 실수한 사실이 아니라 반응을 인지해야 한다. 실수를 감지하면 감정적인 편도체가 자동적으로 가동될 수 있지만 자신의 반응을 인식하면 전전두엽이 활성화돼 편도체를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1

대화할 때 의식적으로 포지션을 바꿔(position change) 생각하는 것도 인지 제어에 도움이 된다. 자기 포지션에서만 생각하면 감정이 쉽게 개입돼 인지 제어라는 분별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지션 체인지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먼저 상대의 포지션에서 생각해본다. 자신이 아닌 상대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다음은 제3자가 현재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고 상상하고 제3자의 포지션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은 일이 많아 야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은 일을 마쳤다며 정시에 퇴근하겠다는 후배와 대화한다고 가정해보자.(그림 5) 먼저 선배 자신의 포지션에서 후배를 바라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니, 아직 일이 남아 퇴근 못 하는 동료도 많은데 조금만 기다려주지, 너무 이기적이군!’ 점점 부정적 감정이 커지면서 시야는 좁아진다. 급기야 후배에게 화를 내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대화는 엉망이 되고 만다. 원래 마음은 이게 아닌데.

이번엔 포지션을 후배로 옮겨보자. (단계 1) 후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일도 없이 억지로 남아 있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 결국 팀에도 도움이 되는 길인 것 같다. 부정적 감정이 줄어들고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한다.


다음 단계로 포지션을 제3자에 두고 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단계 2) 이렇게 하면 자신이 지금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훨씬 쉬워진다. 숲을 보려면 숲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3자라면 후배와 대화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저 사람은 후배가 퇴근하는 행동 한 가지만 보고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군. 사실도 아니고 근거 없는 추측에 기대서 말이야. 게다가 후배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어.’ 이렇게 제3자의 포지션으로 자신의 반응을 인식하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인지 제어를 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뇌의 작동원리에는 “뇌의 신경회로는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라는 말이 있다. 12 사용하면 할수록 신경회로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neuron)과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고 신경회로는 더욱 굳어지지만 사용하지 않을수록 뉴런끼리의 연결은 약해지다 결국엔 소멸한다는 의미다. 전전두엽도 마찬가지다. 발생학적으로 보면 뇌는 몸의 일부이다. 따라서 전전두엽을 키우는 과정도 몸의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의식적으로 전전두엽에 자극을 주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생각하기 싫거나 피곤하다고 무의식적인 감정에 따라 반응하다 보면 전전두엽의 신경회로는 점점 녹슬고 쇠약해지게 되는 법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라는 말을 또다시 읊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뇌과학을 활용한 사내 강사 강의스킬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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